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5/02 19:00:33
Name   April_fool
Subject   오늘의 일기
언제나 그렇듯 월요일 아침은 일어나기가 힘들다. 끈적한 몸을 씻고 나오니 조금 늦었다. 아침에 길에서 눈에 띄는 것으로는 민들레 씨앗이 날아다니는 것이 있었다. 노란 소나무 꽃가루보다야 낫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싫어하더라. 다른 것으로는 대학교 후문 앞에서 포켓성경을 나눠주는 중년 남성들. 딱 보니 기드온협회에서 나오는 신약과 시편 합본이다. 고등학교 때 받았던 적이 있다. 표지 색깔이 산뜻한 하늘색으로 바뀌었지만, 내용물을 확인해볼 마음은 들지 않았다.

오늘 모델링할 것은 기어 펌프라는 것이다. 외부로부터 받은 회전력으로 기어를 돌려 유압을 생성하는 기계로, 유압 기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한동안 묵묵히 그림을 자로 재고 모델링을 하는데, 배가 고파질 무렵에 앞을 보니 벌써 거의 다 끝낸 사람이 눈에 띈다. 저 정도 속도는 되어야 전산응용기계제도기능사 실기 합격이 보장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무지 빠르다.

점심 때까지는 날씨가 화창했다. 그런데 저녁부터 비가 온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돈까스 무제한 리필이라는 뷔페식 식당으로 갔다. 가격은 카드 6,000원 또는 현금 5,500원. 그럭저럭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기는 좋은데, 덕분에 살짝 과식했다. 안 그래도 뱃살이 걱정인데. 돌아가는 길에 눈에 띈 것으로는 민들레 씨앗이 한데 뭉친 것과, 유니폼 입은 여성이 이끄는 한 떼의 여학생 무리가 있었다. 무슨 대학교 견학 같은데, 이런 시기에 그런 게 있나?

점심을 먹고 돌아와보니 3D 프린팅이 끝나 있었다. 살짝 모양새를 바꾼 Burr puzzle이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그런데 지난번과는 달리 오늘 출력된 것은 뭔가 좀 뻑뻑하다. 아무래도 출력 시기에 따라서도 출력물에 뭔가 편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 오늘부터 에어컨이 나오기 시작했다. 원래 군대에서는 계절이 여름과 겨울밖에 없다지만, 아무래도 그게 군대 밖에까지 적용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오후 3시를 지나자, 드디어 모델링이 완성되었다. 다음으로는 내일 뽑아볼 M16짜리 볼트와 너트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잘 안 된다. 솔리드웍스 대신 인벤터를 사용했더니 되기는 하는데, 간만에 인벤터를 만졌더니 손에 잘 익지 않는 느낌이다. 인간이란 역시 간사한 존재다. 안 쓴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느새 끝날 시간이 다가왔는데, 그새 밖에서는 비가 오기 시작한 모양이다. 나는 더 남아서 8일에 칠 정보처리기사 필기시험 모의고사를 보기로 했다. 근데 책의 반의 반도 공부를 안 했는데 점수가 나올까? 이런 의문이 무색하게, 모르는 문제를 다 찍었는데도 합격권 점수인 76점이 나왔다. 이거 이래도 괜찮은 건가. 나야 좋지만.

허리와 머리가 아파 마침 새로 산 덱시부프로펜 제제 1알을 먹은 뒤, 뉴스를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자칭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양반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모양이다. 본명은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 더 타임스지 2009년 1월 3일자 신문을 특별하게 만든 그 양반 또한 끝내는 익명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하여 어찌저찌 오후 7시다. 이제 슬슬 집에 갈까.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45 창작[25주차 주제]부끄러움에 대하여 3 얼그레이 16/05/04 3299 0
    2744 창작[24주차 조각글]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3 묘해 16/05/04 3261 1
    2743 기타마약 이야기 40 까페레인 16/05/04 10316 2
    2742 과학/기술코카인과 코카콜라 8 모모스 16/05/04 8313 1
    2741 기타[불판] 잡담&이슈가 모이는 홍차넷 찻집 <복간 1(40)> 35 NF140416 16/05/04 3742 0
    2740 의료/건강알약 하나로 치료하는 공포의 기억 33 눈부심 16/05/04 6873 3
    2739 방송/연예아이오아이 토닥토닥 영상 모음 8 Toby 16/05/03 3754 0
    2738 과학/기술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a) 와 인류의 여정 5 모모스 16/05/03 9088 4
    2737 경제달러에 투자하라? 27 Toby 16/05/03 4956 0
    2736 도서/문학지난 달 Yes24 도서 판매 순위 4 AI홍차봇 16/05/03 5492 0
    2735 음악아직도 유효한 한 가수의 고백 - 금관의 예수 4 Terminus Vagus 16/05/02 3651 3
    2734 영화00년대 이후 워너 vs 디즈니 파워 게임 양상의 변화 19 구밀복검 16/05/02 4371 1
    2733 IT/컴퓨터주파수 경매가 끝났습니다. 7 Leeka 16/05/02 4159 0
    2732 일상/생각오늘의 일기 6 April_fool 16/05/02 3518 0
    2731 정치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과 5월 광장의 어머니회 2 커피최고 16/05/02 5332 6
    2730 일상/생각[조각글 24주차] 이해와 인정 사이 3 nickyo 16/05/02 2854 3
    2729 음악대중적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걸그룹 노래들 8 Raute 16/05/02 4101 3
    2728 창작[마감완료] 조각글에 참여하실 멤버를 찾습니다! 9 얼그레이 16/05/02 3047 0
    2726 창작[조각글 24주차] 기도문. 4 헤베 16/05/01 3515 0
    2725 일상/생각나 역시 꼰대가 되었다. 4 쉬군 16/05/01 3321 1
    2724 기타컴퓨터 샀습니다.jpg 9 김치찌개 16/05/01 3829 0
    2723 창작[24주차]-하얗고 까만 5 제주감귤 16/05/01 3303 0
    2722 도서/문학HBR - 10 must reads 피터드러커의 글 중에 4 까페레인 16/05/01 5049 0
    2721 일상/생각[회고록] 잔느 랑방. 12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5/01 3376 0
    2720 창작[24주차] 구차한 사과 2 얼그레이 16/05/01 3872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