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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0/23 02:22:42
Name   저퀴
Subject   문명 6 리뷰
문명 6의 최고 난이도인 '신'을 거의 이긴 상황에서 더 플레이하는 건 시간 낭비 같아서 때려치우고 리뷰 글이나 써보려고 합니다. 전 처음에 고 난이도에서 해맬 줄 알았는데 신 밑의 불멸자 난이도도 전혀 고난 없이 깨버렸고, 신 난이도도 큰 차이는 없더군요.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보이는 겉모습은 긍정적입니다. 유닛이나 건물의 크기를 키우고, 디자인은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단순화해서 각 오브젝트의 특징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직관성이 상당히 좋죠. 또한 종이로 그린 듯한 지도의 모습도 미적으로는 예쁩니다. 그런데 아이콘이 없으면 뭔지 이해하기도 힘든 자원의 디자인이나 고 해상도에서 넓은 시야로 바라볼 때에는 난잡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외교를 통해서 만나는 많은 지도자들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상반신만으로 제스쳐와 얼굴 표정만이 남아 있지만, 오히려 5보다 감정적인 묘사가 뛰어나서 외교 상의 변화를 지도자의 모습만으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또 음악도 굉장히 훌륭해요. 메인 테마와 각 문명의 테마 모두 인상적입니다. 시대에 따른 변화도 참신하고요. 대신 상황에 맞는 음악이 없고, 잔잔한 음악 밖에 남지 않아서 오히려 게임을 플레이할 땐 메인 테마를 따로 듣는 게 더 좋았습니다. 아쉽더군요.

게임을 점점 파보면 5의 주요 요소가 온전하게 남아 있는데요. 종교도 그 중 한 가지입니다. 그러나 종교는 5에서 발전한 게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비중은 더 늘었는데요. 종교를 통한 분쟁을 구현한 것 말고는 6의 종교 시스템이 재미있는가에 대해서 회의적입니다. 종교 분쟁은 오로지 신앙으로 종교 유닛을 구매해서 싸우는 메커니즘 밖에 없거든요. 종교 승리는 왜 추가했나 싶을 정도로 재미없어요.

문명 디자인에 있어서 전쟁을 통한 건설자 수급, 이를 통한 제국 건설을 유도하는 아즈텍, 종교를 개종하기만 해서 종교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콩고는 참신하고 플레이가 새롭습니다. 그러나 모든 문명이 그렇진 않아요. 오히려 5보다 더 문제가 많은 문명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노르웨이가 그렇습니다. 노르웨이는 중세 시대의 바이킹을 구현한 문명으로 정복과 약탈, 그 중에서도 해전에 중점을 둔 문명이에요. 그런데 고유 건물은 종교 시설인 목조 교회에요. 전혀 상관이 없고, 플레이에 있어서도 서로 연관되지 않습니다. 그리스의 고르고는 스파르타의 여왕으로 스파르타는 극단적인 노예제를 갖춘 군사 국가였는데, 게임 내의 특성은 문화 수급입니다. 전혀 맞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5의 아즈텍을 계승한 것에 불과하죠. 이러한 문명들은 게임을 한참 플레이하고 나서야 개성을 느낄 수 있거나, 게임 내에서 아예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등, 다소 문제가 있어요.

그에 비해서 새로 추가된 특수 지구 시스템은 호평할만 합니다. 사실적으로 느껴지면서 시스템을 이용하는 재미도 있어요. 도시의 기반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더 생각해야 하고, 더 고심해야 하는 좋은 시스템이에요. 그러나 많은 정보를 보면서 결정해야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지탱해줄 수 있는 직관성이 부족해서 처음 이 시스템을 받아들일 때에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부작용이 있어요.

그런데 게임을 좀 더 플레이하면 엑스컴 2의 부작용을 똑같이 느끼게 됩니다. 게임의 초반부가 상당히 운에 의존해요. 극단적으로 말해서 초반 지형이 게임 전체를 결정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5도 그렇고, 4x 게임 상당수가 그렇습니다만, 6은 그 정도가 지나쳐요. 대표적으로 야만인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야만인의 초반 공세에 따라서 플레이어의 선택과 상관 없이 패배하는 경우가 나오게 됩니다. 이 게임에서 야만인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장치에 불과하지, 야만인이 중요한 게임이 아닌데 말이죠.

