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10/14 11:31:03수정됨
Name   OshiN
File #1   45A13287_7534_4A30_97D7_00622F3F065C.jpeg (1.06 MB), Download : 11
Subject   레포트용지 소동


학교서점에서 파는 레포트용지가 개악됐다.


서점측에서 위탁제조업체를 바꿨나보다. 진짜 맘에 안 든다. 구형 또는 다른 학교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극명하다. 다른 학교 레포트패드는 어떻게 구했냐고? 지방에 사는 수험생 고3 사촌여동생이 서울에 올라오느라 마중나간 김에 근처 S대 캠퍼스를 구경시켜주었는데, 관광을 마치고 나가기 전 학생식당 근처 문구점에서 기념으로 레포트용지를 사주고 궁금해서 나도 하나 챙겨왔걸랑.


우선 겉표지. 딱히 특별한 건 없지만 S대 것은 REPORT PAD의 서체가 아래 'S대학교'와 무척 잘 어울리는 반면 우리는 특유의 고딕한 맛이 안 난다. 구형과 신형 모두 빨강색/파랑색 두 종류가 있는데 구형은 학교로고가 흑백. 그것도 제대로 된 흑백이 아니라 구글링한 이미지를 단순히 그레이스케일 조정한 듯한. 신형은 폰트가 따로 노는 데다가 아래 절반엔 뭐 이것저것 적어놓은 반면 위 절반은 허전해보인다.


이제 표지를 살펴보자. S대는 폰트와 구성이 표지와 조화를 이룬다. 푸르스름한 잉크가 멋있다. 대신 이메일 기입란이 없다. 우리 구형은 엠블럼 테두리가 집나갔는지 그냥 로고만 갖다박았다. 허전한 공간이 멋쩍었는지 아래에 회색줄 하나 쓱. 성명 기입란 아래에 학교로고를 너무 바짝 붙여놓은 듯. 신형은 교명버젼 로고를 박아놨는데 허전하긴 매한가지. 신구형 모두 '제목.' '과목명.' 같은 식으로 항목명에 온점을 찍어놓았다. 그리고 둘 다 좌측면이 허전해보이는데 Report라는 단어만 덩그러니 있는 게 무척 뜬근없어 보인다.


노트용지는 어떠한가. S대. 9mm 줄간격에 28줄. 학교로고와 캠퍼스 주소에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가운데 정렬. 그리고 맨위아래 줄은 푸른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이거 굿. 표지부터 일관된 테마컬러인데 멋있다. 그리고 맨아랫줄엔 1cm 간격으로 자그마한 눈금이 나있다. 단락마다 들여쓰기 수준을 조절하기 좋다.


우리 구형. 8mm 줄간격에 33줄. 실제로 보면 간격이 꽤 차이가 난다. 그리고 상단에 학교로고와 입학처주소가 적혀 있다. 상당히 맘에 안 드는 부분인데 학교 대표주소가 아니라 왜 입학처 주소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띄어쓰기도 안 함. 신형은 진짜 심각한 게 로고랑 교명이 통째로 찌그러짐 맙소사ㅋㅋㅋㅋ 그나마 구형은 S대처럼 1cm 간격으로 맨위아래줄에 찍었지만 신형은 없다.


신형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데 표지가 a4 프린트용지처럼 밝은 흰색이다. 빛을 많이 반사해서 눈에 거슬리는데 이건 취향의 문제라서 패스. 게다가 줄을 잘 보면 직선이 아니라 점을 따다다다다 찍어놨다. 잉크를 아낄려고 그랬나. 그리고 중간 장을 뜯어내면 인접한 장이 같이 떨어져 나오거나 너덜거리는 게 심하다. 노트 첫 페이지를 뜯으면 위의 제출용 표지 5장이 한꺼번에 덜렁 함께 떨어지기 부지기수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것. 표지에는 구형과 마찬가지로 8mm 줄간격에 33줄라는데 사진으로 보면 알 수 있듯이 훨씬 촘촘해보인다. 그래서 자로 재봤는데 7mm 간격에 38줄임. 띠용?! 어쩐지, 내가 이과라서 두 줄씩 잡아먹는 분수/적분식을 많이 적는데 애로사항이 꽃핀다 했다. 쇼크.


결론. S대처럼 세련된 디자인까진 안 바란다. 솔직히 말하면 바라지만 기본적인 품질이 너무 심각하다. 올해부터 들어온 신형은 이해가 불가능하다. 특히 학교로고 찌그러뜨리는 게 말이 되나.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 제조사를 검색해도 제대로 된 정보가 안 나오는 회사. 역시나인가. 쩝.


