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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1/17 20:49:06
Name   코리몬테아스
Subject   스타트렉 TNG 에피소드 - 정의
 스타트렉 TNG 시즌 1은 비교적 스타트렉의 순수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스타트렉 시리즈의 이상적인 미래관을 잘 간직하고 있는 시리즈이고, 방영시기 상 미국 TV쇼의 시청률을 모으기 위한 서사적 기술들이 대중화되기 이전인데다가, 시즌 1이니 만큼 실험적이고 대담한 시도들을 많이 했습니다. SF 시리즈 드라마를 보면 SF단편선을 영상화한거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TNG 시즌 1은 딱 그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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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에피소드에서 스타플릿은 아주 아름다운 행성을 하나 발견하고 그곳에서 에도라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종족과 마주칩니다. 이들은 인간과 똑같이 생겼고 상식적이고 단순한 규칙을 따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금발의 백인인 이 종족은 SOS 해상구조대의 인물들처럼 완벽하고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고, 아무런 경계없이 사랑을 나누거나 조깅을 하며 건전하게 에너지를 발산하며 살고 있죠. 그리고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데 아주 선정적이죠. 에도 사람들에겐 선정적이란 개념이 없는 것 같지만요. 다툼도 소유도 없으며, 완벽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이 행성을 보고 엔터프라이즈 호의 승무원들은 이곳에 잠시 머물기로 합니다. 이 행성과 마주치기 직전에 다른 무인행성을 식민화 하는 과정에서 선원들의 피로가 쌓였고, 이 문제로 선내의 의사가 피카드 선장에게 이 행성에서 휴식을 취할 것을 강권했거든요. 

 이 행성은 아마 스타트렉 시리즈에 나온 외계행성중에서 아마 스타플릿의 고향인 행성연방의 이상에 가장 가까운 행성일 것입니다. 화폐도 소유도 없으며, 평화속의 유토피아에서 걱정없이 살아가는 삶이 보편화된 곳이니까요. 차이점이라면 사법체계와 과학기술, 그리고 종교정도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들도 이곳에서 아주 잘 적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결점없는 유토피아는 SF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클리셰처럼, 선장인 피카드의 앞에 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우주기지가 등장합니다. 에도의 기술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으며, 행성연방의 기준으로도 오버테크놀로지로 이루어진 비행체는 모든 에도인들이 믿는 유일신교의 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에도 행성의 완벽한 자연환경은 이 신에 의해 유지되는 것으로 보이며, 에도를 에도답게 해주는 법과 질서도 이 신에게서 내려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 비행체 신은 에피소드 내내 뚜렷한 의사를 보이지 않습니다. 에도에게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으며, 에도가 특별히 사회의 어둠속에서 신에게 인신공양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신은 아낌없이 베풀고 에도는 의심없이 믿습니다. 신은 엔터프라이즈 호의 동력기관이나 기계인간인 데이터에 간섭하여 말썽을 일으키지만 특별한 위기로 발전하진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그 의도는 설명되지 않지만 아마 자기 자녀들에게 접근한 외계종족의 의도를 알아보려는 작업으로 추정되죠. 결과적으로 클리셰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위기는 스타플릿이 만들어냅니다. 웨슬리라는 엔터프라이즈호의 어린 승객이자 예비 스타플릿 대원은 에도 행성의 청소년들과 놀다가 그만 에도의 법을 어깁니다. 에도의 사법체계는 조금 독특합니다. 에도에는 아주 소수의 법집행세력이 있습니다. '중재자'라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를 처벌구역으로 지정하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행위를 적발해냅니다. 에도인들은 워낙에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스타플릿의 승무원들도 외부행성의 규칙을 어길만큼 몰상식한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어야했지만... 웨슬리는 에도 청소년들과 놀다가 처벌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법을 어기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공놀이를 하다가 신종식물을 기르던 출입금지 구역쪽으로 넘어진 것이죠. 에도는 처벌구역에서 일어난 모든 범죄에 대해 딱 하나의 처벌만을 적용합니다. 사형. 

  에도인들은 당연히 법을 어긴 웨슬리를 사형시키려하고, 피카드 선장은 고민에 빠집니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처럼 행성의 원주민이 먼저 공격적 행동을 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야만적 기준을 강요한 것이 아닙니다. 에도는 스타플릿을 환대해주었고, 에도가 주장하는 것 처럼 이들의 절대적인 법과 규칙, 그리고 준법정신은 행성의 평화와 조화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잘못은 전적으로 스타플릿한테 있으며, 심지어 스타플릿의 원칙상으로도 이 경우 에도의 법과 문화를 존중하여 웨슬리의 사형집행을 방관해야합니다. 만약 그러지 않을 경우 프라임 디렉티브를 어기는 것이 되죠. 그러나 행성연방은 사형제를 폐지한 사회고, 웨슬리는 아직 청소년입니다. 자신의 행동이 범법행위인 줄도 몰랐으며 선내의 의사인 크러셔 박사의 아들이죠. 그리고 바로 이전 에피소드에서 엔터프라이즈호를 지금껏 행성연방의 어떤 함선도 가본 적이 없던 곳으로 워프항행하게 한 엄청난 천재성을 가진 아이입니다. 인류의 진보를 관측하던 여행자 종족은 웨슬리를 콕 집어 행성연방의 미래를 위해 저 아이의 잠재성을 지키고 보호해야한다고 충고까지 했죠.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데이터는 에도를 보호하는 신이 정신체로 진화한 고등종족이라는 것을 밝혀옵니다. 

