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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1/20 14:15:34
Name   사이시옷
Subject   나이
얼마 전 옛날 사진을 보다가 문득 과거의 제가 입고 있던 티셔츠에 눈길이 머물더군요.
무척이나 좋아해서 목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입었던 빨간 티셔츠.

'아 맞다! 저런 옷이 있었지.' 싶다가 문득
나이라는 것도 결국 여름 티셔츠 같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일 년에 한 번씩 사서 계절이 끝나갈 때 가볍게 버릴 수 있는 티셔츠.

소중했지만 곧 잊고 살다 사진을 들춰봐서야 기억이 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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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작은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여쭈어본 적이 있어요.
"할아버지,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느낌이에요?"
"느낌? 여전히 난 20대 같은데, 생각과 마음이 그대로인거 같은데 내 나이가 80이 넘었대."

전 할아버지의 대답이 쏙 마음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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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엔 별로 나이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요.
하지만 꼭 쭈글쭈글해질 때가 오면 저도 모르게 나이를 들먹이더라고요.
내가 이것을 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이것을 하기엔 너무 어리지 않나.
결국 저에게 나이란 것은 핑계용이 아닌가 싶어요.

라고 나이는 핑계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제 동생이 그러더라구요.
"형,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진짜 늦었을 때래."

동생의 말도 퍽 마음에 들었어요.

전 이제 곧 마흔인데 올해부터 방통대에서 컴퓨터 과학을 배우고 있어요.
계속 핑계 대며 미루다가 늦게 시작하고 말았네요.
동생 말대로라면 진짜 늦어버렸으니 부담 갖지 않고 쉬엄쉬엄 공부하려구요.

아. 이것도 나이 핑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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