화가 나서 이걸 어떻게 응징할지 고민했다. 자료를 모아 학생회, 교내언론, 방송국, 홍보처를 설득해 손잡고 서점본사에 항의할까. 혹여 내가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문득 학우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 성향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활동이 활발한 학교커뮤니티 사이트에 내 의견을 게시해보았다. 동의하는 댓글도 달렸지만 전반적으로 역시 썩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지금 것도 괜찮은데?', '개오버하네 ㅋㅋ', '또라이쉨' 등.


속이 상했다. 아니 너희들은 질좋은 공책으로 공부하고 싶지 않니? 무심도 해라. 낙담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어느 여학생이 쓴 댓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S대 레포트용지 만드는 문구회사, 우리 아버지가 하시는 회사인데 네 글 보여드려야겠당..ㅎㅎ 원래 우리학교도 아버지 회사에서 담당했었는데 꽤 오래 전부터 다른 곳으로 바뀐걸루 알아. 레포트용지 만들어오신지 워낙 오래되서 디자인은 좀 노후한 점 인정ㅋㅋㅋㅋ 그래도 학생들 눈 생각해서 최대한 빛반사 적은 용지 쓰시려 하시고 여러가지로 고민하시는데 이거 보여드려야겠다!"


빛이 있으라. 세상이 환해졌다. 그렇게 훌륭한 문구를 만드는 사장님 따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그래 난 틀리지 않았어. 누구나 학생이라면 좋은 학용품을, 인간이라면 제대로 된 도구를 쓸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아가씨를 반드시 만나봐야겠다. 나는 마음먹었다.


To be continued...?



1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032 1
    15879 창작또 다른 2025년 (4) 트린 25/12/06 59 0
    15878 창작또 다른 2025년 (3) 3 트린 25/12/04 340 3
    15877 스포츠[MLB] 코디 폰세 토론토와 3년 30M 계약 김치찌개 25/12/04 251 0
    15876 창작또 다른 2025년 (1), (2) 5 트린 25/12/03 490 7
    15875 기타유럽 영화/시리즈를 시청하는 한국 관객에 관한 연구(CRESCINE 프로젝트) 19 기아트윈스 25/12/03 594 2
    15874 일상/생각큰일이네요 와이프랑 자꾸 정들어서 ㅋㅋㅋ 14 큐리스 25/12/02 994 5
    15873 오프모임12월 3일 수요일, 빛고을 광주에서 대충 <점봐드립니다> 15 T.Robin 25/12/01 569 4
    15872 경제뚜벅이투자 이야기 19 기아트윈스 25/11/30 1539 14
    15871 스포츠런린이 첫 하프 대회 후기 8 kaestro 25/11/30 461 12
    15870 도서/문학듣지 못 하는 아이들의 야구, 만화 '머나먼 갑자원'. 15 joel 25/11/27 1054 27
    15869 일상/생각상남자의 러닝 3 반대칭고양이 25/11/27 710 5
    15868 정치 트럼프를 조종하기 위한 계획은 믿을 수 없이 멍청하지만 성공했다 - 트럼프 행정부 위트코프 스캔들 6 코리몬테아스 25/11/26 919 8
    15867 일상/생각사장이 보직해임(과 삐뚫어진 마음) 2 Picard 25/11/26 705 5
    15866 일상/생각기계가 모르는 순간 - 하루키 느낌으로 써봤어요 ㅋㅋㅋ(와이프 전전전전전 여친을 기억하며) 5 큐리스 25/11/25 640 0
    15865 경제주거 입지 선택의 함수 4 오르카 25/11/25 663 3
    15864 철학/종교진화와 창조, 근데 이게 왜 떡밥임? 97 매뉴물있뉴 25/11/25 1880 4
    15863 일상/생각창조론 교과서는 허용될 수 있을까 12 구밀복검 25/11/25 1071 17
    15862 기타★결과★ 메가커피 카페라떼 당첨자 ★발표★ 11 Groot 25/11/23 629 4
    15861 기타[나눔] 메가커피 아이스 카페라떼 깊콘 1 EA (모집마감) 31 Groot 25/11/21 684 3
    15860 일상/생각식생활의 스트레스 3 이이일공이구 25/11/20 725 1
    15859 일상/생각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 moqq 25/11/20 654 7
    15858 오프모임[취소] 11월 29일 토요일 수도권 거주 회원 등산 모임 13 트린 25/11/19 783 3
    15857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2 2 육회한분석가 25/11/19 488 3
    15855 의료/건강성분명 처방에 대해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넋두리 46 Merrlen 25/11/17 2026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