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7/25 04:17:43
Name   골든햄스
Subject   갓 태어난 피해자는 악마와 다름이 없다
공동체 입장에서, 갑자기 나타난 피해자는 염소의 형상을 하고 있다. 별안간 그는 낯선 것들을 말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악을 ‘가져오며’ 그로 인해 비틀린 음성으로 주위에 고통과 피로를 퍼뜨린다. 누군가가 소리내 묻기 시작한다. “잠깐. 저 사람의 이런 점은 잘못 아냐?” “그러고보니 앞뒤가 안 맞네.” “저 사람도 이상해.” 순식간에 사람들은 따뜻하고 쾌적한 현대사회의 안정으로 돌아갈 준비를 취한다.

강간당한 사람은 강간한 사람의 정복욕에 일순간 완전히 젖는다. 그래서 생물학적으로 공포에 질려 잠들기도 하고, (왜 저항하지 않고 잠들었어? 사람들이 묻는다.) 오히려 성적으로 문란해지기도 하며, 신고를 꺼리고 몸을 숨긴다. 증거는 손쉽게 휘발된다.

학대당한 사람은 학대한 사람의 내장을 겉에 바르고 다니는 거랑 비슷한 꼴이 된다. 일본 유명 버블시대 아이돌 마츠다 세이코의 딸, 칸다 사야카가 방송에 나왔을 때 사이트들은 출렁거렸다. “나, 저 사람 싫어.” “갑자기 왜 뚝 악수를 건네지?” “행동 하나하나가 거슬려.” (지금도 찾아볼 수 있는 기록들이다) 여차저차해서, 그녀는 어머니에게 연락 한 번 없이 몇 년을 보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뉴진스>의 하니는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커버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예쁘고 갸륵하고 도와주는 이의 명예욕을 충족시켜주는 피해자는 별로 없다. 그렇게 피해자가 될 준비를 마쳤다면 그것도 문제다. 부모가 다 장애인인데 힘들지 않냐는 말에 씩 웃으며 부끄러워하며 별일 없다 답하던 소녀는, 그 연기의 대가로 받은 새 집에서 지내다 나중에 계곡 살인자가 되어 나타난다. 그녀에게서 드러난 건 무한한 자기연민이었다. 사람들은 아직도 그 심부를 모른다.

피해자들은 당신의 일상을 파괴하고, 경찰들을 귀찮게 하며, 정신과 의사들과 싸우고, 법에 이빨을 들이박는다.

인터넷 가십성 뉴스에서가 아닌 실제 삶에서의 우리의 모습은, 모두가 모른척에 익숙해져있는 소시민의 모습이다. 결이 다른 동작과 목소리에 언제든 흠잡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고 떠났다. 더러는 세상을 뜨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마음이 먼저 떠났다. 논리적인 육하원칙으로 자기 피해를 말하기보다는, 덮어놓고 기이한 종교나 빠져있는 컬트적인 문화에 대해 말할지도 모른다. 쌔하다. 빌런. 이상하다. 사회성. 우리는 모난 사람들에 대해 얼마든지 할말을 갖고 있다. 개중 누군가는 이상한 정치적 음모론에 빠지거나, 사이트에 빠질지도 모른다.

왜냐면 사실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글줄이란 게 생각보다 보잘 것 없기에. 사실 우리들이란 인간들 자체가 관용 없는 매일의 생존자들이기에. 우리는 본질적으로 그들을 ‘그정도로’ 사랑하지는 않기에.

울분. 자극적인 도파민 컨텐츠 위주의 흐름에서 엿볼 수 있는 사람들의 심층부는 그것이다. 일찍이 아이유가 한 노래에서 말했듯이, 슬퍼지고 싶지 않아서 화내는 게 인간이라.

나는 여전히 고대 하와이의 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부족 중 누군가가 이유없이 아프면 부족 모두가 모여 그에게 잘못한 걸 사과하고 꼭 안아주었다고 한다. 분명 그런 것이 쌓여 병이 된단 걸 그들은 작은 부족의 운영을 거듭하며 지혜롭게 알게 되었나보다.

이 세상에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 많다.



12
  • 글발 봐.. 질투 나!
  • 알로하! 질투나! 안아드림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025 1
15878 창작또 다른 2025년 (3) 3 트린 25/12/04 293 2
15877 스포츠[MLB] 코디 폰세 토론토와 3년 30M 계약 김치찌개 25/12/04 217 0
15876 창작또 다른 2025년 (1), (2) 8 트린 25/12/03 458 7
15875 기타유럽 영화/시리즈를 시청하는 한국 관객에 관한 연구(CRESCINE 프로젝트) 19 기아트윈스 25/12/03 567 2
15874 일상/생각큰일이네요 와이프랑 자꾸 정들어서 ㅋㅋㅋ 14 큐리스 25/12/02 958 5
15873 오프모임12월 3일 수요일, 빛고을 광주에서 대충 <점봐드립니다> 15 T.Robin 25/12/01 551 4
15872 경제뚜벅이투자 이야기 19 기아트윈스 25/11/30 1513 14
15871 스포츠런린이 첫 하프 대회 후기 8 kaestro 25/11/30 443 12
15870 도서/문학듣지 못 하는 아이들의 야구, 만화 '머나먼 갑자원'. 15 joel 25/11/27 1046 27
15869 일상/생각상남자의 러닝 3 반대칭고양이 25/11/27 699 5
15868 정치 트럼프를 조종하기 위한 계획은 믿을 수 없이 멍청하지만 성공했다 - 트럼프 행정부 위트코프 스캔들 6 코리몬테아스 25/11/26 905 8
15867 일상/생각사장이 보직해임(과 삐뚫어진 마음) 2 Picard 25/11/26 692 5
15866 일상/생각기계가 모르는 순간 - 하루키 느낌으로 써봤어요 ㅋㅋㅋ(와이프 전전전전전 여친을 기억하며) 5 큐리스 25/11/25 627 0
15865 경제주거 입지 선택의 함수 4 오르카 25/11/25 653 3
15864 철학/종교진화와 창조, 근데 이게 왜 떡밥임? 97 매뉴물있뉴 25/11/25 1871 4
15863 일상/생각창조론 교과서는 허용될 수 있을까 12 구밀복검 25/11/25 1060 17
15862 기타★결과★ 메가커피 카페라떼 당첨자 ★발표★ 11 Groot 25/11/23 618 4
15861 기타[나눔] 메가커피 아이스 카페라떼 깊콘 1 EA (모집마감) 31 Groot 25/11/21 678 3
15860 일상/생각식생활의 스트레스 3 이이일공이구 25/11/20 715 1
15859 일상/생각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 moqq 25/11/20 647 7
15858 오프모임[취소] 11월 29일 토요일 수도권 거주 회원 등산 모임 13 트린 25/11/19 772 3
15857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2 2 육회한분석가 25/11/19 477 3
15855 의료/건강성분명 처방에 대해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넋두리 46 Merrlen 25/11/17 2012 2
15854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 육회한분석가 25/11/17 565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