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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10/01 12:52:33
Name   Picard
Subject   주4일제를 하면 급여를 깎아야 할까?
안녕하세요.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제조업 관리자입니다.

다음주부터 대체휴무로 2주 연속 4일근무네요. 점심을 먹다가 뻘생각이 들었습니다.

1.
저희 회사 생산직은 시급제입니다.
근무연차에 따라 호봉이 정해지고 포상을 받으면 특별승호가 부상으로 따라오기도 하고, 호봉에 따라 시급이 정해집니다.
4조3교대라서 일주일 168시간이고 4조로 나누면 주 평균 42시간을 근무하죠.
여기서 초과 2시간은 1.5배로 쳐주기 때문에 급여명세서에 찍히는 근무시간은 43시간이 됩니다.
(연장근무 1.5배, 휴일근무 1.5배, 휴일+야간은 2배)

하지만, 이분들도 연차도 쓰고, 교육도 받아야 하고, 아프기도 하고 하니까 실제로는 대근이 들어갑니다.
몇년전에 '일주일은 5일' 이라고 해석하는 꼼수를 없애는 법개정을 하는 것 때문에 발칵 뒤집혀서 인사팀에서 조사를 해보니 현장분들 평균 근무시간은 주 49시간.. 맥스 찍는 사람들은 70시간 가까이 된다고 해서 부랴부랴 조치를 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현장분들 급여는 이 조치 전에 연장근로, 휴일근로 가산 붙어서 168시간이 아닌, 250~300시간 정도 찍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한 10년전에 현장을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바꾸려고 했는데 노조가 반대해서 못했어요.
노조는 '월급제로 바꾸면 사무직들처럼 연근수당을 제대로 못 받을거다. 은근히 연근시키고 돈 안줄거다' 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공장 사무직들은 왠만하면 연근수당 신청을 못하고요.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이다 보니 라인 트러블로 새벽까지 퇴근을 못한다거나, 주말인데 불려 나오는 경우에나 겨우 올릴까 말까 합니다. 일반적인 사무업무가 밀려셔 아근했다고는 수당을 못 올려요. 올려도 팀장이나 공장장이 깝니다. '근무시간에 뭐했어?'

그러다가 팀장이나 파트장 달면 연근 올리면 공장장이 한심하게 보니까... '장' 붙으면 연근 안올리는게 관례...


2.
단순하게 생각해서 주5일 일하다가 주4일 일하면 급여를 20% 깎아야 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시급제로 일하는 현장 분들도 아니고... 나에게 주어진 과업은 내가 하루 8시간을 풀로 다 일만 하던, 3시간 일하고 5시간 월급루팡하던, 과업을 달성하기만 하면 되거든요.

현장분들은 근무시간만 채우면 생산성 목표를 초과하던 미달하던, 합격률 목표를 초과하던, 미달하던, 클레임이 들어오던 말던 내 시급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무직(=관리자)들은 연봉을 받고 평가를 받으니 내 라인의 합격률이 박살나면 연봉이 깎이죠. 초과하면 평가를 잘 받으니 연봉이 오르고요. 즉, 홍차넷을 보시는 대부분의 월급/연봉제 분들은 일하는 시간하고 급여는 별 상관이 없어요. 나에게 주어진 과업을 달성하고 목표를 해냈느냐가 상관이지.

매출 100인 회사가 주4일제를 한다고 매출 80이 되는건 아니잖아요.
주5일제에서 주4일제를 한다고 사람을 더 뽑아줄리도 없고요. (물론, 저희같은 제조업은 현장 사람 더 뽑아야 합니다만.. 주56시간에서 52시간으로 최대근로시간이 바뀔때 어떻게 했는지는 예전에 한번 쓴적이 있습니다.)

주5일제에서 주4일제로 바뀌었다고 나에게 주어지는 과업의 양이나 목표가 줄어들리도 없습니다.
'너에게 주어진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근로시간이 초과했다고? 남들은 다 해네는데 너는 왜 못해?' 라고 하겠죠.


그래서...
주7일 돌아가는 서비스업이나 저희 같은 제조업에서 시간 따져가며 일하시는 분들이 아닌, 평범한 월급/연봉제 직장인이면, 주4일제 한다고 급여부터 깎는건 불합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약 15분동안 밥먹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제가 홍차넷을 비롯한 여기저기서 월도짓 많이 하지만, 그런다고 제 평가에 영향 받을 정도로 일을 태만하게 하는건 아니거든요.


P.S)
예전에 제가 다니는 회사가 망하네 말때 할때
당시 CEO가 전사원을 (모든 사업장 화상 연결) 모아놓고 일장 연설을 하신적이 있습니다.
어디 연구에 의하면 하루 8시간 근무하는데 실제 일에 집중하는 시간은 서너시간에 불과하다고 한다.
회사가 어려운게 경영진의 오판일수도 있지만, 경영진의 결정이 성공하도록 여러분들이 열심히 했는가를 생각해봐라. 블라블라..

저희 회사가 망한게 최고경영진이 50 투자하는 A 루트(안정적)와 100 투자하는 B루트(고위험)에서 B 루트를 선택하고 '우리도 대기업 소리 들어보자!' 라고 하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망했거든요. 그래놓고 내가 오판한게 아니라 너네가 일을 열심히 안한거라고 하니.... 저도 속으로 'ㅅㅂ 우리탓이라고?' 라고 생각했지요.

화상 연결이 끝나고 공장장이 팀장들 급하게 모아서 회의 했는데, '사장님 말씀에 직원들 동요치 않도록 해라' 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며칠후에 회장이 '앞으로 사장은 조회나 연설 같은거 하지 마라' 라고 했다고 합니다.

어차피 하루 8시간중 8시간을 풀로 집중해서 일하는건 인간의 집중력 한계상으로도 불가능하고
다들 화장실도 가고 차도 마시고 담배도 피고 밥도 먹고 탕비실이나 흡연실에서 노가리 까면서 네트워크도 다지고 그러는 것도 일이잖아요.
주4일제 한다고 급여 깎는다는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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