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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4/01 00:01:59
Name   meson
Link #1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062
Link #2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121
Subject   젊은 공화국의 미망 - 12·3 계엄과 장기 내란
이 기사를 보고 쓰는 글 맞습니다.

37년 공염불

2025년 2분기에 이르러, 제6공화국의 기관과 제도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편익에 앞서 원칙의 측면에서 말하자면 이러한 전개는 많은 부분에서 충격적이다. 한국인들은 1987년 이후 37년 동안 자신들이 민주공화제를 정착시켰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 믿음이 거짓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사안에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자체는 오히려 논점이 아니다. 그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정부 관료와 여당 유력자들이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막았으며, 지지자들을 선동했다는 사실이다.

간명히 말해, 오늘날 공화국을 운용하는 집권 인사들은 계엄에 반대한다고 말하면서도 정부의 퇴진에 협력하지는 않는다. 그리하여 한국 사회는 4개월에 달하는 기간 동안 거대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 만일 현재와 같은 상황이 4월 18일까지 지속되어 헌법재판관이 다시 6인으로 줄어든다면, 공화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해결할 기회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비유하건대 한국인들은 이미 세 번이나 시민의 힘으로 정부의 퇴진을 이끌어낸 적이 있으며, 그중 두 번은 공화국의 교체까지 수반했었다.

탄핵정국의 비교

무엇이 작금의 혼란을 초래했는가? 예컨대 2025년이 밝은 뒤로 1월 3일에는 대통령의 체포가 불발되었고, 1월 19일에는 서울서부지방법원이 폭도에 의해 파괴되었으며, 2월 10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점거되었다. 여당의 무게추는 광장으로 이동했고, 다선 중진 의원들은 물론 지도부마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8년 전의 탄핵을 기억하는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이러한 전개는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다수 국민의 지지하에 당선과 집권을 노려야 할 여당은 왜 음모론을 기용하며 극우로의 길을 가는가?

한 가지 설명은 8년 전에 탄핵에 찬성했던 여당 의원들이 지지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서사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불충분하다. 8년 전의 입장으로 따지자면, 그 당시에 탄핵을 앞장서서 반대했던 정치인들 역시 지지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뒤에 여당의 주류를 차지한 정치인들은 탄핵에 찬성한 이력이 있거나, 최소한 반대에 앞장서지 않고 모호성을 유지했던 의원들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여당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당 전체를 들어 탄핵에 반대함으로써 선명성과 단합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공화국 수호의 손익

이 상황의 기묘함을 설명하는 다른 이론은 여당의 위기감에 주목한다. 8년 전의 탄핵 이후 세 번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패한 경험이 여당에게 탄핵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은 보다 그럴듯하다. 탄핵으로 정권을 넘겨준 측은 한동안 국민적 비판과 정치적 몰락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국민적 비판과 정치적 몰락은 탄핵 자체가 아니라 탄핵을 야기한 실책에 의해 초래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탄핵이 몰락의 근본 원인이 아닌 이상, 탄핵 반대는 국민적 비판을 가중시켜 몰락을 더 혹독하게 만들 뿐이다.

현재의 여당이 이러한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여당은 왜 탄핵을 반대함으로써 예정된 몰락을 더 혹독하게 만들고 있는가? 합리적으로 설명하자면 탄핵 반대의 이익이 예정된 몰락으로 인한 손해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탄핵 반대라는 입장이 공화국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추론은 사뭇 섬뜩하다. 어쩌면 여당은 향후의 정치적 몰락을 상수로 놓고, 이를 피하기 위해 공화국의 파괴를 도모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정된 몰락이 확실할수록 이 선택지의 유혹도 더 커질 것이다.

소수파의 노선

실제로 여당의 인구구조적 열세는 2024년 4월 이후 심심찮게 지적되어 왔다. 여당의 지지 기반인 6070은 해가 갈수록 감소하는 반면, 야당의 지지 기반인 4050은 본래 머릿수가 더 많은데다 60대가 되어서도 정치성향을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여당의 새로운 기반으로 주목받던 2030 남성의 지지세가 점차 사그라들었음에도, 야당 지지층으로 주목받은 2030 여성의 결집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 추세대로라면 여당은 6070 이하의 모든 세대에서 불리한 지형에 놓일 것이다. 여기에 계엄 후폭풍까지 감안하면 불리함은 더 심해진다.

이러한 열세의 분기점을 2016년으로 보든, 2024년으로 보든 분명한 것은 12·3 계엄 이후의 여당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소수파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존의 체제에서 집권을 노리기 어려운 소수파는 흔히 쇄신과 혁명 사이에서 노선 갈등을 벌이기 마련이다. 만일 여당이 자신들이 소수파가 되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쇄신에 돌입한다면, 공화국은 유지될 것이다. 반면에 여당이 소수파의 지위를 인정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집권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그때는 공화국의 파괴가 시도될 것이다.

