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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9/17 10:36:58
Name   MANAGYST
Subject   버냉키 형님이 들려주는 연준 이야기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445482

FOMC회의를 앞두고 읽을만한 책을 하나 뽑아라~고 하면, 당연히 이책이 뽑힐 겁니다.
오늘은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 연준에 대한 두가지 오해 : 음모론과 막연한 미움

1) 음모론
먼저 책의 후반에 나오는 어느 학생의 질문을 먼저 소개해볼게요.

"의장님의 강연이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저의 궁금증을 풀어준 것은 분명합니다만,
실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의 소리가 아닌 월스트리트(금융시장)의 소리에
이 강연의 다이얼이 맞춰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이 당시(2012년) 연준의장이었던 버냉키 형님께 감히 이런 질문을 하다니,
용감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학생의 질문을 좀 심하게 과격한 표현으로 다시 포장하면 이런 겁니다.

"연준이 사실 골드만삭스나 이런 IB들 배불려 주는 곳 아닙니까?
그리고 연준은 정부 기관도 아니잖아요. 연준에 반대하는 대통령은 다 암살당했잖아요.
솔직히 오늘 강연은 연준에 대한 변명으로 밖에 안 들리는데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바꿔봤는데, 너무 심한가요?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과격한 표현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음모론.. 이것도 어느 정도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일 수록 이 책을 찬찬히 보시며,
중앙은행이 뭐하는 곳인지. 그리고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시면,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2) 권력에 대한 막연한 미움

사실 금융위기 이후로 전세계 중앙은행이 갖는 영향력은 엄청나게 막강해졌습니다.
양적완화를 하면서 주요국 채권들의 상당부분을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국채의 유통물량중 상당부분을 중앙은행이 가지게 되었죠.
이미 이 사실만으로도 채권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충분히 큽니다.

그런데 이 뿐 아니라, 중앙은행이 정부에 대한 채권자가 된 셈이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영향력은 점점 막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 이 나쁜놈들. 지들끼리 다 해먹는 구만...!!!"
"QE라고 해서 불평등만 심화되고, 이게 머냐!!! 아오~ 짜증나!!"

근데 이런 생각은 사실상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반 사람들일 수록 권력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냥 뒤에서 욕이나 하는게 맘이 편하거든요..
회사에서도 부장님이나 상무님을 욕하는게 편하지..친해지려고 노력하는 건 어렵죠...
하지만, 우리는 부장님이나 상무님과 친해져야 회사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권력은 미워하고, 욕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친해져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은행은 욕을 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고,
"반드시 이해해야만 하는 대상"인 겁니다.



2. 연준의 핵심사명 : 패닉을 막아라!

이 책은 냉키형님이 2012년, 한 대학에서 강연했던 자료를 요약한 건데요.
놀랍게도 아래 주소에 가면, 버냉키님의 발표자료를 공짜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files/bernanke-lecture-one-20120320.pdf

첫 장은 '연방준비제도의 기원과 사명'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뭘하는 곳일까요?
여러가지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인플레이션, 경제성장률, 기준금리 등등

그런데 이책에서 버냉키 형님이 말씀하시는 중앙은행의 두가지 사명은
1) 거시경제의 안정과 2) 금융안정 입니다.

용어가 너무 딱딱하네요. 쉽게 설명해면,
거시경제의 안정은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너무 좋지도 너무 나쁘지도 않게) 해주는 것이고,
금융안정은 금융시장(주식시장,채권시장,외환시장,은행시스템 등등)이 "큰 혼란 없이" 잘 돌아가게 해주는 걸 말합니다.

거시경제 안정이야.. 워낙 잘 아실테니 생략합니다.

금융시장 안정을 설명하면서 제가  "큰 혼란 없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금융위기나 금융패닉을 예방"하는 것이 연준의 큰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이렇게 생각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패닉? 위기? 그거 10년에 한번이나 올까 말까한 일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이런 분들 보시라고, 버냉키 형님이 이야기합니다.

