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22 16:24:54
Name   절름발이이리
Subject   자격은 없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내가 a를 하면 그 대가로 b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류의 생각을 하곤 합니다.
상당히 많은 경우, 유아주의적 발상입니다. (인권 같은 디폴트는 논외입니다)
유아주의는 이 세상이 나에 대한 반응이라고 여기는 식의 사고 방식입니다. 근데 다들 아시겠지만 아니죠.
보통은 사춘기에 냉엄한 현실을 깨닫고 비뚤어졌다가 으른이 되면서 대충 털털해집니다..면 좋겠지만
공부하고 자기계발하는 고통이 커서 스스로를 속였는지, 그게 안쓰러워 응원하는 엄마에 속았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아동기의 무리한 기대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흔히 있습니다.
발현하는 형태는 다양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하고
열심히 능력을 갖추면 좋은 직장에 갈 수 있어야 하고
열심히 일하면 좋은 평가와 급여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잘해줬으면 상대도 내게 잘 해줘야하고, 인사 했으면 상대도 내게 해야하고
배우자 얼굴도 바뀌어야 하고 어렵게 들어간 직책이면 대우를 받아야 하고 등등등.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세상엔 그런 마땅한 결과 같은 것이 없습니다.
물론 경향성이야 있지만, 하필 내가 그에 해당한다는 보장과 마땅히 그렇게 만들어야 할 당위가 없지요.
세상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 대부분은 그럴 만한 상황,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되는 것일 뿐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니니까요.
내 노력은 함수에 때려밖은 하나의 인풋일 뿐이고(물론 할 수 있는게 그거 뿐이니 노오력 해야합니다), 그게 다른 변인과 상황(짝사랑상대건, 연인이건, 회사이건, 시장이건, 세상이건)에게 통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거지요.
김세영의 어떤 도박만화에 보면 "나에게 안주는 여자"보다 훨씬 더 미운게 "나에게만 안주는 여자"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여자 생각은 1도 고려 안한다는 면에서 이 심리가 얼마나 지좋을대로의 심리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겠습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나에게만 안주는 여자나 나에게만 안주는 남자나 나에게만 안주는 짐승등에게 빡칠 수 있죠.
하지만 내가 빡쳤으니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유아주의적 발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빡치는 것 따위 이 세상에서 아무런 중요성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37
  • 어떻게 내 마음을 이리 잘 아십니꺼..
  • 제 안에서 나오세요
  • 아 뼈맞았다
  • 추추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993 도서/문학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4 심해냉장고 24/10/20 1540 39
13586 일상/생각자격지심이 생겨났다가 해소되어가는 과정 9 골든햄스 23/02/22 2908 39
12629 일상/생각나는 네 편 9 머랭 22/03/15 3963 39
12573 정치내가 윤석열에게 투표하는 이유 36 Profit 22/03/03 5441 39
10841 일상/생각설거지 하면서 세탁기 돌려놓지 말자 22 아침커피 20/08/06 4957 39
9956 일상/생각페미니즘 계급문제 노동문제로의 환원 공정과 평등 80 멍청똑똑이 19/11/08 7355 39
7883 일상/생각사라진 이를 추억하며 10 기아트윈스 18/07/19 4603 39
14174 일상/생각예전에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 썼던 사람입니다.. 혹시 기억 하시나요? 8 이웃집또털어 23/10/08 2805 38
13824 일상/생각널 위해 무적의 방패가 되어줄게! 6 골든햄스 23/05/07 3338 38
13686 일상/생각전두환의 손자와 개돼지 2 당근매니아 23/03/30 2309 38
12713 기타[홍터뷰] 알료사 ep.2 - 백수왕 알료사 19 토비 22/04/11 4683 38
12570 기타깃털의 비밀 - 친구 없는 새 구별하는 방법 10 비형 22/03/03 3902 38
10317 일상/생각세무사 짜른 이야기. 17 Schweigen 20/02/23 5950 38
9569 일상/생각Routine과 Situation으로 보는 결혼생활과 이혼 36 Jace.WoM 19/08/22 7111 38
9340 일상/생각큰 이모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13 Jace.WoM 19/06/23 6286 38
9097 일상/생각임신 중단에 대한 사견 6 Picard 19/04/18 4686 38
6713 사회온라인 공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상) 82 호라타래 17/12/06 8069 38
14580 사회의대 증원과 사회보험, 지대에 대하여...(펌) 42 cummings 24/04/04 6243 37
14055 정치그냥 오늘 커뮤보면서 했던 생각 37 매뉴물있뉴 23/07/21 4194 37
12925 일상/생각나도 괜찮은 사람이고, 너도 괜찮은 사람이야. 4 아재 22/06/17 4030 37
11303 일상/생각열아홉, 그리고 스물셋 14 우리온 21/01/01 4034 37
11129 일상/생각아빠의 쉼 총량제 22 Cascade 20/11/13 3736 37
10706 일상/생각자격은 없다. 94 절름발이이리 20/06/22 8550 37
10404 의료/건강자존감은 꼭 높아야 하나요? 38 호라타래 20/03/20 7725 37
9609 기타[옷나눔] 여자 직장인 옷 나눔입니다 56 다람쥐 19/09/01 5704 3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