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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2/12 23:18:22
Name   메아리
Subject   푸코의 자기 배려와 철학상담(9)

2) 실존의 미학을 이루려는 철학적 훈련으로서 아스케시스 


(1) 거리두기와 실존의 미학 (앞에서 계속)

  슈미트는 훈련을 통한 습관을 삶의 기술에 있어 중요한 것이라 말합니다이 습관에는 타율적 습관과 자율적 습관이 있습니다타율적 습관은 사회와 문화로부터 별다른 성찰 없이 받아들여지는 습관으로 의식적으로 배어나오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습관이 이러한 타율적 습관입니다자율적 습관은 자기 입법 아래 놓여 있는 습관으로이 습관을 통해 자기는 스스로를 특징짓게 됩니다이 자율적인 습관 하에서만 개인은 현재 자신의 습관을 평가하거나 새로운 습관을 스스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슈미트는 자기가 스스로 선택한 태도를 드러내는 자율적 습관을 강조합니다사실 습관은 이중의 딜레마를 품고 있는데그것은 삶의 침착한 실행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동시에 늘 사유를 통해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칸트는 주체의 자율성과 자주적 판단력을 파괴하는 것으로서 습관을 증오했습니다심지어 모든 습관은 거의 항상 사악하다라고까지 말합니다아스케시스가 강조하는 훈련은 이 습관을 항상 극복할 수 있는 철학적 훈련입니다습관을 극복하도록 하는 사유를 습관으로 만드는 훈련이라는 것입니다그래서 이 고행아스케시스는 항상 의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습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푸코는 고대인이 자기 배려를 통해 실존의 미학을 이루려 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습니다여기서 이루려는 실존의 아름다움은 다른 방식으로서의 사고의 한계와 범위를 상상하는 철학적 훈련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삶에 새로운 양식을 부과하고고행을 실천하여 자신의 삶으로 체화시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결국 자기 배려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생활 속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났던 철학적 훈련을 나타낸다 할 수 있습니다.


3) 자기 배려의 순환 : 삶을 바꾸는 철학의 실천으로서 철학상담

     

  (1) 자기 배려의 철학적 의미

  고대 그리스 시대에 소크라테스가 역설했던 자기 배려는 파르헤시아를 그 특징적인 활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던 자기 배려는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러 스토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에 의해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것은 자신이 진리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 보일 것이냐의 문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견유주의의 경우에 진리의 삶이란 아무 것도 감추지 않고 드러내 보임 그 자체였으나, 에픽테토스에 이르러 그것은 고행, 즉 아스케시스와 연관을 맺게 됩니다. 이것은 진리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자신을 다른 이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서 자기가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부터 자기 배려에서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그리고 에픽테토스는 이 관점의 전환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에픽테토스에 있어서 견유주의의 실제적인 수행은 그것을 어떻게 드러내 보이느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수행하려는 자가 고행을 감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진리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자신이 진리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내보이는 것과 함께, 자기 자신에게도 진리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줘야 합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바로 아스케시스, 훈련으로서 철학적 고행입니다. 일찍이 소크라테스에 의해 수행되었으나 에픽테토스에 이르러서 비로소 이러한 파르헤시아와 아스케시스의 순환적 구조가 구체적인 모습을 지니게 됩니다.

  헬레니즘 시대에 아스케시스는 파르헤시아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푸코에 의하면, 아스케시스는 진실 말하기가 주체의 존재방식으로 구축될 수 있게 해주며 철학적 고행으로서 자신이 진리를 말할 수 있게 만들어 스스로를 그 진리의 발화 주체로 만듭니다. 진실 말하기, 즉 파르헤시아는 또한 자기 자신에게 가하는 수련으로, 자기 점검, 인고의 시련, 표상의 통제 같은 것, 요컨대 자신 수련(askêsis)에 속하는 것이었습니다.

  세네카에 대한 푸코의 언급에서 이러한 순환의 모습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세네카가 말하는 파르헤시아의 핵심은 진리를 말하는 주체와 그 진리대로 행동하는 주체와의 일치입니. 진리를 말한다는 것은 진리대로 살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진리를 말하는 자가 진리의 예를 보여주지 않는 진리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진리를 말한다는 것은 파르헤시아를 의미하고, 진리대로 살려 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아스케시스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그 수행에 있어서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진리를 말하기 위해서는 진리대로 살고 있어야 하고 진리대로 살기 위해서는 진리를 말해야 합니다. 주체가 자신의 발화와 행위를 일치시켜야 하는 것, 헬레니즘 시대의 스토아 철학에 이르러 자기 배려는 이렇게 파르헤시아와 아스케시스의 순환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아스케시스를 통해 주체는 자기가 진리와 관계 맺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배려는 단지 진리를 아는것이 아니라 관계 맺는것입니다. 진리를 이성적으로 아는 것(logos)에서 출발하여 품성적으로 실천하는 것(ethos, ergon)까지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로고스에서 에토스로의 전환이 푸코의 자기 배려 연구에 있어서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도구적 이성을 넘어 윤리에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푸코의 노정이 바로 고대의 자기 배려에 대한 연구라 할 것 입니다.

  이러한 순환으로서 자기 배려에서 핵심은, 진리의 주체화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기와 타인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 순환적 구조에서 타인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신뢰는 진리의 주체화를 촉발하는 중요한 계기이며, 타인과 자신의 담론에 대한 의심은 진리의 주체화를 거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타인, 이 양자는 신뢰의 대상이자 동시에 의심과 검증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 의심을 신뢰로 전환해 가는 과정으로서 진리의 주체화가 작용하는 것입니다. 진리의 주체화는 자신과 타인, 양자에게 철학적 호전성을 드러내는 것이고 자신과 타인, 모두가 그 철학적 호전성의 실행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 혹은 타인이라는 이유로 신뢰나 불신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존재냐가 아닌 어떻게 하느냐 이고, 그것이 곧 실천을 의미합니다. 여기서의 실천은 철학적 실천인데 푸코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철학의 실재(reality)는 담론으로서 실천이 아니라 대화로서의 실천이 될 겁니다. 이것은 철학을 행위(practices)’로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론은 이 운동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그들이 무엇과 관련되어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그것은 주체 그 자체입니다. , 자기에 의한 자신의 관계, 자신에 대한 자기의 작업, 자기 자신에 대한 작업으로서 철학의 실재는 행위로서 증명되고 증명할 자신에 대한 자기의 활동 방식입니다. 철학은 철학의 실천에서 주체 자신이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자신을 정교하게 만들고, 그 자체로 작용하는 일련의 행위로 이해되는 철학의 실재를 추구합니다. 철학의 실재는 자기에 의한 자신의 이러한 작업입니다.”

  푸코는 철학의 실천이 담론이 아닌 대화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기와의 관계로 이어지는 일련의 행위로서 자기 배려는 철학실천을 실현해 나가는 방안이라 푸코는 말하고 있습니다. 파르헤시아와 아스케시스의 순환, 즉 자기 배려는 결과적으로 삶에서 철학을 실천하는 구체적 방법입니다. 푸코는 철학을 실천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창안해냈습니다. 그 독특함은 그의 철학적 실천이 담론이 아니라 행동에 가치를 둔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 실천에 바로 푸코가 말한 자기 배려의 방점이 찍혀 있으며, 푸코의 자기 배려와 철학실천으로서 철학상담은 지향하는 바에서 공통된 모습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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