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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2/21 17:36:48
Name   골든햄스
Subject   안녕히 계세요!
^^ 정말 오래 전에 썼던 청춘 시절의 싯퍼런 촌스런 글입니다. 와짱님의 용기를 본받아 저도 올려놓습니다. 원치 않는 문과 공부를 아버지와 상황 등에 의해 하게 되었던 제가, 과학의 세계를 동경하면서도 다가가지 못하고 결국 글자를 붙잡으며 그 의미를 찾아 썼던 글 같습니다. 청춘은 언제 돌아보아도 나이브하고 아름답군요.






과학자들은 그에게 녹음기를 줬다.
그는 녹음기를 켜고 차가운 냉각수로 들어가기 전에 일말의 감상을 남겼다.

“현재는 2132년 4월 17일 오전 11시 13분. 나, 한국인 윤희수는 냉동되기를 택했다. 현재 이 JSH 연구소에는 나와 같은 선택을 한 ‘과거의 친구’들이 500명 정도 있다고 한다.”

제대로 녹음을 남겨야만 했다. 왜냐면 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만일 냉동으로 인해 그의 기억조직이나 뇌가 손상됐을 경우, 의학적 자료도 남기긴 할테지만 미래에 깨어날 그가 의존할 수 있는 ‘정서적’ 자료는 오직 이 녹음자료 뿐이란 것이었다. 그가 살아있는 육성으로 왜 이 위험한 실험을 택하게 됐으며 그 스스로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감정을 지니고 있는지를 남겨놓는 것이다.

희수는 왠지 이 모든 게 우습기도 하고 그만큼 비참하기도 했다.

“나는 교수다. 한국의 최고 대학에서 10년간 경제학을 가르쳤다. 남동생이 한명 있었지만 전철 사고로 사망했다. 부모님은 인텔리시지만 어렸을 때부터 자식들에게는 무관심하셨다. 나는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나 자신만이 오직 믿을 수 있는 대상이라 생각했다. 정확히는 내…… ‘정신’이다.”

마른 침을 꼴깍 삼킨 뒤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녹음을 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만일 이 녹음을 들어야 할 정도로 정신이 맛이 가있다면, 미래의 희수는 그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진짜 정신을 가진 희수가 아닐 것이었다. 그런 가능성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냉철한 학자로서 이미 그는 모든 생각들과 확률들을 따져보고 이 실험에 지원했다.

“내가 만일 이대로 산다면 내 정신은 죽을 뿐이지만, 내가 이 실험에 지원한다면 백만 분의 1의 확률이라도 나는 살 수 있다.”

그는 잠시 울컥했다.

“나는…… 자본주의 후의 체제를 보고 싶다. 새로운 사상가와 정치가와 문화의 탄생을, 천재들과 범재들의 활약을 보고 싶다. 지금 있는 문제들이 어떤 해결책을 맞이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문제만 쌓여가는지, 인류는 결과적으로 진보하는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너무 많이 읽은 것 때문인지도 몰라. 우리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아무렇지도 않게 시대의 흐름을 나누고 외우지 않았나? 하지만 그 시대마다 사람들의 세대가 까맣게 쌓여있었지. 그 사람들은 이후 자기의 시대가 어딘가서 열등한 과거의 초석으로 분류되어 <신석기>와 같은 예쁜 라벨이 붙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거야. 매일을 그 시대 안에서 살다 죽을 뿐. 난 그 사실이 이상하게 견디기 힘들어. 수억년을 보고 헤아리는 눈과 뇌를 가진 인간이 육지거북보다도 빨리 늙고 죽어야한단 사실이 말이야. 그래. 그래서다. 내가 이 위험하고 확률 낮은 실험을 선택한 것을. 그니까. 윤희수. 살아다오. 분명 그 시대에는 더 대단한 과학과 기술과 문명들이 발전해있겠지. 달에 집을 짓고 외계인들과 무역을 할지도 모르지. 그니까 영원히 사는 법도 있을지도 몰라.”

희수는 길고긴 독백에 열중했던 자신이 머쓱해진 듯 고개를 털었다. 이제 가야 할 시각이었다. 그는 마지막 말을 녹음기에 남겼다. 이 말은 그가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며 체득한 단 하나의 가치관이었다.

“오직 인간만이 인간의 신이 되어줄 수 있다.”

그는 녹음기의 버튼을 눌러 녹음을 끄고 준비된 실험복을 입고 대기실에서 나갔다. 과학자들은 이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쾌활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가실까요?”
“네.”

이미 부모님이나 몇몇 중요한 친구, 지인과는 인사를 나눈 뒤였다. 그냥 죽은 거라 생각해달라 했다. 어차피 실험이 성공해도 최소 수백년 뒤 눈을 뜰 것이니 그들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고, 그건 정말로 죽음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의 가장 오랜 친구 한명은 이렇게 말했다.

<근데 신기하지. 그래도 네가 언젠가 몇백년 후라도 눈을 뜨고 살아갈 거라 생각함 안심이 돼. 그게 진짜 죽는 것보단 나은 거 같아. 웃긴 일이야. 난 그때는 정말 죽었을텐데도.>
<너도 그러면 이 실험에 지원해보는 게 어때?>
<아냐. 난 그러기에는 너무 게을러. 그리고 지쳤어. 죽는 건 그냥 잠과 비슷할 거야. 너도 알지만 내가 좀 자는 걸 많이 좋아하잖아?>

그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존중했기에 그녀를 두고 떠났다. 미래에 그가 눈뜰 그곳에 그녀와 같은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함 무척 슬펐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가 수십년동안 세계구적 지능이라 꼽히던 머리와 온갖 수준급 지식과 문화들로 스스로를 감화시켜보려 했던 ‘받아들이라’는 가르침을 그녀는 이미 태생적으로 받아들인 채 태어난 듯 했다. 그는 그녀가 한심하기도 했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답을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큰 냉각방으로 들어간 그는 침대에 눕혀졌다. 마취가 되는 느낌과 비슷할 것이라고 참관을 들어온 의사들이 말했다. 개중에는 실습을 나왔는지 어리고 앳된 의사 한명도 서류판을 잡고 뒷쪽에 서서 이쪽을 흘낏대고 있었다. 웃음이 새어나오려했다. 그래. 이렇게 세상은 계속 이어져간다. 그가 실험에 응하는 사이에도 늙은 세포에서 젊은 세포로- 세대교체는 꾸준히, 사람들이 의식하든 안하든 간에 되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점점 의식이 차가워져갔다. 이 모든 자연적인 걸 거부하려 하는 그가 잘못된 걸까? 지금도 보아라. 수십개의 호스와 온갖 액체와 기계들에 휩싸인 그의 모습을. 신이 있다면 그의 모습을 악마라 지탄했을까? 이 순간이 진짜 죽음일 줄도 모른다는 게 두려워 희수는 계속 생각으로 도피를 하고 있었다.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떠오른 목소리는 그녀의 목소리였다.

<죽는 건 그냥 잠과 비슷할 거야>

이윽고 모든 게 새까매졌다.

그건 정말로 잠과 비슷했다.

잠든 지 한 시간도 채 안된 것 같았다. 누군가 그의 몸을 마구 흔들었고, 주위의 공기는 차갑기도 하고 뜨겁기도 하고 하여간 맹렬한 것이 온 피부를 오그라들게 했으며 눈앞으로는 온갖 불빛이 깜박거렸다.

“유-운-흐-이-슈-우-!!”

이상한 발음으로 누군가 계속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는 펄쩍 뛰었다. 매끄러운 침대 위에서 그의 몸이 미끄러져내렸다. 황망함에 눈을 뜨자 그 앞에 서있는 두 명의 사람이 보였다. 연구자일까. 일단 하얗고 긴 천을 걸치고는 있었으나 행색은 무척 요란했다. 한명은 무지개색으로 물들인 포니테일에 쉴새없이 문신된 얼굴로 껌을 씹고 있었으며 다른 한명은 이상한 펜 모양의 기계로 온갖 불빛을 그의 얼굴에 쏘아대고 있었다.

“그만! 그만해요!” 하고 그가 손을 휘젓자 두 명은 그제야 만족한 얼굴이 되어서 물러섰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는데 그 다음 동작도 무척 해괴했다. 그들은 서로를 보며 마치 윙크하듯 두 눈을 번갈아가며 계속 깜박여댔다. 2초도 안될 법한 짧은 시간동안의 일이었지만 희수는 그런 해괴한 제스쳐는 처음 본 탓에 그만 얼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주위를 둘러보자 이전의 연구소와는 확실히 다른 풍경이었다. 이곳에는 전부 상아색의 미끈한 타일밖에 없었으며 별다른 기구 자체가 없었다. 천장은 이상하게 두꺼웠는데 바로 그곳에 빨간 홀로그램이 하나 붙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때 희수의 시선을 눈치챈 듯 무지개 머리의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사람이 홀로그램을 바라보고는 웃으며 손을 딱 튕겼다.

순간 홀로그램에서 그의 모국어가 튀어나와 그는 질겁하고는 말았다.

[안녕하십니까. 윤희수 씨? 2099년 1월 22일생 대한민국 거주자이자 JSH 연구소의 Frozen 실험의 513번째 개체시죠. 안 그렇습니까?]
“예, 예? 캑캑.”

입속이 얼었다 녹은 듯 차가웠고 근육은 아주 오랜만에 움직여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잠시 기침을 하며 엎어졌다.

그러든말든 홀로그램은 아주 매끄럽고 잘 만들어진 한국인 중년 남성의 음성으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오. 축하합니다! 당신은 실험에 성공했어요. 이곳은 K.D. 13345년 7월 6일 13시 15분의 콜로니 dk-gk-113구역입니다. 요새 젊은이들은 날짜를 달리 세서 라그나로크 5일 전이라고도 하지만 말이죠. 그리고 당신의 생체기능과 뇌기능수복도는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83%, 73%… 이런, 냉각수를 좋은 걸 안 썼나봐요?]

