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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12/14 21:08:48 |
Name | The xian |
Subject | 스물 다섯 살까지 저는 한나라당의 지지자였습니다 (1) |
* 타임라인에서 썼던 글에 나왔던 이야기에 따라. 제 정치 성향이 변하게 된 계기에 대한 글을 써 봅니다. 요즘 상황이 번잡스러워 두세 번에 나눠 글을 적고자 합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신문을 읽었습니다. 저는, 그리고 저희 집은 수십년 간 동아일보의 애독자였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끽해야 만화 백과사전을 읽을 때부터 저는 어른들이 보는 동아일보나 백과사전을 봤습니다. '소년 동아일보'나 '만화 백과사전'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어릴 때 친척 집에서 읽었던 신동우 화백의 만화 역사책에 동아일보가 일제에 항거한 민족 신문이라는 대목을 보고 - 제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손기정 선생의 일장기 말소 사건 대목이었을 것입니다 - 더더욱 동아일보를 열독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반공 글짓기가 열렸다 하면 무슨 상이든 타야 직성이 풀렸고 반공 웅변 대회에서는 열변을 토했습니다. 상장 받는 재미, 상품 받는 재미는 덤이었습니다. 저는 참으로 사상이 반듯한 아이로, 반공정신이 투철한 소년으로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김일성 사망 기사가 실리던 날 저는 만세를 불렀습니다. 어릴 적 '광주사태'(무리도 아닙니다. 어릴 적 봤던 신문은 광주민주화운동이란 말이 없었으니까요.) 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광주의 폭동과 반란을 이야기하던 아버지였던 사람의 말을 듣고 광주에는 북한군이 쳐들어와 폭동과 반란이 일어났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태우 후보의 벽보에 '광주학살원흉'이란 스티커가 붙으면 그것을 경찰서에 가져다가 신고하고 제 머리를 대견한 듯이 쓰다듬는 경찰 아저씨의 칭찬을 듣는 것이 87년 대선이 있던 늦가을과 초겨울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런 사상을 가졌으니 제가 아버지와 친가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민주자유당과 신한국당, 한나라당의 지지자가 된 것은 물론입니다. 민주자유당인지 신한국당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그 당의 당원이 된 건 가족이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싫다면 반대할 수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딱히 거부하지 않았고 제 이름으로 편지가 왔을 때에는 흐뭇한 미소도 지었던 것 같습니다. 네. 여기에서 정확히 말하고 넘어가면, 옆 동네 사람들이든 아니든 많이들 저를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생각하십니다만. 저는 지금 어느 당에도 속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확하게는 '속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가 맞을 것입니다. 저 대신 제 아버지였던 사람이나 어머니가 대신 신청했던 그 당원 자격은 이미 무효화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지금은 당적이 없을 것입니다. 뭐, 다시 과거의 이야기로 돌아가. 그렇게 반공정신이 투철한 민주자유당의 지지자인 저는 민주자유당이란 이름이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으로 당명이 두 번 바뀌는 시기에 대학을 다니게 됩니다. 1995년 당시 제가 다니던 대학은 시위가 장난이 아니던 대학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NL계열'이 총학을 꽉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각종 검문검색이 심해집니다. 전경이 학교 주변에 깔려있는 건 예사고 가방검사도 당해보고 별의별 일을 다 당합니다. 동기나 선후배들은 투덜댔지만 저는 떳떳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빨갱이질' 같은 걸 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작년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웅얼거리는 자유한국당의 누군가를 보았을 때, 저는 과거에 '반미'를 외치던 학생회의 구호를 하는 둥 마는 둥 웅얼거리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몇 번 강제로 끌고 간 전체 모임에나 나갔을 뿐 학생회가 주관한 시위에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당연히 나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저 녀석 저런 녀석이다. 라고 찍혔기 때문에 나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저를 부르던 누군가의 목소리도 다 뿌리쳤고 광주에 대한 이야기가 실린 대자보에는 인터넷으로 치면 악플을 달았으며 시위가 한창이던 길거리에서 만난 어떤 낯 모를 사람과는 - 제가 알기로 제 학교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 광주의 이야기로 시비가 붙어 핏대 높이고 싸웠습니다. 그 사람은 광주 출신이었다고 했습니다. 그 때 그 사람을 혹시나 만난다면 무릎꿇고 사죄하고 싶습니다만. 부끄럽게도 저는 그 사람의 얼굴도 이젠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쨌거나 그런 제 어릴 때부터의 생각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노태우,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면서부터였습니다. - To Be Continued...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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