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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7 14:35:58수정됨
Name   호라타래
Subject   섹슈얼리티 시리즈 (9) - 성추행, 젠더 표현, 그리고 권력 (1)
Uggen, C., & Blackstone, A. (2004). Sexual Harassment as a Gendered Expression of Power.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69, 64–92.

- 16년 전 연구라 엄청 오래된 연구이기는 한데요. 관련 논문 이것저것 훓어봤는데 이만한 걸 못 찾아서 이걸로 공유해봅니다.
- 질방이야 쑥쑥 기술하면 되는데, 양방은 어느 정도까지 기술해야 하나 고민이네요. 통계표만 공유해도 이해하시는 분들은 원문을 읽는 게 더 효율적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 설명하자니 너무 혓바닥이 길어지고... 최대한 읽기 편하게 적어보겠슴당
- sexual harassment를 성희롱/추행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아래 기술하는 설문 내용을 보면 무엇을 포함하는지 더 이해가 분명히 질 거예요.

들어가며

이전까지 섹슈얼리티를 다루면서 성추행이나 성매매 같은 이슈는 일부러 안 다루었었어요. 투기장 열리기 십상이기도 하고, 섹슈얼리티에 연관된 부정적인 감정을 좀 거두어내고 진지하게 얘기해보자는 게 연재 목표였거든요. 하지만 박원순 시장 건도 있고, 아예 안 다루고 넘어가는 것도 균형이 안 맞겠다 싶네요.

성희롱/추행(sexual harassment)을 둘러싼 이론은 캐서린 맥케넌이 쓴 Sexual Harassment of Working Women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는 성희롱/추행이 미국 사회에 팽배하지만 비가시화 되어 있다고 주장했지요. 그리고 성희롱/추행은 권력을 지닌 성인 남성이 권력없는(powerless) 여성을 대상으로 저지른다고도요.

이러한 주장은 금새 반론을 받았어요. 성인, 청소년 남성들도 성희롱/추행의 목표가 되었거든요. 몇몇 사람들은 맥케넌이 남성의 권력과 약탈(predatoriness)을 근거 없이 상정하고 주장한다고 비판했지요.

저자들은 이러한 논쟁을 경험적으로 검증하고자 해요. 젠더사회학(남성 -> 여성 폭력이 다양한 성추행을 설명할 수 있는가), 법사회학(어떻게 한 개인이 특정 경험을 성희롱/추행으로 정의하게 되는가), 생애경로연구(생애 경로에 따라 한 개인이 성희롱/추행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달라지는가) 등등을 탐색하고자 했고요.

성희롱/추행이 복잡한 행동들의 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잠재집단분석(latent class analysis)를 쓰고, 로지스틱 분석도 활용합니다.

성희롱/추행을 법적, 사회학적으로 논의하기

성희롱/추행 정의

미국의 성희롱/추행 법은 앞서 언급한 맥케넌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어요. 1986년의 Meritor v. Vinson 이후 미국 연방대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추행이 '불편한 성적 접근 혹은 다양한 언어적/신체적 행위가 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직장 분위기를 조성할 때' 일어난다고 보았어요. (the U.S. Supreme Court has recognized hostile work environment sexual harassment, which occurs when unwelcome sexual advances or a wide range of verbal or physical sexual conduct unreasonably interferes with a person’s job or create an intimidating or offensive work atmosphere). 여기에는 극심하거나 팽배하거나(severe or pervasive)라는 법적 기준이 적용되는데, 이는 성희롱/추행은 극심한 한 가지 사례 뿐만 아니라 덜 극심하지만 지속되는 행동 패턴으로도 인정 가능하다는 거지요.

근데 무엇을 성희롱/추행으로 인식하느냐는 법의식의 문제기이도 해요. 법의식(legal consciousness)는 법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걸 이끄는 문화적 틀이거든요. 근데 성희롱/추행의 인식은 사회집단 별로 다르기 때문에 민감한 의제여요. 성희롱/추행을 결정할 때 누구의 인식이 중점이 되어야 하는걸까요?

