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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1/14 23:29:29
Name   재규어
Subject   오미크론 시대에 대한 준비

안녕하세요

가입인사 외에는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홍차넷 게시판에 익숙하지 않으니 부적합한 부분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인데, 지난 10월과 12월에 몰디브에 다녀왔습니다.
동양인은 우리밖에 없고 대부분 유럽인들로 가득하더라구요. “왜 한국은 아직도 문을 걸어잠그고 있어야 하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 동료들도 한국 출장을 못간지 좀 되니까 도데체 한국은 언제 정상으로 돌아오는거야?”라고 계속 물어봅니다. 요즘에는 농담으로 한국은 2200년쯤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멸종될때까지 관광비자 안내주고 격리 유지할걸?”이라고 답을 해 줍니다.


한국에서 최근 방역에 대한 피로감에 백신무용론과 방역패스와 관련된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데,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력이 훨씬 강력하여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아마도 수만명 수준의) 대유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국 내에서 논의는 방역조치 강화 vs 백신무용론/백신패스반대 두 가지로만 치닫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쉬움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방역은 삶/국가의 목적이 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한국의 방역정책은 방역우선주의 원칙에 기반해서 설계되고 작동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처럼 복잡한 방역규정을 전 국민이 체크해서 숙지하고 있고, 이를 잘 따르는 나라는 전 세계에 흔치 않습니다. 특히 여러 모순된 규정들이 혼재되어 있다는 건 (대중교통 감염은 미추적, 종교시설 등에는 관대한 조치)많은 사람들도 주지하고 있는 것인데, 사실 그동안 많이 정부에 협조하면서 참아왔던 거죠. 다만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비상조치가 무제한 연장되는 피로감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방역조치 준수가 위반한 사람들에 대한 공개적인 사회적 비난을 통해 강화되어 왔는데, 이러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어 있다가 백신접종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자 사람들의 분노가 백신무용론, 백신패스 반대론으로 터져나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지인 친구들이랑 한국의 n인이상 사적모임 금지규정과 이를 사진을 찍어서 신고하는 일도 있어서 대부분 잘 지킨다고 하니 이렇게 묻더군요. ‘너 지금 North Korea 얘기하는거지?’


특히 한국 방역규정 중 가장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지구상 최강의 일벌레 국가 아니랄까봐 재택근무에 너무 소극적이고, 사적모임에 너무 엄격하다는 겁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르면 3단계까지는 재택근무 자율시행, 4단계에 30%인데, 제 사견으로는 2단계 50%, 3단계 100%가 맞지 않나 싶습니다. 방역조치가 진짜로 감염자 수를 줄이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면요.


특히나 수도권은 출퇴근 시간이 워낙 길어서 대중교통에서 감염위협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기사(https://www.economist.com/finance-and-economics/2022/01/01/what-real-time-indicators-suggest-about-omicrons-economic-impact)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오미크론 보고 전인 11월쯤엔 사적모임은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돌아왔고, 재택근무율은 2~40%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쪽은 되려 사적모임이 출퇴근보다 덜 규제받는 편이죠.


현재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Plan B’로 전환한 영국 방역당국의 코로나 방역조치는 단 5줄입니다.


- 백신을 맞고, 부스터 샷도 맞아라

- 실내 공공장소 및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 가능하다면 재택근무하라

- 실내모임을 가질 때 잦은 환기를 할 것. 실외에서 모임을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 필요하다면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하라.


유럽 국가들이 지금 어디는 락다운을 하네, 어디는 몇시 이후에 영업을 못하게 하네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2020년보다는 훨씬 낮은 강도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한국 언론은 외국의 방역조치가 강화된건 크게 보도해도 다시 풀린건 잘 보도 안하더라구요. 이미 바이러스의 위험성이 어느정도인지 파악은 됐고, 이를 막기 위한 무기(백신)도 있습니다. 방역은 인생의 목적도국가의 목적도 될 수 없습니다. 이제 인간의 사회적 욕구와 자영업자의 피해그리고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을 강요할 시점을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2. 그나마 방역 목적(종식)도 달성하기가 어려워졌다.


델타변이 이전에는 백단위면 엄청난 대유행이라고 했는데, 이미 전염성이 높은 델타변이가 우점종이 되면서 감염자는 천단위로 늘어났습니다델타 이전엔 잘 방어해 오던 태국/베트남 역시 델타변이 이후에는 최대 일 2만까지 나왔구요. 이젠 델타 대비 2~3배 감염력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오미크론 변이가 왔습니다. 이젠 아무리 방역조치를 강화해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락다운 이야기하시는 분들 많은데, 락다운 경험해보신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락다운 시에도 필수인력의 출근, 필수적인 활동(식료품 구입)은 해야하기 때문에 극약처방이지 결국 어느정도 감염자는 나오기 떄문에 종식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제조업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특성 상 생산직은 100% 출근할거니 더 효과도 떨어질거구요.


백신을 통한 감염 종식은 전염력이 높은 델타변이가 나오게 되면서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더 전염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는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과학적인 이유는 전문가의 견해로 갈음합니다: https://pgr21.com/freedom/93487)


한국 질병청은 사스/메르스의 경험에 따라 최소한 '국내 종식'을 가정하고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하는 걸 로 보이는데, 이제는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3. 백신은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잘못된 메시지가 전파되었다.


