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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08 16:18:08
Name   1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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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작금의 문과는 어떻게 취업하는가 - 1 (부제: 엥?! 문과?! 그거 완전 사기꾼들 아니냐?)


1. 채용공고와 지원하기

아무 계획 없이, 혹은 계획이 있더라도 현재 대한민국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공개채용 시장에 입성한 취준병아리들이 제일 먼저 마주하는 것은 바로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채용공고이다. '요즘 취업이 그렇게 힘들어?' 라는 막연한 의문을 가지고 있던 취업병아리들은 어쩌면 상기 이미지(자소설닷컴)을 가득채우는 엄청난 양의 채용공고를 보고나면 정말 요즘엔 기업들이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맞나 라는 의심이 들만큼 쓸곳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8월 취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필자도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는데 이곳에 내가 앉을 의자가 한개쯤은 있겠다 하는 생각으로 여러기업을 지원했다. 그렇게 작년 하반기에만 지원한 기업이 무려 60여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다. 이마저도 엄청나게 몰려나오는 채용공고를 모두다 따라가지 못하고, 지원하지 못한기업도 많은 수이니 정말 막상 처음 취업을 시작한 입장에서 기회가 많다는 것이 느껴질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회의 풍성함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면 그 한계가 여실히 들어난다. 많은 기업의 많은 직무의 신규채용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소위 문과의 장점이란 사실은 대부분 비슷한 수준의 교육을 받은 허접한 사람들끼리 서류전형에서부터, 마치 거대한 원형경기장에 한데모여서 자기가 검투사인양 우월함을 과시하고 있는 꼴인것이다. 문과들이 이렇게 모든 기업의 모든 사무관련 직무에 지원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을때, 공대생들은 자신이 학부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 중 관심이 있는 분야라던가, 본인이 소속된 학과의 선배들이 많이 갔던 회사라던가 본인이 공략할 회사들의 숫자를 추려가면서 실속있게 준비하고 있다. 실제 필자가 60여개 기업을 지원할 때, 필자의 공대생 지인은 7개회사를 지원해 7개회사에 모두 합격하였다.

"문송합니다."

라는 시대의 명언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노오력! 노오력이 부족하다!"

라고 말하며 시작되는 헬조센에 대한 신랄하고 적확한 차고 넘치는 비판이라는 그늘에서 열난 몸과 마음을 그저 식히고만 있기에는 서른살이라는 나이로 인해 취준 제한시간의 끝이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60군데와 7군데, 숫자로 단순히 비교하면 숫자에 약한 문과인 나도 60군데가 더 노력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만화계의 공장장으로 불리며 매주 한 번씩 별한개를 수집하는 네이버 웹툰의 유명작가와 다를바 없는 속도전으로 승부한 나의 지원에는 솔직히 성의가 부족했다. 분명 나는 한 명의 지원자인데, 유통업으로 유명한 L모그룹에 지원할 때는 유통업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한 인재이며, 오전에는 왜 영업에 어울리는 인재인지를 보여준다고 중언부언했던 나의 경험이, 오후에는 왜 인사직무에서 잘 쓰임받을 수 있는 가를 역설하는 예시가 되어버리는 말도안되는 일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결국 나는 작년 하반기 말에 이르러서는 '문과는 얼마나 자기소개서에서 사기를 잘치느냐가 합격을 가르는 실력이다'라는 말을 동료취준생들에게 공공연히 하고 다니는 취업이 만든 '괴물'이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는 '자소설닷컴'이라는 네이밍에 감탄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특정 사이트 광고가 아닙니다)

혹자는 그러면 학부에서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수 없는 인문, 사회학 관련 학문을 공부한 졸업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지원하느냐고 나에게 되물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필자가 전공한 인문학전공들이나 어문계열전공들은 최근에 지원하는데 있어서 폭이 매우 좁다고 할 수 있다. 전 회차에서 설명한대로 학부생활을 하면서 취업에 대한 뚜렷한 꿈을 가지고 교외활동 경험을 쌓아 온 사람들은 공대생의 7전 7승의 위엄에는 도전하기는 힘들겠지만 조금 상황이 나을 것이다. 필자처럼 갑작스레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채용공고가 뜨는 대로, 그리고 지원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이 술술 풀리는대로 지원해야만 했던 취준생들은 하루빨리 앞으로 지원 할 업종이나 직무에 대한 스펙트럼을 좁히고, 자신이 그 범위에 알맞은 인재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된다. 작년 하반기의 무분별 한 지원과 올해 하반기의 직무와 업종을 뚜렷히 하고 지원한 필자의 지원 회사 갯수는 거의 비슷하다 (60개와 45개). 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데 들였던 노력과 그 성과의 질, 그리고 최종 결과는 분명히 다르다.

당신이 서류단계에서 자꾸 실패하는 취준생이라면 지금 당장, 자소설닷컴 뿐만아니라, 잡코리아, 사람인, 독취사 등등의 공채일정을 쭉한번 훑어보고 어느회사를 지원해야겠는지 감히 잡히는 가를 판단해보라. 만약 지원할 회사가 너무 많아서 어떤것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아직 당신은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은 업종에 대한 고민을 더 할 필요가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채용공고들 중에서 마감시간이 아닌, 어디부터 지원해야겠다는 우선순위가 뚜렷하게 세워질 때 이제야 당신은 취준생으로서 준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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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당장 다음편을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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