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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2/11/13 22:48:27수정됨 |
Name | 물냉과비냉사이 |
Subject | 나의 군생활 이야기-2 (훈련소: 비만소대) |
훈련소에서 겪었던 일들을 낱낱이 읊기에는 기억력이 일천하다. 당시에는 하나 하나가 충격이었지만, 군생활을 통해 2년을 경험해서 익숙해져버린 일들의 인상과 감정을 15년이나 지난 지금 회상할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군대 생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지만 만일 군 생활 이야기를 한다면, 그리고 그게 훈련소 시절 이야기라면 지금도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비만소대. 비만소대라는 것은 키에 비해 체중이 많이 붙은 친구들을 모아서 만든 집단을 칭하는 말이다. 살찐 친구들을 놀리려고 만든 말은 아니다. 비만소대는 살이 많이 찐 친구들을 모아서 훈련병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살을 빼주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 공식적으로 구성된 집단이다. 살을 찌우라는 소리만 들어온 나는 살을 뺀다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비만소대에 속한 친구들이 겪었던 모습은 나에게 참으로 인상 깊었다. 군대에서는 '식사도 명령이다' 라고 배운다. 잘 먹어야 몸뚱이를 움직일 수 있고, 몸을 움직여야 싸울 수 있다. 군인의 목적은 싸워서 이겨내는 것이니 싸워서 이겨낼 힘을 얻는 원천인 식사도 명령이라는 얘기다. 먹는 것이 일처럼 느껴지는 나에게 이 명령이란 내가 먹고 싶지 않은 것을, 먹고 싶지 않은 때에 삼켜야만 하는 명령이었다. 나는 평소보다 더 먹어야 했고 식판에 채워진 음식을 말끔히 뱃속으로 밀어넣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식사는 명령이었다. 비만소대 친구들에게 이 명령은 말끔히 먹어치우라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들의 식판에 담긴 음식을 탐냈는데, 그들의 식판에 담긴 음식의 양이 나에게는 정량이었기 때문이다. 비만소대 친구들은 내 식판을 보고 부러워 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몸이 요구하는 음식의 양보다 적은 양의 음식을 먹어야 했고 식사량은 철저히 통제되었다. 그들에게 식사명령은 식욕을 참는 것이었다. 늘 굶주려보였다. 육군훈련소는 생각보다 체계적인 곳이다. 민간사회에 나와서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미개한 부분도 있겠으나, 조직다운 조직이기는 했다. 매일의 일과는 완벽하게 계획되어 있었고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아침 몇 시에 일어나야 하면 그 시간에 모두가 일어났고, 밥을 먹어야 할 시간에 먹고 정해진 시간이 오면 훈련은 끝났다. 비만소대는 나와 다른 생활의 체계를 살았다. 그들은 초라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면 몸을 잠시 뉘일 새도 없이 사열대로 집합해야 했다. 어슬렁 어슬렁 걸어서는 안됐고 절박한 표정으로 뛰어야만 했다. 저녁 식사를 하고나서 다른 친구들이 청소를 하고, 씻고, 쉴 때 그들은 사열대로 뛰어가서 줄을 지어서 서고 막사 주변을 뛰어야 했다. 비만소대는 정말 원 없이 뛰었다. 그들 중에 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는 했을까 싶기는 해서 원 없이 뛰었다는 말이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정말 많이 뛰었다. 모두가 같이 뛰는 아침 조, 뛸 깅에 총을 들고 뛰는 사람들은 비만소대 사람들 뿐이었다. 아침에도 뛰고, 점심먹고 뛰고, 저녁 때도 뛰었다. 뛰다가 다리가 풀려 쓰러지고, 뛰다가 구토를 해도 조교와 소대장은 쓰러진 자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어떻게든 뛰게 만들었다. 불쌍했다. 비만소대에 있던 친구들은 말할 틈이 있으면 소대장과 조교를 욕했다. 나도 그랬다. 아무리 균형잡힌 몸이 건강에 좋아도 이건 비인간적이었다. 비만소대의 친구들은 군대 바깥이었으면 가능하지 않을 하드코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수행하고 있었던거다. 그러니 비만소대장과 비만소대 조교들을 얼마나 미워했을까. 그래도 비만소대라는 프로그램은 성공적이기는 했다. 사람의 살의 무게는 먹은 것에서 몸을 움직여 태운 것을 뺀 것이라는 것이 하나의 공식이라는 것을 그들이 증명했다. 비만소대의 친구들은 훈련소를 수료해서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자대로 옮기기 전에 전투복을 새로 받았는데 사이즈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훈련소 입소 2~3주차가 지나니 살이 빠지는 것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고, 훈련소를 수료할 때가 되니 비만소대원들 모두가 기뻐했다. 수료식을 하는데, 자기들을 그렇게 갈궈대고 심지어는 흡사 가축처럼 대하던 소대장과 조교를 끌어안고 '감사합니다'를 끝없이 읊조리며 울었다. 그 친구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여전히 날씬할까. 아니면 입대하기 전으로 돌아갔을까. ---- [전편] 군입대: https://redtea.kr/free/11944 과거의 기억을 붙잡아보려 틈틈이 써볼까했는데 일이 너무 바빠서 1년 넘도록 다음 편을 쓰질 못했네요. 그냥 욕심 내려놓고, 힘 빼고, 대충대충 썰 풀면서 제 기억을 보존해보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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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제가 저 비만소대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입소대 신검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다가 늦게 훈련소에 배정돼서 비만소대 배정에서 빠졌습니다.ㅋㅋㅋ
그래서 일반소대 맨 끝분대로 배정 받았는데 그게 또 꿀일줄이야...ㅋㅋㅋㅋ
그때가 1소대였던거 같은데 분대는 맨 끝으로 배정받으니 다른 분대는 내무실 꽉꽉 채워서 배정하고 5명인가 남아서 그 5명이 한 내무실을 썼습니다~~ㅋㅋㅋㅋ
그때가 7월 중순이었는데 널널하게 내무생활을 했던 기억이...
