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7/09 09:36:38
Name   Under Pressure(산타는옴닉)
Subject   [사이클] 펠로톤(Peloton)에 대하여
오늘은 사이클 경기 중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사이클 경기를 가장 처음 보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이런 장면을 보고 있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정말 촘촘한 간격을 이루면서 150명이 넘는 선수들이 같이 달리는 장면과, 소수의 선수들이 이와 몇 분 차이로 앞에서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통의 사이클 경기의 모습입니다. 이 150명이 넘는 무리의 선수들 집단을 가리켜 '펠로톤(Peloton)'이라고 합니다. 불어에서 기원한 단어이며, 원래는 군대에서 부대의 집합을 가리켰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자전거 대회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이 프랑스이다 보니 자전거도 불어에서 온 단어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한 가지 의문이 들 겁니다. '않이 도로사이클은 가장 빠르게 들어오는 게 우선인데 저렇게 뭉쳐서 끝까지 달리는 거임?'
왜냐하면 프로 사이클링 레벨에서는 뭉치는 것이 무조건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드래프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앞서서 공기를 가르고 지나갈 때, 그 틈으로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말하죠. 이런 식으로 지나갈 경우 프로 레벨에서 40km/h 정도 속도를 50cm 간격으로 뒤쫓아갈 때(프로 경기의 펠로톤에서는 50cm도 아니라 정말 바로 딱 붙을 정도로 촘촘하게 간격을 유지합니다) 바로 뒤의 선수는 25% 정도의 공기 저항 감소 효과, 하나 건너는 30%... 해서 한 4번째 선수만 해도 40%의 공기 저항 감소 효과를 누립니다. 앞에 있는 선수도 5% 정도의 공기 저항 감소효과를 누린다고 합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한 4~5명만 뺑이치면 150명이 넘는 인원은 바람으로 인한 저항은 거의 받지 않고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간격이 촘촘해야 이 효과를 정확하게 누릴 수 있죠. 그래서 대부분의 경기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펠로톤을 형성해서 갑니다. 이런 식이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으로는 정말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로 펠로톤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프로 선수들의 기량차는 적어도 평지에서는 거의 나지 않고, 난다 하더라도 펠로톤을 형성하면 상쇄되기 때문에 평지 스테이지에서 종합선두권 선수들 간 시간차가 나는 케이스는 사고가 아닌 이상 정말 극히 보기 드뭅니다.


실제 경기에서 펠로톤의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내리막길에서는 속도가 서로 빨라지니 당연히 펠로톤이 길어지고,


스프린트 피니시에 가까워지면 속도가 정신줄 놓은 수준으로 올라가며(50km/h 정도는 우습게 넘습니다. 이때 대부분의 BA는 전부 잡힙니다),



측풍이 강하게 불면 펠로톤도 바람 방향을 따라 기울어집니다. 측풍이 강하게 부는 날은 프로 선수들도 긴장 바짝 하는 날입니다. 이런 날은 방심하는 순간 한순간에 시간을 왕창 잃고 대회 나가리되는 수도 있습니다-_-;;; 이런 펠로톤 모양을 '에셜론(Echelon)'이라고 하는데, 따로 글을 파도록 하겠습니다. 팀 스포츠로써의 사이클의 꽃이라고 불리는 분야입니다.



펠로톤을 끄는 팀에 대해서도 암묵적인 룰이 있습니다. 스프린트 스테이지의 경우에는 후반부의 경우 보통 스프린트를 노리는 팀들이 알아서 끌게 됩니다. 스프린트 편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이런 스테이지는 대체로 도심으로 진입하는 코스가 많다보니 길이 좁아서 사고가 잦게 됩니다. 그리고 트레인을 형성해서 앞서 있는 것도 중요하지요. 그래서 어떤 팀이든 자기 팀 트레인을 앞세우기 위해 선두 경쟁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들이 경기를 주도합니다.

그게 아닌 대부분의 경우는 위 사진처럼 현재 '리더 저지'를 입고 있는 선수가 소속한 팀이 끌게 되어 있습니다. 너네가 가장 강한 팀이니까, 니들이 힘을 써라 이거죠. 힘은 많이 빠지겠지만, 장점도 있습니다. 경기 페이스 컨트롤도 할 수 있고, 현재 선두인 선수는 여러 가지 돌발 상황에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 정치력...이라는게 의외로 사이클에서 알게 모르게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력이 약한 팀의 경우는 너무 빠르게 리더 저지를 입어버리면 팀이 힘을 다 소모해버리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느리게 들어와서 힘을 아끼고 리더를 넘겨버리는 케이스도 많습니다.


참고로 산악에서는 펠로톤이 이렇게 크진 않습니다. 모두가 비슷하게 넘어갈 수 있는 중산악이면 모를까 흔히 '퀸 스테이지'라 부르는, 1등급 내지 HC급 업힐이 그득그득한 곳에서는 펠로톤의 공기저항 감소효과가 의미가 없습니다. 속도가 굉장히 낮기 때문이죠. 때문에 리더와 해당 팀의 클라이머들만 남아서 고독한 싸움을 펼치게 됩니다. 여기에서 클라이머들이 하는 역할은, 계속 같은 케이던스(회전수)를 유지해서 리더가 지치더라도 버틸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 더 큽니다. 의외로 프로들조차 옆에 동료가 있고 없고가 정말 큽니다. 팀 스카이만 하더라도 업힐 트레인이 초강력 그 자체라 두세명이서 미친듯이 끌어버리면 다른 선수들은 어택은 고사하고 따라가기 급급하다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였던게 지난 수 해간 투르에서 반복되던 일이죠.

다음 글들에서는, 이 글의 연장선상의 의미에서 브레이크어웨이(BA)에 대해서 서술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도움 선수들의 역할, 스프린트, 에셜론 등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약 이야기는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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