홀로그램 위로 휙휙 떠오르는 아마 그의 것일 듯한 뇌의 사진과 신체조직도의 현란한 모양과 색, 그리고 남자의 이어지는 지나치게 좋은 목소리는 그의 넋을 빼놓았다. 이 시대는 이제 완벽한 뇌와 신체의 3D 사진을 찍을 줄 알았다. 그래. 이 시대는. 이 시대는!!

“K.D.13345년이라고요?”

그는 조용히 읊었다. 홀로그램이 그의 갑작스런 물음에 입을 다물었다, 다른 두 과학자도 조용히 그를 쳐다보고 있기만 했다. 그러든말든!

윤희수는 침대에서 펄쩍 내려와 미끄러운 바닥 위에서 흥겨운 춤을 췄다. 홀로그램은 ‘저런..’ 하며 신음 같은 기계음을 내기 시작했고 무지개색 머리의 사람은 웃기 시작했으며 다른 좀 얌전해보이는 과학자는 당황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그러든말든! 이 기분을 누가 방해할 수 있으랴. 희수는 절대로 가무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의 춤은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래도 삶의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마구잡이로 빙글대며 주위를 돌고 신나서 고함을 치고 홀로그램에 대고 마구 명령을 내렸다.

무지개색 머리의 과학자가 툭 다른 과학자의 팔을 치더니 한쪽 눈썹을 찡긋하며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 말했다. 이후 희수가 알게 된 바로는 ‘그봐. 내가 깨우길 잘했지?’라는 뜻의 말이었다.

그 뒤 희수는 진정하고 자리에 앉길 요구받았다.

무지개색 머리의 사람은 내내 싱글벙글하며 손짓 발짓으로 장난을 쳤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은 거의 뚱하니 말이 없었다. 그는 행색도 희수와 같은 오래된 과거로부터 온 사람과 비슷할 정도로 그나마 단촐했다. 다만 눈동자 한쪽은 빨간색이고 한쪽은 파란색이었으며, 귀 뒤로는 뭔가 소름이 끼치는 류의 철제 기구를 끼고 있었다. 인종을 가늠할 수 없는 무지개색의 남자와 달리 이쪽은 흑인과 아시아인이 섞인 것과 대강은 비슷해보였다.

이 자리에서 옛 지구의 언어와 현 지구의 언어를 둘 다 할 줄 아는 건 홀로그램 뿐으로 보였기에 그는 통역 역할을 맡았다. 그-라고 과연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홀로그램은 사람에 가까운 완벽한 인공지능을 가진 듯했다. 심지어 그는 이야기 도중 자신이 동성애자라고까지 했는데 홀로그램들 사이에 성별이 있는 건지 아니면 동성인 인간과 교제한단 것인지는 모를 일이었으나 그 어느 쪽이든 매우 기이한 일이었다. 그러나 희수는 이곳에서 기이한 것 하나를 발견할 때마다 심장이 매우 뛰었다. 어쨌거나 그 모든 건 인류의 가능성이자 새로운 미래였다.

[…어쨌거나 현 지구에 대한 설명은 이쯤으로 하고요. 어차피 이쪽 키쉬 씨와 발달탄 씨가 안내해줄테니까요. 하지만 밖으로 나가려면, 그리고 우리 언어를 배우고 여러 지식을 습득하려면 인공각막 수술이 시급합니다.]
“인공각막?”

희수가 어리둥절해하자 무지개색 머리의 남자가 손을 들어 자기의 왼눈 아래의 살가죽을 주욱 당겨보였다. 그러자 그의 기묘한 색깔의 눈이 팽창하더니 그 위로 온갖 빛과 그래픽처럼 보이는 것들이 축소판으로 오갔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솔직히 말해 아름답기보단 징그러웠다.

[이 새로운 각막이 우리의 모든 정보 수용-생산 체계랍니다. 희수씨 시대를 보자면 흠, 스마트폰이나 기어 시리즈 정도가 될까요. 이것으로 물건을 사고 대화를 나누죠. 정보처리양과 속도도 대단해서 3초만에 새 언어를 배우는 수준이랍니다. 게다가 믿어주세요. 저 밖은 태양빛이 너무 눈부셔서- 물론 지구 전역에는 지금 적당한 리드(뚜껑)들이 설치되어있지만 이 인공각막이 없다면 바로 눈이 멀어버릴 거랍니다. 시술은 아프지도 않고 빨리 끝나요. 3살 애기들도 하는 걸요.]

이곳에 오게 된 뒤로 희수는 모든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었다. 그렇기에 그에게 ‘태양빛’이란 단어는 예삿소리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아까 라그나로크니 뭐니 하는 우스갯소리도 들은 듯 했다. 희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음울한 표정의 과학자(이름이 발달탄이든가 하는)가 그를 두려워하는 기색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면 그는 아까부터 계속 저런 식이었다. 무슨 죄라도 지은 듯, 곧 희수에게 큰일이 생길 듯.

희수는 숨을 깊게 들이셨다. 그는 학자였고 무엇보다 그의 다가올 수 있는 미래에 대해 많은 공부를 준비로 한 사람이었다.

태양은 수명이 다하게 되어있었다. 끝으로 갈수록 그 빛은 무척 강하고 눈부셔진다.
라그나로크는 북구 신화의 개념으로, 세상의 종말이란 뜻이며 신들은 그를 이미 알고 있지만 막을 도리가 없기에 자신들의 끝을 잠잠히 기다린다.

“설마……….”

그때 발달탄이 홀로그램에게 번역을 듣고는 상황을 이해한 듯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말을 하려다말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뭐라 중얼거리자 홀로그램은 그 말을 그대로 번역해주었다. 믿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교수님이 생각하신 대로입니다. 지금 지구는 며칠 후로 멸망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하는군요.]
“……………….”

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무리한 실험에 참가해 온몸을 얼리고.

부모와 가장 소중한 그녀마저 멀고 먼 과거에 놓고 왔다.

그런데 지금 뭐라고?

“………뭐………라고?”

그는 심지어 신나서 춤까지 췄었다! 그와중에도 무지개색 머리는 이 상황과 그의 분노마저 웃기다는 듯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발달탄이란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들지를 못했다. 홀로그램은 입맛을 다시더니 ‘포르노 보여드릴까요? 미래의 포르노 궁금하지 않으세요?’ 같은 소리나 해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상황도 지각도 감정도 희수의 마음 깊은 곳에는 와닿지 못했다.

이 순간 생각나는 건 또다시, 오직 그녀 뿐이었다. 어차피 죽을 것이었다면 그녀와 함께 여생을 보냈더라면 수십년의 시간이라도 더 주어졌을 것이 아닌가. 내가 없는 과거의 지구에서 그녀는 얼마나 외롭게 살다 죽어갔을까. 이 모든 것이 마치 신을 거스르려 한 것에 대한 천벌인 것만 같아 희수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이게 미래의 인류의 모습이라니. 한심하기 그지 없군.”

희수는 반투명한 점막 같은 것으로 덮인 자신의 보호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불평할 수도 없었다. 모든 이들이 그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양광에서 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발달탄과 키쉬 또한 애벌레 같은 우스운 꼴이 되어서는 그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보호복 안에는 알 수 없는 점액질의 무언가가 차있어서 걸을 때마다 기분나쁜 촉감이 있었다.

삼십분 전부터 희수는 두 사람을 일부러 외면하며 걷고 있었지만, 둘은 끈덕지게 그를 쫓아오고 있었다.
희수가 절망에 차서 좌절하고 있자 ‘키쉬’는 말문을 떼었다.
<사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아저씨를 깨웠어> 그 말에 희수는 번쩍 의자에서 일어서 둘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반인륜적인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참해줄 의사는 전혀 없다고 선언했다.
그리고나서 마지막으로 지구를 둘러볼 수 있냔 물음에, 홀로그램이 말없이 보호복 한 벌을 내려줬던 것이다.

그래서 보호복을 입고 나선 길은, 평생 무교였던 그가 ‘순례’라고 표현할 만한 것이었다.
수십억 년동안 인류를 품어줬던 행성이 이제 죽음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짐승도 돌봐준 어미의 죽음을 애도하는데 인간으로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첫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구는 푸른 베일을 감싼 신부와도 같이 아름다웠다고.
그렇다면 이제 그 곱디곱던 신부는 주름진 노파의 모습이 되어 마지막 호흡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었다.

그렇지만 지구의 죽음을 맞이한 인류의 모습은 언제나 그랬듯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었다. 최초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태어난 이후로 인류의 지능은 조금도 성장하지 못하였다. 자신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깨운 듯한 키쉬와 발달탄의 모습을 보고 짐작한 바였지만- 인류는 그대로였던 것이다. 역사에서 조금도 배운 바 없이. 여전히 글자를 배운 짐승으로서 끝없는 투정을 부리고 있을 뿐이었다.

“흐흐흐흐흐. 죽여. 죽여버려!!”

벌써 몇 번째 이런 이들을 보는 건지 모른다. 희수는 건물 벽 뒤에 몸을 숨기고 거친 숨을 골랐다. 건물 앞으로는, 보호복도 벗고 헐벗은 상체를 드러낸 젊은이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칼과 총을 들고 설치고 있었다. 심지어는 여성도 아무런 스스럼없이 젖가슴을 다 드러냈다. 오직 이들을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은 손목의 붉은 팔찌와 같은 것이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팔찌가 아니라 스스로 만든 흉터였다.

“왜,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이번에 몰린 것은 한 젊은 여자로 보호복 차림으로 덜덜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는 먹을 것을 구하러 나왔는지 양손 가득 통조림이 가득한 봉투를 안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는 다 죽을 건데. 왜 평화롭게 마지막 시간을 보내지 않는 거냐고.”
“무슨 소리야? 어차피 죽을 거니까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거지.”

가슴을 다 드러낸 여자가 큰 소리로 웃었다. 여자가 울기 시작하자 누군가 ‘시끄러워’ 라고 속삭였다. 그들 중 하나가 총을 들어올렸다. 붉은 광선이 쏘아졌고, 여자는 금세 고꾸라졌다. 여자가 죽자 보호복이 갈라졌고 그 사이로 보호액이 흘러나왔다. 끔찍한 최후였다. 그러나 차라리 이들에게 당한 자들 중에는 괜찮은 축에 속했다. 누군가가 통조림을 짚기 시작하자 식사시간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시체를 앞에 두고 통조림을 열어서 식은 국물로 입을 헹궜다.

