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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7/13 11:01:03
Name   Under Pressure(산타는옴닉)
Subject   [사이클] 도메스티크(Domestique), 도움 선수에 대하여
보통 대중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선수들은 GC라이더, 또는 그 팀의 원데이 클래식 리더 내지 간판 스프린터일 것입니다. 이들의 능력은 분명 다른 선수들보다 뛰어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 자리에 올라갈 수조차 없겠지요. 하지만 이런 뛰어난 선수들조차 혼자서는 우승은커녕 투어 완주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사이클은 팀 스포츠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리더들을 지원해주는 도움 선수, 도메스티크(Domestique)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실 말은 거창한데 그냥 리더 빼고 나머지 팀원들 다 도메스티크라 보시면 됩니다. 스프린트 스테이지에서는 스프린터 빼고 전부, 원데이 클래식이면 우승후보 선수 빼고 전부라 봐도 무방합니다.

도메스티크는 하는 일이 많습니다. 크게는 리더를 둘러싸서 보호하고, 산악 지대에서는 케이던스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리더를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게 끌어서 리더가 어택을 칠 때 최상의 상태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스프린터를 리드-아웃해주고, BA로 나가서 상대를 견제하고... 리더를 위해서는 목숨 빼고 다 바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도메스티크입니다.



리더가 기재고장이 났는데 팀카를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즉시 자신의 자전거를 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펠로톤에 있던 가용 인원이 전부 리더에게 내려와서 리더를 펠로톤까지 끌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야말로 철저한 희생정신이 필요합니다. 리더가 우승하면 모두가 우승한 것과 같으니까요.



도메스티크를 프랑스에서는 porterus d'eau(물통 운반자)라고도 합니다. 물땅도 엄연한 도메스티크의 임무입니다. 이 물땅 일이 별거 아닌거 같은데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군대에서 행군을 할 때 뒤로 쳐진 사람을 끌고 본대로 와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앞에서는 시속 45~50km의 속도로 가고 있는데 혼자 뒤로 빠져서 우선 팀 카를 찾아야 합니다. 팀 카는 보통 펠로톤 뒤에 레이스 컨트롤차, 중립차 뒤에 '일렬'로 삘삘삘 따라옵니다. 재수가 없으면 우리 팀 카가 가장 끝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대략 차량 25대 정도까지 뒤로 가야 하는 겁니다. 그렇게 가서 팀원들 물통을 다 받아서 어떻게든 자전거 물통케이지, 자기 옷에 쑤셔넣고 무거워진 무게로 죽어라 달려 펠로톤을 다시 따라잡아야 하는 것입니다. 보통 가장 서열...이 낮거나, 산악 스테이지에서의 스프린터가 물땅 역을 합니다. 위 사진의 선수는 마크 캐번디시라는 엄청난 스프린터인데, 통산 150승이 넘고 사진에 찍힌 당시 월드 챔피언이었던 선수임에도 스프린트 피니시가 아닌 날에는 당연히 팀을 위해서 물땅을 합니다.
여담으로 사실 급한 상황에서는 앞에 있는 다른 팀 카에 가서 양해를 구하면 물통과 보급식을 내줍니다. 이거시 동업자 정신.




숙련된 물땅은 30초만에 무려 12개의 물통을 온 곳에 다 쑤셔넣을 수 있습니다. 시전자는 무려 20번의 그랜드 투어 완주 경험자인 로또-수달의 아담 한센. 이거시 프로의 물땅 실력이다!



준비된 조교의 자세.



현역 최고의 인기선수인 피터 사간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잠시 이야기가 샜는데, 여튼간에 리더와 주요 선수들를 최대한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 것이 도메스티크입니다. BA로 나가는 선수들도 엄밀하게 말하면 도메스티크입니다. 이걸 롤뢰르라던가... 다르게 구분하기도 하는데 적어도 방송 코멘트로 들어본 적은 없는 거 같습니다. 여튼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선수들도 도메스티크입니다. 선어택을 쳐서 전략적으로 펠로톤을 찢는다던가, 상대 어택을 막으러 가거나, 상대 리드아웃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해당합니다. 물론 리드아웃 트레인은 훌륭한 도메스티크입니다. 리드아웃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하고 여기에서는 예시만 하나 들고 자세한 것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5일 전 영상입니다. 현재 치러지고 있는 올해 TDF의 스테이지 1 피니시입니다. 현재 최고의 리드아웃 트레인과 스프린터를 보유하고 있는 퀵스텝 팀의 그야말로 예술과도 같은 리드아웃입니다. 뒤에서 여러 팀들이 잡아먹을 듯이 달려드는데도 정말 안전하게 가비리아를 발사시키죠.
영상 처음에 룩셈부르크 내셔널 챔프 저지를 입고 있는 선수가 밥 융겔스라는 선수로, 도메스티크, 스프린터의 리드아웃, 산악트레인, 심지어 GC까지도 가능한, 그야말로 올라운더의 극을 달리는 선수입니다. 제아무리 피터 사간(2위로 들어오는 레인보우 저지)이라도 가비리아를 순속으로는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저 위치에서 가비리아가 발사된 순간 이미 끝난 싸움입니다.




이처럼 사이클은 팀 스포츠라는 점을 여실하게 증명하는 것이 바로 도메스티크의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매번 경기에서  스프린터나 GC라이더, 스테이지 우승자, 원데이 대회 우승자 등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리더가 우승하면 자기가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팀에 그야말로 철저하게 녹아들어야 하는 것이 도메스티크입니다.

이렇게 훈훈한 이야기로 끝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사실 사이클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점이기도 합니다.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겠지만, 조력자는 연봉이 그렇게 높지 않은 편입니다. 게다가 사이클 업계 자체가 규모에 비해 영세한 편이라, 도메스티크는 정말 고달픕니다. 팀이 우승하면 우승 상금을 나눠받긴 하지만 이 우승 상금 자체가 선수들의 노력과 고생, 사이클의 인기에 비하면 말이 안될정도로 적은 편이라 달라지는 건 없죠. 남성부도 이런 지경인데 여성부는 정말 심하며, 임금 체불과 성폭력 이야기가 매년 나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본적으로 구조가 철저하게 스폰서에 의해 좌지우지되며, 유명 선수들은 개인 스폰 더 받고 그러면 충분히 돈을 벌기 때문에 팀의 그러한 현실에 대해서 무관심해지기 때문에 이러한 악습이 되풀이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전부 여러 언론들의 추정치입니다)
이 업계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전국구(...) 스타인 피터 사간의 연봉이 1년 400만 유로 정도로 추정됩니다. 물론 사간 본인은 스페셜라이즈드(자전거)라던가 이곳저곳 광고에 불려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수입은 훨씬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광고를 따는 선수는 유명 스프린터 아니면 GC라이더 정도죠.
보통 한 팀의 리더가 연 150만 유로에서 그 이상, 주요 전술적 역할을 수행하거나, 리더를 끝까지 산에서 끌어주는 특급 도메스티크가 대충 연 7~80만 유로, 보통 투어에서 제일 말단의 선수가 대충 15~20만 유로, 신입은 연 10만 유로도 못 받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이클을 알고 나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이 이거였습니다. 저렇게 쌩고생하는데 저거밖에 못 받나;; 그래서 더더욱 팀 스폰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형편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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