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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04/27 14:50:54수정됨 |
Name | 매뉴물있뉴 |
Subject | 1 군대에 오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 |
2-30대 남자들은 그 윗세대와는 많이 다릅니다. 가장 큰 특징은, 그들은 군대를 다녀온 군필자가 된 뒤에도 현행 징병 체계의 불합리함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고 그것은 제대한지 8년이 넘은 30대 중반 아재인 저도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는, 제가 군대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쓰려고 합니다. 객관적인 사실 - 지난 10-20년간 신검인원 대비 현역 인원의 비율은 어느정도인가 지금의 인구 절벽 상황이 병역자원에 거대한 걸림돌이 되는건 정확히 몇년도인가 같은 것은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1 군대에 오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 이건 솔직히, 군필자로써의 경험이 큽니다. 저는 11년에 한 포병대대의 본부포대 FDC로 근무했습니다. 제 신원이 밝혀지는건 두렵지 않습니다만 제가 앞으로 언급할 이 병사들의 신원이 밝혀지는건 두렵기에 정확한 부대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가) 저지능 행정병 저보다 3-4개월 가량 선임이었던 박일병은 행정병 보직이었지만 그가 행정병이 된건, 그의 행정병으로써의 기능이 탁월해서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대대의 에이스 부사관이자 본부포대 행정관이었던 김상사님의 눈닿는곳에 항상 두기 위한 선택이었죠. (원보직은 탄약병이었습니다.) 박일병은 여드름이 굉장히 많고, 못생겼고, 발음이 어눌하고, 지능이 낮았습니다. 그게 박일병 잘못은 아니었죠. 하지만 지능이 낮은 사람은 한사람 몫을 해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기 몫을 해내지 못하는 그런 병사를 대할때 20대 초반 젊은 남성들이 가장 쉽게 택하는 방법 중 하나는 기수열외라는 모욕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 생활관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후임들에게 소총을 조준 사격했던 [임병장 2.0]을 만드는 것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박일병을 보고 임병장을 떠올리셨던 김상사님의 지침은 확고했습니다. '박일병의 잘못은 괜히 분대장 소대장에게 보고하지 말고 모두 나 혹은 포대장에게 직접 보고해라, 박일병은 내가 전담해서 혼낸다 [나와 포대장 외에 박일병 터치하면 상병, 병장이 아니라 소위, 중위, 대위라도 죽여버린다]'라는 것이었고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박일병은 결국 22개월을 풀로 관심병사로 복무한뒤 다행히 무사고로 전역했습니다. 김상사님은 수시로 인원들을 모두 박일병 빼고 집합시키시고는 박일병을 이해해줘라, 누가봐도 굉장히 특별한 병사인 것, 납득 가능하지 않으냐, 화내고 구박하지 마라, 자기도 자기가 못난거 안다. 등등등 의 내용을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언급하셨습니다. 그리도 그런 언급이 있었던 날은 '[오늘 행정관님이 저런 교육을 하신 이유는 또 박일병이 ***한 일을 저질러서] 빡친 본부계원중 한명이 행정관을 찾아갔기 때문이다'라는 박일병의 행적이 포대안에 널리 퍼졌고 말입니다. 박일병도 결국은 박병장이 되고 전역도 했으며 그날 행정 계원들 일부는 울었습니다. 박병장에게 정들어서냐고요? 그건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지능이 낮고, 정상인보다는 장애인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7번방의 선물님 이신건 아닙니다. 남에게 무시당한다는 자격지심이 가득하지 않다는 뜻도 아니고요. 수시로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박일병의 지능이 어느 수준이었냐면 예를들어 8+8+7+9를 힘겹게 2분넘게 씨름한 끝에 32를 적지 못하고 34를 적는 수준이었습니다. ...그가 과연 전역하는 시점까지, 받아올림을 명확하게 깨우쳤는지는 모릅니다. 그는 숫자세는 일을 더이상 요구받지 않았고, 다 저희가 대신 해줬으니까요. 나) 아이유급으로 말랐던 저체중 교육계 저희 대대 교육계는 잘생긴 미남형 인물이었습니다. 178 정도 되는 키에 팔다리가 길쭉길쭉하고 날씬했어요. 다만 저체중이었어요. 제가 자대배치 받았을때 이미 상병이었던 그 선임은 '무려 이등병 시절' 군복을 수선해서 줄여입었습니다. 그것도 부소대장님이 동송에 그 선임을 직접 끌고나가서 수선해줬고 애초에 일 잘하는 교육계였기 때문에 평판도 좋았어서 넘어가긴 했습니다. 그 선임의 체중은 솔직히 잘 모릅니다. 저희 부대에 체중계가 개판이었기 때문에 그 체중계로 잰 그 선임의 체중을 신뢰할수는 없습니다. 다만 당시 61-2키로 내외였던 제가 올라가면 70키로가 나왔고 그 선임은 60키로였으니까 실제로는 아마 52-3키로가 아니었을지 추측할 뿐입니다. 