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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8/07 11:29:33 |
Name | 눈부심 |
Subject | 조용함의 떠들썩한 효과 |
http://nautil.us/issue/16/nothingness/this-is-your-brain-on-silence 2010년 핀란드를 어떻게 매력적인 관광국으로 어필한 것이냐를 논의하던 마케팅팀은 고심이 많았죠. 2008년 후 줄곧 핀란드라는 국가는 조용한 나라로 통했거든요. 그래서 뭔가 재밌고 익사이팅한 특성이 없을까 궁리를 했어요. 훌륭한 교사진들, 여기 저기 풍부한 산딸기와 버섯, 농담 섞어서 누드를 브랜드로 강조해서 정직한 핀란드를 내세워보자 했지만 다 그저 그렇단 말이죠. 그 중 어떤 이가 말했어요. ‘조용한 게 머 어때서’. 몇 개월 후 그 팀은 ‘국가브랜드 보고서’를 완성했는데 핀란드의 유명한 교육시스템이 빠지지 않았지만 그 중 괄목할만한 특징은 바로 ‘조용함’이었어요. 현대 사회는 종종 시끄럽고 바쁘죠. 이 때 조용함은 청정수나 야생버섯과 같은 자원인 거예요. 조용함은 이미 상품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소음차단 헤드폰이 그렇고 명상수업이 그래요. 핀란드는 이 조용함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국가브랜드로 선정하기로 했어요. 이로서 핀란드의 새로운 국가브랜드 슬로건은 “Handmade in Finnish silence”가 되었어요. (문득 우리 정부의 Creative Korea가 생각나네요.우리나라는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것이 특징이지 않나요. 우리는 creative를 갈망하는 나라지 나라 자체가 creative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의미로 만든 슬로건이라면 그 상세한 디테일이 뭐였는지 궁금하네요.) 서론이 길었죠. 조용함이란 건 마케팅 홍보에 있어 특이한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측정할 수도 수출할 수도 먹을 수도 모아놓을 수도 없고 누굴 줄 수도 없거든요. 그런데 과학이 이 조용함의 힘을 파헤치기 시작한 거예요. 실은 조용함을 과학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건 소음을 연구하다 우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부터예요. 원래 noise라는 말은 메스꺼움이나 고통이라는 의미의 라틴어가 그 어원이에요. 심지어 메소포타미아지역 전설에 의하면 신들이 인간의 시끄러운 소음에 노발해서 인간을 무자비하게 살해했대요. 20세기 중반 역학자들은 고혈압과 만성적 소음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 발견했고 나중에는 소음이 불면증, 심장병, 이명현상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음파가 귀의 골격에 진동을 일으키면 달팽이관에 전이되고 이 달팽이관은 그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뇌에 전달합니다. 그러면 몸은 이 신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데 심지어 자는 동안에도 반응을 보여요. 신경생리학적으로는, 소음은 기억 형성과 감정을 담당하는 소뇌 편도를 먼저 자극해요. 이런 자극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켜요. 그래서 소음에 늘상 노출되어 있는 사람은 스트레스 호르몬수치가 높아요. 조용함은 그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서 우리가 좋아하는 건데 조용함이 과연 ‘하는 일’은 뭘까요? 유명한 나이팅게일 언니는 소음이야말로 ‘잔인하리만치 간호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환자가 약을 먹고 청결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듯 조용함도 간호의 일부라고 했어요. 조용함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원래 소음과 음악의 효과를 연구하다 발견한 거예요. 2006년에 의사 루시아노 버나디는 음악의 효과에 대해 연구하다가 의도치 않게 조용함의 효과를 알아보게 된 거예요. 24명의 피실험자들에게 6개의 곡을 들려주고 심리적 파장을 연구하던 중이었죠. 음악의 영향력은 뇌의 혈압, 탄소량, 혈액순환변화 등 혈류에서 쉽게 측정이 가능했는데 일단 모든 종류의 음악에서 각성반응이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음악을 듣는 행위는 주의력을 요하니까요.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음악을 들려주는 사이사이 조용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 때도 마찬가지의 괄목할만한 효과같은 것이 있었던 거예요. 2분 동안의 조용함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종류의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보다 더 마음이 안정된 상태임을 보여줬어요. 