‘적시자’라고 스스로를 지칭하는 이 집단은 패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다녔다. 신생아를 높은 빌딩에서 떨어트렸고 그 앞에서 엄마의 두 눈을 크게 뜨도록 한 다음 보도록 하기도 했다. 성별을 불문하고 아무나 강간했으며 온갖 신기술이 집약된 발명품들을 들고 다니며 끔찍한 짓들을 벌였다. 점잖게 지구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던 노인에게 약물을 주입하며 소아성애자로 만들기도 했으며, 수녀를 잡아 조현증을 일으켜 스스로가 예수라 외치고 다니게 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을 소중한 소수의 사람과 보내고 싶어했기 때문에 치안권은 마비되어 있었다. 이들은 어떤 사정으로든간에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을 속속들이 타겟으로 삼았다.

이들 중에는 아무 이유없이 마지막 시간을 본능대로 보내고 싶어하는 사이코들도 있었지만, 의외로 평소에는 윤리적인 행동을 일삼던 이들도 있다고 했다. 심지어는 유명한 윤리학 철학자도 이들 중에 있었다. 그 철학자는 지구의 죽음을 목도한 순간 자신이 그제까지 추구했던 ‘도덕률’이란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통조림에서 나온 건데기를 씹어먹고 있었다. 숱한 범행을 일삼은 노인의 얼굴은, 마치 고된 육체노동을 한 노동자처럼 고단해보였다.

이 집단에 최초로 이름과 정체성을 부여한 이는 현 지구멸망대책위원회의 고위간부 중 한명으로 추측되고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평온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힘을 합친 이 대책위원회 중 한 명이 사실은 뒤로는 이런 집단을 움직이고 있단 것이다. 그 자는 인간이 짐승의 본질을 잊고 철학과 윤리를 가진 뒤 불행해졌다며 이런 사실을 자신들이 ‘적시’하겠다고 말했단 것이다.

희수의 보호복은 홀로그램과 연결되어있어서 원할 때마다 홀로그램에 질문을 던지면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인공각막이 있더라면 더 편했을테지만, 그는 어차피 5일을 살 건데 굳이 각막 시술을 받을 것이 없단 생각에 받지 않았다. 단 이곳의 언어는 홀로그램이 모종의 입력처리 과정을 거쳐 그의 머릿속에 ‘부어’주었다. 단 몇 분만에 새로운 언어를 술술 하고 그 언어로 머릿속으로 소설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게 되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희수가 ‘그나마 이건 쓸 만하군’ 하고 감탄하자 홀로그램은 [우리는 인간의 뇌 안에 있는 것들에 대한 조종은 대부분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 바깥의 것을 조종하지 못해서 문제죠] 하고 답했다.

인공각막이 있으면 그 각막을 통해 바로 머릿속으로 정보가 떠오른다지만 각막 시술을 받지 않았으므로, 그는 가끔씩 멈춰서 목소리로 홀로그램과 소통해야했다. 홀로그램은 이를 두고 ‘원시적이고 야만인 같다’ 라고 툴툴거렸지만 그의 명에 반하지는 않았다.

[저 다음 상가에도 적시자 무리가 셋이 있으니 피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끝도 없군.”
[여기가 주된 저 놈들의 근거지랍니다. 그래서 이쪽 지대위 담당자가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냔 말이 많죠. 흠흠. 아무튼 다음 영역은 조금 더 괜찮을 겁니다. 이것저것 볼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을 거거든요! 어쩌면 마음에 쏙 들어 거기에 머물러버리실 수도 있죠. 거기는 ‘쾌락자’들의 근거지거든요.]

쾌락자들?
희수는 직감적으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을지가 상상이 되었다.

“마약파티라도 벌어지고 있나?”

홀로그램은 킬킬거리는 웃음소리를 냈다.

[그거보다 더할 걸요.]

대충 짐작이 갔다. 언제나 쾌락을 좇는 이들은 있기 마련이지만 지구 멸망 5일 전이라면 더 말할 것이 있으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나저나 내가 알아보라 한 것은?”
[아, 그것이 아주 오래 전 자료라 검색과 해독에 시간이 걸립니다. 게다가 지금 이것저것 당신을 보조하는 것도 하고 있어서 회로 용량이 조금 부족해서요. 어쩌면… 차라리 아날로그 방식으로 자료를 얻는 게 그쪽 시대 자료를 구하는 데는 더 편한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연구소를 나오자마자 홀로그램에게 한가지 조사를 부탁했다. 그것은 바로 그의 부모님과 ‘그녀’의 인생에 대한 기록을 찾아달란 것이었다. 꿈꾸던 대로 시간의 지평을 넘어왔지만 그의 몸과 마음은 아직도 수억년 전 지구에 있는 듯 했다. 그들의 기록을 읽으며 잠들면 차라리 편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수억 년 전. 그것도 그리 유명하지도 않은 작은 나라의 소시민들의 기록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만일 쾌락자들의 영역을 넘어 몽상가들의 영역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그곳에 사설 도서관이 하나 있거든요. 이 근방에서 아날로그 자료를 취급하는 것으로는 유일한 곳이죠. 클래식한 장소랄까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했죠. 아무튼 거기에 도착만 한다면야 거기서는 자료를 얻기가 그리 어렵진 않을 겁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화창한 하늘의 홀로그램을 보여주고 있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홀로그램 뒤로는 특수제작된 금속으로 만들어진 일명 뚜껑, 이라 불리우는 반구형의 돔형 천장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었다. 진짜 하늘은 볼 수가 없었다.

쾌락자들의 영역은 공기부터가 달랐다. 알 수 없는 달큰하고 매운 향이 났다.
곳곳에는 눈이 휘둥그레해질 정도로 수려한 남성들이나 아름다운 여성들이 웃음소리를 내며 걸어다니고 있었다. 온갖 곳에서 향긋한 음식들과 음료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고, 누군가는 시를 낭송했고, 누군가는 노래를 불렀다. 곳곳에는 생생한 꽃들이 펴있었고 분수와 그리스식 정원도 있었다.

희수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조그만 과자 하나를 홀로그램에게 안전성을 보증받고 먹었는데, 그가 살던 시절 미슐랭에서 최고 점수를 받던 제과점보다도 맛이 있어 놀라웠다. 게다가 분명 온갖 과일 맛이 나는데 그 안을 쪼개어보니 텅 비어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 입 안에는 건포도가 굴러다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어 따져물으니 홀로그램은 [전부 가짜예요] 라고 말했다.

[우리 기술이 그동안 여러 한계에 부딪히긴 했지만 그래도 인간의 오감은 조종할 수 있다니까요? 뭐, 워프장을 만드느니 다른 지적생명체를 탐사하느니 그런 건 못했지만. 그 음식들은 먹고 마시는 순간, 자신이 원하는 최고의 맛이 나게 되어있어요. 뇌가 그렇게 지각을 하는 거죠. 여기는 다 그런 식이에요. 가짜 환상, 환락이 가득하죠.]

그 순간 너무도 희수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여자가 걸어와 희수는 깜짝 놀라 숨을 멈추고 말았다. 그 여자는 희미하게 은은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취향이었던 고전 영화배우 앤 해서웨이와 닮은 면이 있었다. 그러나 여자는 웃던 것도 잠시. 희수와 눈을 맞추며 눈을 몇번 우아하게 깜박이다 기분이 상한 듯 표정을 달리 해보였다.

“뭐예요? 당신. 설마 인공 각막이 없어?”
“…….”
“세상에. 어디 동굴 안에서 늑대젖먹고 살았어요?”

수억년 후에도 이런 농담은 매한가지군. 희수는 마른 세수를 했다. 동굴 안에서 늑대젖을 먹고 자란 게 아니라 냉각실 안에서 냉각수를 먹고 있었지. 하지만 이런 대꾸는 하지 않는 게 좋을 듯 했다.

“맘에 들었어. 이곳에서는 특이한 게 최고예요. 새로운 걸 즐기고 싶으니까.”

여자가 배시시 웃으며 다가와 팔짱을 꼈다. 말리려는 찰나 부드러운 입술이 귓볼에 닿았다 떨어졌다. 온몸에 불이 이는 것 같았다. 희수는 단 한번도 만족스러운 만큼의 이성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늘 자신의 성취를 우선시하였고 지식을 숭배했으니까. 심지어 여자는 희수와 팔짱을 낀 채 걸어가며 여러 이야기를 하였는데 희수가 좋아하는 T.S.예이츠의 시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희수는 이 지구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나 싶어 놀라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데 홀로그램의 끽끽거리는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가짜. 전부 가짜라니까요. 희수 씨. 그 여자는 지금 사실 콘돔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요.]
“뭐?” 메마른 소리가 절로 터져나왔다. 홀로그램은 폭소를 터뜨렸다.

[당신 뇌 안에서 당신이 원하는 이상형으로 그 여자가 보이는 거라고요!]

희수는 경악하여 그 여자에게서 팔을 뺐다. 광증에 시달리는 환자가 되어가는 느낌이라 과히 그 느낌이 좋지만은 않았다. 여자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희수를 바라보았다.

“당신, 우리 쪽이 아니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야.”
“좋아요. 좋아. 우리한테 관심이 없다. 그런 것도 좋아. 새로우니까.”

여자는 갑자기 손을 얼굴에 가져다댔다. 그러자 그 얼굴이 바뀌는 것이 아닌가? 드러난 건 무뚝뚝한 얼굴의 중성적인 소녀였다. 심지어는 몸도 어리게 바뀌었다. 희수는 미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자신은 미쳐있는 것이겠지.

“이렇게 맘대로 남의 뇌를 헤집어도 되는 거야?”
“‘뇌윤리’같은 건 집어치워. 어차피 다 망했는걸. 우리한테 소송이라도 걸 거야?”

소녀가 혀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 혀에 피어싱이 가득했다. 도무지 정체를 모를 인물이었다. 소녀의 머리칼은 색색깔로 요란했다. 문득 키쉬가 떠올랐다. 소녀와 그 과학자는 분위기가 매우 닮아있었다.

