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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5/14 12:29:45
Name   SCV
Subject   26개월 남아 압빼수술(a.k.a 충수절제술, 맹장수술) 후기
안녕하세요. 에씨비입니다.
탐라에서 난리 부르스를 떨었던 죄로 (?) 홍차넷의 유자녀 및 앞으로 유자녀 계획이 있으신 분들 혹은 의느님들께 미약한 도움이라도 되고자 후기를 적어봅니다.

0일차 : 5/7 (월)

- 아들램은 5월 3-5일간 감기를 동반한 장염을 살짝 앓은 상태였습니다. 뭐 막 심하진 않고 설사 이틀 한 정도
- 그뒤 6일은 정상변을 보고 잘 놀았습니다.
- 7일 낮에,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들램이 잘 놀다가 살살 배가 아프다고 칭얼거립니다. 배를 쓰담쓰담 해주면 한 3-5분 뒤엔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놉니다. 30-40분 간격으로 반복 하다가 저녁 때 즈음엔 1시간~2시간 간격으로 텀이 벌어지고, 자기 전에 한 번 정도 아프다고 한 뒤 다시 잠은 잘 잤습니다.
- 애들 자고 난 후 부부간의 검색 (네이버 및 삐뽀삐뽀119...) 과 논의 끝에 장중첩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다음날인 8일에 연차를 내고 병원 진료를 받기로 합니다. 장중첩은 수술을 필수적으로 요하지는 않으나 24시간 이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장 괴사가 일어나는 무서운 병이며, 증장은 마치 진통하듯이 통증이 반복되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1일차 : 5/8 (화)

- 첫째가 어릴 때 부터 저희 아이들을 봐주시던 동네 소아과 선생님께 진료를 하러 갑니다. 증상을 말씀드리니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초음파를 찍자 하십니다. 다행히 중형병원(산부인과, 소아과, 내과, 검진센터가 딸려있음)이라서 초음파 진료가 바로 가능하기에 초음파를 찍으러 갑니다.
- 발악하는 아들램을 붙들고 찍어봅니다. 장중첩 소견은 없으나 영상의학과 쌤께서 얼리 압빼 suspicious (초기 충수염 의심) 진단을 주십니다. 맥버니 점 (우측 하복부 근처)에 초음파 장비를 대고 찍으시다가 뭐 자꾸 길이를 재서 캡쳐를 하시길래 등줄기가 서늘했는데... 아마 두께 로 추청되는 수치인데 5.9mm 라는 숫자를 본것 같습니다.
- 소아과 쌤 께서는 영상의학과 쌤 진단이 맞다고 생각 되는데 보통 수반되는 다른 증상 (열, 맥버니점 및 대칭점을 눌렀을때의 통증 소견 등)이 없어서 애매하다시며 소아외과가 있는 종합병원으로 전원 후 CT 검사를 요하는 상황으로 생각되는데, 만약 부모님이 원하시면 하루 정도 항생제 투여 후 관찰하는 것도 어떠냐고 하셨습니다. 부부 상의 후 전원하기로 하고 소견서 및 초음파 영상 CD를 받았습니다.
- 동네 종병으로 갈까 했으나 그 종병 소아과 출신이신 쌤께서 그 종병의 소아외과는 실력이 부족하므로 (..... 깨알같은 친정 디스) 서울대 병원이나 고대병원의 소아외과를 권유하셨습니다.
- 찾아본 결과 배꼽에 구멍 하나만 내서 복강경 수술을 잘 하신다는 고대의 모 소아외과 교수님께서는 올해 8월 말 까지 해외 연수셔서 그냥 서울대병원 가기로 합니다.
- 서울대 병원 외래 접수하러 갔으나 이미 접수 마감된 시점이어서 응급실로 내려갑니다. 일단 당직쌤 께서 소견서 및 초음파 CD 확인하긴 하셨으나 재촬영 하기로 합니다.
- 초음파 및 엑스레이 촬영 후 선생님 방으로 불려들어간 와이프가 대화를 재구성 하여 들려줬습니다.
   쌤1 (펠로우로 추정) : 4.7mm면 뭐..
   쌤2 (레지던트 혹은 쌤1보다 연차 낮은 펠로우로 추정) : 여기 뒤에 보니까 6.4mm 도 있는데요
   쌤1 : ???? 어디어디.. 어 그러네. 근데 림프도 (아마 점막하 림프조직을 뜻하셨던듯) 이상 없..
   쌤2 : 림프 뒤에 보니까 부어있어요 (동네 소아과에서도 소견서에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음)
   쌤1 : 어.. 그러네. 이러면... 음.. 어머니, 이런 경우면 피검사해보고 결과에 따라 바로 수술방 들어갈 수도 있어요. 아이 금식 언제부터 하셨어요?
- 다행히 오전 이후로 금식상태를 유지중이어서 (물도 밥도 안준다고 엄마아빠를 수도 없이 때리고 할퀴건 비밀...) 피검사 결과를 기다립니다. 저는 그동안 첫째랑 병원에서 놀아주느라 진이 다 빠짐...
- 피검사 결과 염증 소견 없음.... 1번 수치는 0... 이고 2번 수치는 2(?) 인데 이정도면 그냥 감기만 가볍게 걸려도 나오는 정도라 애매하다고 합니다.
- 이에 교수님 이하 의사 세분이서 장시간 토론에 들어갑니다. 거의 밤 열시가 다 되어갈 무렵 결국 수술 결정이 납니다.
  이유는 염증은 지금 없는 상태지만 초음파 소견상 대변의 출입으로 인해 생성된 돌(?)이 있고, 이 때문에 못해도 2-3년 내에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할 것이 자명한 상황이라 아예 이렇게 상황이 다 조성된 김에 수술을 하는게 나을 거 같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 와이프가 수술 동의서에 사인하고 아이가 수술실에 들어갑니다. 저는 매우 졸려하는 첫째를 데리고 집으로 항햡니다. 그리고 어머님께 올라와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 다행히 수술은 1시간여만에 잘 끝나게 되고, 회복실에서 의식을 차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이 들었습니다.
- 아, 수술은 복강경 수술로 진행하였고, 3점 (배꼽, 맥버니점, 맥버니점 대칭점) 으로 진행했습니다.