역사적 다수파

한국 현대사에서 예의 두 노선 사이의 길항은 전례가 없었던 일이 아니다. 현재의 야당도 한때 정치적 소수파였고, 동일한 노선 갈등을 겪었다. 5·16 이후 65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단지 15년 동안 정권을 잡았던 이 정파의 집권 기간은 그마저도 제6공화국 이후에 몰려 있다. 다만 이들은 공화국을 파괴하자는 결정에 이르지 않았다. 1998년 이전의 긴 암흑기 동안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당시에 그들은 정치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에서도 모두 소수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명은 역량상 불가능했고, 쇄신이 현실적인 길이었다.

이 점에서 현재의 여당은 다르다. 이들은 5·16 이후 65년에 달하는 기간 중 50년을 집권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이 정파는 기업·군부·관료·언론 등 사회 전 부문에서 다수파가 되어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이들의 우세는 현재도 변하지 않았다. 정치적 소수파로 전환되며 다른 부문에서도 우세가 약해졌으나, 다수파 지위는 유지했다. 게다가 이들은 현재 집권 여당이다. 그러므로 여당의 역량상 공화국의 파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권이 목표라면 현실적인 길이고, 5·16 이후로도 10·17, 12·12, 5·17, 12·3 등으로 계속 시도된 방법이기도 하다.

미성숙과 미망

여기까지의 조건들을 고찰했을 때 드러나는 것은 작금의 공화국이 아직 정치적 다수파의 교체가 불러일으킨 파장을 제대로 소화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적 다수파가 교체되었다는 명제 자체도 2024년 4월이 넘어가서야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8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12·3이 일어났으며, 계엄이 초래한 정치적 불안정은 4개월이 흐르도록 뚜렷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8년 전에 세계의 상찬을 받았던 이 공화국의 민주주의란 기실 정치적 다수파의 교체를 버거워할 만큼 취약한 것이었던 셈이다.

물론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음모론이 성행하며 극우 인사들이 주류화되는 현상은 오늘날 서구 선진국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오랜 민주공화제 전통을 지닌 국가들조차 피할 수 없는 변화를 근거로 한국 정치만을 질타하는 것은 일견 지나쳐 보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서구의 정치적 변화는 이민자와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사회 문제로 인해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사회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음에도, 단지 정치 지형의 변화만으로 예의 현상이 발생했다. 이 공화국의 민주적 전통이 아직 불완전하다고 느껴지는 까닭은 이것이다.

회복 혹은 재건국

결론적으로 보아 작금의 국면에서 공화국은 기로에 서 있다.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4월까지 지연된 것은 이미 혼란의 연장이지만, 만일 늦게라도 파면이 이루어진다면 체제는 회복될 것이다. 반면에 4월 18일이 아무런 이변 없이 도과할 경우, 공화국은 재기불능에 빠져 새로이 세워져야 하는 상태에 놓일 것이다. 그러나 후자가 실현되더라도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 공화국의 파괴가 방치되리라고 전망하기는 힘들다. 차이가 있다면, 공화국을 되찾기까지 감내해야 할 수고가 커질수록 정치적 다수파의 분노와 명분 역시 배가되리라는 점이다.

다만 중요해지는 것은 정치적 소수파에 속하는 국민들의 선택이다. 이들이 체제를 인정하는 한편 탄핵에 반대했던 인사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면, 그 이후의 공화국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주적 전통과 회복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이들이 탄핵에 반대했던 인사들을 계속 신임한다면, 공화국은 상시적 위기 상태에 놓이고 말 것이다. 다시 말해 작금의 혼란이 일단 수습되더라도 혼란의 뇌관이 제거되느냐는 다른 문제다. 그리고 향후에 출범할 공화국의 성패는 이 치명적인 성장통을 슬기롭게 해결할 방법을 강구해내는 데에 달려 있다.

그러한 해결의 과정은 혹 고단하거나 까다로울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은 그것이 가능하기를 바란다.



7


    당근매니아
    '8년 전에 세계의 상찬을 받았던 이 공화국의 민주주의란 기실 정치적 다수파의 교체를 버거워할 만큼 취약한 것이었던 셈이다.'
    매우 공감합니다.
    2
    저는 윤석열이 처음 당선됐을 때부터 '윤석열은 7080세대가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의 결말을 부정하기 위해 이 세계를 제물로 바쳐서 소환한 그들만의 고드핸드 그리피스'라고 주장한 바 있읍니다.

    계엄은 우리 모두를 70년대로 돌려보내기 위한 의식이었지만 에너지, 즉 역량 부족으로 실패한 거죠.

    이준석의 세대포위론은 처음부터 개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586, X세대, 밀레니얼도 눈꼴시려서 봐주질 못하는 개발독재세대가 어떻게 90년대생들이랑 공동전선을 펴나요 ㅋㅋㅋㅋㅋㅋ
    1
    글을 올리고 나니 어째서인지 4월 18일보다 4월 4일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습니다만, 지금 수정한대도 4월 4일에 수정하는 게 아니면 별 의미도 없으니 그냥 놔두겠습니다. 쓸 때만 하더라도 4월이 되자마자 기일이 잡힐 줄은 몰랐는데... 싫은 건 아니지만서도 뭔가 공교롭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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