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8/26 17:04:20
Name   Neandertal
Subject   \"걸리버 여행기\"를 부탁해...




오늘 밖에 나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에 있던 작은 서점에 들렀습니다. 뭐 특별히 사려는 책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시간이나 좀 때워볼까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서가 앞에서 뒤적뒤적 하고 있었는데 문학 쪽 책들이 꽂혀있는 서가에서 우연하게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한 걸리버 여행기가 비교적 서로 간에 가까운 거리에 꽂혀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걸리버 여행기 하면 조나단 스위프트가 쓴 책으로 우리에게는 어렸을 때 동화책으로 접한 경험들이 많으실 텐데 사실은 스위프트가 작정을 하고 우화 형식을 빌려서 당시 영국의 사회, 정치 행태를 풍자한 풍자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는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동화책 버전으로만 읽어 봤고 완역본은 읽어 보지 못했는데 마침 세 곳 출판사에서 출판한 같은 책이 나란히 있기에 어떤 식으로 번역이 되어 있을 까 책의 맨 처음 부분만 비교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이 책의 첫 부분은 원서로는 아래처럼 되어 있습니다.

[My father had a small estate in Nottinghamshire: I was the third of five sons.  He sent me to Emanuel College in Cambridge at fourteen years old, where I resided three years, and applied myself close to my studies; but the charge of maintaining me, although I had a very scanty allowance, being too great for a narrow fortune, I was bound apprentice to Mr. James Bates, an eminent surgeon in London, with whom I continued four years.  My father now and then sending me small sums of money, I laid them out in learning navigation, and other parts of the mathematics, useful to those who intend to travel, as I always believed it would be, some time or other, my fortune to do.]


우선 출판사 A의 걸리버 여행기에서는

[나는 노팅엄셔 지방의 소지주 집안에서 다섯 아들 가운데 셋째로 태어났다. 열네 살이 되던 해 나는 캠브리지의 엠마누엘 대학에 진학하여 그곳에서 3년 동안 학업에만 열중했다. 아버지는 내게 기숙사비와 학비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힘겨웠기 때문에 나는 생활비를 직접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4년 동안 런던의 유명한 외과의사인 제임스 베이트씨의 일을 도와주며 생활비를 벌었다. 간혹 아버지가 송금해 주신 쥐꼬리만한 용돈은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항해술과 수학의 여러 분야를 공부하는 데 썼다. 나에게도 언젠가는 찾아올 해외여행의 행운을 굳게 믿으면서.]


책의 시작을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B의 책은

[나의 아버지는 노팅햄셔에서 기반을 잡으셨는데 나 걸리버는 다섯 형제 중에서 셋째로 태어났다. 14세 정도면 대학 공부를 시작하는데, 아버지는 나를 케임브리지 시에 있는 에마뉴엘대학에 보내주셨고 거기서 나는 3년 동안 공부했다. 그런데 우리 집이 큰 부자는 아니라서 보내주는 돈은 적었고 들어가는 돈은 많아, 학교를 그만두고는 런던의 유명한 의사인 제임스 베이츠 씨 밑에 실습생으로 들어가서 4년을 보냈다. 그동안에 아버지는 돈을 조금씩 보내주셨는데, 내가 언젠가는 해외로 나가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돈을 선박 항해와 관련된 것을 배우는 데 썼다.]

이렇게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출판사 C의 걸리버 여행기는

[아버지는 노팅엄셔 지방에 조그마한 사유지를 가지고 계셨고, 나는 다섯 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내가 열네 살 되던 해 케임브리지의 엠마누엘 대학으로 나를 보냈다. 그곳에서 3년을 기숙사에서 지내며 공부에 전념했다. 나의 학비는(집에서 보내주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 집의 얼마 되지 않는 재산으로는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런던의 유명한 외과 의사인 제임스 베이트의 견습생이 되어 4년을 보냈다. 가끔씩 아버지가 보내 주는 얼마간의 용돈으로 나는 여행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항해술과 수학 분야의 지식을 배우는 데 썼다. 나는 언젠가 여행을 떠나는 것이 내 운명이라고 항상 믿고 있었다.]

책의 시작이 이렇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일단 지명이 조금 다른 게 눈에 띠네요. 출판사 A와 C에서는 Nottinghamshire를 “노팅엄셔”로 번역했고 출판사 B의 책에서는 “노팅햄셔”라고 번역을 했습니다.