2일차 : 5/9 (수)

- 마취에서 풀리니 거의 사지를 뻗대는 통에 아이엄마가 무척 고생했습니다. 결국 진통제를 맞고서야 통증이 가라앉았는지 얌전해졌네요. 괜히 고생하지 말고 진통제를 진즉 맞을걸 그랬다고 합니다.
- 아이는 물도 밥도 안주는 엄마를 원망하며 뻗어있었습니다. 걷지 않더라도 누워있는거보단 앉아있는게 방귀 생성에 좋다며 휠체어를 태워 앉아서 돌아다닙니다. 저는 어찌어찌 첫째를 밥을 먹여 병원의 엄마한테 데려다 놓고, 저희 어머니를 모시러 갔는데 아버지도 함께 올라오셨습니다. 손자가 걱정되어서 올라오신 모양입니다. 병실까지는 안 올라가고 휴게실에서 면회하고 아버지는 다시 내려가셨습니다.
- 오전에 아이 엄마가 가래를 많이 배출시켜서 오후 쯤에는 가래기침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었습니다. 저녁 시간이 되어 어머니와 첫째를 데리고 집에 왔습니다.
- 저녁 장을 봐서 들어오는 사이에 둘째가 고열이 난다고 와이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38.7도 정도? 특별히 고열이 날 원인이 없는데 열이 나고 아이가 약한 탈수 증세를 일으켜서 멘탈이 터집니다. 진짜 멘탈 나가는 줄...
- 다행히 2시간 뒤 특별한 해열제 투여 없이 혼자 열이 내립니다. 찾아보니 장 쪽을 수술한 후에 장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자리를 잘 찾을 때 까지 열이 났다가 자리를 잡으면 열이 내린다는 설이 있던데 이건 어디까지나 설일 뿐이고 선생님이 따로 말씀해주신건 없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열이 올랐다가 역시 특별한 이유 없이 열이 내렸내요. 그 2시간 동안 저희 부부는 6개월 정도 수명이 줄어든 기분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멘탈 나가본 적은 거의 없지 싶은데...


3일차 : 5/10 (목)
- 방귀를 뀐다 해도 우리가 어떻게 알지? 몰래 쉬이익 하고 뀌는 경우도 있다던데 (어른들의 경험담...) 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했는지, 아침에 크고 우렁차게 뿌뿌뿡 방귀를 내뿜었습니다. 아이 엄마가 잘못들었나? 내가 들은게 얘 방구소리가 맞나? 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자 한번 더 뿌뿌뿡... 아마도 물과 밥을 바라는 강렬한 욕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다행히 특별한 이상은 없어서 슬슬 퇴원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죽도 잘 먹었고.. 가끔 배가 아프다고는 하지만 수술자리 때문에 그런거고.. 각종 수치들도 다 정상에.. 가래 주사(?)만 종종 맞았습니다. 결국 오후에 수액도 뺐습니다.
- 이후에는 특별히 제한할 것 없이 수술부위에 물만 닿지 않게 하라 하셨고.. (어차피 방수밴드 붙여놔서..) 먹는거는 저녁때쯤 되니까 정상 식이가 가능했습니다. 다만 아직 응가는 하지 않더라고요. 평온한 3일차가 지나갔습니다.

4일차 : 5/11(금)
- 간혹가다 배가 아프다고는 해서 제가 하루 더 있어보는게 어떻겠냐고 의견을 드렸지만 수술로 인한 통증인것 같다며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으니 퇴원하고 일주일 뒤에 실밥 뽑을 겸 해서 외래 내원하라 하였습니다.
- 퇴원 수속 하면서 보험료 청구를 위한 진단서, 영수증, 진료비상세내역서, 입퇴원 확인서를 받았습니다. 수술을 받는 경우 진단서에 수술명과 수술일시가 명기되어있어야 한다고 하기에 그 부분을 확인하여 발급 받았습니다.
- 특별한 약 처방도 없었고... 수술 부위 주의하여 활동하면서 현재까지 큰 이상 없이 잘 지내오고 있습니다.
-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희 아이는 운이 매우 좋은 케이스라고 하더라고요. 워낙 소아 충수염이 발견도 어렵고 특히나 자기 의사표현을 자유로 할 수 없는 개월수라면 더더욱.. 그래서 터지기 직전이나 복막염까지 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데 아이 엄마의 관찰력과 촉 덕에 빨리 퇴원할 수 있었을 정도로 조기에 발견했던거 같습니다.

이상 26개월 남아의 Appendectomy (Laparoscopic)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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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생 많으셨습니다.
  • 뿌뿌뿡!!
  • 헐헐~증례발표 한 건 본 느낌이네요.
  • 낳으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오오생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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