금본위제가 부활한 1873년에서부터 연준이 생겨난 1914년까지 얼마나 많은 은행들이 문을 닫았는지를 말입니다.
특히, 1893년에는 500개의 은행이 문을 닫았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은행이 있었길래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연준이라는 것이 생기기 이전 세상에서는 금융패닉은 일상적인 위협이었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즉, 현 시대에서는 뱅크런이나 금융시장의 패닉을 자주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간과하기 쉽지만, 당시에는 분명히 위협적인 그래서 경제성장에 심각한 방해가 되는 요인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걸(= 금융패닉, 뱅크런, 은행 도산) 막아보라고 연준이 생깁니다. ★★★★

저는 이책에서 이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4장에 나오는 냉키형님의 다음 주장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연준의 대응이 임시방편적이고 전례에도 없는 일련의 조치라는 점만 부각시키지 말고,
원래 중앙은행의 역사적 역할 (패닉을 진정시키기 위해 최종대부자로서 대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에
매우 부합하는 조치였다는 점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3. High-leveraged Society 를 이해해라!

막상 연준이 1914년에 생기지만, 당시에는 금본위제 시대였습니다.

금본위제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선 금본위제를 유지하기 위해 쓸데없는 자원의 낭비가 많을 수 밖에 없었구요.
고정환율제를 의미하기 때문에 각국의 경제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을 펼수가 없었습니다.
투기적 공격에도 노출되기 쉽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물론 "연준에게 재량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연준을 미워하는 분들은 이부분에 높은 점수를 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적당히 성장해야지 너무 신용으로 성장하면 위험하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분들의 생각은 청산주의(Liquidation theory)에 가깝운데요.
청산주의는 1930년대에 지지를 많이 받았던 이론입니다.

경제가 너무 빠르게 팽창했고, 성장이 지나치게 많이 이루어졌으며,
너무 많은 신용이 풀렸고, 주가가 지나치게 높이 뛰었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즉, "1920년대의 과잉을 모두 제거해서 이 나라를 좀 더 건전한 경제로 되돌려야 한다"는 거죠.

결론적으로 이러한 청산주의 논리와 고정환율제의 한계 때문에 대공황의 고통은 더욱 심할 수 밖에 없었구요.
1933년에 금본위제도는 폐지되고 1934년 예금보험이 생기면서 경제는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지금은 분명히 High leveraged Society입니다.
이점에만 초점을 맞추면, 지금 시대는 위태위태해보이기만 합니다.  금방이라도 망할 것 같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과연 이러한 신용의 팽창이 아니었다면,
과연 우리가 2~3만원만 내고, 조선시대 임금들만 먹었다는 수랏상을 먹을 수 있었을까요?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이미 신용의 팽창을 통해서 얻은 경제성장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 니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

"High leveraged society의 특징을 이해해야합니다"

1775년부터 대략 140년정도의 시간 동안, 무려 43% 기간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연준이 출범하기 전까지는 Deflation과 Inflation이 거의 반반씩 존재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연준이 출범(1914년)하고, 금본위제가 폐지(1930년대)된 이후
디플레이션은 대공황 시기 등을 제외하면 전혀 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요?
이것이 High leveraged society의 가장큰 특징(?)이라고 봅니다.
즉, 디플레이션은 모두에게 과거보다 너무너무 치명적인 시나리오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보면,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세금이 줄어듭니다.
재산세 생각해보세요. 집값빠지면, 기본적으로 세금도 하락합니다.
부채가 많은 사람에게 인플레이션은 매우 좋은 소식입니다.
5억 빌려서 10억짜리 집 산 사람을 생각해보세요. 집값이 50%오르면 그냥~ 빚을 갚을 수 있어요.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채무자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죠. 은행의 시스템에도 부채의 상환이나 디플레이션은 치명적인 시나리오입니다.
마지막으로 "It doesn't happen here(나 있는 동안 그런 일은 없어야해!)" 생각 때문에
연준의장이든 정치인이든 디플레이션은 막으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High leveraged 사회에서 디플레이션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며,
이를 위해서 모두가 힘을 합쳐 디플레이션을 막고 있다는 겁니다.

(결론)
오늘 밤이면, 9월 FOMC회의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런데 이미 시장에서는 안도랠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은 물건너갔다는 것이 중론이 되는 분위이인데...
아마도 시장은 연준이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오늘 이야기한 연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자 연준이 생겨난 이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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