 피카드는 고민끝에 에도행성에 직접 내려가서 웨슬리의 처형을 방관할 수 없다고 통보하고 웨슬리를 데려가려합니다. 에도의 중재자들은 항의합니다. 다이얼로그는 이렇습니다. 

중재자들 "이런 행동은 우리의 평화와 질서를 위협합니다. 당신들이 강하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법이 없었을 때 에도는 야만과 기만이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피카드 "당신들의 법은 우리가 과거에 가졌던 것 보다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법이 있고, 그 법은 내게 내 사람들을 지키라고 말합니다.
(라이커의 언급이 있은 후에) 또 우리는 지켜야할 또 다른 법이 있죠. 우리 은하의다른 생물체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 웨슬리를 구하면 그 법을 어기는 셈입니다." 

중재자들 "그럴 경우 당신도 법을 어기는 셈이니 처형당해야 겠군요." 

피카드 "스타플릿 대원으로서 프라임 디렉티브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나 또한 당신들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중재자들 "아니, 우리 신이 당신들을 심판할 것입니다." 

피카드 "그 신도 마음에 걸리더군요. 당신들의 신은 우리가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라고 경고했습니다." 

에도지도자 "위법행위는 일어났습니다. 정의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스타플릿 보안장교 "웨슬리의 정의는요? 그 아이가 죽어야 마땅합니까?" 

피카드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내 사람들을 위한 정의를 지켜야합니다. 트랜스포터실 동력공급(행성에서 함내로 순간이동)" 

그러나 피카드의 이 뻔뻔한 도주시도는 에도의 신이 개입하여 무산됩니다. 트랜스포터실의 장비에는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순간이동을 할 수 없게된 것이죠. 

중재자들 "신께서 당신들의 도주를 막았습니다!" 

크러셔(웨슬리의 엄마) "당신들의 신은 불공정해요. 내 아들은 그것이 범죄라는 어떤 경고도 받지 못했어요!" 

중재자들 "무지하다는 이유로 범법을 용인할 수는 없습니다." 

피카드 "(에도의 신에게) 당신과 어떻게 의사소통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인지 조차 모르겠군요. 그러나 정의의 문제는 최근 내 큰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이걸 듣고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말하건데, 법이 절대적인한 정의란 있을 수 없습니다! 삶 그 자체조차도 예외속에서 수행되는 것입니다." 

라이커 "정의가 언제 법전처럼 간단했던 적이 있습니까?" 

 이 시점에서 동력공급은 시작되고 피카드는 에도의 신이 자신들의 도주를 용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웨슬리를 데리고 도망칩니다. 그러면서 에피소드는 끝나죠. 카타르시스가 아닌 찝찝함과 안타까움만을 남긴 채..아마 행성연방의 사람들은 앞으로 에도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입니다. 


 정의라는 에피소드는 그렇게 고평가를 받는 에피소드가 아닙니다. 오히려 욕먹는 에피소드에 가깝죠. 웨슬리가 위기에 빠지는 과정은 어이가 없고(공놀이를 하다가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는 장면은 너무 황당.), 이상적인 유토피아가 금발의 쭉쭉빵빵 백인 히피들의 사회로 이루어져 있다는 부분은 87년 당대에도 좀 비난을 받았을 정도입니다. 당시 TNG의 주요 크루가 흑인이었던 걸 생각하면 더더욱. 솔직히 저 역시도 그렇게 재밌게 본 에피소드는 아니고요. 하지만, 그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에피소드의 대담한 시도들이 좋습니다. 유토피아를 보여주고 그곳에는 디스토피아의 그림자가 있다는 쉬운 함정을 파놓지 않았다는 점은 30년 전의 쇼에서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사회 뒷면의 어둠을 스타플릿이 대신 해결해주지도 않고, 빛나는 법정공방도 없이 일방적으로 스타플릿을 궁지에 몰아넣어 정의에 대한 고전적 질답을 하게 만드는 시도는 클래식하다는 말이 어울려요. 자연주의적 공동체의 이상사회가 무자비한 규칙속에서 유지된다는 사실에서 자유가 철의 규칙에서 나온다는 좌파적 공동체에 대한 시선을 읽을 수도 있죠. 그리고 그 갈등의 최고조를 신과의 대담에서 봉합했다는 게 어설프면서도 정말 SF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답을 가진자에게만 길을 열어주는 신이 지배하는 무섭고도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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