1993년 Harris v. Forklift Systems, Inc.에서 연방대법원은 객관적/주관적 기준을 모두 적용했대요. '합리적인 사람'이 문제라 느끼는 구체적이고 '객관적' 행위와 상대가 느끼는 '주관적' 경험 인식이 모두 중요하다고요. 몇몇 하급 법원은 성희롱/추행 인식이 젠더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받아들여 '합리적인 여성'이라는 기준을 활용하기도 했지요. (Ellison v. Brady, 924 F.2d 872)

사회과학적 정의를 살펴볼게요. 논문이 쓰인 당시까지도 사람들이 성희롱/추행을 명확하게 잡아낼 만한 기준이나 개념은 확립되지 않았어요. 맥케넌은 '권력이 불균등한 관계 맥락 속에서 원하지 않은 성적 요구가 부여되는 것(the unwanted imposition of sexual requirements in the context of a relationship of unequal power)'이라 정의했어요. 학자들에 따라 성희롱/추행과 '원하지 않는 성적 관심'을 분리하기도 하고, 성희롱/추행을 '반복적이고, 불편하고, 본질적으로 강제적'인 행위라 더 광범위하게 정의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한 개인의 성희롱/추행 인식을 광범위한 구조적 관계나, 문화 체계와 연결하여 바라보고자 해요. 예를 들자면, Quinn(2002)는 성별에 따른 성희롱/추행 인식의 차이가 '여성의 불가해성이나 우회성, 남성의 성적 공격자 역할에 관련된 규범적 사고'를 수용하는 것과 연관된다고 주장했지요. 별개로 직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합의적 형태의 섹슈얼리티를 성희롱/추행에서 분리하고자 하는 연구들도 있어요.

연구자들은 대개 성희롱/추행의 정의를 '원하지 않았거나 불편하고, 본질적으로 성적이고,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구체적인 행위들이라 정의해요. 하지만 몇몇 학자들은 이 현상이 다양하고 상호 연관된 행위들의 집합이나, 사건이라기 보다는 과정으로 정의해야 더 적절하게 개념화 된다고 주장하지요. 어떤 행위가 성희롱/추행을 구성하는가, 젠더가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객관성'과 '주관성' 중 무엇이 더 적합한가 등등 논쟁이 되는 지점은 더 있고요.

페미니스트적 시각과 맥케넌의 성희롱/추행 모델

페미니스트 이론은 성희롱/추행이 지배적이고 규범적 형태의 남성성에 의해 유지되는 젠더 시스템의 산물이라 바라봐요. 특히, Connell(1987; 1992; 2002)은 젠더 기반의 불평등이나 차별이, 광범위한 젠더 시스템 내에서 차별적으로 젠더화 된 주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통해 협상되고 유지된다고 주장했어요. Connell의 구성주의 이론은 헤게모닉 남성성(hegemonic masculinity)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어요. 말하자면 성인 이성애 남성성이 다른 모든 형태의 여성성과 대안적 남성성의 우위에 서 있다는 주장이에요. 이런 이론적 변화는 지난 연재 글에서 언뜻 언급했던 주디스 버틀러의 수행성 관점 등과도 연결되요. 젠더는 수행적이고, 관계적이고,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거지요.

맥케넌은 젠더와 섹슈얼리티가 권력 및 지배 체계와 비슷하다고 인식했어요. 성인 남성이 성적인 권력을 행사해서 여성을 향한 지배를 주장하고 유지한다고요. 따라서 맥케넌은 성적 행위들이 일탈적이나 순응적이냐 하는 문화적 정의를 개인적 수준과 사회적 수준의 사회화 속에 위치 지었어요. 이 문화적 정의를 또한 성적 영역 위에 존재하는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영역으로부터 파생된 권력의 행사라는 관점 속에 놓기도 했고요.

이래저래 위에서 복잡하게 얘기하기는 했지만, 남성성이 규범적으로 구성되었다는 이야기는 이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힘을 잃는다는 뜻이기도 해요. 여성들처럼 생물학적으로 그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도, 남성이지만 규범적인 이성애 남성성을 따르지 않는 경우에도요.

