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5/09 13:23:39
Name   nickyo
Subject   [조각글 25주차] 제 3자의 섹스
[조각글 25주차 주제]
부끄러움에 대하여 일화건 생각이건 진지하게 생각하고 깊게 생각해서 글 써주세요.
가능하면 이성적 부끄러움 외에 대해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지만, 가능하면 이니까, 저의 썩소 보고 싶으시면 첫사랑 쓰세요.
전 인간으로써의 부끄러움이 보고싶습니다. 구린 부분들을 파헤쳐주세요.
글 장르는 상관없습니다.

- 분량, 장르, 전개 방향 자유입니다.

맞춤법 검사기
http://speller.cs.pusan.ac.kr/PnuSpellerISAPI_201504/

합평 받고 싶은 부분
칭찬해주세요 인정욕구가 고픕니다
까주세요 요새 M기질을 느끼고 있어요

하고 싶은 말

까고싶어요 S기질도 있거든요 많이 써서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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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 늦은 새벽에, 집이 아니라 학교의 과실로 걸음을 옮겼던 이유가 뭘까. 얼큰하게 취한 경환은 주황색 가로등 불빛만 내리쬐는 길을 비척대며 걷는다. 좌로 삼삼삼, 우로 삼삼삼. 게처럼 옆으로만 움직이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 몸은 앞으로 나아간다. 계단을 오르는게 힘들어 두 손으로 엉금엉금 기어본다. 차가운 대리석 느낌이 술기운을 조금 쫒아내는 듯 하다. 이대로 벌러덩 드러눕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차가운 기운이 등짝을 타고 올라온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먼저 집에 가버린 여자아이들이 생각난다. 경란이, 주희, 혜미, 정현이, 세정이..인하, 유진이.. 그리고 민희. 민희. 민희. 아, 민희랑 섹스하고 싶다 씨발. 그는 아무도 없는 교정을 기어가며 외친다. 섹스! 묘한 해방감이 척추를 타고 찌르르 울린다.


101동 문은 시간이 늦어 이미 쇠사슬로 굳게 잠겨있다. 푸욱 한숨을 크게 내쉬며 문을 흔든다. 철컹철컹. 으, 열려라..참깨. 열려라... 두어번 더 흔들다가 손이 미끄러진다. 휘청 하고 넘어진다. 끄응, 정신이 없다. 커다란 건물이 빙빙 돌다가 머리위로 떨어질 것 같다. 겨우 두 손으로 바닥을 밀어내며 일어난다. 헤라클레스라도 된 듯이 지구를 밀어내는 그의 손길, 죽이는 이두박근의 힘. 빠라바 뿜빠빠. 으이야아압. 쿵, 하고 문에다가 온 몸을 던진다. 문은 요지부동이다. 시발 좀 벌리라고! 흐아.. 자지보지다 시발새끼야. 하고 돌아선다. 옆문, 옆문은 열려있을거야. 어쩐지 어깨가 화끈거린다.


옆문을 양 손으로 슥 밀자 아주 부드럽게 문의 이음새가 벌어진다. 곰팡내가 약간 느껴지는 퀴퀴한 건물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정겨운 냄새에 코를 벌렁벌렁 대며 숨을 들이쉰다. 킁카킁카, 킁카킁카. 엘레베이터를 누르고 기다린다. 문에 기대지 마시오. 시발 기댈거야. 기댈거라고. 문이 열립니다. 휘청, 엘레베이터 안으로 빨려들어가듯 몸이 쏟아진다. 발걸음이 무겁게 쾅쾅 떨어지고, 애꿎은 승강기는 위아래로 요동친다. 위, 아래. 위,위 아래. 위 아래. 엘레베이터의 유리에 등을 비스듬히 기댄 채 허리를 슥슥 흔든다. 아, 올라가자. 술자리에서 일찍 떨어져 나간 씨씨들이 생각난다. 승기랑 정현이... 승기가 떡치는 모습은 상상이 가는데 정현이가 박히는 표정은 상상이 안간다. 정현이는 내 취향이 아니니까. 정현이라고 내가 취향인것도 아니겠지. 하지만 경환은 안다. 씨빠, 내가 승기보다 크다고. 학교 헬스장에서 봤다고.


겨우 6층에 내려 화장실에 간다. 한껏 가득 찬 물을 시원하게 쏟아낸다. 콸콸콸. 어, 시벌.. 힘 좋다. 좋아. 딸꾹. 찬물로 몇 번의 세수를 하고 나서야 팬티를 안 올렸다는걸 떠올린다. 주섬주섬, 팬티를 끄집어 올리다가 모르고 허리춤까지 쭈욱 당겨버렸다. 아, 낑겨. 아프다. 다시 사타구니를 손으로 꾹꾹 쥐고 끌어내린다. 바지를 채우고 습관적으로 손을 코 끝에 댄다. 킁카킁카. 별 냄새 안나네. 찌릉내보다 술냄새가 더 지독해서 좋은일도 있는 법이다. 그 와중에 다시 손을 뽀드득 뽀드득 씻고, 아까보다 훨씬 바른 걸음걸이로 과실로 향한다.


