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5/18 07:42:54
Name   바나나코우
Subject   널 향해 상상
몇 년 전에 저는 직장생활이 무료한 나머지, 신입사원 두명에게 바람을 넣어서 여성 듀엣을 조직할 궁리를 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신이 나서 "골든걸즈"라는 영문 모를 팀 명을 만들어 왔고, 저도 의욕이 충만해서 후딱 대충 소녀감성으로 첫 곡을 만들고 (안무는 애들보고 필요하면 알아서 하라고) 신길동에 있는 아는 녹음실까지 시간을 잡아놓고, 대강당에 사람 없는 시간(즉 업무시간)에 모여서 리허설을 해보았는데, 돌이켜 보면 저의 가장 큰 실수는 두 명중 한 명의 노래하는 것을 한번도 안 들어 본 채로 여기까지 일을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나름 대화 목소리는 귀여웠는데, 노래는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신입사원들에게 상처를 (저까지) 줄 수는 없다고 판단해서, 퀄리티를 떠나 너희들의 우정을 좋은 추억으로 남기자는 식으로 방향을 급선회해서 꾸역꾸역 녹음까지 마쳤습니다.

후배 아이들에게는 둘이 듀엣으로 부르는 버전을 주었고(나서 파일을 제깍 지워버렸고),
몰래 저만을 위한 한 명 버전도 만들었습니다.  

아무튼 말씀이 예정보다 길어졌는데, 아무튼 그게 이 노래입니다.

https://soundcloud.com/bananaco/picturing-you

(가사)

만질 수 있을 것 같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너의 얼굴을 차마 지나치지 못하고
두 손을 들어 네 빰에 마음은 벌써 두근거리며
거기에 없는 네게 미소를 지어줬어
남들이 보기엔 참 이상하겠지
하루에도 몇 번씩 빈 공간을 향해
넘치는 그리움을 날리는

난 네게 갈 수 없지만 점점 더 가까이 넌 내 주위를 채워
책상 위와 내 서랍 속에도 넘치는 그 이미지
붐비는 전철 안에도 지쳐 잠들기 전 잠깐 바라보는 천장에도
너의 얼굴을 매일매일 더 생생하게 난 떠올려

정말 이상해 마치 바보처럼
전해질 수 없는 걸 알고 있으면서
널 향한 그리움을 날리는

난 네게 갈 수 없지만 점점 더 가까이 넌 내 주위를 채워
책상 위와 내 서랍 속에도 넘치는 그 이미지
붐비는 전철 안에도 지쳐 잠들기 전 잠깐 바라보는 천장에도
너의 얼굴을 매일매일 더 생생하게 난 떠올려

보고싶단 그 한 마디 겨우 참고 돌아오는 길에
이어폰 속에 흐르는 노래는 그 단어로 가득차 있는걸

난 네게 갈 수 없지만 점점 더 가까이 넌 내 주위를 채워
영화 속에 노래 속에도 넘치는 그 이미지
길가의 담 벼락에도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저 하늘 구름 뒤에도
너의 얼굴을 매일매일 더 생생하게
온갖 상상에 상상을 덧붙여 그려봐



6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47 6
14625 의료/건강SOOD 양치법 + 큐라덴 리뷰 7 + 오레오 24/04/26 340 0
14624 일상/생각5년 전, 그리고 5년 뒤의 나를 상상하며 6 + kaestro 24/04/26 364 1
14623 방송/연예요즘 우리나라 조용한 날이 없네요 6 니코니꺼니 24/04/26 683 0
14622 IT/컴퓨터5년후 2029년의 애플과 구글 1 아침커피 24/04/25 387 0
14621 기타[불판] 민희진 기자회견 63 치킨마요 24/04/25 1728 0
14620 음악[팝송] 테일러 스위프트 새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김치찌개 24/04/24 144 1
14619 일상/생각나는 다마고치를 가지고 욕조로 들어갔다. 8 자몽에이슬 24/04/24 601 17
14618 일상/생각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했고, 이젠 아닙니다 18 kaestro 24/04/24 1133 17
14617 정치이화영의 '술판 회유' 법정 진술, 언론은 왜 침묵했나 10 과학상자 24/04/23 823 9
14616 꿀팁/강좌[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20 *alchemist* 24/04/23 682 14
14615 경제어도어는 하이브꺼지만 22 절름발이이리 24/04/23 1421 8
14614 IT/컴퓨터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2 kaestro 24/04/22 350 1
14613 음악[팝송] 밴슨 분 새 앨범 "Fireworks & Rollerblades" 김치찌개 24/04/22 117 0
14612 게임전투로 극복한 rpg의 한계 - 유니콘 오버로드 리뷰(2) 4 kaestro 24/04/21 338 0
14611 사회잡담)중국집 앞의 오토바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22 joel 24/04/20 1243 30
14610 기타6070 기성세대들이 집 사기 쉬웠던 이유 33 홍당무 24/04/20 1573 0
14609 문화/예술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5 kaestro 24/04/20 691 6
14608 음악[팝송] 조니 올랜도 새 앨범 "The Ride" 김치찌개 24/04/20 135 1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15 kogang2001 24/04/19 395 8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kogang2001 24/04/19 370 10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4 kaestro 24/04/19 554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828 12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닭장군 24/04/16 1274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92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