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건국 60주년 행사 때 이승만 국부론이 들고 일어나면서 이후 이상하게 꼬인 거지...그 이전까지 한국의 건국 시점은 보편적으로 48년 아니면 45년을 의미했죠. 솔직히 이승만 국부론이 주창되기 이전에 3/1운동이나 임시정부 수립일 기준으로 건국 기념 행사를 한 건 보도 듣도 못했습니다. 뭐 뒤져보면 있기야 있겠지만 공감대를 크게 형성하진 못했을 걸요.
48년 건국이라는 관습을 긍정한다고 해서 자한당의 '의도'에 동의하는 것은 아닌 것이죠. 그런 식이면 98년에 건국 50주년을 언명한 김대중이 이승만 빠 내지 이승만 빠돌이 양성에 기여한 인물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건국 시점 논쟁이 어찌 귀결되느냐에 따라 보수계의 명운이나 이승만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거라 생각도 안 하고요. 어차피 공론이 어떤 식으로 결정되어도 그에 불복하고 헛소리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기 마련인데, 그런 부류들의 망상에 일일히 반응하며 단도리하는 것 자체가 그네들의 면을 격상시켜주는 것이죠. 결정적으로, 문재인 주장대로 건국 100주년이 2019년이라 치면 건국 기념 행사는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3일 혹은 11일에 해야합니다(사실 이조차도 논쟁적인 부분이지만 여하간). 이건 도무지 전통적이지도 관습적이지도 규범적이지도 않지요.
학술 수준까지 갈 것도 없이 대중 감정이나 사회적 상식의 문제라고 봅니다. '대한민국의 건국기념일은 8월 15일이 아닌 4월 13일(혹은 11일)이다'라는 주장은 아무리 봐도 짧지도 명쾌하지도 않아 보이거든요. 명분 싸움에서 어거지부리다가 괜한 논란거리만 더 양산하는 격이라 생각하고요. 차라리 '45년에 한국은 실질적으로 건국된 거나 마찬가지이므로 정부수립일이 언제든 간에 광복 그 자체가 건국이고 그 이상 아무 것도 필요 없다'나 '광복절과 건국일을 섬세하게 구별하는 사고 자체가 별로 관습적이지 않다. 어차피 동월 동일에 발생한 일인데 뭐하러 건국일이라고 따로 지칭하느냐'는 식의 이야기가 훨씬 깔끔하고 대중 감정에도 잘 먹히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