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6/27 14:39:43
Name   Under Pressure(산타는옴닉)
Subject   프로스포츠와 Yak
사실 저는 이 약물 문제에 관련해서는 한참 전부터 고통스럽지만 '유죄추정'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양 스포츠는 그냥 현대로 들어오면서 태생이 Yak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더군요.

많은 스포츠가 있는데, 우선 MLB를 예시로 들어볼까요? 짧게는 바이오제네시스 스캔, 미첼 리포트, 그리고 국내에서 MLB인기가 자리를 잡아가던 2003년에 터진 BALCO 스캔들로 인해 많은 믈브 시청자들은 그간 우리가 선수들에게 속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흔히들 90년대를 Steroid Era라고 합니다. 그러면, Yak이라는게 90년대에 뿅 나온 것일까요?

역사를 좀더 앞으로 돌려봅시다.

1985년, 전미를 시끄럽게 만든 사건이 하나 발생합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구단의 케터링 서비스 직원이었던 커티스 스트롱이라는 사람이 전 현직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코카인을 팔다 적발된 것이었죠. 주 거래처는 피츠버그 파이러츠 선수들이었지만, 타 구단의 선수들도 많이 사갔습니다.

웃긴 건 수사 도중에 추가로 선수들에게 마약을 공급한 코흐라는 양반도 걸리는데, 이 사람은 피츠버그 마스코트 담당 직원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 앞에서 귀여움을 담당하는 마스코트가 뒤에서는 Yak도 아니고 진짜로 마약을 팔고 있었던 거죠.

이 사건으로 관계자 몇 명이 구속되고, 16명의 선수가 재판장에 불려나가고(면책이나 사법거래로 전부 풀려납니다), 총 11명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믈브 총재였던 위버로스(LA 올림픽을 조지신 그분 맞습니다)께서 전부 사회봉사나 보호관찰로 묻어버리고 나서 '우리 믈브는 Yak 같은거 이제 없이 크-린'합니다'는 성명을 내버리는 짓을 저지릅니다...

당시 믈브의 실상은 정말 심각했습니다. 사법거래로 기소를 면한 선수들의 증언을 모아보면, 믈브의 40퍼는 코카인을 하고 있을거다, 난 최근 3년간 코카인을 빨았다(키스 헤르난데스), 경기중에 코카인을 뒷주머니에 넣고다녀서 캡슐 안깨먹으려고 한동안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밖에 못했다(팀 레인스), 윌리 메이스나 케이시 스탱걸도 암페타민을 했다(존 밀너)...

80년대는 사실 스테로이드가 미국에서도 유행하던 시기기도 합니다. 본격적인 시작은 70년대 말 동독...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한데, 이게 미국까지 전해진 거죠. 그런데 이 건은 암페타민이나 스테로이드 따위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의 분위기를 마약공급원이었던 스트롱이 말합니다. "그 시절에는 누구나 다 그렇게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80년대는 마약정책의 실패로 미국이 본격적으로 개막장으로 가던 시대죠.


그럼 80년대로 올려잡으면 끝일까요? 앞서서 스탱걸, 메이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슬슬 문제가 보통 일이 아님을 느끼실 겁니다.


6-70년대는 유럽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로 암페타민의 시대였습니다. 과장 안 하고 암페타민을 물처럼 빨던 시대입니다. 구스 고시지가 2013년에 시대파악 못  하고 '나 현역때 매번 암페타민 빨았고 다들 그랬는데 뭐가 문제냐'고 라디오에서 공식적으로 말하다가 어마어마한 욕을 먹은 사건도 있었죠.

톰 하우스의 증언은 좀더 자세합니다. 팀마다 적어도 여섯일곱은 실험적으로 암페타민과 호르몬을 섞어 실험하는 선수들이 있었고, 어느 날 그 선수가 두들겨맞으면 투수조끼리 농담으로 "복용량 초과(원문은 out-milligrammed)로 그런 거 아니냐" 그러고 다녔다고...

메이스는 앞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경기 중에 항상 뒷주머니에 오렌지색 물질이 들어있는 튜브주머니를 가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본인은 쥬스라고 이야기했지만, 암페타민이었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죠.
행크 애런도 자서전에서 68년 시즌에 부진에 빠지니까 동료로부터 암페타민 알약을 얻어서 먹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본인 말로는 심박이 이상해지는 걸 느끼고는 그 후로는 안 먹었다지만...
미키 맨틀의 경우도 61년도 이후에는 야매를 찾아다니면서 암페타민이나 성장호르몬을 찾고 다녔다니 뭐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이외의 증언은 정말 수없이 많습니다.

역사학자들은 암페타민이 광범위하게 퍼진 시점을 제2차 세계대전으로 보통 잡습니다. 연합군 독일군 일본군 가릴거 없이 암페타민이나 메스암페타민(소위 말하는 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던 시절이었으니... 이 메스암페타민이라는 물건은 전후 10년도 안 되서 축구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립니다. 그것도 무려 1954 스위스 월드컵 결승전...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여서, 서구권조차 50년대부터 많은 나라들에서 금지되고도 60 70년대까지 알음알음 공장 같은데서 쓰였다죠..


제가 현재 가장 관심있어하는 스포츠인 사이클은, 안타깝게도 Yak에 있어서는 최첨단을 달리는 스포츠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 건에 대해서 자세한 것은 글을 따로 써서 후술함을 약속드립니다만, 하나만 따로 떼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도핑 테스트라는 것 자체가 사이클에서의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겁니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덴마크의 옌 센이 사이클 경기 도중 사망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암페타민에 이것저것 섞어 먹다가 쓰러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자세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논란이 되던 도중 이번엔 TDF에서 경기 도중 톰 심슨이 사망하게 됩니다. 사인은 일사병과 암페타민 과용...으로 밝혀졌는데 사실 뭐랄까 현대 기준으로 보면 어이가 없는 죽음이었습니다.

경기 전부터 안색이 심하게 좋지 않았지만 선수는 일사병이 아니라면서 출장을 강행했고, 결국 몽방뚜 정상 직전부터 비틀비틀거리면서 심하게 지그재그 주행을 하더니, 정상을 넘어서서 결국 쓰러졌습니다. 수통애는 물이 아니라 브랜디가 들어 있었고, 뒤에는 암페타민 튜브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FIFA와 UCI가 처음으로 선수 전원을 상대로 도핑 테스트를 실시한 것이 최초의 도핑 검사였습니다. 물론 이것도 문제가 심각하긴 한데(올림픽에서 안 걸린 선수가 나중에 다른 데서 걸리는 케이스는 흔해 빠졌습니다), 이 이전 스포츠는 그야말로 개막장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상태였다는 거죠.


이쯤되면 가치관에 혼란이 옵니다. 그럼 지금 선수들은 뭔가? 과거에 Yak을 안했다는 선수들은 재수가 좋아서 그냥 안 걸린거 아닌가? 아니면 wada 기준만 다 지켜가면서 하지 말라고 하지 않은 Yak은 다 하는 선수는 Yak을 안 한 건가? 대표적으로 아직도 사이클에서 금지가 안 된 마약성 진통제인 트라마돌은 선수들 사이에서는 그 어떤 Yak보다도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하는데 말이죠.

여기서는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하지만, 증거 인멸이나 협회빨을 동원해서 도핑협회를 뭉개는 일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이노, 스페인의 콘타도르, 스카이의 위긴스... 이중 이노랑 위긴스는 공식적으로는 약쟁이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걸 믿는 흑우는 적어도 골수 사이클 팬중에는 아무도 없죠(위긴스는 영국에서 더 욕먹습니다). 이런 케이스는 어떨까요?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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