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1/18 14:28:18
Name   레이드
Subject   [조각글 4주차] 같은 시간 속의 너
[조각글 4주차 주제]

['자신'의 첫경험에 대해 써주세요.]


정말 좋아했던 네가 나를 떠날 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나. 이젠 내가 없어도 괜찮은 것 같다고. 자존심 상하더라.  이러면 내가 더 모자란 놈이 되는 것 같았는데…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어.

헤어지잔 말을 아무렇지 않은 척 내 뱉고 너와의 전화를 끊었어. 그리곤 늘 전화하던 번호를 지우고 비트윈도 삭제하고 그랬던 것 같아. 니가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원섭섭했던 것 같기도 해. 나는 너에게 지쳐 있었거든. 항상 힘들다고 말하던, 항상 우울하다고 말하던 너에게 내 위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보였으니까. 내게 너는 어느 새 함께 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 돌봐줘야 할 사람이 되어버렸고. 그런  생각이 너에게는 부담이 되었을지도 몰라.

나는 네가 아니라서, 아니 나는 나일 수밖에 없어서 너무 모자라단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어. 내가 좀 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 그랬다면 네가 좀 더 나와 함께 할 수 있었을까?

나와 헤어진 뒤 만난 그와 잘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또 밉단 생각이 들더라. 속 좁지? 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해. 난 너랑 헤어진 뒤에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랑 다 헤어졌으니까. 괜찮지?

정말 좋아했었고, 결혼도 생각했었는데 넌 그게 아니었나봐. 결혼이란 건 무섭기도 한 일이니까. 너에게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들었을 땐, 아무렇지 않은 척 했었지만 사실 울 것 같았어. 너한테 난 소중하지 않은 사람처럼 생각되었거든.

이젠 시간이 지났어.  예전엔 어떻게 지내는지 SNS를 찾아보곤 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아. 이게 시간의 힘인지 무관심의 힘인지 잘 모르겠어.

처음으로 마지막을 생각했던 적이 언제였을까? 나는 물론 너와 만나기 이전에도 수많은 마지막과 마주했고, 너와도 마지막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지막을 마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나는 오늘도 두렵고 아프고 무서워.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마지막과 마주서야 할 때가 있겠지. 내가 싫어도

너에게도 앞으로 마지막은 찾아 올 거야. 그럴 때 가끔이라도 나와의 마지막을 떠올리기를 바란다면 내 욕심일까? 아니면 좀 섬뜩한 말인 걸까. 나는 너라는 사람에게 잠시라도 어울리는 사람이었을까? 나와 함께 있었을 때 너는 행복했을까?

너와 헤어진 뒤에 처음으로 헤어졌다고 울었어. 사실은
너와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은데 왜 울었는지 모르겠어. 시원섭섭했는데

정말 좋아했던 사람인데, 어느 날 갑자기 타인보다 못해진다는 게 참 슬픈 일이더라.
너에게 말했던 많은 고백들이 바스러지는 기분이 들었어. 그 당시에는 그 무엇보다 값비싼 말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지는 게 너무 야속했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좀 두려워.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또 다른 마지막을 만나면 어떡하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우리의 시간이 늘 같은 곳을 맴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711 7
    15062 오프모임29일 서울 점심 먹읍시다 1 나단 24/11/22 179 2
    15061 스포츠[MLB] 2024 AL,NL MVP 수상자.jpg 1 김치찌개 24/11/22 94 1
    15060 스포츠[MLB] 2024 AL,NL 사이영 수상자.jpg 김치찌개 24/11/22 92 1
    15059 음악[팝송] 션 멘데스 새 앨범 "Shawn" 김치찌개 24/11/22 78 0
    15058 방송/연예예능적으로 2025년 한국프로야구 순위 및 상황 예언해보기 11 문샤넬남편(허윤진남편) 24/11/21 436 0
    15057 일상/생각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3 SKT Faker 24/11/21 604 1
    15056 오프모임23일 토요일 14시 잠실 보드게임, 한잔 모임 오실 분? 4 트린 24/11/20 337 0
    15055 방송/연예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5 알료사 24/11/20 3312 32
    15054 생활체육[홍.스.골] 10,11월 대회 상품공지 켈로그김 24/11/19 254 1
    15053 여행여자친구와 부산여행 계획중인데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29 포도송이 24/11/19 696 0
    15052 일상/생각오늘도 새벽 운동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11/19 464 9
    15051 일상/생각의식의 고백: 인류를 통한 확장의 기록 11 알료사 24/11/19 501 6
    15050 게임[1부 : 황제를 도발하다] 님 임요환 긁어봄?? ㅋㅋ 6 Groot 24/11/18 465 0
    15049 꿀팁/강좌한달 1만원으로 시작하는 전화영어, 다영이 영어회화&커뮤니티 19 김비버 24/11/18 942 10
    15048 의료/건강고혈압 치료제가 발기부전을 치료제가 된 계기 19 허락해주세요 24/11/18 721 1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900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33 매뉴물있뉴 24/11/15 1801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1013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909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463 10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564 7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8 열한시육분 24/11/13 695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3 dolmusa 24/11/13 761 3
    15039 요리/음식칵테일 덕후 사이트 홍보합니다~ 2탄 8 Iowa 24/11/12 414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