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16/01/04 00:40:52 |
Name | 얼그레이 |
Subject | [10주차 조각글] 원숭이와 함께 춤을_♪ |
머무를까 떠날까 고민하는 상황을 글에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합평 받고 싶은 부분 어색한 부분 부탁드릴게요! 하고 싶은 말 시파카원숭이, "나는 슬플 때 춤을 추지" 본문 울고 있는 내게 원숭이 한 마리가 말을 걸었다. “왜 울고 있는 거야?” 나보다 한 뼘 정도 작은 원숭이였다. 샴 고양이처럼 얼굴은 검은데 몸은 하얗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영화 마다가스카에 나왔던 왕관 쓴 원숭이랑 비슷했다. 작고 말랐지만, 꼬리가 키보다 조금 더 길어 보였다. 원숭이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왔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 너 알아. 영화 마다가스카에서 봤어.” “아냐, 그건 내 친구야. 그쪽은 여우원숭이고 나는 시파카원숭이라구.” 내가 무슨 소리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시파카원숭이는 자신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설명해주었다. 영화에 나온 쪽은 꼬리에 줄무늬가 있지만, 내 꼬리에는 줄무늬가 없어. 시파카원숭이가 꼬리를 흔들며 물끄러미 나를 보았다. 시파카원숭이의 꼬리는 새하얗고 또 부드러워 보였다. “왜 울고 있는 거야?” 시파카원숭이가 꼬리로 내 눈가를 닦아주었다. 간지러워서 웃음이 나왔다. 코에 꼬리가 스쳐서 에츄!하고 재채기가 나왔다. 내가 재채기를 하는 동안 시파카원숭이는 내 옆에 가만히 앉았다. 나보다 몸이 작아서 동생 같았다. 나는 내 고민을 말해야 할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엄마가 오빠만 좋아해.” 사실 그 날은 엄마가 미워서 집을 뛰쳐나온 날이었다. 좋아하는 옷 두 벌과 엄마가 만들어 준 어린이 통장과 인형을 들고 나왔다. 홧김에 나오긴 했지만, 막상 나오니 내 신세가 너무 처량하고 서글퍼서 혼자서 울고 있던 참이었다. 엄마는 오빠만 좋아한다. 가출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텔레비전 사건 때문이었다. 오늘 일어난 일이었다. 오빠가 나한테 텔레비전 사람들을 나오게 해준다고 말했다. 나는 보니 오빠를 만나고 싶어서 오빠 말을 잘 들었다. 오빠는 엄마 공구함에서 망치를 꺼내서 이걸로 텔레비전을 부수면 보니 오빠가 나온다고 했다. 오빠는 하니 언니를 만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는 오빠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보니 오빠는커녕 텔레비전에서 불꽃이 튀면서 아무것도 안 나왔다. 엄마한테 이르려고 했는데 오빠 오빠가 왕꿈틀이를 주면서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내 방에 가서 왕꿈틀이를 먹고 있는데 엄마가 와서 나를 때렸다. 오빠가 내가 했다고 일러버린 거였다. 나는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한 거라고 했는데도 엄마는 안 믿어줬다. 오빠도 나쁘고 엄마도 나쁘다. 문지혁 바보 멍청이 똥개. “오..오오오..오빠가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어어어.” 내가 설명하다가 펑펑 울어버리자 시파카원숭이는 가만히 안아주었다. 나는 시파카원숭이의 하얀 털에 눈물과 콧물을 묻히면서 통곡을 했다. 나는 시파카원숭이의 꼬리로 눈물을 닦다가 결국에는 꼬리를 부여잡고 오열했다. 너무 울어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도 않았다. “저기, 그래도 꼬리는 놔줬으면 좋겠어.” “미안해.” 나는 시파카원숭이한테 미안해서 더 울었다. 처음 본 사이에 이게 무슨 추태람. 시파카원숭이는 내 맘을 아는지 괜찮다면서 토닥여줬다. 대신에 꼬리는 아팠는지 쭈그린 무릎 사이에 숨겨두었다. 