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1/07 17:35:29
Name   right
Subject   지금 이대로도 완전할까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말, 우리 사회에는 참 어울리지 않는 말 같습니다. 지금 이 상태는 문제가 있어보일때가 많습니다. 고시생들은 시험을 붙어야만 하고, 솔로들은 연애를 해야만 하고, 질병이 있으면 나아야만 한다고 생각하죠.

저의 삶을 돌이켜 보면 저는 항상 변해야 하고, 나아져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엄마는 남자인 저에게 외향적인 사람이 될것을 강조했습니다. 남자는 씩씩하고, 재밌어야하고, 강해야 된다고 했죠. 그래서 저 스스로 남자다운 사람이 되려고 했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에 대한 동경도 있었죠. 하지만 타고난 성격이 조용해서 쉽게 바뀌지 않았고, 대학에 입학하고도 한참 후에야 이런 제 성격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습관은 변하지 않더라구요. 좋은 대학에 가야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야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야하고, 연애도 해야하고, 키도 커야하고. 이 중 많은 것들은 이뤄내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는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좋아' 이런말을 가족들에게 들어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항상 '~해야지, 이렇게 했어야지' 와 같은 말이었죠. 이런 말을 들으면 열심히 살것 같지만 오히려 회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눈앞의 현실을 바라보기 싫어서 유튜브나 게임같은 것에 중독되기도 하고요.

이런 압박감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해준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이라는 책이었습니다. 거기에 이런 문구가 있어요. '죽음을 앞둔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더이상 그를 이뤄낸 성과, 학벌, 소득 등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가 생전에 잘못한 것들, 잘한 것들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고, 그 사람 자체만 보게 됩니다' 라는 내용이 있어요. 이 말은 죽음이라는 필연 앞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중요시하는 것들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거죠. 그냥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가 있을 뿐입니다.

이걸 읽고나니 제가 해야만한다고 생각하던게 좀 줄어들더라구요. 대신 뭘 하고싶은지에 더 신경을 썼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남 눈치보지 않고 했습니다. 보드게임, 스케이트, 각종 동호회 등등... 진로도 바꿨구요.  

지금의 나는 완전한가, 라고 물으면 사실 잘 모르겠어요. 막연한 생각으로는 완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원하는게 좌절되면 여전히 화나고 불안하네요. 제 인생에는 아직 배울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완전함을 충분히 느끼고 지내시는지요.



8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229 1
    15926 일상/생각나를 위한 앱을 만들다가 자기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큐리스 25/12/25 387 6
    15925 일상/생각환율, 부채, 물가가 만든 통화정책의 딜레마 9 다마고 25/12/24 555 11
    15924 창작또 다른 2025년 (14) 2 트린 25/12/24 141 1
    15923 사회연차유급휴가의 행사와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에 관한 판례 소개 3 dolmusa 25/12/24 472 9
    15922 일상/생각한립토이스의 '완업(完業)'을 보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1 퍼그 25/12/24 566 15
    15921 일상/생각아들한테 칭찬? 받았네요 ㅋㅋㅋ 3 큐리스 25/12/23 500 5
    15920 스포츠[MLB] 송성문 계약 4년 15M 김치찌개 25/12/23 206 1
    15919 스포츠[MLB] 무라카미 무네타카 2년 34M 화이트삭스행 김치찌개 25/12/23 129 0
    15918 창작또 다른 2025년 (13) 1 트린 25/12/22 178 2
    15917 일상/생각친없찐 4 흑마법사 25/12/22 591 1
    15916 게임리뷰] 101시간 박아서 끝낸 ‘어크 섀도우즈’ (Switch 2) 2 mathematicgirl 25/12/21 316 2
    15915 일상/생각(삼국지 전략판을 통하여 배운)리더의 자세 5 에메트셀크 25/12/21 424 8
    15914 창작또 다른 2025년 (12) 트린 25/12/20 221 4
    15913 정치2026년 트럼프 행정부 정치 일정과 미중갈등 전개 양상(3) 2 K-이안 브레머 25/12/20 340 6
    15912 게임스타1) 말하라 그대가 본 것이 무엇인가를 10 알료사 25/12/20 570 12
    15911 일상/생각만족하며 살자 또 다짐해본다. 4 whenyouinRome... 25/12/19 571 26
    15910 일상/생각8년 만난 사람과 이별하고 왔습니다. 17 런린이 25/12/19 911 21
    15909 정치 2026년 트럼프 행정부 정치 일정과 미중갈등 전개 양상(2)-하 4 K-이안 브레머 25/12/19 455 6
    15908 창작또 다른 2025년 (11) 2 트린 25/12/18 252 1
    15907 일상/생각페미니즘은 강한 이론이 될 수 있는가 6 알료사 25/12/18 644 7
    15906 기타요즘 보고 있는 예능(19) 김치찌개 25/12/18 371 0
    15905 일상/생각무좀연고에 관한 신기한 사실 5 홍마덕선생 25/12/18 591 3
    15904 일상/생각조금은 특별한, 그리고 더 반짝일 한아이의 1학년 생존기 10 쉬군 25/12/18 500 32
    15903 IT/컴퓨터잠자고 있는 구형 폰을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활용하기 9 Beemo 25/12/17 719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