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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22 00:09:21
Name   Caprice
Subject   그 바다를 함께 보고 싶었어
장르는 창작이지만 에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픽션과 논픽션이 합쳐진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배의 원고청탁을 받아 쓴 글인데 발간이 되었다고 하기에 공유해봅니다.
워낙 짧고, 가벼운 글이라 마음에 드실지 어떨지.

(발간된 책은 비매품이므로 찾아보셔도 소용이 없습니다 여러 회원님들은 구하실 수 없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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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가끔은 생각나는 곳이면서, 때로는 무서운 곳이었고,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자리였다. 나는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담갔다. 철없던 시절처럼 온 몸을 다 적시도록 바다에 깊이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그런 나를 돌봐 줄 사람도 함께 하고 있지 않았기에 가까스로 그 충동을 참아 내었다. 8월의 햇살은 나를 힐난하듯이 쫓아와 나의 피부를 그가 지닌 날카로운 창으로 찔러 대고,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은 더 이상 들어오지 말라는 듯 나를 바다에서 밀어내었다. 등 뒤에는 낯선 열대수들이 나와 같은 모습으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그 흔들림 속에서 많은 연인들은 서로를 꼭 붙잡고 그 힘으로 땅 위에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다. 누구도 내 곁에 그렇게 해주지 않았기에 나는 파도에 휩쓸리는 힘과 바람이 밀어내는 힘의 균형으로 겨우 무너지지 않고 떠 있는 것만 같았다. 여름이었다.

여름은 늘 나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어릴 때부터 땀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선풍기 바람은 미지근해서 싫고 에어컨은 몸이 너무 차가워져서 싫은 까다로운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나와 달리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여름을 제일 좋아하고 겨울은 싫다고 말했었고, 쨍한 햇살 아래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첫 데이트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늦은 봄의 피크닉이 되었고, 나도 그 사람도 함께 보낼 여름의 피크닉이나 여행을 몹시도 기대했었다. 하지만 기나긴 장마철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우리는 헤어졌고 홀로 긴 여름을 견뎌내야만 하는 처지가 된 나는 이내 참을성을 잃어갔다.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적은 사람이라는 것이 뻔한 내가 험한 세상을 버티는 방법은 몇 가지 되지 않았고, 그 중에는 평소에는 약간의 거리를 두면서 친절함과 상냥함으로 대하던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기대는 방법과 모든 일을 내려놓고 모두에게서 멀어져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갖는 방법이 주로 즐겨 찾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는 첫 번째 방법을 사용하려면 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선뜻 그 방법을 선택하지 못한 나는 도피처로서 다시 바다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바다는 질리도록 새파란 하늘 아래서 잔잔한 물결을 드리우고 나의 마음을 받아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가 저무는 애월 한담해변에서의 그날 오후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고 내게 말하는 듯한 시간이었다. 나를 떠나간 사람이 아무리 미워도, 또 그리워도 그 바다 앞에서 해가 저무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면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마치 그 노을을 뒤로 하고 돌아서면 이제 그 만남과 이별이 있었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리고 그저 아련한 느낌만이 남아있을 것만 같은, 아득한 시간과 어딘지 모르게 현실감에서 유리되어 있는 공간이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기분에 젖어 모든 걸 그만두고 이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해볼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렇지만 그 기분이 착각일 뿐이라는 것을, 돌아가야 할 곳이 있고 시간은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마냥 그 낙조를 바라보며 머물러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떤 만화에서는 주인공만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반복되는 안정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현실에 발을 디딘 우리는 누구든지 시간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주인공만 발휘할 수 있는 그 놀라운 힘을 누구나 발휘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에 나는 계속되는 인생에 비교하면 아주 잠시만 그 여운을 느끼고 다시 걸음을 떼어야 했다.



6
  • 바다는 X차넷의 메타포?!
  • 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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