과실의 뒷문이 약간 열려있다. 아 새끼들이 문좀 잠그고 다니라니까..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그는 이런 상황이 짜증난다. 한글을 못배워 쳐먹었나 진짜. 뒷문을 잠궈놔야 앞문의 넘버락이 의미가 있지 새끼들아.. 푸우, 한숨을 내쉬고 슬그머니 뒷문을 민다. 그 순간 경환의 귀를 간지럽히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하악, 허억, 하악, 허억. 쓰륵. 슥. 쓱. 스륵. 쫑긋, 경환의 귀가 토끼처럼 솟는다. 엥 이게 무슨소리야 쉬파. 그는 잘 떠지지 않는 눈에 힘을 빡 주고 귀를 기울인다. 귀를 기울이는데 왜 눈에 힘을 줘야하는걸까? 그런데 의외로 효과가 있다. 이번에는 좀 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쿵, 쿵, 쿵, 쿵. 학, 악, 학, 악. 뭐야 시팔. 그는 조심스레 뒷문 사이로 새까만 과실을 응시한다. 앞문에 놓인 기다란 쇼파위에는 어두컴컴한 물체가 뭉툭하게 튀어나와 있다. 설마, 설마. 승기야 너무 좋아.. 헐 미친. 침을 꿀꺽 삼킨다. 침 넘어가는 소리가 귓가를 천둥처럼 때린다. 경환은 숨 죽인채 눈을 부릅뜬다. 눈에 힘을 너무 주는 바람에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테다. 소리는 점점 빠르고, 격렬하게. 다양한 음들이 리듬에 맞춰 튀어나온다. 쿵, 쿵. 쓰륵. 슥. 끼익. 끽. 아, 학, 아흑. 흐으. 헉, 헉. 쿵, 쿵. 이런 쉬펄.


경환은 당황스러우면서도 이 상황이 몹시 흥미롭다. 아랫도리가 불룩해진줄도 모른 채 소리에 집중한다. 몇 분이 흘렀을까, 끝없이 빠르게 어둠을 부유하던 소리들이 이내 사그러든다. 가쁜 호흡 몇 마디와 함께 익숙한 승기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 이게 마지막인데. 승기만큼이나 익숙한 정현의 목소리도 들린다. 편의점 갔다와... 두툼했던 새까만 물체가 울렁거리며 움직인다. 경환은 놀란 나머지 고개를 빼고 다시 화장실로 향한다. 걸음걸이를 죽이면서도 빠르게, 빨리. 빨리. 뒤에 마치 곰이라도 따라오는 것 처럼 경환의 발걸음이 바쁘다. 그는 화장실의 대변기 칸에 도착해 문을 잠그고서야 헐떡거리는 숨을 쉰다. 뭐야 시바, 그때서야 웃음이 나온다. 이 미친.. 이윽고 누군가 화장실로 들어온다. 물소리가 들린다. 승기겠지. 승기일거야. 수도꼭지가 잠기고, 이윽고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까지를 듣고서야 경환은 살며시 화장실을 빠져나온다. 어떡하지, 막차도 끊겼는데. 과실에서 자다가 아침 수업을 들어갈 요량이었던 경환은 난감하다. 난감하지만, 엘레베이터는 1층을 향해 내려갔고 경환은 과실에 남아있을 정현이 생각난다. 내 스타일은 아니지. 하지만..


조심스레 뒷문앞에 다가선다. 몇 번의 심호흡을 한다. 살금살금, 고개를 들이밀어 어두운 과실을 본다. 확 불을 켤까? 아니면 문을 쾅 하고 밀까? 경환은 그러다가 이내, 시팔.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데? 누구는 섹스하는데 나는 시발.. 격렬하게 요동치는 마음과는 다르게 문은 살며시, 조심스레, 소리나지 않게 연다. 바보같으니. 복도의 불빛이 이내 어두운 과실을 밝힌다. 왜 그쪽으로 들어와? 정현은 몸을 덮은 담요와 함께 반쯤 몸을 일으킨다. 스르륵, 담요가 중력의 힘을 받아 떨어지는 찰나에 경환과 정현의 눈빛이 허공에서 마주친다. 비명소리, 떨어지던 담요는 다시 정현의 몸 위로 끌려간다. 하지만 정현의 동작보다 빛의 속도가 더 빠르다는 야속한 법칙때문에 경환은 바짝 선 정현의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야 씨 뭐야! 하고 경환은 외친다. 정현은 당황스러운 나머지 야 나가! 나가라고! 소리를 지른다. 경환은 후다닥, 과실을 나간다. 아니 시바, 과실이 지꺼야? 경환의 볼멘 생각보다도 떠오르는건 정현의 핑크빛 젖꼭지였다. 이윽고 앞문이 열리며 정현은 경환을 째려보고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간다. 경환은 이 사실이 당황스럽고, 웃기면서도 어쩐지 야릇하다. 과실의 불을 켜니 낡은 의자와 기다란 쇼파, 사물함과 모니터만 덩그러니 있는 책상. 에이포용지가 없어서 쓰질 못하는 프린터기와..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책상이 있다. 그는 조심스레 방금까지 섹스가 벌어졌던 쇼파를 쓸어본다. 아직까지 온기가 남아있다. 옆의 쓰레기통에는 휴지 더미가 있다. 아마도 저 안에 콘돔이 있겠지. 경환은 헛웃음을 친다. 아, 섹스하고 싶다.

카톡왔숑! 카톡왔숑!

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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