요런 흐름들을 따라가보면 남성과 여성이 성희롱/추행을 다르게 경험하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뚜렷해저요. 이는 젠더 불평등 때문이기도 하고, 문화적으로 규정된 섹슈얼리티 표현 때문이기도 해요. 여성이 성희롱/추행이라 간주되는 행위들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여성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신들의 신체적 안전을 신경쓰고 섹슈얼리티를 보호하도록 교육받아 왔기 때문이래요 (Burt and Estep, 1981). 성폭력의 대상이 여성이 절대적으로 더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요.  반대로 남성들은 자신들이 성희롱/추행의 대상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잘 안 해요. 하지만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고, 자신들은 대상이 될리가 없다 생각하는 남성들의 인식은 이들이 성희롱/추행 피해 경험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또 영향을 주지요.

맥케넌이 대부분의 성희롱/추행 대상자가 여성이라 주장하기는 했지만, 관련된 경험적인 연구는 거의 없었어요. 관련 연구들이 직장 내 성인 여성들이 성희롱/추행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주지만, 많은 연구들이 성희롱/추행의 대상이 되는 남성들 또한 상대적으로 적지만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는 점을 보여줬거든요. 2003년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보고서는 성희롱/추행을 보고한 남성이 15%이며, 10년 전에 비해 그 수가 배로 증가했다고 해요.

나이는 권력과 젠더 관계에 긴밀히 연관되어 있지만 직장 내 성희롱/추행 연구에서 간과되었던 요소여요. 몇몇 학자들은 나이라는 요소를 간과하고 젠더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는 주장들이 여성이 성인으로서 지니는 자율성과 역량을 무시한다고 지적했어요. 여성과 아이들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보는 관점은 가부장제의 반영이라는 지적이지요.

나이가 중요한 이유는 직장 내 권력 관계와 밀접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어린 노동자들은 취약할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대상이기도 하지요. 청소년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곳은 레스토랑 등 서비스 업인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일터는 성적인 농담이나 플러팅에 허용적이고 이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패스트푸드점에서의 상호작용 연구는 (Reiter, 1991) 성인 노동자와 비교할 때 청소년 노동자들 사이에서 서로 간 플러팅이나, 집적거림이 더 빈번하다고 보고해요. 청소년의 사회화 경로에는 일터에서의 경험을 통한 사회화도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예전에 올렸던 성매매 청소녀의 사회화 논문을 참고해보셔도 좋아요), 일터에서 어떠한 상호작용이 허용 가능하고, 허용 가능하지 않는지 배우는 과정이 성희롱/추행 인식과 연관된다는 걸 짐작할 수 있겠지요.

연구 모형과 가설

연구 모형 설명은 생략할게요. 가설은 아래 6개 입니다. 가설만 보고 으잉? 싶은 건 연구 방법까지 보면 좀 더 이해가 되요.

1) 성희롱/추행 경험을 이루는 행위를 경험하는 건 여성이 더 많다.
2) 성희롱/추행 경험을 이루는 여러 행위들이 어떻게 구조화 되는가는 나이/성별 집단에 따라 다르다. 이를테면, 성인 여성과 청소년 남성이 경험하는 성희롱/추행의 형태는 다르다.
3)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자신들이 성희롱/추행을 경험했다고 더 많이 인지한다 (주관적 자기 평가).
4) '주관적인' 성희롱/추행 인식과 개인이 경험한 성희롱/추행을 이루는 행위 간 상관관계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다.
[3, 4는 여성이 성희롱/추행을 둘러싼 법적 인식이 더 뚜렷하며, 여성들이 자신이 경험한 행위를 성희롱/추행이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에 기반]

5) 청소년기와 성인기 사이 성희롱/추행 경험 간 상관관계는 여성이 남성보다 낮다
[가설 5는 성인 여성 모두가 성희롱/추행의 잠재적인 대상이 되리라는 이론적 예측에 기반]

