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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2/20 05:24:34수정됨
Name   은머리
Subject   2016년 에버그린 대학교사태 vs 2023년 Telluride 여름학교
이 글은 미국사회의 인종차별관련 담론추이에 관한 글입니다.

제목에 언급된 '2016년 에버그린 대학교사태'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 유명한 학교는 아니지만 급진적인 리버럴리즘을 추구하는 학교로서 백인학생이 다수이지만 소수 흑인학생들에 의해 백인우월주의를 질타받거나 백인들 스스로 백인의 역사적 죄성을 자책하는 방식의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던 이 학교는 그 소수흑인 재학생들의 병적인 배타성으로 인해 결국 이념적 파국을 경험합니다. 이 사건은 일면, 사회가 너무 거대하다 보면 목도할 수 있는 이례적인 한 사건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https://redtea.kr/free/11658

2023년에 이른 지금, 미국의 이념싸움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반영하는 듯한 에피소드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Telluride라는 비영리단체는 미국의 국내 및 해외에서 소수의 우수고등학생들을 엄선해 6주동안 여름학교를 운영합니다. 프로그램이 수행되는 장소는 코넬대학교입니다. 소수정예 고등학교 인재들을 모아놓고 대학강의를 하는 것이죠. 학비과 숙소비용 모두 무료입니다. 이 단체는 주로 Deep Spring College 졸업생들/재학생이나 관련단체 일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Deep Spring College는 캘리포니아의 외진 곳에 위치한 2년제 대학교로, 비용이 전액 무료이고 소수정예 인재들만 받으며 보통 이 곳을 졸업하면 다른 유수의 이름있는 4년제 대학교로 편입해 갑니다.  ( https://youtu.be/6MxqQGPc1gc
Deep Springs College: Higher education on a remote ranch
).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뭐랄까 변칙적인 성향의 에버그린 학교와 달리 Telluride는 미래 명망인이나 지도자배출에 일조하고 있을지 모를 아주 작은 지적 양성소라고 할 수 있지요. Deep Spring College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지적 보물섬이듯 Telluride도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매우 진지한 지적성찰을 추구하는 곳이지요. 더욱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번엔 고등학생들얘기라는 겁니다.

Telluride 여름학교 프로그램 중 '인종과 미국 법의 한계'라는 강의를 맡은 흑인 교수 Vincent Lloyd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교수는 미국 흑인인권문제에 대해 anti-Black racism은 다른 인종차별과는 다른 유니크한 면이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 분의 The Atlantic기사를 한 번 읽어봤는데 너무 어렵더군요. 대충 해석하니 anti-Black racism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도를 수정하는 것으로는 문제해결이 안 되고 새로운 제도창조를 요구한다 머 이런, 제게는 너무 급진적인 내용이었어요. 6주짜리 Telluride 여름학교 프로그램이 4주에 접어들면서 파국을 맞는데 학생들에 의해 프로그램에서 배제되다시피 한 사람은 놀랍게도 이 Vincent Lloyd 교수입니다. 안전한 백인동네에 살면서 흑인인권을 논하는 다른 리버럴들과는 달리 이 교수는 흑인들이 많은 동네에 산다고 해요.

Vincent Lloyd교수는 중도리버럴 John McWhorter교수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었습니다. John McWhorter는 컬롬비아대 언어학 교수로서 Black Lives Matter 운동기치에 매우 비판적입니다.  전방위적인 '구조적 문제'에 대한 천착은 흑인커뮤니티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고 개선을 주도해야 할 흑인주체성(agency)을 거세한다고 지적하고 저 운동가들이 내세우는 평등(equity)은 실제적인 평등이 아니라 '무력한 흑인들'에 대한 인간적 동정을 끌어모아 우리 모두하향평준화하자는 것이며 이들의 경찰개혁 압박은 실패로 돌아가 우범지역의 흑인들의 삶이 더 위태로워졌다고 말합니다. John McWhorter교수는 또한 흑인인권담론은, 리버럴백인주류건 당사자 흑인들이건 흑인희생자성에 종교적으로 매달려서 담론을 주도하기 위해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었지요. (이것도 좀 오래된 얘기가 된 것 같네요. 요즘은 그게 또 뒤집힌달까 그런 느낌이에요. Woke ideology비판이 강해져서 HBO드라마 'The White Lotus'에 제대로 반영이 되기도 했고 듣기로는 2022년작 'Tar'라는 영화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anti-wokism의 화신같은 역할로 나온다고 하는데 영상클립을 하나 보니 극중 N워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해서 까!!!암!!짝 놀랐네요. 그것도 백인이! 2016년에 넷플릭스 백인임원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직원들과 회의하면서 n워드사용을 허락하냐 마냐 얘기하는 중에 n워드를 n워드라고 하지 않고 ㄴㄱㄹ라고 '두번씩이나' 말했다고 잘렸거든요.)

그런 McWhorter교수의 주장이 말도 안된다고 무시하던 Vincent Lloyd교수가 지금은 McWhorter교수가 '종교'라고 지적한 반흑인주의에 대한 비판을 한 발 더 나아가 컬트라고 묘사하고 있네요.

