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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12/09 11:30:05 |
Name | Picard |
Subject | 개콘은 정말 심의 때문에 망한건지 궁금하네요 |
안녕하세요. 개그 프로그램 좋아하는 아재입니다. 1. 제목은 어그로입니다. 사실 개콘 2015년부터 잘 안봤어요. 그러다가 정말 재미없다고 해서 얼마나 재미없는거야? 하고 19~20년에 간간히 봤는데.. 이건 옛날 KBS의 2군 개그프로였던 개그사냥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죠. 결혼전에는 방송 3사 개그프로 다 찾아봤거든요. 웃찾사는 기본이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개투, 하땅사, 개그야, 웃고또웃고, 코빠까지는 봤습니다. 코미디 빅리그(코빅)은 1화부터 거진 다 봤죠. 그런데, 아내는 개그프로는 '일부러 웃기려고 웃긴 행동하고 비하하고 바보처럼 행동한다' 라면서 싫어하더라고요. 아내는 리얼 예능쪽이었는데, 정작 저는 '지들끼리 웃고 떠드는걸 왜 봐야해?' 라는 쪽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도나 1박2일, 런닝맨을 거의 안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리얼 예능도 아내랑 같이 보다보니 재미있더군요. 아내는 저랑 같이 개그 프로를 안봐줬지만.. 그래서 코빅과 개콘만 겨우 보다가 아이 태어난 뒤로 코빅 하나에 집중했습니다. 많은 개그맨들이 개콘이 재미없어진 이유, 망한 이유를 KBS의 과도한 심의때문이라고 해요. 사실 KBS가 얼마나 심하게 심의를 하고 PD가 얼마나 아이디어를 짤랐는지는 모릅니다. 2. 저는 코빅의 피크는 17~19년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제성, 박나래가 같이 코너하던 깝스, 헬머니, 마성의나래바... 황제성, 양세찬, 문세윤이 미친듯 웃겨줬던 리얼극장 시리즈.. 그런데 박나래, 양세찬이 개인활동 늘면서 빠지고, 황재성, 문세윤 출연비중 줄고 개콘 출신이랑 코빅 자체 개그맨들 비중이 늘면서 솔직히 빵빵 터지는 코너는 줄었다 싶습니다. 그런데.. 황제성, 박나래가 다시와서 깝스나 헬머니, 나래바를 22년에 다시 할 수 있을까요? 세 코너의 핵심은 박나래가 황제성을 좋아한다는 설정을 깔고 성희롱, 성추행을 하거나 박나래가 일반 대사를 이용해 야한 단어를 말하는거였는데.. 몇년전까지는 웃겼죠. 물론, 논란도 있었지만... 지금 다시 하면 여성이 남성을 성추행한다고 난리 날겁니다. 리얼극장 시리즈는 가학성 논란이 좀 있었고요. 관객이 뽑은 사람이 벌칙 같은 걸 계속 당해야 하는 코너여서.. 3. 코빅 방청을 하면 볼 수 있지만, 방송에서는 못보는 오동나무 엔터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사실 코빅엔터라는 본코너가 있고, 이 코너는 예전 봉숭하 학당처럼, 재미있기는 한데 단일 코너로 짜기에는 부족한 아이디어/캐릭터들을 모아놓은 코너이고, 코빅엔터에 못 올라갈 걸 오동나무 엔터라는 코너에 올라갑니다. 이게 안웃겨서가 아니라 방송 심의(코빅은 15세 이상)에 안 맞는 것들도 올라갑니다. 최근에는 개콘 출신 김성원이 PPAP 패러디해서 욕하는 개그를 해서 인기죠. 그런데, 이게 그냥 단어들을 조합해서 욕처럼 들리는 말을 해서 웃기는게 아닙니다. 그 대상이 오동나무 엔터의 대표인 서태훈이라서 웃기는거지. 오디션을 보러 온 약자인 면접자가 (모자라지만) 채용에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서태훈에게 기발한 아이디어로 욕을 하니까 웃음이 나오는거고, 방송에서 도저히 소화하기 힘든 쌍욕처럼 들리게 하니까 웃기는거지. 