Cambridge도 출판사 A는 ‘캠브리지“로 나머지 두 곳은 ”케임브리지“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Emanuel도 출판사 A와 C의 책에서는 ”엠마누엘“로, 출판사 B의 걸리버 여행기에서는 ”에마뉴엘“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것은 외래여 표기법이 있어서 하나로 통일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은데 그렇게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뭐 내용 이해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닙니다만...

인명 James Bates도 출판사 A와 C의 책에서는 “제임스 베이트”로 출판사 B의 책에서는 “제임스 베이츠”로 표기하고 있네요. 이것은 “베이츠”가 더 원래의 발음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은데 잘은 모르겠습니다.

출판사 B의 번역에서는 원문의 “My father now and then sending me small sums of money, I laid them out in learning navigation, and other parts of the mathematics,”에서 “and other parts of the mathematics” 부분의 번역이 누락된 것으로 보이네요. 번역자가 의도적으로 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독성은 세 가지 책이 다 비슷한 정도인 것 같습니다. 출판사 A와 B의 번역은 의역이 조금 더 들어간 것 같고 출판사 C의 번역은 원문에 좀 더 충실한 것 같은데 큰 차이는 없어 보이네요.


아무튼 어떤 책이든 본인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독서의 계절”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 왔네요...^^
올 가을에는 다 같이 [걸리버 여행기] 완역본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024 1
    15878 창작또 다른 2025년 (3) 3 트린 25/12/04 290 2
    15877 스포츠[MLB] 코디 폰세 토론토와 3년 30M 계약 김치찌개 25/12/04 215 0
    15876 창작또 다른 2025년 (1), (2) 8 트린 25/12/03 457 7
    15875 기타유럽 영화/시리즈를 시청하는 한국 관객에 관한 연구(CRESCINE 프로젝트) 19 기아트윈스 25/12/03 567 2
    15874 일상/생각큰일이네요 와이프랑 자꾸 정들어서 ㅋㅋㅋ 14 큐리스 25/12/02 956 5
    15873 오프모임12월 3일 수요일, 빛고을 광주에서 대충 <점봐드립니다> 15 T.Robin 25/12/01 548 4
    15872 경제뚜벅이투자 이야기 19 기아트윈스 25/11/30 1510 14
    15871 스포츠런린이 첫 하프 대회 후기 8 kaestro 25/11/30 442 12
    15870 도서/문학듣지 못 하는 아이들의 야구, 만화 '머나먼 갑자원'. 15 joel 25/11/27 1044 27
    15869 일상/생각상남자의 러닝 3 반대칭고양이 25/11/27 699 5
    15868 정치 트럼프를 조종하기 위한 계획은 믿을 수 없이 멍청하지만 성공했다 - 트럼프 행정부 위트코프 스캔들 6 코리몬테아스 25/11/26 904 8
    15867 일상/생각사장이 보직해임(과 삐뚫어진 마음) 2 Picard 25/11/26 691 5
    15866 일상/생각기계가 모르는 순간 - 하루키 느낌으로 써봤어요 ㅋㅋㅋ(와이프 전전전전전 여친을 기억하며) 5 큐리스 25/11/25 627 0
    15865 경제주거 입지 선택의 함수 4 오르카 25/11/25 650 3
    15864 철학/종교진화와 창조, 근데 이게 왜 떡밥임? 97 매뉴물있뉴 25/11/25 1871 4
    15863 일상/생각창조론 교과서는 허용될 수 있을까 12 구밀복검 25/11/25 1058 17
    15862 기타★결과★ 메가커피 카페라떼 당첨자 ★발표★ 11 Groot 25/11/23 616 4
    15861 기타[나눔] 메가커피 아이스 카페라떼 깊콘 1 EA (모집마감) 31 Groot 25/11/21 675 3
    15860 일상/생각식생활의 스트레스 3 이이일공이구 25/11/20 714 1
    15859 일상/생각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 moqq 25/11/20 646 7
    15858 오프모임[취소] 11월 29일 토요일 수도권 거주 회원 등산 모임 13 트린 25/11/19 771 3
    15857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2 2 육회한분석가 25/11/19 477 3
    15855 의료/건강성분명 처방에 대해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넋두리 46 Merrlen 25/11/17 2012 2
    15854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 육회한분석가 25/11/17 564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