시파카원숭이는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예의가 바르고 상냥했다. 시파카원숭이는 내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줬다. “있지, 우리 춤출래?” 이게 무슨 소리람.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파카원숭이는 꼬리를 흔들면서 자기 얘기를 해줬다. 시파카원숭이는 마다가스카르의 가시가 많은 나무 위에서 산다고 한다. 같은 동네에 사는 포샤라는 못된 친구가 있는데, 시파카원숭이들이 못살게 괴롭혀서 나무 위로 도망쳐서 산다고 한다. 그런데 포샤도 나무를 잘 타서 자꾸 괴롭히러 온다고 했다. 그래서 시파카원숭이들은 가시나무 사이를 뛰어다닌다고 했다. 여기저기 솟아 있는 가시에 찔리지 않기 위해서 시파카원숭이들은 춤을 배운다고 했다. “우리가 사는 나무는 가시가 많고 무척 커. 그래서 가시에 찔리지 않기 위해서는 날렵하고 유연해야 해. 그래서 시파카원숭이들은 늘 춤을 춰. 팔을 들고 왼발로 네 번. 오른발로 세 번. 그게 시파카원숭이들의 춤이야.” 시파카원숭이가 먼저 일어나 시범을 보여주었다. 왼발로 네 번. 오른발로 세 번. 시파카 원숭이가 벌써 저만치 가 있었다. “이젠 네 차례야!” 시파카원숭이가 추는 춤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처음보자마자 울어버려서 시파카원숭이가 나를 울보로 알까봐 조금 걱정이 됐다. 그래서 시파카원숭이를 따라서 춤을 춰 보았다. 왼발로 네 번. 오른발로 세 번. “잘하는데? 이번엔 내 뒤를 따라 춰보는 거야.” “응. 알겠어.” 시파카원숭이가 칭찬을 해주자 내 기분도 조금 좋아졌다. 시파카원숭이가 저만치 가면서 춤을 추면 나도 시파카원숭이를 따라 춤을 추었다. 뛰다 보니 슬픈 기분이 사라지고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아는지 시파카원숭이는 쉬지 않고 춤을 추었다. 나도 시파카원숭이를 따라 정신없이 춤을 추며 나무 위를 뛰어다녔다. 나무 위? 이상하다. 분명 나는 우리 집 앞이었는데. 춤을 멈추고 보니 나는 전혀 모르는 곳에 와 있었다. 무엇보다 풀냄새가 났다. 여기는 숲인가 봐. 날은 어두워졌고, 시파카원숭이도 보이지 않고 아주 높은 나무 위였다. 아무도 없어요? 나는 소리쳐 봤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나무 위에서 어떻게 내려가지. 나는 덜컥 무서워져서 눈물이 났다. 엄마도 오빠도 미웠지만, 지금만큼은 보고 싶었다. “앗, 미안해. 춤추느라 정신이 팔려 널 놓친 걸 깜빡했어.” 시파카원숭이가 수풀 속에서 춤을 추며 나타났다. 시파카 원숭이는 나무도 잘 타는지 춤을 추면서 나무 위를 잘 올라왔다. 나는 시파카원숭이가 반갑기도 했지만 조금 야속했다. 나는 시파카원숭이의 꼬리를 꼭 부여잡고 물었다. “어디 갔었어! 여기는 어디야?” “여기는 내가 사는 동네야. 마다가스카르. 내 친구들을 소개해줄게. 가자.” “그치만 너무 춤을 춰서 힘이 드는걸.” “그럼 내가 업어줄 테니까 같이 가자.” 시파카원숭이가 등을 내밀었다. 나보다 작은 등이었지만 업히고 나니 생각보다 컸다. 아니면 내가 시파카원숭이보다 작아진 게 아닌가 싶었다. 시파카원숭이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무 위를 날아다니면서 추는 시파카원숭이의 춤은 아주 멋졌다. 이쪽나무에서 저쪽나무로 넘어가는 동안 나는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눈을 떠 하늘을 보니 달이 아주 밝았다. 보름달이었다.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내 마음도 저 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밤하늘이 너무 예뻐서 무서운 것도 잊은 채 신이 나기 시작했다. 시파카원숭이의 친구들을 만났을 때는 너무 들떠있어서 만나자마자 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시파카원숭이들은 나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다. 자, 왼쪽으로 네 번, 오른쪽으로 세 번이야! 