그리고 그당시가 04년이었는데 비만소대때문인지 아님 몇 십년만에 ... 더 보기
그래서 일반소대 맨 끝분대로 배정 받았는데 그게 또 꿀일줄이야...ㅋㅋㅋㅋ
그때가 1소대였던거 같은데 분대는 맨 끝으로 배정받으니 다른 분대는 내무실 꽉꽉 채워서 배정하고 5명인가 남아서 그 5명이 한 내무실을 썼습니다~~ㅋㅋㅋㅋ
그때가 7월 중순이었는데 널널하게 내무생활을 했던 기억이...
그리고 그당시가 04년이었는데 비만소대때문인지 아님 몇 십년만에 ... 더 보기
생각해보니 제가 저 비만소대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입소대 신검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다가 늦게 훈련소에 배정돼서 비만소대 배정에서 빠졌습니다.ㅋㅋㅋ
그래서 일반소대 맨 끝분대로 배정 받았는데 그게 또 꿀일줄이야...ㅋㅋㅋㅋ
그때가 1소대였던거 같은데 분대는 맨 끝으로 배정받으니 다른 분대는 내무실 꽉꽉 채워서 배정하고 5명인가 남아서 그 5명이 한 내무실을 썼습니다~~ㅋㅋㅋㅋ
그때가 7월 중순이었는데 널널하게 내무생활을 했던 기억이...
그리고 그당시가 04년이었는데 비만소대때문인지 아님 몇 십년만에 폭염이라고 온도지수 30도인가??33도인가?? 넘어가면 훈련취소하고 내무반에서 쉬었습니다. 또 무더위때문에 훈련시간도 단축이었고...ㅋㅋㅋㅋ
제가 04년 군번이었으니 벌써 18년전 이야기네요...ㅋㅋㅋ
아!! 쓰다보니 생각나는게 마침 운좋게 군복무 기간이 딱 2년으로 줄으면서 훈련소에서 훈련받는 기간이 6주에서 5주로 줄어들면서 유격훈련이 없어져서 유격훈련을 한 번도 안받았네요~~ㅋㅋㅋㅋ
그래서 화생방 훈련과 야간행군을 따로 잡아서 했죠...그때 훈련받을때도 겁나 꿀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더 꿀빨면서 군대시작을 했네요~~
그래서 일반소대 맨 끝분대로 배정 받았는데 그게 또 꿀일줄이야...ㅋㅋㅋㅋ
그때가 1소대였던거 같은데 분대는 맨 끝으로 배정받으니 다른 분대는 내무실 꽉꽉 채워서 배정하고 5명인가 남아서 그 5명이 한 내무실을 썼습니다~~ㅋㅋㅋㅋ
그때가 7월 중순이었는데 널널하게 내무생활을 했던 기억이...
그리고 그당시가 04년이었는데 비만소대때문인지 아님 몇 십년만에 폭염이라고 온도지수 30도인가??33도인가?? 넘어가면 훈련취소하고 내무반에서 쉬었습니다. 또 무더위때문에 훈련시간도 단축이었고...ㅋㅋㅋㅋ
제가 04년 군번이었으니 벌써 18년전 이야기네요...ㅋㅋㅋ
아!! 쓰다보니 생각나는게 마침 운좋게 군복무 기간이 딱 2년으로 줄으면서 훈련소에서 훈련받는 기간이 6주에서 5주로 줄어들면서 유격훈련이 없어져서 유격훈련을 한 번도 안받았네요~~ㅋㅋㅋㅋ
그래서 화생방 훈련과 야간행군을 따로 잡아서 했죠...그때 훈련받을때도 겁나 꿀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더 꿀빨면서 군대시작을 했네요~~
안녕하세요. 비만소대 출신입니다.
