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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3/26 20:22:55
Name   도요
Subject   고양이를 길렀다. (1)
9월 초, 얘는 사근동 골목에서 곰팡이가 핀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한 달간 내가 지나가면 어디선가 튀어나와서 울었다. 처음엔 얼굴이 시커매서 무서워 만지지도 못했는데, 자꾸 쫒아다니니 정이 들어버렸다. 어느 날은 한 주택 담장 위에 있었다. 그 위에서 내가 가는 길을 쫒아 왔다. 계속 따라오더니, 담장이 끝나자 거기서 바닥으로 뛰어 내려오질 못하고 날 보고 먀아아 울었다. 서서 기다리니까 담장 시작 부분까지 뛰어 돌아가서, 옆에 계단을 타고 바닥까지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내 옆으로 왔다.

9월 말, 수업을 듣는데 비가 왔다. 몸집이 작고 점프도 못하고 피부도 안좋은 얘가 생각나 수업이 끝나자마자 허겁지겁 골목으로 내려와 "야옹아!" 하고 불러보았다. 어느 집 철조망 밑에서 "먀아아!" 하는 소리가 나더니 거기에 걔가 있었다.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고 약을 타 남자친구집에 데려왔다. 그렇게 기르게 되었다.


그제서야 이제 4개월 밖에 안된 애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갈이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름은 양이 였는데, 양이온의 줄임말이었다. 밥도 잘먹고, 애교도 많고. 맨날 나만 따라다니는 양이.
단순 링웜이었던 양이는 약을 먹이면 피부가 나았고, 약을 끊으면 재발했다. 하루에 소독을 두 번 정도 해야 하는데, 남자친구는 출근을 해서 내가 수업 끝나고 내려가 소독하고 약먹이고 다시 수업하러 가곤 했다.남자친구는 고양이 씻기기에 능숙하지 않아 맨날 상처가 났다. 약물 목욕도 내가 시켰다. 남자친구는 학회때문에 2-3주 집을 비우는게 잦아 병원도 대체로 내가 데려갔다. 나중에 엄마가 되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4개월을 치료했다.


양이는 누가 봐도 우리의 고양이었다. 병원에서 무서우면 점프해서 우리 옷 속으로 파묻혔다. 원장님은 이런 고양이는 처음 본다고 했다. 내가 사근동에 놀러가면 혹은 오빠가 퇴근해 오면, 양이는 문 옆 구석에 숨어있다가 웡! 하고 우릴 놀래키고는 다리 사이에서 지 몸을 부볐다. 양이는 우릴 사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게 아팠고, 온몸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양이는 입원을 했다. 오빠는 학회에 갔다. 하지만 양이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질환에선 고양이가 스스로 포기하고 밥먹기를 포기한다는데, 얘는 2주간 식욕이 넘쳤다. 나는 2-3일을 제외하고 매일 면회를 갔다. 양이는 나를 보고 아픈데도 다가왔다. 그러다가 몸이 어디에 스치면 아파서 발작을 했다.

혈액검사와 키트검사, 조직검사에서도 이렇다할 원인을 찾지 못하였다. 양이는 야위었고, 피부는 전부 벗겨졌다. 급기야는 사지의 살이 다 벗겨져 수액 공급이 불가능해졌다. 양이는 그렇게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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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달에 겪은 일을 페북에 써봤는데, 홍차넷에도 한 번 올려봅니다.
혹시 질문글에서 아픈 고양이 관련 글을 보셨다면, 그 이야기 맞습니당.

기회 되면 이어지는 글도 올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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