본인 말로는 신체검사에서 면제 몸무게에서 100그람 초과해서 입대했다고 했었습니다. 저희가 생활관에서 한번 40키로 FM 군장을 들어보라고 준적이 있었는데 혼자서는 당연히 군장을 들고 일어나지 못했고,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본 뒤에는 다리를 후들후들 떨면서 정확하게 두발자국 걸은뒤, 혼자 힘으로는 앉는것 조차 할수 없다며 당장 자신을 부축하라고, 넘어져서 다치겠다고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렀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다) 정신 문제가 있었던 운전병 결벽증이 있는 운전병이 있었습니다. 이 병사는, 매일매일 샤워를 한시간씩 합니다. 여럿이 같이 샤워를 하다보면, 옆사람에게서 비눗물이 튈수 있잖아요? 그럼 그 비눗물을 자기 비누를 또 써서 또 닦아야 할정도의 결벽증. 이었습니다. 결국 그 병사는 매일 취침시간: 밤 10시에 혼자 샤워실에들어가 혼자 한시간씩 샤워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근무하던 당시의 저희 막사는 아침 식사후 씻는 시간: 아침 7시부터 8시까지 저녁 개인정비도중 씻는시간: 저녁 5시반부터 8시까지 를 제외하면 온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 예산문제죠 강원도 철원에서, 날씨가 ㅈ됬다 싶으면 영하 20도 보다도 밑으로 떨어지는데 그 병사는 항상, 온수도 없는 밤 열시부터 열한시까지 찬물로 샤워를 한시간을 했습니다. 이 병사는 결벽증이 있는 병사라 '날씨가 도저히 너무나 추우니 오늘은 찬물 샤워를 걸러야겠다'는 옵션은 상상할수 없었습니다. 저희 불침번들은 샤워하다말고 죽는거아닌가 싶어서 중간중간에 샤워실 문을 열고 생존여부도 확인했습니다. 어느날은, 불침번들이 당직사관에게 '이미 밤 12시고, 두시간 넘게 씻고 있는데, 밖으로 나오질 않습니다' 라고 보고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당직사관이 왜 그랬냐고 물으면 '이 날씨에 이 찬물로 샤워하다가는 [자기도 정말 죽을것 같아서 씻다가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씻다가 하느라] 그래서 더 오래걸렸다'라고 대답했습니다(......) ex) 정서 불안한 FDC 후임 제 FDC 후임 중에는, 선임이든 간부든 그 병사를 혼내면 2-3시간 넘게 '아무말을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어버리는' 정신적 증세가 심각하게 불안한 병사도 있었습니다. 이 병사는 그래도 중간에 의가사 전역했기에, [그래도 신검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를 어느 정도는 만회한 케이스]라고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맺음 1 저 결벽증 운전병에게, 현역 적합 판정을 내린 병무청의 판단은 옳았던겁니까? 확실한거에요? 2 제 선임 교육계는, 면제기준보다 최소 3-4키로는 체중이 더 늘어난 상태로 입대했는데, 왜 40키로 군장을 들수도 없는 체격인건데요? 현역에 적합하다면서요? 누가봐도 지능이 낮고 정서가 불안해서, 경계근무용 공포탄조차 주지못했던 3 행정계원 박일병은요? .......저희 포대에는 제가 근무하는 동안, 4 한 운전병이, 본인의 백일휴가 복귀 마지막 날, 자기 집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고도 한건 있었습니다. 저희 포대는 총원이 백명이었으니까요 제가 근무하는 동안 만난 포대원들은, 선임 백명, 후임 백명 합쳐 200명이라 하면, 아무리봐도 현역에 부적합했던 인원은 - 제가 판단하기에는 - 최소 4명이었던 것이고, 병무청은, 전체 인원중에 2%나, 실수로 징집해보낸거죠. -제 fdc후임을 빼고 계산한다면 말입니다.- 물론 어디에 정확하게 통계가 있는건 아닙니다. 아무리 봐도 '부적합자를 실수로 군대에 보낸 병무청의 병크비율' 같은 조사결과는 없더라고요. 다만 박일병을 훌륭하게 박병장으로 전역시키셨던 김상사님의 소감은 이랬습니다. 박일병은 우리 부대만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포대에도, 다른 대대에도, 저런 애들은 한두명씩 꼭 있으며 분명히 이전에는 여기까지오기전에 걸러졌었다고 말입니다. ...병무청이, 이런 인원들을 징집해 보내지 않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단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이 사회는 애들이 저렇게 갈려나가는 동안 뭘 하고 앉아있었는지 묻지 않을수는 없어요] 전역한지 10년이 다 되가는데도 전 저 네 사람만 떠오르면, 아직도 화가 많이 나고 지금도 저 사람들처럼 끌려가고있을 부적합자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30대 중반이잖아요? 퍼뜩 생각해보니 저도 저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사회'의 한부분이 되어가는것 같아서 너무 싫었기 때문에 하... 바빠 죽겠는데도 어떻게는 짬이 나면 글이 모이고 또 자료가 조금씩이나마 찾아지더라고요. 다음 글 '2 이 부적합자들이 군대에 끌려온 이유는?'에는 팩트들을 여럿 투척할 생각이라 좀 걸릴것 같습니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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