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5/19 22:01:58
Name   날아올라무찔러라
Subject   살女주세요. 넌 살아男았잖아. 가 잊혀지지 않는 이유
* 먼저 죽은 여성분께 애도를 표합니다. 편한곳에서 고통없이 쉬길 바랍니다.
  가족분들, 친구분들이 받을 정신적 충격을 위로합니다.
  강남역에 추모글을 붙이시는 분들의 마음가짐을 응원합니다.

-----------------------------


넷상에서 여성혐오론이 메갈리안의 주무기로 비춰져서 그런지 이 사건이 여혐으로 읽히는데에 많은분들이 반감을 가지시는듯하네요.
개인적으론 놀랍습니다...

범인의 구속이후 진술은 (공식적인 범행동기는 아니라지만)'여성에게 많은 무시를 당해서 범죄를 저질렀다' 였습니다.
[그 진술이 이뤄진 순간 이 사건은 여혐살해사건이 된게 맞습니다.]

여자는 남성을 감히 무시할수 없는 무언가 다른(혹은 열등한) 존재다, 라는 가정이 체화되어있지 않다면 도저히 할수 없는 발언이거든요.
그런 발언을 대한민국 최고 번화가라는 강남에서 무차별 살인을 자행한 살인마가 서슴치 않고 뱉어냈어요.
진술당시의 정신상태 역시 정상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저 발언은 더욱 무섭게 들릴듯합니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도 여성'따위'가 '남자'인 나를 무시해서 '아무나' 죽였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그정도로 여혐 논리는 당연하게 체화되어있다는 겁니다. 진실이 뭐던간에요.

사람이 죽었습니다. 네, 그녀를 추모하는데 있어서 여자와 남자를 가르는 것은 무의미하죠. 싸울일도 아니구요.
많은 분들이 여혐 논란을 불편해하는 이유도 여기있을것이라 믿겠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왜 남자여자가 갈려서 싸우냐구요. 애도해도 모자랄 판에.]

그러나 같은 사회에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써, [우리는 사건에 대한 원인을 올바로 마주하고 이를 치유해나갈 의무가 있습니다.]
거기에 이번 사건을 여혐살해로 규정짓고 원인을 마주할 이유가 있습니다. 더이상 외면할수 없어요.

그간 수많은 여성 살해사건들에 공통적으로 존재했던 여혐코드는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에 묻혀왔습니다.
당연하죠, 여태까지 여혐은 중요한것도 아니었을뿐더러 우리는 죽음앞에 숙연해야만 했거든요.
갈라져 싸울 필요도 없이 당연한 조의를 표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이 사건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유할수 있었나요?
나보다 나약한 여성이라서, 나보다 열등한 여성이라서, 나에게 존경심을 표출하지 않는 여성이라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남성 범죄자들은 수없이 쏟아지는 세상입니다. 물러설수 없습니다. 이제는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고 치유해야해요.
여성이라서 범행했다는 말도안되는 논리를 치유해나가야만 하는 때입니다.

살女주세요. 넌 살아男았잖아.
전 남성입니다. 메갈리안들의 과격한 페미니즘 행동들에 공감하지도 않습니다. 위 문장도 메갈리안의 여혐 프레임을 통한 남혐 조장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네요.
이건 절규예요. 생존에 대한 절규. 일반적인 남성이라면 평생 느끼지도, 공감하지도 못할 생존위협에 대한 절규.

이번 사건으로 강남 한가운데서 아무 이유없이 칼에 찔려죽을 걱정을 하는 남성이 많을까요 여성이 많을까요.
범인은 말 한마디로 전국 여성들에게 찔려죽을 걱정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남성도 걱정을 하겠죠. 그러나 문제는 남성의 걱정은 이번 사건으로 일순간 걱정하는거라면 여성들은 평생을 이런걱정에 직면해야한다는 겁니다.
(이번 사건으로 '더' 걱정을 하겠죠)
여동생, 여자사람친구, 학교 여후배, 엄마, 누나, 회사 여자직원에게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는 말을 한마디라도 해보셨을겁니다.
왜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고하죠? 왜 그런 걱정을 하는거죠?
이미 우리는 암묵적으로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굳이 찔려죽는게 아니더라도 여성은 범죄 대상이 되기 쉽다는 사실을. 그 이유는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합리적이지 않은데도 굉장히 합리적인 논리입니다. 그래서 불합리해요. 그래서 고쳐나가야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여혐을 읽어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많이 슬프고 안타까운 사건이라 정리 없이 쓰다보니 제대로 읽혀지는 글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읽어주신점 감사합니다.



4
  • [왜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고하죠? 왜 그런 걱정을 하는거죠? 이미 우리는 암묵적으로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 나와 다른 존재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고민과 노력에 추천
  • 이런 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안심이네요
이 게시판에 등록된 날아올라무찔러라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419 7
14949 게임[LOL] 9월 29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9 104 0
14948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10 나루 24/09/28 349 14
14947 게임[LOL] 9월 28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14 0
14946 게임[LOL] 9월 27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52 0
14945 일상/생각와이프한테 혼났습니다. 3 큐리스 24/09/26 715 0
14944 게임[LOL] 9월 26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57 0
14943 게임[LOL] 9월 25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16 0
14942 일상/생각마무리를 통해 남기는 내 삶의 흔적 kaestro 24/09/25 546 2
14941 기타2002년에도 홍명보는 지금과 같았다? 4 Groot 24/09/24 662 1
14940 일상/생각 귤을 익혀 묵는 세가지 방법 1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4 549 6
14939 일상/생각문득 리더십에 대해 드는 생각 13 JJA 24/09/24 620 1
14938 일상/생각딸내미가 그려준 가족툰(?) 입니다~~ 22 큐리스 24/09/24 583 14
14937 오프모임아지트 멤버 모집등의 건 26 김비버 24/09/23 1223 21
14936 문화/예술눈마새의 '다섯번째 선민종족'은 작중에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6 당근매니아 24/09/22 577 0
14935 육아/가정패밀리카에 대한 생각의 흐름(1)-국산차 중심 28 방사능홍차 24/09/21 905 0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6 카르스 24/09/19 828 15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1410 5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588 9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68 호빵맨 24/09/18 1300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187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560 0
14927 일상/생각오늘은 다이어트를 1 후니112 24/09/16 358 0
14926 게임세키로의 메트로배니아적 해석 - 나인 솔즈 kaestro 24/09/15 306 2
14925 일상/생각힘이 되어 주는 에세이 후니112 24/09/15 345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