6a) 일터에서 더 적은 권력을 지니는 남성/여성은 권력을 지닌 남성/여성에 비해 성희롱/추행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6b) 평등주의적 젠더 관념을 더 많이 지닌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성희롱/추행을 인식할 가능성이 더 좋다.
[가설 6은 성희롱/추행이 직장 내 권력의 문제이며, 평등주의적 젠더 관념은 헤게모닉 남성성에서 벗어나는 일탈이기에 권력을 상실하리라는 예측에 기반]

데이터, 측정, 분석 전략


연구는 서베이 자료에 기반한 양적 분석과, 인터뷰를 통한 질적 분석을 병행했어요. 저자들이 명시하지는 않지만 혼합연구방법 중 양방 중심 + 질방 보조 식으로 질적연구결과를 양적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데 활용했다 볼 수 있지요.

저자들은 Youth Development Study라는 종단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을 실시했어요. 1988년 9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패널 자료이고, 99년에 25-26살에 도달한 11번째 웨이브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1,010명 중 742명의 자료를 썼구요. 패널 참여자들에게 따로 연락을 해서 동의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실시했습니다.

방법론적 설명도 풍부한데 그걸 여기서 다 설명할 수는 없으니... 일단 탄탄하다는 것만 짚고, 아래 분석 내용을 보면서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편하게 질문주셔도 될 듯해요. 어지간한 의문에는 다 설명이 되어 있거든요.

위의 연구 가설에서 계속해서 [성희롱/추행 경험을 이루는 행위]라는 용어를 쓰면서 난해하게 표현했지요? 그 까닭은 문항 하나로 성희롱/추행 경험을 포착한 것이 아니라, 직장 내에서 경험 가능한 여러 행위들을 물어보고 그 집합을 바탕으로 성희롱/추행을 포착하고자 해서여요.

저자들이 뽑은, [성희롱/추행 경험을 이루는 행위]

1. 당신을 향한 공격적인 농담, 발언, 가십을 경험했나요? Offensive jokes, remarks, or gossip directed at you?
2. 사적인 삶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을 경험했나요? Direct questioning about your private life?
3. 사적인 공간에 대한 칩입이나 응시를 경험했나요? Staring or invasion of your personal space?
4. 원치않게 신체를 만져진 경험이 있나요? Unwanted touching?
5. 공격적이라 느낀 사진, 포스터, 혹은 다른 물체가 있었나요? Pictures, posters, or other materials you found offensive?
6. 상사, 감독자 동료에게 신체적으로 공격당한 적이 있나요? Physical assault by a co-worker, boss, or supervisor?

이상의 6가지여요. 각각에 대해서 고등학교 시절의 경험을 회상(회고적 기억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다른 연구 결과를 통해 그 신뢰성을 방어)하도록 요청하고, 고등학교 이후의 경험을 또 기술하도록 요청한 후, 마지막으로는 시기를 불문하고 위 6가지 중 하나를 성희롱/추행으로 인지한 경험이 있는지 물어봤어요.

문장을 보시면 알겠지만 3, 4는 성희롱/추행이라는 느낌이 뚜렷하지만 1, 2, 5, 6은 좀 모호하잖아요? 성희롱/추행 말고 다른 경험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더 높고요. 그래서 저자들은 3, 4를 주요 지표(core indicators)로 삼았어요. 관련 설명은 본문에서 추가로!

결과 중 일부

성희롱/추행 경험 빈도 PREVALENCE OF SEXUAL HARASSMENT

고등학교 기간 동안, 공격적인 농담을 경험한 건 남성이 [유의하게] 더 많았고(남: 31% / 여: 22%, p < .01), 개인 공간 칩입(남: 10% / 여 15%, p < .01)이나 원치않게 신체를 만져진 건(남: 3% / 여 7%,  p < .05)  여성이 더 많았어요. 개인공간 칩입 + 원치 않는 신체 만져짐은 성희롱/추행을 설명할 수 있는 주요 지표이지요. 위 경험 모두를 성희롱/추행으로 환원하는 건 불가능할지라도, 적어도 남성과 여성이 고등학교 시절 경험하는 구조가 다르다는 건 근거를 가지고 주장할 수 있겠쥬

성인으로 가면 양상이 달라져요. 공격적인 농담 경험에서 성별 차이가 표본에서는 보이지만 (남 37% / 여 35%) 전체로 일반화 되지 못해요. 하지만 개인공간 칩입 (남: 17% / 여 29%, p <.01)과 원치않게 신체를 만져지는 건 (남: 5% / 여 13%, p < .01)에서 성차는 여전히 유의하게 남아있어요.  

