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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11/05 16:24:26 |
Name | mmOmm |
File #1 | 2015051047031515.jpg (57.4 KB), Download : 7 |
Subject | 누나들이 울었대 |
응? 요즘 뭘로 먹고사냐고? 음.... 그냥 저냥 이것저것. 생계 걱정도 해 주는 거야? ㅎㅎ 먹고살 수만 있으면 언젠간.... 뭐.... 내 얘긴 됐고 우리 아버지 얘기 하나 들려줄까? 검인정교과서 파동 알아? http://www.archives.go.kr/next/search/listSubjectDescription.do?id=008735 당시 정부에서 검인정교과서 발행업자들이 공무원에게 뇌물 주고 탈세했다고 조진 뒤 자기들 입맛대로 1,2종 교과서 체제로 바꾼 일이 있었어. 뭐, 옳고 그른 판단은 알아서들 하고.... 우리 아버지가 거기에 엮이셨거든. 잘나가던 출판사 망하고 집안은 쑥대밭이 됐지. 고초 치른 뒤에는 눈앞이 캄캄한 날들이었대. 그렇게 밖에서 억장이 무너지고 집에 들어와 보면 딸들, 누나들이지, 누나들이 또 그렇게 울었대. 티비 보면서. 만화였어. 처음엔 속도 없는 것들이라고 혀를 차며 넘어갔는데 몇 날 며칠을 그러니 호기심과 업력이 동했나 봐.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만화책 첫 권을 보내 달라 해서 가져오고, 당시는 뭐 저작권이 무개념이었으니까 후다닥 번역만 했어. 그런데 만화는 아버지가 잘 모르고 회사가 어렵기도 해서 소량만 찍은 뒤 일단 테스트용으로 풍x여고 문방구에 조금 놔 보기로 했지. 그때 문방구 노인네가 엄청 깐깐했대. 요즘 말로 하면 듣보잡 만화책이니 필요없다고, 자기 가게에 넣지 않겠다는 걸 영업부장이 사정사정해서 몇 권만 넣었나 봐. 넣은 다음날 아침에 전화가 왔어. 문방구에서. "거 책 있으면 50권만 더 가져와 보쇼." 반응이 있구나 싶어 신나게 달려가 50권을 쌓아 놓았지. 근데 점심시간에 또 전화가 온 거야. "300권 있어? 있으면 빨리 갖고와!" 터진 거야. 모두 환호성을 질렀지. 부장님은 부리나케 달려가 300권을 깔았고. 숨을 헐떡이며 돌아왔지. 근데 하교 시간에 또 전화가 왔네. "x부장! 나 좀 살려줘! 있는 대로 다 갖고와!!" 근처에 학교가 여러 개였어. 그 뒤는 뭐 뻔한 얘기야. 내가 돈 나르는 일을 거들기도 했는데 보스턴백으로 낑낑대며 회사와 집을 오갔어. 장판 밑, 다락은 기본이고 옷장이고 어디고 공간만 있으면 쑤셔넣었는데 나중에는 돈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도 안 나더라. 옷 입다 보면 호주머니에서 돈 나오고, 가방이 불룩해서 열어 보면 돈다발 있고 그랬어. 그 만화책이 뭐냐고? 으응, 뭐, 댓글이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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