각성상태란 건 마음이 한 곳에 집중하는 거니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선 각성할 만한 건덕지가 없다보니 무엇보다 더 깊은 휴식이 가능한 거예요. 2006년에 버나드의 논문은 Heart라는 저널에서 가장 많이 다운받은 논문이었대요. 이로 인해 시끄럽다가 조용해졌을 때 눈에 띄게 드러나는 효과에 대한 신경학적 연구가 불이 붙게 되었어요. 쥐들에게 일정한 소음을 들려주면 뇌세포 뉴런이 반응을 멈춰요. 뉴런이 반응하는 경우는 바로 늘상 같은 자극을 줄 때가 아니라 ‘변화’가 있을 때였어요. 갑작스런 조용함도 변화인 거죠. 원래 과학자들은 급격히 조용하게 되면 우리 뇌가 반응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이런 능력은 위험에 반응하거나 문장 속의 단어를 구별하는 데 도움을 줘요. 그런데 이런 발견에서 나아가서 우리 뇌의 청각겉질은 조용하게 되면 따로 뇌세포 뉴런을 생성하는 다른 네트워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보통 조용하다는 건 우리 뇌 속에 입력할 것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뇌는 갑작스런 조용함을 적극적으로 인지하더라는 거죠. 듀크 대학의 재생생물학자 Imke Kirste교수도 원래 조용함을 연구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2013년에 소리가 성인쥐의 뇌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 중이었죠. 네 그룹의 쥐들에게 각각 음악을 들려주고 새끼쥐 소리를 들려주고 생활소음을 들려주고 아무 소리도 들려주지 않는 실험을 했어요. 교수는 새끼쥐 소리를 들려주면 성인쥐의 뇌세포가 더 잘 생성될 것이라고 가정했고 아무 소리도 들려주지 않는 건 아무 효과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실험 결과, 모든 소리는 단기적인 신경학적 효과가 있긴 했지만 오래가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하루 두 시간의 조용함으로 인해 오히려 쥐 뇌 해마부분의 세포발달이 활발한 걸 발견하게 된 거예요. 아무 자극도 주지 않은 것이 가장 임팩트가 크게 나왔어요. Kirste가 내린 결론은, 장난감이나 동료쥐와 같은 자극을 주기에 풍부한 환경이 뇌세포생성에 영향을 끼치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아무런 소음이 없는 상태가 매우 인위적일 때도 놀랍도록 민감하게 되거나 주의력을 상기시키는 것 같다는 것이었어요. 새로운 세포가 자라나는 것이 항상 좋은 건 아니지만 Kirste의 실험에서 나타난 경우는 기능을 제대로 하는 세포가 생성되는 것으로 보였어요. 이런 발견은 우리 뇌 중 해마에서의 신경발생이 퇴화되는 치매나 우울증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이렇게 조용함의 가시적인 효과는 있지만 우리 뇌에는 조용함이란 게 없대요. 소리가 부재하면 우리 뇌는 자체적으로 소리를 대신할 만한 걸 만들어 내요. 이를테면 사이먼과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를 듣다가 갑자기 음악을 꺼버려요. 이 노래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뇌 속에서 계속해서 소리를 만들어 내서 음악은 여전히 연주돼요. 이 소리는 바깥 세상이 만들어낸 소리가 아니고 뇌가 기억을 상기시키는 거예요. 이렇듯 소리는 감각적인 그 무엇인 것만은 아니고 때로 주관적인 소리의 환영이기도 해요. 이는 우리 뇌가 가진 상상력의 파워이기도 합니다. 아무런 감각적인 자극이 없어도 우리 뇌는 여전히 활동적이고 다이나믹할 수 있어요. 아따 마 글이 너무 길어서 마 대충 적자면, 이 이후의 단락에서는 뇌가 수학 문제 같은 어떤 태스크에 골몰하면 오히려 뇌의 다른 영역이 급격이 활동력이 떨어짐을 목격하게 되는데 태스크를 멈추고 멍때리게 되면 아까는 조용하던 부분이 마구 활발하게 되더래요. 태스크에 골몰한다고 해봤자 겨우 뇌에너지의 몇 퍼센트만 사용할 뿐이래요. 그래서 놀고 먹는 다른 영역의 뇌를 간과하면 우리는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요. 이 뇌영역이 전두엽피질인데 'Default Mode'에 있는 이 뇌는 우리가 휴식을 취할 때 실은 놀고 먹는 게 아니라 정보를 망라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해요. 태스크에 몰입한 상태에서는 이런 스캐닝작업이 일어나지 않아요. 이와 맥락을 같이 하여 조용한 곳에 있다보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고 외부로부터 입력된 정보와 결합시켜 의식의 영역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이 가능하다나요. 그래서 조용한 데 있는 것이 중요하니 핀란드에 놀러 많이 오시라는 그런 얘기였습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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