그럼 종합적으로 시기를 불문하고 6가지 경험 중 최소한 하나를 성추행으로 인지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어떨까요? 예상하듯이 여성 33%, 남성 14%로 유의하게 (p <.01) 여성이 더 높아요. 위에 언급했던 핵심지표(개인공간 칩입 + 원치 않은 신체 접촉)은 고등학교 시절에는 남 11% / 여 17%, 고등학교 이후에는 남 18% / 여 32%로 변화했고, 성차의 일반화 가능성도 그대로 지지되었어요.

가설 1 (성희롱/추행 경험을 이루는 행위를 경험하는 건 여성이 더 많다)가 부분적으로 지지되었어요. 또한 가설 3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자신들이 성희롱/추행을 경험했다고 더 많이 인지한다)도 부분적으로 지지되었고요.

[* 여기서 유의하다는 건 700명 남짓한 샘플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미국 남성/여성으로 일반화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부적인 수치가 전체 집단으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남자가 더 많다/여자가 더 많다라는 건 주장 가능해요. 세부적인 차이가 그대로 전체 집단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한 게 아니라는 건 꼭 이해해주셔야 해요.]

공통적인 경험의 구조 A COMMON SEXUAL HARASSMENT SYNDROME OR CONSTRUCT

두 번째 가설은 성별/연령에 따라서 성희롱/추행을 이루는 경험의 구조가 다르리라는 거였어요. 위 문항 응답을 성희롱/추행의 경험으로 등치시킬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위 문항을 통해서 잡아낼 수 있는 성희롱/추행의 경험이 있어요.

근데 위 설문에서 응답한 내용을 가지고 우리는 군집을 나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패턴 1은 사적인 삶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빈번하게, 상사의 신체적 폭력은 덜 경험하고
패턴 2는 사적인 삶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덜, 상사의 신체적 폭력은 더 경험할 수 있는 거지요.

저자들이 자료를 쉐키쉐킷해서 (최대우도비 잠재집단분석, 성별/연령 2X2 집단 모두 2 class 모델을 지지함) 내놓은 결과는 성별, 연령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집단에서 2개 군집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거예요.



출처: 본문 p.75, 1) Low SH는 성희롱/추행 저경험군 low sexual harrassment , High SH는 성희롱/추행 고경험군 high sexual harassment의 줄임말, 2) Offensive jokes about you부터 Physical assault까지 6가지 단어는 위에 설명한 '성희롱/추행을 이루는 경험'과 일치

위의 수치를 보면 남녀노소를 불분하고 2개 집단으로 나누었지만 Low SH와 High SH를 이루는 구조가 다르다는 걸 아실 수 있어요. 각각의 경험(ex: Unwanted touching) 옆에 달린 확률은 이렇게 해석해주시면 되요. [성희롱/추행 고경험군으로 분류된 107명의 청소년 여성들의 경우 (전체 청소년 여성의 25%) 개인공간 칩입(Invasion of personal space)을 경험했을 확률이 50%이다]

여성 고경험군의 경우 청소년기에는 25% (107명/422명)이었지만 성인기에는 31% (131명/417명)으로 증가해요. 여성 고위험군의 경험을 이루는 구조는 청소년/성인을 불문하고 주로 공격적인 농담, 사적 영역 질문, 개인공간 칩입 3개에 집중되어 있지요. 주목할 만한 점은 성인기로 진입하면 주요 지표로 분류했던 개인공간 칩입 + 원치 않는 접촉의 비중이 커진다는 거예요. 개인공간 칩입은 50% -> 75%로, 원치 않는 접촉은 20% -> 35%로 증가해요. 이 경험들은 성희롱/추행과의 연관이 더 깊은 경험이기에, 성희롱/추행이라는 관점에서 심각성이 커진다고 해석할 수 있어요.