조지 플로이드사건(백인경찰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눕히고 목과 등에 무릎으로 9분(?) 찍어누르며 '여유롭게' 제압하다가 흑인이 숨을 못 쉬고 사망) 이후 Telluride 졸업생(?) 또는 이 기관을 거쳐간 흑인들이 흑인차별은 기관마다 구조적으로 내재해 있으니 이를 세밀하게 조사, 문화를 바꿔야한다며 이제부터 Telluride 여름학교는 "Critical Black Studies”와 “Anti-Oppressive Studies"만 강의한다고 선언합니다. 그 전에는 흑인학생들의 주된 관심사와 학생들의 요구에 더 집중했다고 하네요.  

2014년에는 고등학생 참여자들(대략 30명 정도)이 코넬대학 캠퍼스에 있는 단체숙소에 같이 지냈다고 해요. 그런데 2022년에는 Critical Black Studies 공부하는 애들은 얘네들끼만 지내면서 black space를 경험하게 한다며 Anti-Oppressive Studes를 공부하는 애들은 따로 지내게 했대요.  엘로이드교수는 후자를 가르쳐서 학생이 12명이었다는군요. 원래 오후가 되면 애들끼리 재미나게 놀거나 숙제를 했는데 대학생 두 명이 프로그램에 들어와서는 fun time은 없애고 반흑인주의에 대한 워크샵을 조직해서 운영을 하더래요. 커리큘럼에는 백인우월주의도 있고 Angela Davis도 공부한다는데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현직 교수로 맑시스트이자 페미니스트라고 하네요. Communist Party of USA일원이라는 것보니 무지하게 급진적인 사람인가 봐요. 학생들은 이 워크샵이 감정적으로 너무나 힘들다고 한대요. 너무 말하기 불편하고 어려운 주제들을 얘기하니까요.

엘로이드 교수 자신도 반흑인주의에 대한 워크샵을 주도한 적이 있지만 Telluride 오후프로그램은 대학생 두 명이서 주도를 하는데 너무 독선적이고 배타적이이더래요. 수업도 프레임에 끼워넣고 그걸 따라가는 형식이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차별의식을 못 벗어난 나쁜애가 되는 식이랄까요. 학생이 듣기 좋은 말을 하면 다들 손가락을 튕기면서 딱딱 소리를 내게 하고 조금이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제기를 하면 조----용해지는 식이죠.

이런 독선적인 수업방식에 가장 적응을 못한 부류가 아시안계 미국아이들이었대요. 모든 게 흑인아이들 인권과 '기분'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니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는 토론이 안 되는 거죠. 결국 두 명의 아시안계 미국인 고등학생이 퇴출되었다고 하는데 퇴출을 결정한 대학생이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없다고 했다고 해요. 수업분위기는 2-3명은 조용조용 아주 소극적으로만 대응하고 2-3명은 아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나머지는 그 중간이었다고 합니다. 그중 적극적인 애들은 주로 흑인아이들이었고 초창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아시안계 미국인 두 아이가 바로 퇴출된 아이들이었어요. 백인애들은 그냥 조용하거나 대세를 따라가거나 했던 모양입니다.

모든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harmed'라는 사회적 용어를 배웁니다. 미국직장에서는 인간관계 등으로 문제가 생겨 직장이 toxic work environment다 또는 sexually charged enviroment다 그러면 인사부에서 경기를 일으키며 대처를 하거든요. 그런 사회용어를 아이들이 배운것이고 인종과 관련된 것이죠.

아이들은 이 용어를 무기화하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수감자비율에 대한 토론 중 아시안계 미국인 아이가 수감자 중 60%가 백인이라는 통계자료를 거론합니다. 그러자 흑인아이들이 흑인이 피해자라고 강변을 합니다. (엘로이드 교수는 대화의 흐름이 왜 이랬는지 설명을 하지 않네요. 아마도 흑인아이들은 수감자의 다수가 흑인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을 확률이 클겁니다. 그렇게 알고 있는 흑인들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전체 인구에 비해 수감자율이 높은 건 사실이며 특히나 '마약과의 전쟁'의 일환이랍시고 흑인 경범죄인들을 마구 가두어서 흑인가정들에 남자가장이 남아나는 일이 없게 된 건 John McWhorter도 매우 심각하게 지적하는 미국의 사회구조적 인종차별의 결과입니다). 여튼, 이 수업에 엘로이드 교수는 없었고 전해들었다고 하는데 아시안계 미국인 학생의 말에 흑인아이들이 그 발언으로 인해 입은 harm에 대해 장광연설을 했다고 하고 결국 토론에 적극적이었던  아시안계 미국인아이 둘은 며칠 후 퇴출됩니다.

프로그램 중 일주일은 미국사회가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에 가한 잔혹사에 집중했는데 흑인아이들과 프로그램 주도자 대학생 두 명이 반흑인주의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 자기네들이 harmed한 상태라며 문제를 제기합니다. 나머지 4주간 반흑인주의를 공부하기로 되어있는데도 말이죠.

