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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2/22 02:07:05
Name   곰도리
Subject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를 복기하다_1
반말로 쓴 글이라 미리 회원분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문장 호흡이 길고 내용상 비문이 많습니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이니 너그러이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총재선거는 무엇인가

  자민당 총재는 3년 동안 세 번씩,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승리하면 이론상 9년의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 원래는 3년 동안 두 번씩 총재에 재임할 수 있었으나, 2015년 총재 선거에서 경기회복이라는 성과를 내세우며 무투표로 선출된 아베의 계속된 집권 의욕, 아베노믹스라는 정책의 연속성을 바라던 자민당 수뇌부들의 결정에 의해 임기 연장이 가능하도록 개정되었다.
  자민당 총재는 다수당의 당수가 총리에 선출되는 의원내각제의 특성에 따라 일본의 행정수반을 역임하는데, 국민들의 직선제로 국가 원수를 뽑는 한국과는 달리, 오직 자민당 소속 상원 의원(上院議員)에 해당되는 참의원, 하원의원(下院議員)인 중의원과 지방 당원들의 투표로 진행된다. 총재 선거는 첫 번째로 의원과 지방당원 표를 합산해서 집계하여 당선 유무를 결정하나 일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의원들로만 구성되는 선거인단에 의해 총재가 선출된다.


#2. 총재선 배경
  현임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는 2012년 총재선에서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를 꺾고 총재에 선출되었다. 당시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2차 투표까지 갔을 정도로 접전이었는데 결국 19표 차이로 아베가 이시바를 이기고 말았다.
  총재 선거 이후,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하여 정권이 교체되고 내각을 구성하면서 아베는 이시바를 지지하던 대다수 지방 당원들의 민심을 달래주고 당 운영으로 이시바의 발을 묶어놓기 위해, 그를 당내 2인자 인 간사장(한국의 원내대표 격)에 임명하였다. 하지만 간사장의 자리에 오른 이시바 시게루는 결코 내각에 협력할 마음이 없었다. 왜냐하면 아베와 차별점을 두어야 다음에 있을 총재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이 큰 이시바 시게루는 내각과 연대책임을 지는 당 간사장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시바 시게루는 자민당 간사장 지위를 내려놓고 대신 지방 창생 담당관으로 내각에 입성한다. 이는 다시 돌아오는 총재 선거에서 지방 당원의 표를 확실하게 확보하고 정국 운영에서 멀리 떨어져서 아베를 공격하겠다는 이시바의 속셈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아베노믹스의 성과로 일본 경제가 회복되고, 연이은 참의원 선거와 중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연거푸 압승하였다. 때문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아베에게 무투표로 강력한 추진력을 실어주자는 당내 여론이 우세하였다. 이처럼 압도적인 당 안팎의 아베 지지 여론에 이시바는 출마를 단념할 수밖에 없었고 또다시 총재의 권좌에 오르는데 실패한 그로써는 정적인 아베의 성공은 뼈아픈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3.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하지만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고 곧바로 열린 참의원 통상선거에서 승리하여 승승장구하고 있던 아베에게도 먹구름이 몰려왔다. 바로 일본 정부가 모리토모 학원에게 학교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국유지 매입 과정에서 특혜를 주었다는 사실을 아사히신문이 폭로해 버렸기 때문이다.    신축되는 학교 건설 과정에서 무엇인가의 의심을 느낀 오사카 시의원 기무라 마코토은 일본의 매각가격정보공개법에 따라 해당 지역 재무성에 부지 매입 단가 공개를 요구하였으나 재무성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치일 피일 미루어 내었고, 이를 주시하던 아사히 신문은 결국 모리토모 학원의 국유지 매입 사건에 아베 신조 부부가 연루되어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러한 스캔들에 대해 국토교통성은 학교의 건설 예정 부지 지하에는 생활 폐기물이 묻혀 있어 이를 감안하고 산정한 매입 가격이라 해명하였다. 그러나 역세권의 국유지가 원가의 약 75%나 할인되어 매각됐다는 사실은 일본 국민에게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4. 고이케 열풍
  여야가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로 극한 대립에 이르러 아베 신조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던 와중, 치명타를 날려버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바로 도쿄 도지사 고이케 유리코의 도민 퍼스트회(都民ファーストの会)가 지방의회 선거인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것이다. 도의회 의석 총 127석 중 도민회가 55석을 차지하였고 자민당은 참패하였는데, 이는 오사카 국유지 특혜 매각 문제로 휘청이던 아베에게 크나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내각의 퇴진을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압력이 빗발쳤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도쿄 도지사 고이케 유리코는 국민들의 민심이 아베 정권에 등을 돌렸다고 판단, 자신의 지지자들을 규합하여 정권 교체를 위한 신당 창당 작업에 돌입하였다.