“너 혹시…. 아니다.”

그에 대해 아냐고 물어보려했지만, 생각해보니 의미없는 일이었다. 한참 적시자들을 따돌리고 오는 동안 두 과학자는 희수의 시야에서 멀어져있었다. 희수는 이곳을 지나 몽상가들의 영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 근데 내가 왜 보내줘야하지? 이렇게 재밌는 사람을 만났는데.”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만 민 특이한 눈썹을 찡긋거렸다.

“나에게 뭘 해주면 모를까. 맨입으로 보내주긴 싫어. 여긴 그런 곳이니까.”

소녀는 웃음을 짓더니 갑자기 거대한 근육질의 남자로 변했다. 그가 희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희수는 당연히 그 본모습인 어린 소녀를 보았기에 신경질적으로 팔을 휘둘러 피하려했지만 그 완력은 진짜였다. 희수는 당황하여 몸을 버둥거렸지만 통하지 않았다.

[대단하죠? 뇌의 힘.]
“아 참.”

귓속에서 울리는 홀로그램하며, 눈앞의 남자까지 희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만일 저 가상의 하늘 그래픽이 제대로 된 시간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어느새 하루는 저물어가고 있는 듯 보였다. 5일밖에 남지 않은 시간을 하루 보내버린 것이다. 그 답답한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비죽 웃으며 혀를 다시 내밀 뿐이었다.

“내 이름, 소마. 그렇게 불러줘요.”

희수는 소마에 의해 화려한 중정에서 벌여지고 있는 연회의 한가운데에 앉아있었다.
새로운 사람의 등장에 온갖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들었다.
희수는 그들에게 자신이 흥미로워보였다간 이대로 이곳을 영영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불운한 예감이 들었기에, 최대한 무뚝뚝하고 단조롭게 대꾸했다. 혹여라도 그가 22세기에서 왔단 것이 들통났다간 이대로 끝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현 지구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에 어딘지 말이 어긋났고 그때마다 이 쾌락주의자들은 매우 즐거워했다.

그러나 그가 계속해서 뚱한 표정만 짓고 있자, 소마는 별안간 7살 아이의 모습이 되어선 ‘제대로 된 비밀’을 알려주겠단 것이었다.

“이곳은 진짜 쾌락으로 가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하는 곳에 불과해요. 아니면 일테면 겁쟁이들이랄까? 캡슐에 들어가기 무서워하는 친구들이 가짜 놀이를 하는 곳이죠. 우리끼리는 ‘대기실’이라 불러요.”
“캡슐?”

소마가 걸음을 빨리하자 아름다운 중정의 기둥들이 순식간에 복잡한 연구소 내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희수는 내심 이곳의 풍경도 진짜는 얼마 없으리라 짐작하고 있었지만, 막상 바뀌는 걸 보니 착잡한 기분이었다.
분명 그 그리스식 풍경들은 희수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었으리라.

게다가 이곳에 있는 것들은 보통의 연구물들이 아니었다.
전부 누에고치 같은 반투명한, 거대한 관 안에 사람이 잠들어있는 것이 수 백개… 아니 수 천개?

희수가 압도되어 입을 벌리자 소마는 뿌듯하다는 듯 웃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어린이날을 맞은 어린이마냥 천진해보였다.

“저 안에 들어가면 천 년을 살 수 있어요. 아니. 만 년. 억 년도…. 몇번이고 다시 태어나서 인생이 물리고 지겨워질 때까지. 질리도록 쭈욱.”

소마는 입술을 살짝 내밀며 웃는다.

“원하는 건 뭐든 볼 수 있고. 아니면 정말 인생을 사는 느낌으로 살짝 어렵게 난이도도 조정 가능해요. 불굴의 노력을 다 해서 세계적인 영웅이 될 수도 있고, 광기가 있는 천재의 삶을 살 수도 있죠.”

소마는 과장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진정한 쾌락주의자들의 영역에 온 걸 환영해요. 희수 씨.”

그가 고개를 숙였다 들자 그는 익숙한 과학자, 키쉬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키쉬는 이곳의 모든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이죠. 말하자면 이 영역의 리더입니다.]

홀로그램이 그의 귓가에 말했다. 희수는 멍하니 서서 키쉬와, 수많은 잠든 인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채시계의 조정을 통해 우리는 영원을 손에 넣었어. 정말로 여기로 들어가면 영원을 살 수 있지.”

키쉬는 그의 뒷켠에 있는 캡슐 하나의 벽을 톡톡 손톱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캡슐에서 반사되는 형광빛이 어스름하게 그의 문신들 위에 맺혔다 흘러가며 물결 같은 무늬를 만들었다.

“사실 인류의 절반 가까이는 지금 이 캡슐 속에 있어. ‘적시자들’은 이를테면 소수의 또라이들이지.”

몇몇 캡슐들에는 키쉬가 그 전까지 변했던 인간의 모습들이 있었다. 잠든 일곱 살짜리 아이. 저 아이도 자신이 죽는 것이 두려웠던 것일까? 지금은 너무도 행복한 꿈을 꾼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근육질의 남성 하나는 무언가에 집중하는 듯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격투기라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의 어깨근육이 꿈틀거렸다. ‘소마’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했던 중성적인 얼굴의 소녀는 울고 있었다. 너무도 황홀한 얼굴로. 어쩌면 평생동안 그리던 연인과 정사를 나누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캡슐의 액체 속에서 눈물은 금세 씻겨지나갔다. 그들은 너무도 인간적으로 순간순간의 인생에 ‘몰입’하고 있었다.

희수는 소름이 끼치는 기분이 들어 시선을 떼어버렸다.

키쉬는 머리를 긁적이고 소름끼치는 귀걸이들을 찰랑거리며 말했다.

“저기. 아저씨. 놀라게 한 건 미안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아저씨가 원하면 바로 이 캡슐에 넣어줄 수 있어. 자는 동안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고 가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온갖 영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웃기지 마. 이미 이런 사실을 알아버렸는데 행복이라고?”
“으음. 역시 구시대 사람은 소통하기가 어렵네. 그니까, 그런 사실도 머릿속에서 싹 다 지울 수 있다니까? 아. 아님 어느 쪽이 취향이려나. 단 며칠을 남기고 기적적으로 다른 행성으로 탈출하게 되었다든지 그런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캡슐이 알아서 조절할 거야. 어느 쪽이든 100%의 쾌락을 보장해. 이걸 만든 건 나니까.”

키쉬는 ‘소마’를 돌아보며 덧붙였다.

“나도 백프로 장담하지 않았으면 내 여동생을 캡슐 안에 넣진 않았을 거야.”
“………!”

키쉬와 같이 색색으로 물들인 머리칼에, 피어싱, 문신으로 가득찬 소녀는 웃으며 울고 있었다.

“내 여동생은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넣는 게 좋다고 판단했지. 이걸로 발달탄이랑 얼마나 싸웠는지 몰라. 그 녀석은 그 바보 같고 미련한 몽상가들 중 하나니까.”
“몽상가들은 뭘 하는 자들이지?”
“마지막 가는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자고 하는 멍청이들이야. 그 중에는 아직까지도 신(神)을 믿는 어처구니없는 놈들도 있어.”

키쉬는 세상에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냐는 듯 어깨를 과장스럽게 으쓱해보이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Frozen 실험의 개체들은 대부분 파괴됐어. 지구멸망대책위원회 놈들이 그렇게 했지. 그래. 아저씨가 지금까지 그렇게 말한 것처럼.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죽는 게 자비롭다……. 그런 의견이었어. 나랑 발달탄은 그쯤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지. 과연 지구멸망을 맞는 방식으로 무엇이 옳은가? 내 여동생을 두고도 옥신각신했어. 그러다 아저씨를 발견했어. 아저씨는 육체적 손상이 심한 초기 실험체였기 때문에 폐기실에 가있었지. 그래서 대책위원회 놈들이 파괴하지 않았던 거야. 후. 인공각막만 있으면 1초만에 전해줄 정보를, 말을 하려니 입이 아프네.”

버버버. 하고 키쉬는 자신의 입술을 튕기며 우스운 소리를 내다 킥킥 웃었다.
희수는 그 자의 어릿광대 같은 행동에서 오히려 극에 달한 슬픔을 보았다.
자신의 여동생을, 그녀가 원치 않는데도 캡슐에 넣을 정도로 고통을 두려워하는 자는 희게 웃어보였다.

“발달탄이 그러더라고. 우리 인류는 온갖 기술들 때문에 멍청해졌다고. 사실 그런지도 몰라. 우리는 온갖 마약으로 스스로의 뇌를 취하게 하고 매일 성격을 바꾸고 마음대로 살았어. 지식인들도 필요가 없었지. 이미 모든 지식과 논리체계는 컴퓨터로 다 다뤄낼 수 있었으니까. 발달탄은 늘 옛날 책을 읽으면서, 소크라테스니, 아리스토텔레스니 그런 사람들이었으면 더 올바른 해답을 냈을지도 모른다고 했어. 당신은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개체 중 가장 옛날의 개체였어. 22세기의 지구인. 그래서 내가 당신을 살려보기로 했어. 당신은 어떤 답을 내릴지 궁금해서.”
“무슨 답을 말하는 거지?”
“모든 것에 대한 답.”

키쉬는 순간적으로 무표정해진 얼굴로 말했다.

“대체 이 모든 상황에 무슨 의미가 있지? 우리가 쌓은 모든 문화와 문명이 사라지는 건 무슨 의미가 있지? ‘지성’이란 건 뭐지? 그건 그저 물고기의 부레와 같은, 생존에 대한 하나의 기관이었을 뿐이었던 걸까? 우리가 스스로와 세상에 대해 생각했던 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그리고… 내가, 소마한테 한 짓은 용서받을 수 있는 건가?”

그 순간 희수는 잠에서 깨었다.

