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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0/26 16:52:31
Name   ORIFixation
File #1   20151024_220416_01.jpg (250.6 KB), Download : 37
Subject   일상, 그냥 술먹으며하는 잡담들


편의상 평어체로 작성했습니다

토요일 저녁 대학교 친구놈과 둘이 술자리를 가졌다. 어제 동문회라 술을 많이 마셨다며 오늘은 조금만 먹어야하는 하는 친구에게 1시간만 있다 보자며 한마디를 던졌다.
역시나 그날 막걸리 한잔으로 시작한 술자리는 어느새 사케 2팩째로 넘어가고 있었다. 대학입학 동기고 계속 친하게 지냈으니 어느새 10년도 훌쩍 넘은 친구다.
술먹은 남자 2명이 하는 이야기는 거기서 거기다. 전 여자친구 이야기, 와우했던 이야기, 롤드컵이야기,,, 그리고 정신과를 전공한 그놈에게 어디가서 넌 알콜중독 치료할
자격없다며 히히덕 거리는 이야기들... 한달에 두번은 보는 사이에 하는 이야기도 같지만 이야기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느새 둘다 불콰해지고 이야기는 톤이 조금 내려간다. 시험이 끝나고 술마시고 밤새 당구를 치고 수업을 다시 가던 어느날 했던 말이 기억났다.

"난 정말 10년 후에 여기 이것들이 어떤 의사가 될지 너무 궁금하다."

어느새 10년은 훌쩍 넘었고 끝날거 같지 않던 시간도 지나가고 같이 놀던 쓰레기같던 놈들도 다들 어엿한 전문의가 되었다.  아직 당구장에서 밤을 새던 그날의 나는, 돈이 없어 막걸리를 사다 풀밭에서 과자와 먹던 나는 자신도 모르는체로 그날의 나와 같은 나이의 후배들에게 "요새는 머하고 노냐, 그래 좋을때다 재미있게 놀아라." 이런 아재스러운 말을 툭툭던지는 내가 싫어하는 선배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한잔, 또 한잔 밤은 깊어가고 술과 안주도 바닥을 들어내고 문득 그런말을 꺼내게 되었다.

"야, 나이를 먹은거 같기는 한데 그런데,, 그게 무얼까 대체. 나이를 먹는다는게 생리학적인 세포의 성장, 사멸 이런거 말고 정신과 의사로서 얘기좀 해봐라."
"글쎄다. 정신과 교과서에 나오는 노화에 따른 정신적 변화 이런거?"
"말고 미친놈아,,, 그냥 나이를 먹으면서 제일 많이 바뀐거. 난 감정의 진폭? 이런게 줄어든거 같거든."
"오 그럴싸 한데,, 그러니 한잔 해라."

그래 그 말을 하고 나니 왠지 서글퍼졌다. 감정의 진폭, 삶이 모노톤으로 변해가는듯한 그 기분.
어릴때 새로운것을 접할때의 흥분을 왠지 다시는 느끼지 못할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중학교때 레드제플린을 처음 들었을때의 전율, 제니스 조플린의 목소리가 폐부를 찌르는 듯한 그 기분. 랜디로즈에 빠져 나중엔 꼭 플라잉 브이를 가지고 말겠다는 다짐, 심지어 체게바라 평전에 감동하여 책이 떨어지도록 읽었던 밤들. 그 많은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

학생때는 참 많은 것을 느끼고 싶었고 그런것들에 감동을 받았다. 그냥 혼자 배낭을 매고 티벳으로 무작정 향할수 있었던 열정, 공연 준비를 위해 베이스를 붙잡고
밤을 새던 기억. 내 마음속의 영웅들은 희미해져 가고 무엇을 보더라도 놀라지 않을만큼 차가워졌다.

새벽 1시가 되어 둘다 만취해서 나왔다. 어느새 10월말의 바람이 분다. 아직은 가야할길이 더 많고 어찌보면 시작일수도 있지만 내 감정이 일상에 매몰되어 이런 술한잔이
위로라는게 서글펐다.

피식 웃음이 났다. 그냥 이렇게 살아지는 거겠지. 감정의 진폭이 전엔 1플랫만큼이었다면 지금은 5플렛쯤 되는거겠지. 다시 난 불빛속으로 걸어갔다.



아재분들이 보기엔 애기겠지만 그냥 잡담이 써보고 싶었습니다. 쓰다보니 왠지 오글거리는 글이 되었네요. 비평과 비판은 매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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