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10/19 14:03:00
Name   swear
Subject   꿈을 꾸는 사람
늘 저에게 자주 고민상담이나 하소연하는 친구녀석에게 며칠 전 전화가 왔습니다.

이런 이런 일을 하고 싶은데 내가 지금 나이도 있고 애도 하나 있고 와이프가 애도 하나 더 가졌는데 지금 시작하는건 좀 무리이지 않겠냐? 라고 말이죠.

저는 거기에 대고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놨습니다.

그렇지. 너는 나이도 있고 애도 이제 하나도 아니고 둘인데 새롭게 뭔가 도전하고 그게 또 불확실성이 높은 일이면 아무래도 좀 힘들 수 있지 않겠냐? 거기에 월에 들어오는 돈도 들쑥날쑥하고 그런다면 말이지.

라고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친구녀석은 제 이야기를 한참을 듣고 시무룩한 목소리로 역시 그렇지..괜한 걸 해보려고 하나보다. 진짜 하고싶긴 한데 역시나 안하는게 맞겠지 라며 말했고, 저는 그래도 해보고 싶으면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어차피 결정은 니가 하는거지. 너 마음가는데로 라고 이야기를 마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그 날따라 유난히 카페에 손님도 없어서 한가로워서 문뜩 어릴때 꾸던 꿈이 생각났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남들이 다 그런 것처럼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가 일주일 뒤면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가 티비에 멋진 가수가 나와서 노래 하면 가수가 되고 싶었다가..

중학생이 되서 처음으로 오래 꿨던 꿈이 역사학자였습니다. 물론 주위에서 그런거 하면 밥 굶기 딱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1년 만에 접었지만..

하지만 역사를 워낙 좋아해서 고등학생이 되어서 고고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다시 꿨는데 고2에 이과/문과의 갈림길에서 아버지의 돈 벌라면 이과 가야지 한 마디에 저는 이과를 가면서 그 꿈을 다시 놓아버렸습니다.

그 후 대학교는 순전히 성적에 맞춰서 학과를 갔고 졸업 후엔 그 학과와 전혀 상관없는 일들을 하다가 지금은 어느새 카페를 차린지 4년이 되었습니다.

꿈이란 걸 꾸고 멈췄다 지나온 시간..

저는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이 일이 제가 원하고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인지에 대한 확신도 100% 들진 않구요.





그리고 알바생이 언니의 결혼식에 가야 한다고 해서 오늘 아침에 일하러 나오며 문득 친구 녀석이 생각나서 카톡을 보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해라. 인생 한 번 뿐인데 나중에 하고 싶은 일 못하면 후회되지 않겠냐

란 말에 친구는 고맙다. 역시 친구밖에 없네 라며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솔직히 현실적으로 친구가 가려고 하는 일이 힘들어 보이는건 사실이지만 성공 실패를 떠나서 친구를 그냥 응원하고 싶어졌습니다. 전 꿈을 버리고 살아온 시간이 너무 오래되서 이젠 꿈꾸는 방법도 생각나지 않고 더 이상 가지고 있는 꿈도 존재하지 않기에..



6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287 1
15940 일상/생각2025년 Recap 다크초코 25/12/31 72 0
15939 일상/생각가끔 이불킥하는 에피소드 (새희망씨앗) nm막장 25/12/31 103 0
15938 일상/생각연말입니다 난감이좋아 25/12/31 179 0
15937 IT/컴퓨터바이브 코딩을 해봅시다. 6 스톤위키 25/12/30 470 0
15936 창작또 다른 2025년 (17) 4 + 트린 25/12/29 185 3
15935 사회2025년 주요 사건을 정리해봅니다. 5 + 노바로마 25/12/29 416 4
15934 오프모임25년 연말의 독서모임 18 하얀 25/12/29 542 12
15933 창작만찢캐 그림 만들기 5 토비 25/12/29 303 0
15932 음악예술가들이 영원히 철이 들지 않기를 4 골든햄스 25/12/29 533 5
15931 일상/생각2025년 후기 10 sarammy 25/12/28 506 8
15930 창작또 다른 2025년 (16) 트린 25/12/28 167 4
15929 음악[팝송] 머라이어 캐리 새 앨범 "Here For It All" 1 김치찌개 25/12/26 218 2
15928 경제빚투폴리오 청산 25 기아트윈스 25/12/26 1010 11
15927 창작또 다른 2025년 (15) 트린 25/12/26 245 1
15926 일상/생각나를 위한 앱을 만들다가 자기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1 큐리스 25/12/25 636 9
15925 일상/생각환율, 부채, 물가가 만든 통화정책의 딜레마 9 다마고 25/12/24 773 14
15924 창작또 다른 2025년 (14) 2 트린 25/12/24 238 1
15923 사회연차유급휴가의 행사와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에 관한 판례 소개 6 dolmusa 25/12/24 600 9
15922 일상/생각한립토이스의 '완업(完業)'을 보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1 퍼그 25/12/24 780 16
15921 일상/생각아들한테 칭찬? 받았네요 ㅋㅋㅋ 3 큐리스 25/12/23 589 5
15920 스포츠[MLB] 송성문 계약 4년 15M 김치찌개 25/12/23 276 1
15919 스포츠[MLB] 무라카미 무네타카 2년 34M 화이트삭스행 김치찌개 25/12/23 189 0
15918 창작또 다른 2025년 (13) 1 트린 25/12/22 234 2
15916 게임리뷰] 101시간 박아서 끝낸 ‘어크 섀도우즈’ (Switch 2) 2 mathematicgirl 25/12/21 374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