남성을 볼까요? 고경험군의 경우 청소년기에는 23%(71명/313명), 성인기에는 31% (97명/306명)으로 나타나요. 경험의 구조가 주로 공격적인 농담, 사적 영역 질문, 개인공간 칩입에 집중되는 것도 여성들과 패턴이 비슷하죠. 그런데 남성 청소년 고경험군과 남성 성인 고경험군을 비교하면 핵심 지표(개인공간 칩입+원치 않는 접촉)의 비중이 더 커지지는 않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저경험군을 보면 남녀 불문하고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진입하면서 6가지 영역 대부분에서 관련 경험의 확률이 증가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저경험군 경험에서 그나마 두드러지는 건 공격적인 농담과 원치 않는 사적 영역 질문이에요. 이 경험들은 직접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추행을 법적으로 주장할 강력한 근거라 보기는 힘들지만, 직장 내 분위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경우에는 (“plethora of offensive incidents”  in Hall v. Gus Construction, 842 F.2d 1015) 종종 성희롱/추행을 구성하기도 하지요. 인터뷰 결과는 이러한 포인트를 뒷받침해요.

고등학교 시절과 그 이후 웨이트리스로 일했던 팜은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그 때는 용인 가능한 것들이었어요. 사람들은 자기가 말하고 싶은대로 말했어요... 저는 남성 지배인과 일했고, 그는 좀 나이가 있었지요. 저는 수많은 질문을 받았어요. 그 지배인은 많은 질문을 했지요. 돌이켜보면 그건 적절한 내용들은 아니었어요 (It was just kind of accepted. There, people felt free to pretty much say whatever they wanted... I worked with a host, a male host, who was a little bit older and I got a lot of questions, he would ask me a lot of questions. And looking back at it, it wasn’t appropriate)"

인명구조요원으로 일한 백인 중산층 여성 리지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어요.

"진짜 정말로 수많은... 모든 것에 대해서 성적인 대화들이 있었어요. 근데 모두가 이 대화를 즐겼고, 여기에 대해 농담을 했죠. 전 누군가 공격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이게 공격적으로 될 수는 있었지만요 There was tons of, lots of, lots of sexual talk throughout everything. But everybody enjoyed it and joked about it. I don’t think anybody was offended, although it probably could have been offensive"

팜도 리지도 이 경험들이 그 당시에 성희롱이나 추행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may be problematic)고 얘기했어요. 청소년 노동이 성인 노동자로서의 역할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팜이나 리지가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아나가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일터에서의 행위들을 구분하는 보다 미묘한 감각을 발전시켰다 할 수 있지요.

남성들은 이런 공격적인 농담을 성희롱/추행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남성 간 유대나 "남성성을 행하는" 걸로 해석한다는 점은 중요해요 (Connell 1995; Quinn 2002). 근데 인터뷰 결과나 잠재집단분석 결과는 모든 남성들이 이런 농담을 즐기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줘요.

릭은 고경험군으로 분류되는 인쇄업소에서 일하는 남성이에요. 릭은 동료들이 일상적으로 나누는 농담들이 불쾌하다고 얘기했어요. "끔찍한 농담들이 많아요. 게이 조크, 섹스 조크. There were lots of really awful jokes—gay jokes, sex jokes.” 릭이 불편하다고 말했지만 동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릭은 더 이상 얘기하기를 포기하고 헤드폰을 쓰고 동료들의 대화를 듣지 않기 시작했어요.

백인 남성인 제리는 공격적인 농담, 거슬리는 질문, 개인 공간 칩입을 경험했다고는 했지만, 이 모두를 성희롱/추행이라고 응답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인터뷰를 해보니 이런 얘기를 했어요. 교정 시설에서 일할 때 남자 동료가 자기 엉덩이를 잡았던 경험이 있다고요.

