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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9/20 11:44:04
Name   AGuyWithGlasses(산타는옴닉)
Subject   [사이클] UCI Road World Championships 소개

부엘타가 끝나는 9월은 로드 사이클 시즌의 1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입니다. 그 중심에 이 대회가 있습니다.
이름부터 거창하게 월드 챔피언십. 물론 사이클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지는 못하지만(후술하겠지만 GC보다는 스프린터, 클래식 선수에게 유리합니다), 적어도 굉장히 권위있는 대회는 맞습니다. UCI 랭킹에서도 점수가 굉장히 높고, 무엇보다 우승자는 다음 해 내내 월드 챔피언 저지인 레인보우 저지를 입고 다닐 수 있습니다. 전직 월드 챔피언은 해가 지나도 저지 손목 부분에 무지개 문양을 새겨넣을 수 있죠. 이는 정말 엄청난 영예입니다.


월챔의 가장 특이한 점은, Team Time Trial 부문을 제외하고는 '국가대항전' 형식으로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타 대회는 전부 월드투어 팀끼리의 경쟁인데, 월챔만 이게 다릅니다. 그래서 굉장히 판도예측이 어렵습니다. 해당 국가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선수들이 나오게 되서 벨기에, 스페인, 독일 등 같은 팀에서 항상 쓸어먹을 거 같은데, 현실이 그렇지 못합니다. 오히려 협조가 잘 안되고(너도나도 월챔 먹으려드니까), 다른 팀에 있던 선수들이 모인거라 손발도 잘 맞지 않고, 여러 견제로 인해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지라...

로고에서 보셨듯 이번 대회는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에서 열립니다. 도시 하나를 지정해두고, 일주일 정도의 대회 기간동안 여러 부문의 경기가 펼쳐지는데요, 우선 Junior(U19), U23, Elite 부문으로, 남자 여자 부문, 그리고 ITT, TTT, 원데이 레이스가 각각 펼쳐집니다. TTT의 경우는 남녀 Elite 부문만 열립니다. 곧 없어질 부문이기도 하고... 사실 대회가 이렇게 늘어지다보니 성공적으로 대회를 열어도 해당 시가 적자를 많이 봅니다. 그래서 축소 분위기가 있죠.

월챔은 대단히 긴 행사고, 국가대항전 분위기가 있다보니 굉장히 열기가 뜨겁습니다. 2년 전에 UCI가 돈 때문에 중동에서 월챔을 했다가 엄청난 욕을 먹고서는, 다시 유럽으로 돌아왔는데요, 작년 베르겐에서 열렸던 월챔의 열기는 정말 장난 아니었죠. 오스트리아도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관중들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작년 대회 하이라이트 영상을 함 보시죠. 정말 끝까지 우승자를 알 수 없었던 대회였습니다.



이번 인스부르크 월챔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 대회가 있지만 여기에선 가장 중요한 원데이 코스만 소개.



노랑색 0km부터 시작해서 MJ는 남자 주니어부 피니시, WE는 여자부 피니시, MU23은 U23 남자부 피니시, 그리고 제일 끝의 ME가 우리가 이야기하는 월챔 코스 피니시입니다. 그야말로 으악 소리나는 구성입니다. 저 문제의 업힐을 6번 돌고 마지막의 극악한 업힐을 넘어야 끝납니다. 265km의 경악스러운 길이도 길이지만, 상승고도가 정신이 나갔습니다. 5000m... 이 지역(티롤) 자체가 선정됐을 때부터 산으로 도배할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이건ㅋㅋㅋㅋㅋ

6번 도는 저 고개는 8km에 5.7%, 최소한 1등급령이고, 마지막 고개는 2.9km로 짧지만 평균 경사 10.1%-_-에 최대 28%입니다... 250km 상승고도 5000m면 부엘타에서도 가장 거지같은 구성이에요... 그거 다 돌고 28%를 만나는 겁니다. 시간 내에완주를 몇 명이나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구성입니다(도착시간 기준 보통 15% 초과면 리타이어입니다).



엠베세더가 미리 월챔 코스를 타 보는 영상.


이렇게 코스가 짜여진 데에도 이유는 있습니다. 지난 몇년 간 월챔 코스는 거의 평지 일색이라 대놓고 스프린터와 원데이 클래식 선수들이 판을 쳤습니다. 2016, 2017은 스프린터 피니시로 끝났구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컨셉을 바꿔본 겁니다. 아르덴 전문 선수들이나 GC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거죠.



우승자는 이렇게 다음 해 내내 월드 챔피언임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저지를 입고 다닐 수 있습니다. 확 띄죠. 다만 TT경기의 경우는 월챔 ITT에서 우승한 선수만 그날 무지개색 저지를 입습니다(다만 투어 경기의 경우 종합선두나 포인트 같은 대회 저지를 입게 된다면 대회 저지가 우선합니다). 현재 TT 챔피언은 썬웹의 톰 드물랭이죠. 그래서 지로와 투르에서도 TT경기 날에는 월챔 저지를 입고 경기했습니다.

위 사진의 현 로드 월드챔피언인 피터 사간은 2015~17 3년 연속 월드챔피언십 대회를 우승했습니다. 이제는 레인보우 저지가 아니면 오히려 어색한 수준이 되어버렸죠. 이번 대회 코스가 피터 사간 견제용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주 틀린 이야기도 아닙니다. 월챔을 커리어 내에 3번을 먹은 선수도 다섯인가 여섯밖에 안 되지만 3년 연속 월챔을 먹은 사례는 자전거 역사상 피터 사간이 유일합니다.

이번 월드챔피언 대회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9월 30일 밤에서 새벽 사이에 열릴 겁니다. 워낙 코스도 길고 어렵고 해서 경기시간이 굉장히 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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