델타변이 유행시 영국/이스라엘의 경우 사망율이 약 0.3~4%정도 평가되었습니다영국의 경우 프리덤 데이 이후 아무런 방역조치가 없었음에도 입원환자가 1만명 이내에서 통제되었습니다. 물론 오미크론은 워낙 전염력이 강해서 2만명까지 치고 올라가긴 했는데, 현재 방역조치는 제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에 비하면 훨씬 가벼운 수준입니다


독감의 치사율이 0.1%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높은 치사율이지만수년 내에 코로나 종식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북미 국가들은 백신을 맞고 문을 여는 것을 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백신무용론/백신패스 반대론이 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       먼저, 한국의 코로나 감염자 수가 너무 적었다는 점입니다. 백신은 성인의 90% 이상이 맞았지만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은 숨은 감염자 고려해도 3% 이내입니다. 백신부작용 겪은 사람은 흔히 보이는데, 코로나로 심각한 후유증을 얻었거나 죽은 사람은 잘 안보입니다. 코로나 대유행을 겪어보면 코로나에 걸려서 죽는 사람, 회복 후 심장마비로 죽는 사람, 장기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을 보게 되고 그깟 백신 부작용 따위같은 생각을 갖게 되죠. 영국 같은 경우 초기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도 뒤늦게 접종을 하면서 1차접종율이 90%까지 올라왔는데, 직접 백신의 효과를 체감한 사람들이 나중에 접종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문제는 대규모 백신접종이 이루어지던 9~10월 경 백신접종 = 집단면역 = 코로나 종식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정부가 보냈다는 겁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2부본부장은 이날 “델타 변이의 경우 (확진자 한명이 감염시키는 인원수인) 기초(감염)재생산지수가 5여서, 접종 완료율이 85%가 되면 집단면역은 80%에 이르러 이론적으로는 마스크와 집합금지영업제한 없이도 이겨낼 수 있다”] 

출처: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1015256.html


이와 같은 해프닝도 존재했고, 백신 접종율 80%를 넘기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가 그 희망이 무너지니 백신무용론이 표출된다고 생각합니다


확진자 수에 대한 과도한 집착 역시 문제라고 봅니다. 2년 가까이 매일같이 확진자 수가 몇 명인지 국민 모두가 매일매일 듣고 살았습니다그러다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가면서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하자 백신이 효과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된 거죠. 물론 앞서 언급했듯 백신을 통한 감염종식은 델타변이 이후로 불가능해진 상태였지요.


4. 부족한 병상준비


제가 가장 지적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특히나 한국은 고령자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자연감염이 확산될 경우 입원환자가 급증할 우려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하루 1만명 확진자까지는 끄떡 없다고 호언장담했지만, 1만명 가기 전에 다시 거리두기로 돌아왔죠. 그리고 저는 1만명이라는 숫자도 너무 안이하게 준비했다고 봅니다.


자료를 찾을 수 없지만, 11월의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발표했을 때
제가 질병청 홈페이지에 떠 있던 코로나 병상 수는 단
5천개였습니다. 12월 되니 1만개까지 늘어났다가 이제야 15천개 수준입니다. (인구 10만명당 33) 그런데 지금도 너무 부족해요.


타국이랑 비교를 하자면 제가 일요일에 찾은 데이터로, 인도 델리 연방행정구역 총 병상수가 16,892개였습니다. (인구 10만명당 71) 중환자 병상은 무려 2배 이상 차이(1,731vs 4,098)입니다. 특히 델리는 인구 중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비중이 불과 5%인데 한국은 25%나 됩니다. 1인당 GDP15배 넘게 차이나는데 적어도 인도보다는 많이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영국이 델타 웨이브때 입원환자 최대치가 1만명이었고 그나마도 영국은 자연감염과 높은 고령자 접종율을 통한 면역형성이 되어 있다는
걸 생각하면 한국의 준비는 너무나도 미흡했습니다
기존 병원에서 병상 늘리는거 어렵죠. 그렇다면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대부분 사용했던 야전병원 설치를 왜 안하는지 잘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5. 개인적으로 제시하는 대안


가장 우선적으로, 정치권 차원에서 수년 안에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일 100명정도의 사망자는 우리 사회가 견뎌야 한다고 설득해야 합니다


감염병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는 대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5만개 수준의 야전병원 병상, 2만개 이상의 인공호흡기 추가 확보 (외국 사례처럼 소도시 및 군단위 실내체육관 등 활용)

- 은퇴한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들을 유인할만한 급여체계를 만들어 1.5~2만명정도 고용

- 이외 야전병원에 필요한 보조인력들을 1~2만명정도 고용


한국은 고령자 비중이 크고 자연감염으로 면역을 획득/강화한 사람이 인구의 2~3%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서 현재 1.5만개 병상에 추가로 5만개는 더 구비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러프하게 야전병원 병상 5만개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개당 1억이 들어서 연 5조원이 소요가 된다고 가정하면, 야전병원 유지비가 지금 이야기 나오는  자영업자 손실보상보다 훨씬 적게 들어갑니다. 심지어 뿌린 금액대비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1차 재난지원금 (14.3), 5차 재난지원금 (10.4)보다도 적은 금액이죠.


이러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병상이 버티는 선 안에서 방역조치를 해제하고, 병상점유율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백신패스는 유지하되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상태로 자연감염+백신 추가접종을 꾸준히 실시하면 델타 유행시 영국처럼 엔데믹에 가까운 상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유럽인들처럼 휴가 때 해외여행은 갈 수 있게 될 겁니다.


번외 한국의 QR코드 백신정책에 대해


백신패스가 음식점에 전면도입 되었을 때, 초기 며칠동안 트래픽 급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었죠. 특히 나이드신 분들은 앱 사용법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았구요. 저는 그때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종이접종증명서+신분증을 쓰면 되잖아?]


백신패스 도입과 함께 수기명부도 폐지되었다고 들었는데, 모든 국민의 동선을 국가가 소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과도한 기본권 침해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코로나 종식이 단기간 내에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지역사회 감염이 이미 발생한 현실을 생각하면 추적-격리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동선추적 부분도 반드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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