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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7/08 13:50:59
Name   Picard
Subject   부정청탁방지법(aka 김영란법)
0.
요즘 포항 가짜 수산업자 사기사건때문에 기사가 많이 쏟아지는데요

뉴스 틀어놓으니 어떤 평론가가 '김영란법이 제정되고 최대 사건'이라고 하더군요.
일단 부장검사가 김영란법으로 걸려서 입건되고 수사하다가 몇천대 더 받은게 확인이 되었다고 하니까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엄 모시기 TV조선 앵커도 일단은 100만원 초과하는 선물을 받은걸로 입건이 되었습니다.
일설에는 '요즘 김영란법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이 주는 선물은 받지도 않는다. 이정도 선물을 주고 받을 정도면 상당히 신뢰관계가 쌓인 것' 이라는 말도 있고...
심지어 야권 패널마저 부장검사가 수천만원을 받았다면, 그정도 돈을 건내주기 위해 신뢰관계를 쌓으려고 쓴 술값만 수천만원일것이라는 소리까지 하니... (친무가 아닌가...)

1.
제가 회사에서 하는 업무중에 공공기관이나 심사기관을 상대하는 일이 있습니다.
일단 외국 기관에서 오는 분들은 아직 김영란법이 없으니까... 호텔도 잡아주고, 비행기값도 내주고 관광도 시켜주고 기념품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다 합니다. (꼭 남포동 사는 서장이 아니어도..)
특히나 몇년전부터는 K팝, K드라마 덕분에 이분들이 빨리 끝내고 드라마 촬영지나 명동 쇼핑 가고 싶어해서 저희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죠.
회사에 심사나 감사 오시는 분들 다들 김영란법을 욕합니다.
(아니 그런데 말입니다. 이분들은 저희랑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김영란법이 아니라 뇌물죄로 처벌될 수 있거든요? 오자마자 하는게 청렴서약서 내밀고 우리도 사인해달라고 하는건데.. )
하여튼... 옛날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옛날에는 모텔도 잡아주고. 유흥업소도 가고... 심하면 3차까지(?) 잡아준적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희 법카가 다 클린카드라 이렇게 안됩니다. 유흥업소 접대 한다고 별도 품의를 받을수도 없고요.
(물론, 어느 팀 법카는 클린이 아니라더라... 무슨 업무 하는 어느 팀장 카드는 한도가 없다더라.. 라는 소문도 있지만.)
요즘 저희가 해줄 수 있는건 밥 사주는 것 밖에 없죠.

특히 나이가 많은 분들.. 정년퇴직하고 프리랜서 뛰시는 분들은 좋았던 옛시절을 회고하면서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는데, 저희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분들중 일부는 자기가 넌즈시 시그널 줬는데도 못 알아들으면 (사실 방법이 없어서 못알아들은척 하는거지만) 대놓고 삐져서 저희를 괴롭힙니다.

보통은 투덜대면서 밥이라도 좀 비싸고 맛있는거 먹고 가시려는 분들이 많고요.
좀 머리가 돌아가는 분들은, 밥을 산다고 해도 메뉴를 보고 1/n 을 해서 3만원이 넘어가겠다 싶으면 '에이,, 피팀장. 너무 과하네. 그냥 간단한거 먹어요~' 하면서 인당 3만원 이하 선에서 메뉴를 고르시는분들도 있고... '아니 나는 구내식당 밥이면 충분한데.. 피팀장님 회식하는데 그냥 우리가 꼽사리 끼는 겁니다~ ㅎㅎㅎ' 라면서 '난 접대 받는거 아니요!' 라고 연막을 치기도 합니다.

딱 한번 겪어 봤는데.. 자기네 이런거 얻어먹으면 안된다고 구내식당 가서 밥먹고 밥값 얼마냐고 물어보고 현금으로 돈 내고 가신 팀이 한팀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은 저희도 피하고 싶은데... 사람이라는게 배 부르고 맛있는거 먹으면 좀 유해지기 마련이니까요


2.
제가 사원 시절에... 명절이면 팀장한테 선물을 하곤 했습니다. 그냥 그게 관례라고 해서요.
특산물이나 술 같은거..3~5만원 정도 선에서 했습니다.

명절 며칠전이 되면 조용히 팀장을 찾아가 '팀장님, 저 차키 좀.. ' 해서 차키를 받아다가 주차장 가서 트렁크에 선물을 넣어두곤 했죠. 그러다가 귀찮아서 우체국택배로 지역특산물을 보내기도 했고요.

대리때쯤 팀장이 바뀌었는데, 이분이 그 당시 공장장의 오른팔이라는 분이었습니다. 저희 공장 부공장장을 하다가 1공장 공장장으로 영전할때 같이 데려가고... 1공장 공장장에서 2공장 공장장으로 또 영전할때도 데리고 오신 분이었죠.
제가 추석때 우체국 택배로 버섯을 한박스 보냈는데.. 명절 지나고 팀장이 부르더니 담부터 이런거 하면 안된다. 라고 하더라고요.
아... 이분은 임원을 바라보는 분이시라 이런거 안 받으시는구나.  하긴 뭐 나같아도 몇만원짜리 받아 버릇하다가 나중에 문제 생기면 곤란하겠지.. 싶더라고요.

그 뒤로 팀장들이 '잘 나가는 사람들'이 팀장이 되어서 안줬어요. 대부분 임원 다셨고요.

조직개편을 하고, 저랑 같이 일하던 선임이 파트장이 되었는데.. 이분이 그런걸 바라시더라고요.
협력사에다가는 '너네 딴 데는 뭐뭐도 한다면서?' 라면서 넌즈시 찌르고..
저를 하도 괴롭혀서.. 명절에 양주 한병을 선물했습니다.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다고 괴롭히는게 줄지는 않아요. 며칠 기분좋다 말지.
그래서 다음 명절에 스킵했더니... '야 저번에 네가 준 술 좋았는데.. 이번 명절에는 그냥 음복만 했다.' 라고... ㅋㅋㅋㅋㅋ
에라...
그래서 그 다음에 코스트코 갔다가 또 싼 양주 한병 사다 줬더니 좋아해요. 물론 성격은 여전히 안 좋고..
그 뒤로 몇번 더 줬어요. 매번 꼬박꼬박은 아니었고.. 명절전에 코스트코 갔다가 생각나면.

그러다가 제가 팀을 옮기게 되었는데, 솔직히 팀 옮긴거의 80%는 저 파트장이랑 갈등 때문이었죠.
층이 달라지고 소속이 달라지니까 자주 마주칠일은 없었는데..
어느날 명절 지나고 마주치니 저를 보며 그러더라고요. '***이 (제가 옮기고 제 자리로 간 후배)는 뭐 인사할줄을 몰라...'

새로 옮긴 팀은.. 제가 새차 뽑았다고 밥 한번 산다고 해도 밥사고 나면 본인 법카로 긁으시는 분들이 윗분들이어서..
더 이상 선물 살일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 첫 팀장이랑 마지막 파트장이 이상한 사람들이었던것 같아요.

p.s) 나중에 들었는데.. 파트장은 자재업자한테 접대도 좀 받으셨다고... 저는 같은 부서에서 같은일 하면서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지만, 저분이 접대 받은줄도 몰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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