쾌락자들의 영역은 공기부터가 달랐다. 알 수 없는 달큰하고 매운 향이 났다.
곳곳에는 눈이 휘둥그레해질 정도로 수려한 남성들이나 아름다운 여성들이 웃음소리를 내며 걸어다니고 있었다. 온갖 곳에서 향긋한 음식들과 음료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고, 누군가는 시를 낭송했고, 누군가는 노래를 불렀다. 곳곳에는 생생한 꽃들이 펴있었고 분수와 그리스식 정원도 있었다.

희수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조그만 과자 하나를 홀로그램에게 안전성을 보증받고 먹으려고 했다. 그때 홀로그램이 [당신의 의식이 아직 덜 회복되었군요.] 라 말했다. 희수는 과자를 들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키쉬가 답을 찾으면 알려달라고 하네요. 당신이 거래를 수락한 것이라고 생각하겠답니다. 지금 그에게서 다음 영역으로 가는 길 정보를 전송받고 있습니다. ….전송완료.]

희수는 과자를 입에 넣고 씹어보았다. 싸구려 밀가루 맛이 났고, 과자의 안은 텅 비어있었다.
과자가 입 안에서 파사삭 부서지는 순간 눈앞의 모든 건물과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곳에는 새벽별이 총총 난 하늘 밑으로 나있는 단촐하고 굽이진 길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어슴푸레한 하늘 그래픽의 새벽 빛 아래로 몽상가의 영역이 펼쳐져있었다. 지금까지 왔던 그 어떤 곳보다도 조용한 곳이었다.

[몽상가들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신을 믿는 자들과 믿지 않는 자들이죠.]

희수는 홀로그램의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한쪽으로는 좁다란 계단들마다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른 한쪽으로는 은은한 불이 켜진 주택가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신을 믿지 않는 자들은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과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자 한다고 했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카드게임을 하고 음료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어느 쪽이든 이 상황에서 캡슐에 들어가지 않고 죽음을 맞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점은 같습니다. 저로서는 이해가 잘 안 가지만 꽤 수가 많아요.]

그러나 이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평온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희수는 이곳의 고요한 공기가 마음에 들었다. 사제들은 거리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눈물을 흘리는 앉은뱅이들과 임산부들, 노인들을 축복했다. 지구멸망 며칠 전까지도 인간은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 한때 22세기의 지구에서는 과학이 발전하여 모든 것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수록 종교의 힘은 약해질 것이라는 담론이 지배적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은 태양이 마지막 수명을 다 하게 되었으며, 신은 인류를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진 지금 이순간까지도 기도를 드리고 예배를 올렸다.

그는 거대하고 뾰족한 첨탑을 발견했고 그곳이 이곳의 예배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대한 문은 열려있었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촛불이 밝혀진 안쪽에서 붉은 옷을 입은 한 사제가 열성적으로 소리를 치고 있었다. 희수는 문가에 서서 그 말을 훔쳐들었다.

“아직 신은 저희를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말에 신도석에 앉은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고 웃음을 터뜨렸다.

“더 웃읍시다. 더! 이 웃음소리가 신께 닿도록!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분의 사랑을 의심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사람들이 아이처럼 까르르, 아하하, 웃어댔다. 그럴수록 사제는 ‘더! 더!’ 하면서 두 팔을 휘저어댔다.
누가 예측했겠는가? 세계가 멸망하는 순간 교회에는 웃음소리가 가득할 것이란 것을.

[인간은 역시 이해하기 어려워요.] 홀로그램은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희수는 무의식적으로 자신 또한 멸망 직전에 머물 곳을 찾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일단의 무리들을 보는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 속에 자신이 껴있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와 같은 과정을 모든 지구인들이 겪었는지도 모른다. 그 결과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단순하게 분류된 것이다. 적시자, 쾌락자, 몽상가. 인류가 살아온 이래로 수많은 투쟁과 계급이 있었다. 이들이 고작 세 분류로 나뉘게 된 것은 이를테면 혁명적인 일이라 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윤희수는 아직까지는 그가 있을 곳을 찾기 어려웠다.
그는 무신론자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으며 자랐다.
그렇기에 이제 와서 신을 찬양하는 열광의 도가니에 함께 하기는 스스로 머쓱한 점이 있었다.

“신(神)에 대한 과학적인 논쟁은 얼마나 진전되었지?” 그가 문득 호기심이 생겨 홀로그램에 묻자 홀로그램이 술술 답하였다.

[어떻게 인류와 생명체들이 진화하였는지를 게놈 시뮬레이션으로 0.1%의 오차 내에서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을 정도였죠. 또 과거의 나자렛과 베들레헴의 정보를 샅샅이 재현하여 ‘예수’란 자는 실존인물이 아님을 밝혔습니다. 다른 선각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 신을 믿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희수는 중얼거렸다. 오히려 사람들은 점점 더 외로워졌을 것이다. 이곳의 발달한 뇌 기술을 생각하면 그러했다. 사람들은 점차 자신들이 타고난 유전자와 호르몬, 뇌 체계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실존에 대해 갈구했을 것이고, 자신들에게 특별한 가치가 있기를 소원했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매번 자신의 성격과 외모를 바꾸는 동안 한쪽에서는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아 헤맸을 것이다.

희수는 씁쓸한 얼굴로 거리를 걸었다. 놀라운 일이라 해야할지. 지구가 멸망하기 직전임에도 배가 고팠다. 연구소에서 일어난 후 뭘 제대로 먹고 마신 일이 드물기 때문이었다. 예배소로 간다면 적당한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지만, 그곳에 가는 것은 마땅찮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주택가의 문을 두드리자니 과연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문을 열어줄지가 의심스러웠다. 적시자로 의심이라도 안 받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교회 뒷켠으로 나있는 길을 홀로 걷는 동안 그는 이곳에서 자신이 철저한 이방인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그는 희미한 말소리들을 들었다. 처음에는 작은 벌레들의 소리 같았으나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 소리들이 사람들이 아우성치고 싸우는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평화로운 영역에서 싸움이라니? 그가 의아해하자 홀로그램이 킬킬거렸다.

[몽상가들의 광장이군요. 안심하세요. 위험한 곳은 아닙니다. 그냥 말싸움을 하는 것 뿐이죠.]

과연 그가 걸어갈수록 나타나는 것은 광장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반짝거리는 타일들이 커다란 정사각형 모양으로 깔려있었다. 그 위로 성마른 사람들이 오가며 무언가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가끔 무언가를 가르키기도 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끊기도 하고,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고 크게 껄껄거리기도 했다. 마치 과거의 지구에서 보았던 토론방송의 패널들 같은 모습이었다.

‘지구멸망 4일 전 새벽토론 주제 – 무엇이 실체인가’

희수는 광장 한켠에 걸려있는 천에 씌여있는 글자를 바라보았다. 이 천에는 모종의 처리가 되어있는지 그 위에 적혀있는 붓글씨 같은 글자들이 순간순간 휙휙 바뀌었다. 희수가 그 천을 멍하니 보고 있자 글자들은 ‘앉으세요.’ 라고 바꼈다. 희수가 뒤를 돌아보자 움푹한 중앙을 두고 마치 콜로세움의 관객석처럼 의자들이 층층이 배열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 몇몇 사람들이 앉아 논쟁하는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희수가 그곳에 앉자, 관객들 중 한 명이 그를 돌아보았다.

“이것 좀 드시겠습니까?”

그를 돌아보았던 사람이 다가오며 물었다. 그는 손에 감자와 고기로 만들어진 듯한 음식이 들어가있는 종이로 된 그릇을 들고 있었다. 희수는 반가운 맘에 본능적으로 음식을 받아들었다. 감사를 표하려 했지만, 역광 때문에 남자의 얼굴은 알아보기가 힘이 들었다. 남자는 희수에게 음료수가 든 컵까지 쥐어주고 옆자리에 앉았다.

그제야 희수는 그가 발달탄임을 알아보았다. 흑인과 아시아인의 혼혈 같은 얼굴이 고작 한번 보았지만 낯이 익었다.

대체 이 과학자들은 어떻게 이렇게 종횡무진하며 그를 쫓는단 말인가? 희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일회용 포크를 뒤적였다.

“…..키쉬를 보았다고 들었습니다.”
“으으음” 희수는 입 안에 음식이 가득하여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 드시고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보통의 대사속도를 고려할 때 지금쯤이면 배가 고프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발달탄은 그를 한번 힐끗 보고는 다시 광장 앞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잡담을 조금 하자 주위의 관객들 중 일부는 그들을 노려보기도 했다. 집중을 깨뜨린다는 것이었다. 경고의 의미인지 눈을 깜박이는 자들도 있었다. 인공각막이 있었더라면 ‘야 이 자식아!’ 같은 욕이 머릿속으로 전송되었을지도 모른다.

희수는 일단 식사를 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감자와 고기를 입에 넣고 씹으며 광장의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어찌 보면 고대 그리스의 토론자들 같기도 했다. 각각 한 명이 한 가지 학파를 대변했고 거침 없는 논리로 싸웠으며 패배한 자는 바로 패배를 인정했다.

이들은 인생이란 무엇이며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이들 중 가장 논리적이며, 카리스마 있는 토론자는 보호복 위로 망토 같은 것을 두르고 있었다. 그의 팬도 많은지 그가 관객석 앞을 휙 스쳐지나갈 때면 몇몇 사람들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좋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희수가 듣기에 그의 주장은 상당히 궤변적으로 느껴졌다.

“지구가 멸망한다? 어떻게 그것을 확신합니까? 우리의 과학으로? 그것이 100% 맞다고 어떻게 확신하지요? 우리는 이 우주의 유일한 지적생명체로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어떻게 그것이 진실이란 말입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말을 하면 논리적인 비판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현실은 항상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금 UFO를 탄 외계인들이 갑자기 나타나 지구인들을 구원해주겠다고 선언할 확률이 완전 0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뚱뚱한 여자 한 명이 이마에서 연신 땀을 흘리며 ‘그렇지만 우리의 과학의 예측력은…’ 이라고 말하자 망토를 입은 자는 벌컥 화를 냈다.

“지금까지 우리의 과학은 음파전쟁도 예측하지 못했고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캡슐에 들어갈 것도 예측을 못했어요!”

그러자 천이 흩날리며 다른 글자를 빛냈다.
‘다른 이야기를 합시다. 우리 자신은 실체라 할 수 있을까요?’
마치 사회자 같은 역할을 하는 듯 했다.