6주 훈련동안 28kg를 뺐으나 머리카락도 다 같이 빠져버렸습니다.
몸무게는 다시 돌아왔지만 살이 도로 찐다고 해서 머리카락이 다시 돌아오진 않더군요.
물론 몸무게가 갑자기 돌아온건 아니었고 제대 후 학교다니면서 서서히 돌아온거라서
살을 갑자기라도 확 뺀 덕분에 군대에서 하는 혹독한 여러 훈련들을 버틸 수 있긴 했습니다만
머리카락이 집나가버린건 정말 아쉬울 따름입니다.
6주 훈련동안 28kg를 뺐으나 머리카락도 다 같이 빠져버렸습니다.
몸무게는 다시 돌아왔지만 살이 도로 찐다고 해서 머리카락이 다시 돌아오진 않더군요.
물론 몸무게가 갑자기 돌아온건 아니었고 제대 후 학교다니면서 서서히 돌아온거라서
살을 갑자기라도 확 뺀 덕분에 군대에서 하는 혹독한 여러 훈련들을 버틸 수 있긴 했습니다만
머리카락이 집나가버린건 정말 아쉬울 따름입니다.
저는 무려 신교대에서 쌀이 부족해서(...) 밥을 제대로 못먹었습니다. 무려 16군번입니다.
첨엔 밥이 너무 적게나와서(반찬은 정량 나옴) 다들 무슨 극기주 하는줄 알았는데 한 4주차쯤 되니 밥이 정상적으로 나왔습니다. 알고보니 쌀 재고관리가 안되어서 쌀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더라구요. 4주차부터는 쌀재고가 다시 차서 밥이 잘 나왔고..
그걸 굳이 대대장이 훈련병들 모아서 알려주고 양해를 구한 이유는.. 추측컨대 훈련하다가 전화찬스 받은 누군가가 집에다가 밥 너무 적게줘서 힘들다고 전화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튼 이... 더 보기
첨엔 밥이 너무 적게나와서(반찬은 정량 나옴) 다들 무슨 극기주 하는줄 알았는데 한 4주차쯤 되니 밥이 정상적으로 나왔습니다. 알고보니 쌀 재고관리가 안되어서 쌀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더라구요. 4주차부터는 쌀재고가 다시 차서 밥이 잘 나왔고..
그걸 굳이 대대장이 훈련병들 모아서 알려주고 양해를 구한 이유는.. 추측컨대 훈련하다가 전화찬스 받은 누군가가 집에다가 밥 너무 적게줘서 힘들다고 전화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튼 이... 더 보기
저는 무려 신교대에서 쌀이 부족해서(...) 밥을 제대로 못먹었습니다. 무려 16군번입니다.
첨엔 밥이 너무 적게나와서(반찬은 정량 나옴) 다들 무슨 극기주 하는줄 알았는데 한 4주차쯤 되니 밥이 정상적으로 나왔습니다. 알고보니 쌀 재고관리가 안되어서 쌀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더라구요. 4주차부터는 쌀재고가 다시 차서 밥이 잘 나왔고..
그걸 굳이 대대장이 훈련병들 모아서 알려주고 양해를 구한 이유는.. 추측컨대 훈련하다가 전화찬스 받은 누군가가 집에다가 밥 너무 적게줘서 힘들다고 전화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튼 이등병 약장 달고나니 거의 10kg 가까이 빠졌었습니다. 근데 후반기교육 가서 px에서 살다보니 다시 도로 다 찜..ㅋㅋ
첨엔 밥이 너무 적게나와서(반찬은 정량 나옴) 다들 무슨 극기주 하는줄 알았는데 한 4주차쯤 되니 밥이 정상적으로 나왔습니다. 알고보니 쌀 재고관리가 안되어서 쌀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더라구요. 4주차부터는 쌀재고가 다시 차서 밥이 잘 나왔고..
그걸 굳이 대대장이 훈련병들 모아서 알려주고 양해를 구한 이유는.. 추측컨대 훈련하다가 전화찬스 받은 누군가가 집에다가 밥 너무 적게줘서 힘들다고 전화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튼 이등병 약장 달고나니 거의 10kg 가까이 빠졌었습니다. 근데 후반기교육 가서 px에서 살다보니 다시 도로 다 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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