엘로이드 교수는 아이들이 꽁꽁 붙어지내는 동안 자신은 마치 그들에게 외부위협같은 존재같단 생각을 했대요. 이 아이들을 세뇌시켰달까 외부와의 단절을 시도한 대학생 둘 중 한명은 Keisha라고 하는데 아이비리그 대학출신 흑인입니다. 감옥을 없애야한다고 주장하는 급진주의자이죠. 엘로이드 교수는 그녀를 환대했으나 Keisha는 엘로이드 교수가 강의하는 첫 삼주동안 암말도 않더니 그의 강의가 끝나면 조용히 오후 워크샵을 준비하면서 오전강의내용에 반하거나 더욱 급진적인 내용들로 채워넣었다고 합니다. 엘로이드 교수는 커리큘럼내용의 점진적인 변화를 요구했지만 Keisha는 그걸 용납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오전 커리큘럼 내용 중에 'ㄴㄱㄹ'라는 n워드를 학구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있었는데 Keisha는 예외없이 문제제기를 하며 아이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harmed)고 지적했지요. (이 말이 미국에서는 극강의 금기어이지만 흑인교수입에서 나온 말일 때는 정상참작이 될 수 있다 보는데 Keisha에겐 아니었죠). 이후에는 심지어 오전 프로그램의 교수강의 동안에도 끼어들어 이런 저런 주문을 합니다.

Keisha가 독선적으로 주도하는 워크샵은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부담이고 재미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아이들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엉망이 된 수업분위기를 구제할 길이 없자 엘로이드 교수는 운영자에 조언을 구하고 운영기관은 조사에 착수하죠. 그 후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지를 않더니 어느날 Keisha가 아이들을 대동하고 나타나고 아이 한 명이 진술서를 읽습니다.

교수가 인종차별적 용어를 사용한 점, 미국 흑인여자농구선수 Brittany Griner(마리화나 소지로 러시아공항에서 붙잡혀 형을 살다가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으로 본국으로 무사송환)의 성별을 잘못 일컬었던 점, 흑인학생 두 명의 이름을 헷갈려 했던 점, 교수의 몸짓 등이 그들에게 정신적 데미지를 가하였으니 세미나 주도자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고 초대강사로서의 역할만 수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들이 유일하게 배우는 점이 많았던 스승은 Keisha밖에 없었다면서요.

이 교수가 가장 슬펐던 건, 아이들이 Keisha가 주장하는대로 교수가 일방적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주의'를 떠먹여주기를 요구했다는 사실인데요. 이 교수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생산해 내고 나누는 방식을 고수했나 봐요. 수업 중에 Keisha가 끼어들어 그냥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면 안 되냐고 했지요. 교수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어려운 개념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같았지만 아이들의 사고력이 개선되는 것이 자기눈에 보였대요 그런데 Keisha가 끼어드니 흑인학생들이 덩달아 부담을 호소하고 나머지들 학생들도 따라갔죠. 교수는 특히나 흑인학생들이 자신의 잠재성을 믿지 못하는 부분이 매우 마음 아팠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선언에 교수는 운영당국에 상의할 것을 제안하는데 그 운영자들이란 이 단체프로그램을 이미 이수한 사람들로 이들의 마인드가 원래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이라 Telluride에 관여할 수는 없다고 해요. Telluride는 큰 우산아래의 한 자그마한 조직이고 Telluride 여름세미나 커리큘럼의 문제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죠. 여름학교를 2주 남겨놓고 교수가 세미나를 중단하고 초대강사로서의 역할만 하겠다하니 그리 하라 합니다.

교수가 이 사실을 Keisha와 학생들에게 이멜로 통보하나 아무도 답장을 안 합니다. 남은 2주동안 여름학교가 계속 진행이 됐는지 만약 그랬다면 누가 진행했는지 교수는 모릅니다.

그치만 Telluride에 의해 퇴출된 두 명의 아시안계 미국인 학생과 비자문제로 떠나야 했던 한 학생이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 와 리딩과 작문을 계속하고 싶다 희망하여 온라인상으로 흑인연구에 대한 학구적인 수업을 같이 마쳤다고 합니다.

https://compactmag.com/article/a-black-professor-trapped-in-anti-racist-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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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요 위의 링크가 엘로이드 교수 자신이 기고한 글이에요. 저는 기고문을 보니 백인들=>백인리버럴들은 그냥 아닥하고 있고 노예제와 관련이 없는 아시안들은 '지은 죄'가 없어서 흑인인권문제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 더 자유롭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속죄할 일이 없는 인종이 순수하게 자기 의견 비쳤다가 퇴출을 당한 거죠. 반추할 것이 많은 풍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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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읽고 갑니다
  • 인종문제는 항상 어렵읍니다... '인종문제를 제대로 해결할수 있는 담론의 장'같은게 애초에 없는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요즘은 들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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