나는 처음으로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춤을 추었다. 시파카원숭이들의 등 위에 올라타서 하늘을 날아다니며 춤을 추기도 했다. 처음 만났던 시파카원숭이가 춤을 추면서 내게 다가와 물었다. “우리 동네 어때?” “너무 좋아. 재밌어!” 나는 볼과 귀가 빨개진 채로 소리쳤다. “네가 좋다니 나도 좋아. 그럼 우리 동네에서 같이 살자.” 시파카원숭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집에 가야 해.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아서 엄마가 걱정하고 계실 거야.” “근데 너는 엄마랑 오빠가 싫다며. 그래서 집 나왔던 거잖아.” “그렇긴 해도….” 사실 나는 너무 신나 있어서 아까 있던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춤추는 것도 재밌고 마다가스카르도 정말 멋지고 예쁘지만,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서 자고 싶었다. “설마 나한테 거짓말 한 거야?” 시파카원숭이가 실망한 듯이 내게 물었다. “아니야. 거짓말 한 거 아니야!” “그럼 엄마랑 오빠가 미운 거 맞지?” “….” “왜 말을 못 해? 빨리 나는 엄마랑 오빠가 싫다고 말해봐.” 춤을 추고 있던 시파카원숭이들이 춤을 멈추고 일제히 나를 바라봤다. 나는 시파카원숭이들을 실망하게 했던 것 같아 덜컥 무서워졌다. 어쩌지, 뭐라고 말해야 하지. 집에 못 돌아가면 어떻게 하지? 엄마랑 오빠는 이대로 영영 못 보는 거야? 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왜 말을 못해!” 시파카원숭이가 내 어깨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결국 못 참고 울음을 터뜨렸- “채은아!” “채은아. 여기서 자면 어떡해. 일어나야지!” 힘겹게 눈을 뜨니 눈이 너무 부셔 눈물이 찔끔 나왔다. 눈부신 형광등 사이로 엄마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엄마다. 여기는 우리 집이야. 우리 엄마 냄새가 났다. 엄마가 나를 안고 등을 토닥여주고 있었다. 나는 왈칵 눈물이 났다. “엄마….” “응, 그래 우리 채은이. 아까 엄마가 혼내서 속상했지.” “엄므아아…….” “으구…. 우리 채은이. 속상해서 이렇게 울었어?” “엄마아…. 엄마. 원숭이가아…. 춤추면서 마다가스카르에 데려갔어….” “얘가 정신을 못 차리네. 지혁아! 채은이 이불 좀 깔아줘. 아까 엄마한테 혼나고 채은이가 울다가 잠들었나 보다. 우리 채은이 자기 전에 마다가스카 영화 봤어?” “아냐 엄마! 내가 폰으로 EBS 영상 보여줬어! 원숭이 나와서 그래.” 오빠가 이불을 깔면서 엄마한테 또 일렀다. 텔레비전 고장 내고 휴대폰 했다고 혼나면 어떻게 하려고. 나는 엉엉 울면서도 엄마한테 또 혼날까봐 겁이 났다. “우리 채은이 동영상 보다가 원숭이 나오는 꿈 꿨구나?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나를 꼭 안아주면서 사과했다. 나는 엄마한테 미운 생각을 한 게 너무 죄송해서 너무 속상해서 울었다. 엄마가 알면 그런 나쁜 생각 했다고 혼낼 텐데. “엄마…. 엄마….” “응. 채은아 엄마 여깄어. 엄마 여깄어.” “엄마… 나 버리지 마.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래 그래. 엄마도 다음부터 안 그럴게 너무 미안해. 엄마가 채은이 너무 사랑해.” 나는 엄마 품에서 한참 안겨서 울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잠이 들기 전에 문 틈새로 시파카원숭이가 나를 빼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시파카원숭이가 날 또 데려가면 어떻게 하지 무서워할 틈도 없이 잠으로 빠져들었다. 멀리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혁아. 채은이 방 앞에 원숭이 인형 좀 제자리에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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