거기다가 외교의 안건 시스템도 생각 없이 만들어져서 개념 없이 적용되서 게임을 망치고 있어요. 각 문명의 지도자의 개성을 살린답시고 게임 내에선 각 지도자들을 바보로 만들어놨어요. 구체적으로는 고 난이도에서 이러한 문제가 더욱 커지는데요. 대략 불멸자 난이도만 되도 ai 문명은 유닛을 더 보유하고 시작합니다. 도시도 더 빨리 건설하고요. 그런데 고대 시대, 턴으로는 30턴 이하의 시간에서 플레이어는 고작 유닛 1~2기를 뽑는 게 전부인데요. 그 상황에서 만나게 된 ai 문명은 절 비난합니다. 왜냐하면 유닛이 적으니까요. 이건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그 중에서 기가 막힌 사레는 로마인데, 로마는 도시의 수로 친근감을 표시하는 문명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플레이어가 ai보다 도시를 많이 보유하기는 커녕, 도시를 하나 더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시점에서 비난을 가해요. 그리고 기본적인 성향인 내 근처에 도시 확장을 거부하는 것도 유지되기 때문에 도시를 지어도 비난하고, 도시를 짓지 않아도 비난합니다. 이게 재미있는 외교는 아니겠죠. 하는 짓이 재미있을진 모르지만요. 재미있는 시스템, 특히 전략 게임에선 내 행동이 여러 결과로 나타나야 재미있는거지, 이런 건 전략 게임에 어울리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또한 싱글 플레이에 중점을 둔 전략 게임으로는 ai 수준은 절망적입니다. ai의 유닛 운용은 눈을 감아도 이것보단 더 잘할만한 수준이고, 전투에서 플레이어는 무조건 이길 지경입니다. 동수의 병력은 당연하고, 배 이상으로 차이나도 전쟁에서 아무런 영향이 없어요. 특히 6에서 새로 추가된 이동 판정이나 내정의 특수지구 시스템도 잘 활용하지 않아서 나사 빠진 ai가 게임을 망쳐요. 자기 문명의 고유 유닛이나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시대에 맞는 건물이나 지구, 유닛은 전혀 쓰지 않아서 산업 시대의 창병이나 정보화시대의 머스킷병을 진지하게 운영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신앙은 메커니즘이 너무 단순해서 게임 내내 지루한 종교 싸움은 무한으로 반복되고요.

심지어 전략 게임의 또다른 미덕인 인터페이스는 사람을 놀랍게 만듭니다. 기존 옵션이 없어져서 낙후되는 건 상상도 못할 수준이에요. 파이락시스 게임즈는 도대체 신작을 낼 때마다 인터페이스가 퇴보하는지 모르겠네요. 이런 건 철저한 Q&A, 긴 개발 기간이 필요한 부분인데 개발 기간이 아주 짧은 것도 아니고, 그냥 투자를 안 하는 걸로만 보여요.

마지막으로 현대 시대 이후의 기술은 부실하고 미완성입니다. 문명에 있어서 현대 시대 이후의 문물도 이전시대를 압도할 정도로 많은데, 그게 게임 내에선 오로지 군사 유닛에만 집중되어 있어요. 과장이 아니라, 정보화 시대는 군사 유닛 기술만 남아 있습니다. 기껏해야 공항인데, 공항도 공군 유닛을 위한 시설에 불과하고요.

전 문명 6는 겉만 화려하고, 직접 플레이하면 게임 내의 모든 것들이 깊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5에서 유지된 교역, 종교, 첩보 시스템이 모두 바뀐 게 없고, 오히려 더 단순해지거나 비중만 높아져서 게임의 완성도를 해칩니다. 그 중에서도 종교가 그렇고요. ai는 게임이 미완성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에요. 5와 비교해도 게임이 정상적으로 흘러가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있을 정도인데 이건 사후관리가 절실하다 못해, 안 하면 욕 먹을 수준이에요.

그나마 버그가 심각하게 많진 않고, 최적화도 기대에 비해서 좋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전반적인 완성도는 꽤 실망스럽습니다. 벌써부터 게임이 매 플레이마다 비슷하게 흘러가서 지루하단 건 꽤 문제가 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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