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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1/19 22:32:47
Name   Danial Plainview
Subject   미식축구 입문 : 오펜시브 코디네이터처럼 생각하기 (스압, 용량 많음) -2
(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플레이오프 디비저널 라운드. 단판 승부
-뉴올리언스 세인츠 대 미네소타 바이킹스. 바이킹스 홈.
-현재 스코어 23:17 바이킹스 리드, 공격권 세인츠. 남은 시간 1분 20초
-남은 타임아웃 1개
-3rd&5
-엔드존까지 20야드

뉴올리언스 세인츠 오펜시브 코디네이터 피트 카마이클. 그는 돔구장빨, 브리스빨로 승승장구 해왔지만, 중요한 순간, 미축알못이 그의 영혼에 깃들게 되는데...


 "흠 어떻게 할까... 러싱이냐 패스냐... 그래, 그래도 브리슨데..."



 롱패스 장인. 모든 리시버들을 a급으로 만들어준다는 드류 브리스. 이게 우리 주전 쿼터백인데 카마라가 뭐 어쨌다고?

 그래, 패스를 하자!


 4. 패싱 라우트


 패스는 일반적으로 쿼터백과 와이드리시버(WR: Wide Receiver) 사이에서 벌어집니다. 쿼터백이 공을 던지고, 와이드리시버가 공을 받죠. 이 때 쿼터백은 두 가지 제한사항에 놓이게 됩니다.

 1) 쿼터백이 패스를 던질 때까지 태클을 당해야 하지 않아야 한다: 쿼터백이 패스를 선택할 때, 오펜시브 라인맨들은 쿼터백을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방어벽이 되어 수비가 쿼터백을 태클하지 못하도록 막아줘야 합니다. 이렇게 쿼터백을 둘러싼 이 방어벽을 포켓(pocket)이라고 합니다. 수비팀은 이 포켓을 무너트리기 위해 미친 듯이 대쉬해오는데, 이런 대쉬를 패스러쉬(pass rush)라고 합니다. 또한 패스러쉬에 6명 이상이 참여하는 수비전술을 블리츠(blitz)라고 합니다.


 포켓이 뚫려서 쿼터백이 다운당하면 공격 기회도 잃을 뿐더러 시작지점 역시 후퇴하게 되는데 이걸 색(sack)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2) 쿼터백이 던진 공을 리시버가 방해를 뚫고 잡아야 한다: 보통 이 리시버를 상대하는 수비진을 세컨더리(secondary, 2선 수비)라고 하는데 세컨더리는 와이드리시버를 1-1로 마크하는 코너백(cornerback)과 자유롭게 움직이는 세이프티(safety)로 구성됩니다. 이 때 리시버들을 움직여서 어떻게 그들을 자유롭게 만들지가 패싱의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전쟁에서는 공자와 방자의 이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방자의 이점이라면 홈그라운드에서 미리 준비를 하고 기다릴 수 있다는 점이 있겠죠. 보급선을 유지하는 게 더 용이하여 시간이 그들의 편이라는 점도 있구요. 그렇다면 공자의 이점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어느 순간에 어디를 공격할 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패싱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쿼터백은 그들의 리시버를 순간적으로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리시버가 어떻게 움직일 지 미리 지시할 수 있습니다. 반면 수비팀은 오로지 리시버의 움직임을 예측하거나 대응할 수밖에 없죠. 어떻게 달릴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공격팀이 갖는 최대의 이점입니다. 어떻게 뛸 지 그 경로를 바로 루트(route)라고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쿼터백은 1번 리시버한테 이렇게 지시합니다. "앞으로 3야드 정도 뛰다가 갑자기 필드 중앙으로 꺾어!"(슬랜트)



그 다음 2번 리시버한테는 이렇게 지시하겠죠. "너는 10야드를 전진하고 그 다음 필드 바깥쪽으로 꺾어!"(아웃)



마지막으로 3번 리시버에게 이렇게 지시합니다. "너는 5야드 앞으로 뛰다가, 제자리에서 2초간 정지해서 코너백 자빠트리고 다시 10야드 달려!"(더블 무브)



이걸 일일히 지시할 수 없으니 쿼터백은 그 모양이 저장되어 있는 그림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지시합니다. "이 작전대로 간다."



 혹은 간단하게 각 루트마다 번호를 붙여서 한꺼번에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Blue247!  

 쿼터백이 생각하기에 리시버가 열리는 시점은 바로 방향을 급격히 전환했을 때입니다. 코너백은 리시버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밖에 없고 그 순간 리시버가 왼쪽으로 튀어나갈지, 오른쪽으로 튀어나갈지 모르는 상태에서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급격한 움직임을 보일 때 리시버는 그 순간 몇 초 동안 "열리고" 쿼터백은 정확히 그 때 리시버에게 패스가 도착하도록 던져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두더지 게임입니다. 리시버가 열리는 건 보통 1~3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고 쿼터백은 그 때 정확히 두더지를 향해 정확히 망치를 던져야죠. 움직이는 타겟을 향해 30cm의 오차도 없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던져야 합니다. 동시에 그 사이 자신을 태클하려는 수비수가 있는지도 파악해야 함은 물론이구요.

 이 때 여러분(=오펜시브 코디네이터)이 고려할 만한 점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리시버가 열리도록 예상되는 시점을 순차적으로 잡아야 한다: 쿼터백이 제아무리 뛰어난 필드비전(field vision)을 가졌다고 해도, 쿼터백은 한 번에 한 리시버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모든 리시버가 동시에 열렸는데 하필 처음 본 리시버가 닫혀 있었다면, 다른 리시버를 본 순간 모든 리시버들은 닫힌 상태일 겁니다. 그래서 리시버들은 순차적으로 열리는 게 좋겠죠.


 먼저 x리시버가 꺾고, y리시버가 꺾고, z리시버가 꺾고...

 2) 주 타겟을 누구로 할 지 확실히 잡아야 한다: 겉으로 보기엔 모든 리시버들은 각각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같은 필드에서, 한 리시버의 움직임은 반드시 다른 리시버에게 영향을 줍니다.


 이 장면을 볼까요? 좌우에 배치된 두 리시버가 타는 플라이 라우트는 세이프티들을 모두 뒤로 후퇴시킵니다. 그 순간 가장 빠르게 열린 슬랜트 라우트를 막을 35번 수비수는 너무 멀군요! 처음부터 35번에게 주기로 약속되어 있었던 이 플레이는, 35번을 위해 나머지 리시버의 움직임이 디자인된 플레이콜이었습니다.


다시 경기로 돌아가서... 3rd&5 상황


(야... 타임아웃 한개야 임마)
"후... 안되겠다. 스위치로 짧은 야드를 따자."
"스위치?"
"동선을 x자로 가져가서 코너백을 따돌리는 거야. 이거면 5야드 따는 건 식은 죽 먹기지."
"그래?(그럼 왜 그 동안 17점밖에 못땄냐?)"
"그래. 이거."



두구두구... 과연 카마이클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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