망토를 입은 자가 코웃음을 쳤다. 간신히 논파당하는 것을 면피한, 뚱뚱한 여자는 다시 손등으로 땀을 찍어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자신은, 타고난 특성과 기질, 그리고 환경과 문화의 영향으로 인해 저마다의 고유한 정체성이 있습니다. 비록 누군가가 뇌를 조작하여 우리와 같은 이를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우리와 같은 역사를 살아온 이는 우리밖에 없지요.”

그 말에는 공감하는 사람이 더러 있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도 있었다. 희수는 감자를 다 먹어갔다. 음료수를 마셔보자 놀랍게도 얼음이 들어간 홍차였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요?”
“예?”

그러나 망토를 입은 자는 당당했으며 턱끝을 세우며 자신의 우위를 드러냈다. 희수는 왜 광장에 사람들이 구경을 오는지를 알 것 같았다. 이건 꽤나 우습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지금 제가 당신의 기억과 정체성을 완전히 복제한 복제인간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네?”
“그리고 그 복제인간이 ‘네?’라고 하는군요. 이걸 당신은 구별할 수 있습니까? 말해보십시오. 당신은 복제인간입니까, 아닙니까?”

몇몇이 소리를 내어 웃었다. 몇몇은 지나치게 무례한 언사라며 천에다 대고 말했다. 천은 심사숙고를 하는 듯 하더니 결국 아무런 글자도 띄우지 않았다. 지켜보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그러자 망토를 입은 자는 더욱 더 토론을 몰아쳤다.

“신장이 오줌을 생산하듯 뇌는 정신을 생산한다는 말이 있지요. 우리는 순간순간의 현상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쾌락주의자들의 영역에만 얼씬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정신과 올바른 세계관 속에서 살 수 있으리라 믿는 건 헛된 착각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5%의 확률로 정신병에 걸렸으며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받았고 전자파의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즉 우리의 정신은 항상 조작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단단한 두개골 안에 우리의 영혼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나 만지고 가고 밟고 갈 수 있는 말랑말랑한 찰흙장난감입니다. 우리의 인격이란 건 절대로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당장 어제 일도 까먹고 어제의 기분도 까먹는 게 인간이에요. 우리가 하나의 획일적인 ‘캐릭터’로 분명하게 존재할 수 있는 건 문학작품이나 공상 속에서나 그러합니다.”

그는 양손을 펼쳐들며 격렬하게 논증했다.

“즉 우리는 매 순간 죽고 있었습니다. 매 순간 우리가 상상하는 우리의 인격은 죽고 다음 순간 외부의 영향과 내부의 신체기제로 인해 새로 태어난 인격이 이어졌죠. 매 순간 새로 태어난 우리는 당연한 듯 과거 기억의 공백을 메꾸며 스스로가 오래 살아온 것처럼 자부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아한 학자가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난리를 피우고 울던 아이가 지금의 자신이랑 똑같고 심지어 자신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다고 착각을 해왔던 거지요. 하지만 그때 그 아이라는 특유의 정체성을 만들던 뇌의 시냅스들과 부위별 활동정도의 차이는 이미 사라져버린 거 아닙니까? 진정한 ‘나 자신’은 언제나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생존을 위해 그때그때 떠오르는 욕구에 문자를 입혀 생각하는 순간적인 프로그램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죽는 것도 무서워할 게 없습니다. 우리는 매번 죽었으니까요!”

관중석에서 사람들이 일어나서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쳤다. 울음을 터뜨린 여자아이도 있었다. 그녀는 ‘무섭다’고 웅얼거렸다.
뚱뚱한 여자는 말없이 그곳에 서있었다. 천이 휘날리며 ‘토론을 그만 마칠까요?’ 라고 물었다.
희수는 음료수의 마지막 한 모금을 쭉 빨아들였다.

“어떠셨습니까. 교수님?”

발달탄이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조심스러운 어조였다.

새벽토론이 끝나자 광장은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갔다. 대부분은 자신들의 집으로 가는 것이었지만 간혹 그들 중에는 종교가 있는 이들도 있어 예배소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발달탄은 이곳이 ‘몽상가들 중에서도 소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소수는 아닙니다. 죽음을 앞두고 지구의 멸망을 앞두자 오히려 이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이, 의문이 샘솟는 사람들이 꽤 있으니까요.”

희수는 발달탄이 건네준 티슈로 입을 닦았다.
이전부터 느꼈지만 발달탄은 그를 깨운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안절부절 못했으며, 희수가 말하는 대부분의 것을 들어주었다. 그렇지만 희수는 그의 안에서 그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의문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느꼈다.

“꽤 재밌었어. 그 아까의 망토 입은 사람이 하는 말들은 궤변 같았지만. 논리적 자위라고 해야하려나? 저쪽에서는 종교적으로 우리가 죽는 게 그리 무서운 일이 아니라 최면을 걸더니. 이쪽에서는 궤변으로 그러하는군.”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 사람은 이 광장의 최고 스타예요.”
“‘나’란 것은 없으니 죽음도 두려워할 게 없다? 하지만 인간은 ‘나’란 것을 가상적으로라도 만들고 있어. 그 ‘나’의 죽음이란 슬픈 일일 수밖에 없지. 어쨌거나 죽음은 모든 가능성의 상실이야.”

발달탄은 묵묵히 그의 말을 속으로 곱씹어보는 듯 했다.

“어쨌거나 살아있으니 너랑 키쉬도 이런 못된 짓을 벌일 수 있는 것이고 말이야.”
“그건…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희수는 몸을 일으켰다.

“됐다. 너도 할말은 그거겠지? 뭐 답을 알려달라는 거 말이야.”

발달탄은 희수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난들 알겠어? 이런 말, 이제 와서 하긴 그렇지만 나는 경제학자야. 이런 철학적이고 멜랑꼴리한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저….”
“철학자라도 깨우지 그랬어.”

발달탄은 잠시 망설이는 것 같더니 일어섰다.

“그럼 마지막 시간을 어디서 보내실 예정입니까? 갈 곳도 딱히 없으실텐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으로….”
“….있어. 갈 곳. 만날 사람도 있고.”
“예?”

발달탄은 놀란 듯 했다. 하지만 희수는 진심이었다. 도서관에서 그의 부모와 그녀를 만날 예정이었으니까.
발달탄은 그를 바라보다 머뭇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도서관에 가시려는 거죠?”
“….어떻게 알았지?”
“과거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그곳이니까요. 어쨌거나 교수님을 저희 집에 초대하게 되어서 기쁘긴 하군요.”
“무슨 소리야?”
“저는 대대로 그 도서관의 장을 맡아온 집안의 아들이거든요.”

발달탄은 웃었다.

“키쉬는 저를 늘 ‘아날로그 광’이라고 부르며 무시했었죠.”

어두운 거리를 걷다보니 서서히 아침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발달탄은 랜턴을 들고 도서관으로 가는 길을 안내했다.

희수는 말없이 그 뒤를 걸었다. 이제 와서 할말이 남아있을 리도 없었다.

“요새는 모든 교통시설이 멈춰있어요. 얼마 안 남은 에너지를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시간을 평온하게 보낼 수 있도록 쓰고 있기 때문이죠. 특별한 필요가 있을 경우 지구멸망대책위원회의 허락을 받고 써야해요.”

발달탄은 계속 걷기만 하자 민망했던지, 별안간 지금 상황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었다. 희수는 고개만 까딱거렸다.
그동안 너무도 많은 새로운 것을 보고 겪어서 그런지 피로함이 진하게 몰려오고 있었다.

“….도서관에는 저희 집이 실제로 있어요. 잠을 잘 수 있는 곳도 있고 음식들도 많아요. 교수님께서 자료를 찾으시는 동안 얼마든지 편하게 이용하셔도 됩니다.”
“그럼 그곳에 너의 가족도 있나?”

희수는 생각없이 물은 것이었는데 발달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가짜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희 부모님은… 테러로 죽었어요. 아날로그 자료를 보관하는 것에 대하여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저는 어릴 때부터 혼자 도서관에서 살았죠. 수많은 책들이 제 엄마고 아빠였어요. 저는 이곳에서 어딘지 이상한 사람으로 성장해버렸죠. 기원전 3세기 기록과 같은 것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은 이제 드무니까요.”

빛을 사이에 두고 두 남자는 아마도 그들이 마지막 시간을 보내게 될 최종 목적지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다… 소마를 만났어요. 소마는 오빠를 닮아 말썽쟁이였죠. 이런저런 남자아이들과 몰래 도서관에 숨어들어 데이트를 했는데, 개중에는 정말 못된 애들도 있었어요. 소마를 지켜줄 때마다 소마는 ‘왜? 기억을 지우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데’ 라고 말했죠. 하지만 저는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 광경이 눈앞에 있으면 말이죠. 소마는 자신을 그렇게 대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했어요. 그러다가… 우리 둘은 미래를 약속했죠. 소마는 모든 약도, 캡슐도 다 끊기로 했어요. 저와 조용히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로 했었는데 키쉬는 그 말에 흥분해서 소마를 데리고 가버렸죠.”

발달탄의 목소리가 꺼지듯 잠들었다. 도서관은 무척이나 거대했으며 전체적으로 옛 지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으나 뜬금없는 강철벽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여러 표지판들이 ‘위험’ ‘함부로 침입하지 마시오’ 와 같은 어구들을 표시하고 있었다. 간혹 누군가가 낙서를 해놓은 것도 보였는데 ‘옛 지구에 대한 광신은 물러나라’, ‘미래로 와라. 과거에 미친 것들아!’ 같은 문장들을 보아하건대, 이 도서관에 대한 현대 지구인들의 여론은 그다지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둠 속에서 도서관은 난파선과 같이 외로워보였다. 발달탄은 보호복 품 속에서 열쇠를 꺼냈다. 도서관에 걸맞는 옛날식 쇠로 된 열쇠였다.

“들어가죠.”