"그는 내 엉덩이를 잡었어요. 마치, 아니 마치, 어... 마치 잡듯이... 그리고 저는... 충격을 먹었어요. 저는 '야, 너... 너... 너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 첫째는 직장이잖아. 둘째로는... 넌 나를 모르잖아. 넌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잖아. 넌... 넌 그러면 안 돼. 음... 진짜 충격을 먹었어요. 그리고 제 친구들은... [He] grabbed my butt. Like, not like a—like grabbed my—And I—... I freaked. I’m like, “You don’t—you know, you don’t do that.” You just don’t [do] that. One, we’re at, this is the workplace. And two, you don’t, you don’t know me. You don’t know anything about me. You don’t... You don’t do that. Well, I freaked out. And, you know, and like, my friends, like, God they were on me..."

제리든 릭이든 자신의 경험이 남성 간 유대라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대신에 제리의 남성성은 주변 동료들 사이에서 의문에 부쳐지기 시작했지요. 다른 직장 동료는 제리를 보고 노래 부르듯이 "걔가 너 좋아하네! He likes you!"하고 놀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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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기 전에 적절하게 끊어보겠습니다. 남자가 가해자네, 여자가 피해자네 이런 논문 아니니까 댓글로 싸우시면 안 되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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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인용한 논문은

Burt, Martha R. and Rhoda E. Estep. 1981. “Apprehension and Fear: Learning a Sense of Sexual Vulnerability.” Sex Roles 7:511–22.
Connell, R.W. 1987. Gender and Power: Society, the Person, and Sexual Politics. Stanford: Stanford University Press.
———. 1992. “A Very Straight Gay: Masculinity, Homosexual Experience, and the Dynamics of Gender.”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57:735–51.
———. 1995. Masculinities.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 2002. Gender. Cambridge: Polity Press.
Quinn, Beth A. 2002. “Sexual Harassment and Masculinity: The Power and Meaning of ‘Girl Watching.’” Gender & Society 16:386–402.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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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5 일상/생각청춘을 주제로 한 중고생들의 창작 안무 뮤비를 촬영했습니다. 2 메존일각 24/12/24 404 6
15154 문화/예술한국-민족-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소고 meson 24/12/24 302 2
15152 정치이재명이 할 수 있을까요? 72 제그리드 24/12/23 1611 0
15151 도서/문학24년도 새로 본 만화책 모음 6 kaestro 24/12/23 371 5
15150 게임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1 손금불산입 24/12/23 285 5
15149 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7 당근매니아 24/12/23 615 11
15148 정치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에 빠졌다? 8 토비 24/12/23 839 9
15147 정치전농에 트랙터 빌려줘본 썰푼다.txt 11 매뉴물있뉴 24/12/22 1076 3
15146 의료/건강일종의? 의료사기당해서 올려요 22 블리츠 24/12/21 988 0
15145 정치떡상중인 이재명 56 매뉴물있뉴 24/12/21 1856 15
15144 일상/생각떠나기전에 생각했던 것들-2 셀레네 24/12/19 575 9
15142 일상/생각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7 큐리스 24/12/19 508 2
15140 정치이재명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고 차악인듯한데 43 매뉴물있뉴 24/12/19 1855 7
15139 정치야생의 코모도 랩틸리언이 나타났다! 호미밭의파스꾼 24/12/19 383 4
15138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양키스행 김치찌개 24/12/19 137 0
15137 정치천공선생님 꿀팁 강좌 - AI로 자막 따옴 28 매뉴물있뉴 24/12/18 748 1
15135 일상/생각생존신고입니다. 9 The xian 24/12/18 616 31
15134 일상/생각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5 Picard 24/12/18 444 7
15133 도서/문학소설 읽기의 체험 -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중심으로 1 yanaros 24/12/18 304 4
15132 정치역사는 반복되나 봅니다. 22 제그리드 24/12/18 759 2
15131 여행[2024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0. 준비 7 Omnic 24/12/17 369 7
15130 정치비논리적 일침 문화 7 명동의밤 24/12/16 878 7
15129 일상/생각마사지의 힘은 대단하네요 8 큐리스 24/12/16 798 7
15128 오프모임내란 수괴가 만든 오프모임(2) 50 삼유인생 24/12/14 188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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