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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05/10 17:49:24 |
Name | The xian |
Subject | 20년 넘는 경력의 공영방송 정치 전문기자가 선사한 암담함 |
어제 대통령과의 대담은 대한민국의 기자 수준이 얼마나 개차반인지를 아주 잘 확인한 방송이었습니다. 일단 뭐 청와대에서는 이런 인터뷰에 대하여 "오히려 더 공격적인 공방이 오갔어도 괜찮았겠다"고 말하기는 한 것 같습니다. 립서비스일지 진심일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는 생각합니다. 당장에 대선토론 때에 문재인 대통령이 만난 상대만 감안해도 박근혜씨, 이정희씨, 홍준표씨, 안철수씨, 유승민씨, 심상정씨 등이고 새정연 당 대표였을 때 대립한 정치적 상대만 봐도 안철수, 김한길 등의 내부총질파들과 계속 싸웠던 게 문재인 대통령의 삶인데 고작 기자 하나쯤 뭐 그렇게 신경이 쓰일까 싶기는 하네요. 그건 그렇고 질문의 수준에 대해 이야기하면 참 질문 군데군데가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습니다.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기보다 이야기를 자기가 준비한 질문의 의도대로 이끌어가게끔 하려는 속내를 너무 많이 보인 점부터 국민들에게 편히 듣고 보라는 대담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내년까지 (최저임금) 두자리 수 인상은 무리다 판단하시죠?” 같은 대통령의 답변에 특정한 인식을 심거나 원하는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답정너의 의도는 너무도 뻔했고, 국회를 내팽개친 야당의 책임을 묻는 대신 대통령을 독재라고 말하는 것은 모욕에 가까웠으며, 특정 인물의 거취나 개각 이슈를 이야기하는 것은 특정 언론이 청와대와 내각을 잊을 만 하면 쥐고 흔드는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뭐. 그런 부분들은 백번 양보해서 정치적인 스탠스의 차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 세 가지 헛소리에 비하면 말이죠. 첫째로 경제에 대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것과 상관 없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의 공감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한 소리입니다. 마치 세월호 이야기 나오면 반사적으로 천안함 들먹이고 5.18 유공자 이야기 나오면 다른 유공자 들먹이는 혐오에 눈이 벌개진 극우세력들의 맥락 없는 헛소리와 뭐가 다른가 싶습니다. 공감을 하게 하려면 공감할 만한 비유를 들어야 합니다. 극우 유해사이트 회원이나 공감할 비유를 하는 멍청함이란. 둘째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것에 대한 '부담'을 이야기하면서 마치 대통령의 행보에 재판이 영향을 받는 것처럼 말하며 힐난하던 질문자가, 재판도 끝나지 않은 피고인. 게다가 기결수인 박근혜씨에 대한 사면을 이야기하면서 대통령이 마치 일개 아녀자 사면도 안 해주는 속 좁은 사람인 양 모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뭐 대통령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참으로 막막한 앞가림 없는 소리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이 있나요?”라고 묻고, 그 상황판을 오늘 봤냐고 또 물은 다음 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본 상황판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자. “상황판을 자세히 설명해주실 필요는 없고요.”라고 하는 데에서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니 그러면 질문을 하지 말든가. 이게 무슨 양아치질인지. 아니면 읽고 쓰기가 안 되는 사람의 질문인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여하튼. 결론적으로. 과거 경기방송 기자 질문 논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대통령과의 대담에 임한 기자의 질답은 도저히 기자의 질답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읽고 쓰기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되는 자가 20년 넘는 경력의 공영방송 정치 전문기자라고 나섰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언론은 물론 뉴스를 보고 듣는 뭇 사람들에게도 참으로 큰 불행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대통령 앞에 뽑혀 나온 경력 20년 이상의 기자가 저 모양 저 꼴이라면, 제대로 된 질문을 준비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듣는 일조차, 그리고 기자로서 취재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자들이 밥만 축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알고 있던 사실 아니었냐. 뭘 그런 걸 처음 보는 것처럼 놀라느냐라고 말하실 수 있겠습니다. 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다만 그저 어처구니가 없고 어이가 날라갈 뿐이지요. 이런 기상천외한 헛수작들을 접할 때마다 말이죠. 아. 가만 보니 어떤 언론에서는 이런 멍청한 수준의 인터뷰를 사이다 인터뷰라는 식으로 자기들끼리 싸고 돌았다죠. 어떤 기자는 자기들끼리 쉴드를 쳐대면서 낄낄댔더라 하는 소리도 있고요. 저는 그게. 매를 들고 두들겨 패는 선생 앞에서는 찍 소리도 하지 않고 공손하게 있다가. 자기 패지 않을 것 같은 선생 앞에서는 엉기고 찝쩍대고 자기 패거리들 안에서는 그걸 영웅시하며 우쭈쭈 거리는 양아치 무리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배울 만큼 배우고 글줄 쓸 만큼 쓰시는 분들의 수준이 양아치들의 행동과 비교될 정도면 더 말해 무엇하겠나 싶군요. 부끄러운 줄이나 아셔야지 원. - The xian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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