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4/01 10:37:25
Name   리니시아
Subject   만우절, 30번째 생일
1.

"야야, 나 햄버거 하나 더 먹어도 되냐??"
"그래 다른건 비싸니까 치즈버거 먹어라"

초등학교 2학년때 내 생일은 맥도날드에서 친구들을 불러모아 치뤄졌었다.
8명이 넘는 친구들을 초대해 햄버거를 먹었고,
아버지도 사업이 잘 되실 때라 기쁜마음으로 누렸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유치원때 찍은 사진에 한상 가득한 음식들과 친구들이 있는 것을 봐선 유치원때도 생일을 거하게 챙겨주셨던 것 같다.




2.

"풍선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4학년쯤 친구들을 불러 생일잔치를 했었다. 어느 영화에서 봤는지 나는 천장에 풍선들이 가득 매달려 있었으면 했다.
헬륨가스를 넣어서 풍선이 자동으로 떠 있었으면 했지만, 어머니는 입으로 풍선을 불어 천장에 테잎으로 붙여주셨다.
예쁜 색깔의 풍선들이 천장에 가득했고, 풍선 주둥이에 말려있는 모양의 노끈들은 외국에서 볼법한 파티의 한장면 같았다.
케익, 치킨, 김밥, 잡채 등등 한상 크게 차려져 있었고 친구들을 초대하였다. 나는 친구들의 선물들을 수거하며 천장에 매달린 풍선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다른날은 몰라도 생일은 정말 거하게 챙겨주셨었다.
나는 당연하게 누렸었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한 기억이었다.




4.

"이거 문구 수정한다네요, 수정해주세요~"
"네.. 아 시파 이거 몇번째야.. 과장님 이거 벌써 열번도 넘게 수정하고 있네요 아 진짜.."

아침부터 승질이 났다. 지난 월요일에 프로모션 페이지를 완성했다. 4월에 치뤄질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고작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때문에 수정을 하고 서버에 이미지 업로드 하고, 레이아웃이 바뀌어 이미지 버튼 위치가 달라져 맵핑값도 다시 잡아줘야 한다.
pc 로 접속하는 웹도 문제지만 모바일은 java 값도 다시 넣어줘야한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짓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계속 수정하고 있었다. 거기다 완성된 이미지는 각 8개 지사마다 또 수정해서 보내줘야하고.

그렇게 승질이 나는 와중에 쪽지가 와 깜빡거리는 네이트온.
'헐, 내일 만우절이 생일이세요? ㅋㅋㅋ'
'아아, 내일 만우절이에요? 넵 제 생일입니다 ㅋㅋ'
'미리 축하드려요~ 내일 빠따 하나 챙겨와야겠네요 ^^'

아침부터 승질나는데 내일은 내 생일이다. 만우절.
여느때 같으면 킥킥대며 즐거워 했을것 같았다. 이야기 거리가 많으니까. 특이하기도 하고.
그런데 앉아서 정말 별것도 아닌 먼지같은 단어. 문장 하나 고치느라 뺑끼를 쳐 대며 앉아있다.




5.

"어렸을 적에는 내가 뭔가를 할줄 알았어. 아니 TV에 나오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뭔가를 이룰줄 알았단 말이지"
"에이~ 선생님 그런말씀 마세요, 이쪽 업계에서 선생님이 얼마나 유명하신데요. 제 주변사람들 다 선생님 이야기 물어봐요~"
40대 중반에 접어들으며 업계에선 나름 1,2위를 다투시는 은사님과의 식사자리. 내 입장에선 부러울 따름이지만 선생님은 그런게 아닌가보다.

어렸을적 유달리 사랑과 기대를 많이 받았다.
이십대 때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뭔가를 해 보거나 되보려고 절박하게 노력했었다.



서른.
별 생각없이 지나갈줄 알았는데, 나를 향했던 수많은 기대들이 머리속에 맴돌아 잠이 잘 오지 않았다.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417 7
    14949 게임[LOL] 9월 29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9 92 0
    14948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10 나루 24/09/28 318 11
    14947 게임[LOL] 9월 28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13 0
    14946 게임[LOL] 9월 27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51 0
    14945 일상/생각와이프한테 혼났습니다. 3 큐리스 24/09/26 705 0
    14944 게임[LOL] 9월 26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56 0
    14943 게임[LOL] 9월 25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15 0
    14942 일상/생각마무리를 통해 남기는 내 삶의 흔적 kaestro 24/09/25 546 2
    14941 기타2002년에도 홍명보는 지금과 같았다? 4 Groot 24/09/24 660 1
    14940 일상/생각 귤을 익혀 묵는 세가지 방법 1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4 549 6
    14939 일상/생각문득 리더십에 대해 드는 생각 13 JJA 24/09/24 618 1
    14938 일상/생각딸내미가 그려준 가족툰(?) 입니다~~ 22 큐리스 24/09/24 582 14
    14937 오프모임아지트 멤버 모집등의 건 26 김비버 24/09/23 1221 21
    14936 문화/예술눈마새의 '다섯번째 선민종족'은 작중에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6 당근매니아 24/09/22 575 0
    14935 육아/가정패밀리카에 대한 생각의 흐름(1)-국산차 중심 28 방사능홍차 24/09/21 903 0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6 카르스 24/09/19 828 15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1409 5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588 9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68 호빵맨 24/09/18 1297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186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559 0
    14927 일상/생각오늘은 다이어트를 1 후니112 24/09/16 358 0
    14926 게임세키로의 메트로배니아적 해석 - 나인 솔즈 kaestro 24/09/15 306 2
    14925 일상/생각힘이 되어 주는 에세이 후니112 24/09/15 345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