그가 그 열쇠를 열쇠구멍에 꽂자, 강철벽 중 일부분이 기계소리를 내며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희수는 수많은 서고들이 그 안에 있음을 보았는데 서고들마다 커다란 숫자가 씌여져있었다. 21, 22, 23… 숫자들은 하나씩 늘어났고 숫자가 큰 곳일수록 서고도 컸다. 발달탄은 각 세기 별로 서고가 하나씩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도서관에 머문 지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났을 쯤. 희수는 생각보다 그녀와 부모의 기록을 찾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부 오래된 문서로 되어있는 서가에 머물다보면 절로 기침이 터져나왔고 속이 답답해졌다.
수많은 알파벳과 날짜들로 된 목차를 볼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금까지 그가 찾은 기록은, ‘동물원의 동물을 풀어주자!’라는 시민활동을 하며 그녀가 둥근 얼굴로 환히 웃고 있는 단체사진 뿐이었다.

“……이런 것에 관심이 있는지는 몰랐는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노릇이었지만 그녀는 말년에 동물해방운동에 총력을 다했다는 것이다. 이는 22세기 말의 주요 시민활동 업적 중 하나로 기록될 정도의 일이였다. 만일 22세기를 다루는 교과서가 있다면 한 1줄 정도는 요약으로 실을 만한, 그니까 교과서 집필진들이 ‘이건 그래도 안 넣고 넘어가긴 좀 그렇지 않나’ 하고 고민하다 이것저것 넣게 될 것 중 하나로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괴롭게 할 만한 내용이었다.

희수가 기억하기로 그녀는 항상 순간순간에 만족했으며 커다란 활동을 벌이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흉악범죄에도 크게 화를 내는 일이 없었고, 정치적 논쟁들에서는 항상 몇 발자국씩 멀리 떨어져있었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녀는 ‘포유 동물원’이라고 이름붙은 곳에서 모종의 선언문을 읽고 있었다.
희수는 낡은 사진을 한참동안 빤히 보다 손에 들고 일어섰다.

“발달탄! 거기 있어?”

홀로 있자니 쓸쓸하기도 하고, 도서관 이용방법에 대한 도움이 필요해서 희수는 발달탄과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다.

희수가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자 ‘정보탐색자를 위한 휴식처’라고 이름붙은 한칸 짜리의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의 쇼파에 앉아 발달탄은 멍하니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스크린에 떠올라있는 것은 언제나 소마였다. 듣기로는 소마가 캡슐 안에서 가상적으로 살고 있는 삶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탄! 여기는 너무너무 재밌어. 이런 기술이 만들어질지는 정말 몰랐어!」

화면에는 중세 유럽의 시가지가 드러나고 있었다. 희수가 지켜보건대, ‘타임머신’이 발달하여 옛 명소들을 찾아다니며 발달탄과 즐겁고 낭만적인 데이트를 즐긴다는 것이 이번에 소마가 즐기고 있는 삶의 요지 같았다.

“…..너무 이러는 건 프라이버시 침해 아니야?”

희수는 발달탄이 앉은 쇼파 반대편에 앉으며 턱을 괴고 스크린을 지켜보았다. 자신과 데이트를 하는 애인의 머릿속 환상을 지켜본다니. 솔직히 조금 변태 같기도 했다.

“이럴 거면 아예 같이 캡슐을 들어가지를 그랬냐.”
“캡슐은 여러 사람이 같이 들어갈 수 없어요.”

발달탄이 여러번 고민해본 듯 바로 단언했다. 그는 눈을 깜박여 스크린을 끄고는, 피곤한 얼굴로 희수를 마주보았다.

“그건 뇌 안에 순전한 환상을 만드는 거예요. 캡슐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인- 즉 다른 사람이 거기에 들어간다면 모두 오류가 되어버리고 말죠. 그래서, 자료는 좀 찾았어요?”
“웬 봉사활동을 하는 사진 밖에는. 자료가 너무 많아.”

그는 동물원에서 선언서를 읽고 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선언서를 읽을 때 그녀의 머리칼에는 백발이 섞여들고 있었다. 발달탄은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자세히 뜯어보았다. 사실 그녀는 좋은 말로도 예쁘다고는 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당당한 태도와 밝은 웃음이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명확하고 현실적인 사고방식은 그녀를 더 빛나게 했다. 실제로 그녀를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곤 했었다.

“멋진 여자였어.”

희수가 말했으나 발달탄은 아직도 사진에 몰입하고 있었다. 뭘 하나 보니, 그는 그녀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발달탄은 사진에 보이는 동물원의 이름을 읽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현재는 알파벳을 쓰지 않기 때문에, 발달탄은 더듬더듬 도서관에서 배운 옛 언어 중 하나를 되새겨보며 읽어보는 것이었다.

“포 유… 포 유 맞죠?”
“응. 그러고 보니 옛날 초콜렛 이름이네. 뜻은 좀 유치하지만… 어?”

순간 희수는 몸에서 힘이 빠져 팔을 늘어뜨리고 말았다. 그는 바로 전속력으로 사진을 빼앗아들었다. 발달탄은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를 위한’…. 그래…. 이곳에서 깨어난 후 알파벳을 계속 안 써서 그 뜻을 잊고 있었어. 맙소사! 내 뇌 속이 완전 엉망진창이었던 거야.”

그는 바로 나는 듯이 달려가 그녀의 선언문을 찾아보았다. 별 것 아닌 내용이리라 짐작하고 그동안 읽지 않고 매번 넘기기만 하는 것이었다. 언론이 ‘조금 특이하고 비전형적인 내용’이란 코멘트를 남겨둔 것만 기억에 남아있었다.
선언문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 선언문을 읽는 동안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해졌다.
분명했다. 그 선언문은 그녀가 그를 위해 남긴 것이었다.

《 저희는 오늘 여기에 특별한 선언을 하기 위해 모여있습니다. 이 선언은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비록 링컨 대통령의 연설만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인용해주지는 않겠지만 어딘가의 책에는 실릴 것이고 교과서에 남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은 지금 당장 뿐 아니라 수백년, 수천년, 어쩌면 수억년 뒤의 미래의 인류에게도 중요한 자산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

《 우리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기의 동물들을 보면,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목적이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동물원에서 편하게 지내는 것에 만족할지 모르지만 일부는 너른 초원을 달려 미지의 곳으로 달려가고 싶어합니다. 이들이 모두 마음껏 자신의 삶을 후회 없이 누리게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고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

《 저는 그동안 저희의 운동을 지원해준 이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저희의 오랜 친구들이 그동안 저희를 지원해줬습니다. 그 중에는 도중에 떠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을 모두 똑같이 사랑하며 존중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시는 분들. 그리고 나중에라도 저희의 성명서를 읽는 분들께. 저는 그저 사랑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매일을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 저는 그렇게 살았고, 모든 분들이, 그리고 동물들도 최대한 그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

《 정말로, 사랑합니다. 이 말을 이 단상 위에서 하기 위해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상입니다. 》

희수는 어린 시절 후로 이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성명서가 있는 종이가 다 젖어들도록 울었다.

이어 이뤄진 조사를 통해 희수의 부모님도 이 운동에 참여했으며 이후 각자의 병으로 삶을 마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냉엄한 인텔리였던 희수의 부모가 ‘사자를 풀어주십시오!’ 같은 말과 귀여운 사자 그림이 프린팅되어 있는 티셔츠를 입고 서있는 사진은 그 자체로 기막힌 희극이었다. 누가 먼저 제안했던 것일까? 그녀일까, 부모일까? 아무튼 그들은 역사에 자신이 남길 수 있는 최대한의 흔적을 남기려고 노력했다. 나중에 희수가 그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말이다. 동물원 해방 운동은 그들이 계산하건대 가장 적은 노력으로도 역사에 확실한 족적을 남길 수 있는 길이었으리라. 하지만 가끔 몽실몽실한 새끼동물들을 껴안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진심으로 즐거워보여서, 희수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어쩌면 그의 부모는 말년에 가서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조사를 무사히 마치신 걸 축하드립니다. 교수님은, 사랑받고 있으셨군요.” 발달탄이 말했다.

희수는 말했다.

“아니, 사랑받고 있어.”

발달탄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때, 한참동안 존재를 까먹고 있던 그들의 홀로그램이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홀로그램은 ‘정보탐색자를 위한 휴식처’의 스크린에 달라붙어서는 한동안 아웅다웅 소리를 냈다.

[저리 가! 아니, 저리 가라니까! 참나. 하등한 오피스 주제에 이몸에게 개기다니.]

끽, 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스크린의 색깔이 빨갛게 바뀌었다. 원래 자리잡고 있던 인공지능을 물리치고 자리잡은 모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
“………..”

발달탄과 윤희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서있기만 했다. 그들의 냉대에 실망한 듯 홀로그램은 억지울음을 터뜨렸다.

[너무한 거 아닙니까! 그동안 내가 어떻게 당신들을 도왔는데.]

“왜 나타난 거야?”

희수는 리모컨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도움이 안 되는 헛소리를 하면 바로 OFF버튼을 눌러버리겠다는 위협이었다. 그러자 홀로그램은 풀이 죽은 듯 채도와 밝기가 낮아진 붉은 색으로 바뀌었다.

[저어기… 여러분이 잊으신 것 같아서 왔습니다. 이제 지구멸망 24시간 전이라고요. 지금부터는 건물 밖으로 아예 나가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리드들이 붕괴하고 있거든요. 특히 각막 시술을 받지 않은 희수 씨는 밖으로 나가면 바로 실명할지도 몰라요.]

간신히 잊고 지내려 했더만. 희수는 혀를 찼다. 하지만 발달탄은 알고 있었다는 듯 묵묵히 서있을 뿐이었다.

[저, 그리고 메세지입니다.] 라고 홀로그램이 말하더니 순식간에 키쉬의 영상이 나왔다.

[야! 발달탄. 너 같은 촌놈이랑 일하느라 내가 고생이 참 많았다.]

급작스럽게 스스로에 대한 공치사를 늘어놓는 모습이 어이가 없어, 발달탄은 넋이 빠진 듯 했다.