그나마 유튜브용인데도 요즘 새소리 처리가 늘었습니다. 4. 코빅 초기, 13~14년쯤에 정주리, 이세영, 신기루 셋이 나오던 부들부들 이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정주리, 이세영은 자신감 넘치는 추녀 캐릭터로, 신기루는 비만녀 캐릭터로 나왔죠. 그런데, 예전처럼 못생겼다, 뚱뚱하다라고 대놓고 대사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이 셋의 엄청난 자신감에 카페 주인과 남창희가 당황하고 물을 뿜는게 웃음 포인트였죠. 이때도 이미 윤형빈이 못하게 되었다며 아쉬워하던 1차원적인 개그를 넘어서서, 1.5차원정도까지는 간겁니다. 사실 이 코너는 웃찾사에서 정주리랑 김현정이 하던 '퀸카 만들기 대작전'의 후속작이라고도 할 수 있었죠. 퀸가 만들기 대작전은 평범한 외모의 김현정과 못생긴 정주리가 끝없는 자신감으로 귀염상인 이경분과 미녀인 백보람을 못생겼다. 남자가 싫어할 성격이다 라면서 구박하는 코너였으니... 다만, 갈수록 이세영과 정주리의 분장이 괴상해져서... (...) 5. 최근에 코빅에서 재미있게 보는 코너는 두분사망토론과 셀룰나이트 입니다. 두분사망토론은, 코빅초기인 12년쯤부터 15년쯤까지 했던 코빅의 인기 코너인 사망토론의 이상준하고, 개콘에서 역시 레진드 코너였던 두분 토론의 박영진이 개콘으로 오면서 생긴 코너입니다. 이상준은 '내가 사망토론때 폼이었으면 박영진을 바른다고 댓글 달던데.. 너네 나 방송 못하게 하려고 그러지?' 라는 대사를 치거나.. 사망토론때 방청객에게 하던 비하개그 대사를 비틀어서 '옆에 여자친구야? 바꿀때 됐네? 아니.. 여자친구분 핸드폰 바꾸실때 된거라고~ 핸드폰 하나 사드리라고~' 하는 비굴한 모습으로 옛날과는 달라진 세상을 풍자하면서 웃깁니다. 박영진도 소는 누가 키울꺼야? 소는! 대사를 매주 바꿔주고 있고요. 하여튼, 이 둘은 달라진 사회 분위기에서 예전에 자기들이 하던 비하개그나 막말 개그, 억지 개그를 이제 하기 힘들어 졌다는 것을 이용해서 코너를 짭니다. 홍윤화, 이국주, 문세윤이 나오는 셀룰나이트는 역시 개콘의 레전드 코너였던 마빡이와 코빅에서 나름 인기있었던 그린나이트를 합친것 같은 코너인데... 비만인 셋이 춤추면서 힘들어 하면서 꾀를 부리는 것이랑, 뚱뚱하지 않다며 자신감 보이거나 서로 비교하면서 내가 낫다고 하는게 웃음 포인트죠. 이 코너에서 자기들끼리 비하는 해도, 날씬한 캐릭터인 김진아나 개콘에서 넘어온 박소영이 하는 비하성 대사는 '스테이지가 울려서 춤을 못추겠다' 라던가, '어디서 땀냄새가 난다' 같은 말인데, 대놓고 돼지나 뚱뚱하다는 표현은 안나옵니다. 홍윤화의 실제 남편인 김민기도 '먹을거 줄테니까 무대에서 내려가라' 라는 비하성(?) 대사를 하긴 합니다. 6. 개콘도 시청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민상토론 같은건 괜찮았습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나 정치적 이슈를 코미디로 다루지 못하는걸 역으로 풍자해서 웃겼죠. (박영진이 민감한 질문을 하면 유민상이 대답하기 곤란해서 당황해 하면서 말을 돌리는게 포인트) 그래서... 대체 개콘 개그맨들은 '1차원적인 아이디어'나 '비하개그' 아이디어를 얼마나 웃긴걸 내놨길래 KBS 심의를 아쉬워하나? 윤형빈의 히트 캐릭터였던 왕비호가 지금도 먹힐거라고 생각하나? 개콘 PD와 KBS는 얼마나 심의를 빡빡하게 했길래 개콘 개그맨들이 심의가 문제였다고 억울해 하나? (그런데 정작 이상준이 조크로 '개콘출신 2인이상 한코너에 집합금지' 라고 할정도로 코빅에서 개콘 출신들이 박영진 정도 빼면 못웃기고 있는게 난감...... ) 궁금하네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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