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1/02 19:48:42
Name   레이드
Subject   [조각글 2주차] 안녕,버스
주제 :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소재로 가사나 아티스트를 넣어 음악이 그 글이 중심 이야기가 되도록 이야기를 전개하시오.'


곡: サヨナラバス/ゆず (Goose house의 커버곡으로 준비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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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소중히 생각할수록 중요한 말은 할 수가 없어지는 걸, 이제 너는 내가 모르는 어느 곳으로 가겠지. 그래도 나는 네가 좋은가봐”

지금도 그렇지만 학교를 다닐 때의 나는, 특히 고등학교를 다닐 때의 나는 좀 더 병신 같았다.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힘이 세지도 않았고 눈치가 빠른 것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친구들과 친한 것도 아니었다. 특히 여자 아이들과는 정말 친하지 않았다. 말이라도 한 번 섞으려고 다가오는 걸 봐도 스스로 피하기 일쑤였다. 분반도 아니었는데 왜 그랬는지 지금의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땐 정말 병신 찐따에 혼자였다.

당연히 고등학교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아무도 나와 짝을 해주지 않았고 짝이 정해지더라도 그건 제비뽑기에 의한 운 나쁜 여자 아이가 당한 재앙에 지나지 않았다. 나와 짝이 되었다고, 교실이 떠나가라 울던 그 여자아이의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빌어먹을 아주 씨바… 내가 그 애한테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그냥 나랑 짝이 되었다고 우는 것이다. 그걸 바라보는 내 기분이 얼마나 개 같았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차라리 존나 욕 먹는게 낫지 시팔… 내가 뭘 어쨌는데!

그 애의 첫 인상이 어땠는지는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무난한 얼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흰 피부에, 못 생겼는지 예뻤는지를 말해보라면 오히려 예쁜 편에 가까운 얼굴이었다. 화려하게 생긴 건 아니었지만 은은하게 예쁜, 그런 아이였다. 그리고 나와 짝이 된 아이들 중 유일하게 먼저 안녕-하고 웃으면서 인사해주었던 그런 아이였다. 그 애의 인사에 나는 뭐라고 인사했더라. 응. 하고 그냥 고개 몇 번 흔들었던가?…

사람이랑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누가 그랬다. 그 말을 따르자면, 나와 대화가 가장 잘 통했던 건 그 아이였다. 그 아이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금방 이야기를 맞춰주었고, 그건 다른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항상 불편했던 내게 아주 큰 편안함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아이는 나와 대화를 할 때 정말 잘 웃어주었다. 그래서 지금 내 이상형이 잘 웃는 여자인지도 모른다. 웃음이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어느 순간 아이들 사이에선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소문들이 알음알음 퍼져 있었다. 하긴 만약 나였어도 그렇게 생각했을 테다. 하루 종일 조용히, 무얼 하는지 모르던 아이가 짝꿍과 아무렇지 않게 떠드는 모습은 아주 색다르고 어떻게 보면 아주 기괴한 광경이었을 것이니까. 어느 날 가끔 말을 섞던 아이가 다가와 너 걔 좋아하냐? 하고 물었을 때, 나는 에이 뭘 좋아해. 그냥…그냥… 그런 거지. 하고 말을 흐렸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새 우리는 고3이 되었고, 그 애와 나는 같은 반이 또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건 아닌데 그래도 우리는 고3이 되었고, 어쩌면 그때까지의 우리의 삶보다 더욱 더 중요할지 모르는 그런 지점에 서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 아이와 나는 서로 말을 별로 하지 않게 되었고, 서로의 이야기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고, 나는 바쁘지도 않았는데 바쁜 척 하기 시작했다.

그 때가 몇 시였더라, 종례가 끝나고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 시작하기 전이었으니까 5시는 넘었고 6시는 안된 그 시각이었다. 자습을 하지 않는 아이들은 이미 집에 갔고, 자습을 하기 위해 남는 아이들은 6시 30분까지 보충수업을 듣느라 반에 없었다. (우린 석식을 그때 먹었다.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빌어먹을 학교…) 나도 그랬어야 하는데. 왜 책을 두고 가서 그걸 봤는지 모르겠다. 우리 반에서 꽤나 잘 생긴 얼굴에 꽤나 공부도 잘하는 (모르겠다. 그때 이미 홍대 1차 수시에 합격했었다고 그랬던가) 남자 애가 그 아이에게 고백하는 걸 내가 왜 봐야 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때 처음 가슴이 쿵 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그냥 지냈다. 물론 그 아이의 친구들이 그 아이가 고백 받았다는 걸 나에게 말해주었고, 아무렇지 않냐고 나에게 물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나보고 어떡하란 말인가. 그 아이와 나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었고 나는 그 아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아인데 내가 언감생심 그 아이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그래서 나는 내가 걜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그게 내게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곤 다시 고갤 푹 숙였다.

졸업식이 되었을 때, 그 아이에게 고백하고 싶진 않았냐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미안,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친구가 다른 아이에게 고백해본다고 했을 때도. 킬킬하고 비웃어주기 바빴지, 내 감정을 그 아이에게 말해보고 싶단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왜 난 말하지 못했을까?



10.
다영아, 사실 나는 널 좋아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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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논픽션입니다. 퇴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사요나라 버스는 유즈의 아주 좋은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시다면 가사를 한 번쯤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들으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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