#5. 희망의 당 창당
  아베의 실정과 더불어 호시탐탐 총리 자리를 노리고 있던 고이케 도쿄 도지사는 선두로 민진당을 탈당한 호소노 고시 前 환경 대신, 나가시마 아키히사와 같은 보수 우익적 색채가 강한 인사들과 접촉한다. 그리고 새롭게 민진당 대표로 선출된 마에하라 세이지와도 밀약에 가까운 만남에서 '민진당에서는 중의원 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하는 조건'으로 선거에 협력하기로 결정한다. 고이케는 신당 창당에 필요한 사전 작업이 완료되었다고 판단, 9월 25일 신당 '희망의 당'을 창당한다.
  한편, 모리토모 학원 건설 부지 제공에 대한 특혜와 더불어 가게 학원의 수의대 신설 비리까지 온갖 스캔들이 내각을 압박하는 와중, 아베 신조 총리는 운이 좋게도 때마침 일어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슈를 가지고 본인에게 불리한 정치적 난국을 타파하고자 했다. 2017년 9월 27일 아베는 일명 '사람 만들기 해산'이라는, 소비세를 단계적으로 10%까지 올려 복지와 교육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인적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명분으로 의회를 해산하기로 결정한다.


#6. 에다노의 입헌민주당
  고이케와의 협정으로 민진당 대표 마에하라 세이지는 민진당의 공천심사를 포기하고, 당내 중의원들에게 사실상 희망의 당 합류를 종용하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기에 민진당 소속 중의원들은 하는 수없이 희망의 당 공천을 받으려 고이케 유리코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아쉬울 것이 없던 고이케는 민진당 중의원들에게 공천에 필요한 필수 요구 사항들을 제시하는데 바로 '일본의 전력 비보유를 명시하고 있는 평화 헌법개정에 동의'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민진당 출신들을 배려하기보단 확실한 사상검증을 함으로써 본인의 생각에 반대하는 세력이 입당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고이케의 꼼수로, 공천이 시급한 대다수의 중의원들은 이에 동의했으나 도저히 민진당 내 진보 인사들은 이를 용인하기 힘들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민진당 안에서 희망의 당 당적을 갖고 출마하기를 거부하던 에다노 유키오는 간 나오토 前 내각총리대신, 나가쓰마 아키라 前 후생노동 대신, 가이에다 반리 前 경제 산업대신, 쓰지모토 키요미 등 당내 진보인사들과 '입헌민주당'을 창당한다. 이는 선거 난민이라 불리던 진보 인사들에게는 한줄기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7. 일장춘몽
  시간이 지나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초기의 기세등등하던 희망의 당 지지세는 점점 꺾이기 시작했다. 각 신문들의 여론 조사에서 최소 100석 이상 석권이 가능하다는 예상과는 달리 15명의 중의원들로만 구성된 입헌민주당에도 예측 의석에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야권 지지자가 아베에 대항하기 위한 도구로 고이케 유리코를 선택한 것일 뿐, 그녀의 사상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나타내었고, 비로소 오만한 고이케의 콧대가 부러지기 시작했다.
  태풍이 접근하여 투표율이 낮았던 2017년 10월 22일, 선거 결과는 더욱 참혹했다. 희망의 당은 오히려 선거 전의 57석에서 7석이나 줄고 만 50석으로 집계되었다. 반면 고이케의 독선에 반발하여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분투한 입헌민주당은 종전의 15석에서 55로 약 4배나 증가하는 기적 같은 결과를 얻었다.
  한편, 자민당은 284석으로 전과 다름없는 동일한 의석을 얻었다. 야권의 분열로서 결국은 여당만 반사이익을 얻고 만 셈이었다. 그리고 비리로 인해 레임덕에 빠져 사퇴 위기에 내몰리던 아베에게도 구명보트 같은 결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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