[….아무튼 뭐 지구 멸망 24시간 전이라고 다들 서로 용서를 구하느니 지랄을 하길래 나도 해보려고 했다. 소마 건은 미안하다. 소마의 마지막 순간이 자꾸 생각나서 어쩔 수가 없었어. 얼마나 아프고 무서울까. 얼마나 그 마지막 의식이 사라지는 순간이 두려울까. 오빠로서 신경이 쓰여서 어쩔 수가 없었어.]

희수는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캡슐에 들어가면 소마는 천년을, 만년을 더 살 수 있는데. 고작 진짜 삶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는 정말 모르겠어. 어쩌면 소마는 너랑 있었음 행복하게 죽었을지도 몰라. 정말 마지막이 두려웠던 건 나였을지도.]
“너는 어떻게 할 거지?”
[나? 나도 캡슐에 들어가고 싶지만. 적어도 이곳의 책임 과학자로서 마지막까지 이 캡슐들이 잘 돌아가는지 보고 죽어야지. 그것이 내가 이 선택을 한 사람들에 대해 질 수 있는 마지막의, 최소한의 책임이야.]

키쉬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는 하얀 연구복을 입고 있었고 그 뒤로는 수많은 캡슐을 통제하는 듯한 기계장치와 계기판들이 있었다.

[너는 그래서, 답은 찾았냐? 그 교수 아저씨는 뭐라든?]

발달탄은 그를 돌아보았다.
윤희수는 아직도 선언문이 적혀진 종이를 들고 있었다.

“…..답이 있으십니까?”

희수는 종이를 휘두르며 말했다.

“수십억년동안 인류가 내지 못한 답을 지금 나보고 내라고?”

키쉬는 스크린 속에서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이 나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난 정말 뭐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그리고 여기는 좀 외롭거든.]

키쉬는 수많은 캡슐들 속에 홀로 있었다.

“원래 이 도서관에는 천문대가 설치되어있지만 지금은 위험하겠죠.”

‘도서관 안에 종이와 잉크 말고 다른 뭐 재밌는 건 없냐’ 라고 교수의 본질에서 벗어난 희수의 물음에 답하는 발달탄이었다.

“……저는 사실 마지막에 편하게 죽을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잠들듯이 편하게 죽게 해주는 약물들도 많거든요.”

발달탄은 품 안에서 조그만 플라스틱 상자를 꺼냈다. 그 상자를 열자 하얀 알약들이 있었다. 발달탄은 그 중 하나를 희수에게 주었다.

“이론대로라면 마지막 순간은 순식간입니다만 어쩌면 괴로울 수도 있으니까요.”
“마지막 순간에 과학자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군.”

희수는 비아냥거리면서도 약물을 받아서 보호복 주머니에 챙겼다. 이제는 실내에서도 보호복을 입어야만 했고 모든 곳이 너무 환하게 밝았다.

지구멸망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사람들은 점점 미쳐날뛰고 있었다.
간혹 키쉬는 심심하다면서 제 멋대로 바깥의 광경을 중계해주곤 했는데, 보면 볼수록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들이었다.

종교를 믿는 이들도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었다. 이 시대에 설마 인신공양을 하는 이들이 나타났으리라곤 생각을 했을까. 신이나 예언자를 자칭하는 이들은 너무도 많아서 목록을 만들기도 귀찮을 지경이었다. 길거리에서는 수십명이 함께 정사를 나누기도 했다. 적시자, 몽상가, 쾌락자라는 구분도 점점 불분명해졌다. 이 도서관도 자꾸 누군가 벽을 두드리곤 했다. 언제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제발 열어달라. 아니면 죽는다.’ 라는 말이 들려와 홀로그램으로 비춰보니 그 자는 무장한 사람들을 뒤에 숨기고 있었다. 만일 문을 열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를 일이다.

키쉬가 있는 캡슐보관소에도 계속 침입이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지구멸망대책위원회의 인물들은 몇 번씩 방송으로 ‘침착하게 마지막을 맞이합시다’ 라는 취지의 연설을 내보냈다. 그 광장의 인기스타라는, 망토를 입은 토론자가 나와 인생의 무상함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마지막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말하는 동시에 갑자기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눴다. 그와 토론을 하던 그 뚱뚱한 여자였다.

[마지막까지 당신이 논리에 충실할지 궁금해. 어때. 한마디만 하면 당신이 나머지 24시간이라도 누리게 해주겠어.]

철학자의 입술이 뻐끔거렸다. 여자가 총구를 그 입술 사이로 쳐박으며 말했다.

[살려달라고 빌어봐.]

과연 남자는 뭐라 답했을 것인가? 하지만 그때 지구상의 모든 방송 송출이 끊겨 희수와 발달탄은 끝내 철학자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제 난 1시간 후면 죽는다. 이곳은 너무 밝다… 마음 속으로 그녀를 생각하려, 그녀가 남겨준 사랑을 생각하려 한다. 하지만… 정말로 의문이 남기는 한다. 결국 살아남는 최후의 승자들은 무기체들인가. 저 고고한 원자들과, 원자들이 이룬 항성과 성운들 사이에서 생각할 줄 능력을 가진 우리란 존재들은 결국 잠시 나타났던 돌연변이였을 뿐인가.》희수는 종이에 글자를 쓰다 말고 멈췄다. 어차피 글을 써도 무엇이 의미가 있겠는가. 지구는 죽는다. 인류도 다 죽는다. 남김없이. 그는 종이를 구겨 던져버렸다.

희수는 발달탄이 천문대를 향하는 것을 보았고 자신도 따라가겠다고 말하였다.
그곳에서는 진짜 하늘이, 작열하고 있는 하늘이 얼핏 보호창 너머로 보이고 있었다. 보호창에는 미세한 실금들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언제 천문대 자체가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올라가보실래요?”

발달탄이 희수가 빤히 계속 천문대를 보고 있자 물었다. 그의 마음을 읽은 듯 했다.

희수는 마지막으로 진짜 하늘을 보고 싶었다. 어차피 죽을 몸인데 실명한다고 한들 무슨 상관인가. 그들은 함께 계단을 올라 하늘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망원경은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리드가 깨진 곳을 통해 맨눈으로 작열하는 하늘을 보았다.

보호창이 아직은 기능을 하고 있어 눈이 지독하게 아팠지만, 볼 만은 했다.
수 억년동안 지구의 모든 생명의 씨앗이 되고 ‘태양계’라는 하나의 계를 이끌었던 행성이 이제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문득 희수는 깨달았다.

“그 답. 알겠어.”
“예?”

발달탄이 하얀 빛무리 속에서 그를 돌아보았다. 이제는 그의 이목구비도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눈부신 빛 속에서 희수는 웃었다.

“‘안녕히 계세요’야. 그 답.”

발달탄의 표정을 알아보기가 힘들었지만 계속 그 방향으로 서있는 걸 봐서는 이해를 못한 모양이었다. 희수는 갑자기 광인마냥 웃음을 터뜨렸다. 알았다. 그 답을 알았어.

그는 보호창을 조작해서 열었다. 발달탄이 깜짝 놀라 그를 제지하려했지만, 곧 그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듯 멈췄다.

희수는 폭발 직전의 태양과 그 너머의 하늘을 잠시 보았다. 눈이 실명해가고 있었다. 피가 터졌다. 너무도 통증이 극심하다보니 오히려 통증이 통증이란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희수는 마지막으로 잔뜩 폐에 공기를 머금고 소리쳤다.

“안녕히 계세요!”

희수가 다시 소리쳤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그는 허공에다 대고 허우적거리며 인사하는 동작까지 해보였다. 이 현명하던 옛 지구인 학자도 마침내 절망을 못 견뎌 미쳐버리고 말았는가? 그러나 발달탄은 순간 그 의미를 깨달았다. 발달탄은 뜨거운 공기 속에서 전율을 느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몸은 점점 타들어갔다. 그렇지만 너무도 놀라운 정신의 섬광이 그의 의식을 몇초간 더 지속하게 해주었다.
그렇다. 그것 뿐이었다. 인간에게 남은 의미란 것은.

우주는 인간을 지각하지 못해도 인간은 우주를 지각할 수 있었다.
돌아보지 않는 무생물에 대한 외로운 짝사랑의 열병에 시달리는 자처럼, 인간은 서투르게 시를 쓰고 문명을 지었다.
인간은 우주에 의미가 있기를 바랬다. 그래서 신을 만들고 문화를 만들고 전설과 논리와 담론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멸망하는 지금,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웃으며 인사를 하는 것 뿐이었다.
무한히 넓은 우주에게, 사라져가는 옛 역사에게, 인류라는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멸종될 한 종족에게 한 명의 과학자와 옛 교수는 인사를 남겼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이건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고 우주의 그 어떤 원소도 알거나 감히 이해하지 못할 일이지만, 지금껏 그 어떤 개체도 하지 않았던 일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2초 후 지구가 폭발하며 모든 사람들은 죽었다. 우리가 앞으로 죽을 때 그러할 것처럼 너무도 간단하게.



5
  • 몰입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었어요ㅎㅎ
골든햄스
이제 제가 왜 문학의 길을 못 갔는지..
그들은 납득했다 !!
음 충분히 가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텍스트를 생산하는 에너지가 워낙 강하셔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못드린 건 제가 그럴 주제나 깜냥이 못돼서입니다ㅎㅎ
생각이 있으시면 (이 글이 아니라도) 많이 고쳐보세요. '초고는 원래 쓰레기'라는 업계 명언은 진짜라고 합니다.
문장을 다듬는 게 아니라(별로 쓸데없음), 인물이랑 이야기랑 구조를 이래저래 & 휙휙 바꿔보셔야 합니다.
1
골든햄스
지금까지 문장을 다듬으라는 건 줄…
골든햄스
잉 엄청 아래 댓글 잘 봤는데 왜 지우셨어요
초큼 창피해서 보신 거 확인하고 지웠는데 굳이 그럴필요 있었나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ㅋㅋㅋ
1
아케르나르
잘 봤습니다.
1
재밌게 잘 봤습니다. 블랙미러 같은 영상물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1
Velma Kelly
아니 선생님 저 지금 강의 준비해야 되는데 이거 읽느라 시간 다 갔읍니다

더 올리십시오
1
골든햄스
으흐흐흐 (좋아하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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