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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1/12 13:01:08 |
Name | 제로스 |
Subject | 법무부vs기재부, 누가 거짓말을 했나 |
과연 법무부와 기재부/청와대의 진실게임은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을까요? 어제는 아주 해괴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죠. 장관이 직접 마이크잡고 브리핑하면서 코인거래소를 페쇄하겠다, 폐쇄를 위한 법률안을 제출하겠다고 했고, 부처간 이견이 없다는 다른 해석이 불가능한 단언까지 내놨습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가 언론을 통해 1차 반박했고 이후 청와대 관계자-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법무부 안은 청와대와 조율한 것이 아니며 확정된게 아니라고 했지요. 요새 명탐정 포와로 시리즈를 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발언에 담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건 매우 재미있는 일입니다. 이 건에서 장관들의 발언에 담긴 진실과 거짓은 무엇일까요. 정치적이라기보다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기사들을 뒤져보고 나름의 추론을 해봤습니다. 양쪽의 진술은 서로 양립이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한 거죠. 그런데 누가 거짓말쟁이일까요? 제 결론은 '법무부장관이 진실을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높다'입니다. 사람은 거짓말, 불리한 이야기를 할 때 표현이 애매해집니다. 공식적인 발언이라면 더더욱, 명확히 참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종류의 거짓은 말하지 않죠. 그렇게 하면 멍청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참은 참이니까 별 이유없이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거짓은 거짓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숏무부 장관' '법무부 장관 돈 먹은거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는 비아냥은 이 점에 있어서는 제대로 짚은 겁니다. 법무부장관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이유'가 필요한데 도무지 이런 거짓말을 해서 법무부장관이 얻을 수 있는 정상적 이익이랄게 없으니까 비정상적 이익이 있는게 아니냐! 라는 합리적 의심이죠. 단, '법무부장관이 거짓말을 했다'라는 전제에서 합리적인 의심인 겁니다. 진실을 이야기했다면 이유가 필요없으니까요. 박상기 장관에게는 거짓말을 할 '정상적인' 동기가 없고, 표현은 매우 단정적입니다.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아요. 진술 장소는 극히 공적인 장소이고요. "법무부 장관이"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커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상화폐에 관한 긍정적 보도도 있고, 블록체인 기술과 연관된 4차산업으로도 설명하는데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서만 블록체인(기술)이 발전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것과 연계시키는 것은 문제점을 호도하는 것" "법무부는 처음부터 부정적 시각을 갖고 관련 부처에 그런 시각을 계속 전달했다" 사실 앞부분은 이미 종전부터 밝혀진 법무부의 입장입니다. 일관된 입장발표로 거짓이 들어갈 구석이 애초에 없고 거짓이라는 주장도 앞부분에 대한 건 아니죠. 문제는 이부분입니다. ["지금 정부, 특히 법무부 입장은 가상통화 거래가 극히 위험한 거래라고 경고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메시지가 그대로 전달이 되지 않고, 정부의 입장이 뭔가 가상통화를 정상적인 거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비친다”] ["법무부의 입장 방향으로 (정부 차원에서) 부처 간 이견이 없어 특별법 제정 방안이 잡혔고 시행도 될 것"] 여기서 박장관은 명백히 법무부의 입장뿐만아니라 정부 차원의, 다른 부처의 의견을 포함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다른 해석이 들어갈 여지가 없어요. 박장관의 말은 회색으로 해석될 수가 없습니다. 백 아니면 흑이에요. 유일한 회색가능성이라면 '다른 부처에서는 법무부안에 반대하거나 찬성하지 않았지만 회의에서는 어물쩡 입다물고 있었다' 정도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런 경우라면 박장관은 진실을 말했다고 봐야겠죠. 아니면 장관급 회의나 직장 상사(?) 눈치보느라 자기 생각 제대로 말 못하고 뒤에서 툴툴대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회의나 그게 그거라는 반증이 될 수도 있겠네요 ㅋㅋㅋ 게다가 여기에 강력한 근거가 덧붙여집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무부와 같은 생각”이라며 “법무부 장관의 말씀은 부처 간에 조율된 것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 라고 발언했지요. 중요한 관계자가, 아주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른 해석이 나오기 어려운 분명한 발언으로 박장관의 말을 뒷받침해준 겁니다. 그 결과 코인시장은 대폭락했고 난리 버거지가 났습니다. 이에 대해 최초로 나온 반론 기사는 기재부의 입장을 담은 기사였죠. 그런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뭐였을까요. 범정부 가상화폐 규제 TF에 참여중인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그동안 법무부가 TF에서 밝혔던 법무부 의견이라며 합의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우선 기재부의 의견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관계자]라는 알 수 없는 사람이 어디서 했는지 알 수 없는 말이기 때문에 신뢰하기가 쉽지 않았죠. 반면 경제부총리이자 기재부 장관인 김동연은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경제현안간담회에 잇따라 참석했다. 김 부총리는 두 차례 모두발언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과 일부 부동산 시장 과열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가상화폐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현안간담회가 끝난 뒤 기다리던 취재진이 “법무부의 거래소 폐지 방침이 정부부처 간 얘기된 것이냐”고 묻자 이에 답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부총리를 포함한 경제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한 뒤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경제현안간담회를 잇따라 열었다. 김 부총리는 회의에서 가상화폐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다. 뉴시스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통상 경제관계장관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짧게라도 질의응답을 진행했지만, 이날은 현안간담회 참석을 이유로 생략했다. 현안간담회 종료 뒤에는 식사 일정 등의 이유로 질의응답을 사양했다. 김 부총리는 부총리 집무실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이 ‘법무부의 거래소 폐지 방침이 정부부처간 얘기된 것이냐’고 물었지만, 답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데일리’는 “다른 기자들이 잇따라 질문을 하자 ‘(세종으로) 내려가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고 보도했다."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이어서 청와대발 기사가 나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의 전날 암호화폐 관련 발언은 청와대와 사전조율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원장(최종구)과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 의견을 냈다고 그게 정부 입장은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 입장이 되려면 최소한 차관회의와 장관대책회의, 국무회의 중에선 의결사항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듭 "사기나 불법 도박화되는 범죄는 당연히 단속할 일이지만, 거래소 폐쇄 검토는 범정부적 논의를 거쳐 공식발표돼야 하는 것"이라며 "특히 특별법이라면 국회의 법률개정을 거쳐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정책의 향후 방향에 대해 “청와대의 코멘트는 없다. 해당부처에서 이제 논의해야 할 문제. "청와대에서도 정책·민정 등에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 관련 일을 하고있다"면서도 "이제 부처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암호화폐 관련 질문엔 말을 아끼겠다는 뜻을 비쳤다. 내용을 읽어보면, 들여다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가상화페 규제에 대한 논의는 '범정부 가상화폐 규제 TF'에서 이루어지고 있죠. 법무부 장관은 저 TF에서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부처간 이견이 없었다 라고 이야기했을 겁니다. 그러나 난리가 났죠. 그러니 이런 발언이 나온겁니다. '정부 입장이 되려면 최소한 차관회의와 장관대책회의, 국무회의 중에선 의결사항이 돼야 하는 것' 해당 TF에서 의견이 조율되지 않았다라고는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부가 조건이 발언에 포함된 겁니다. 법무부와 금융위에서 의견냈다고 정부입장은 아니다. (범정부 TF의 결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음) 정부입장이 되려면 '차관회의, 장관대책회의, 국무회의' 의결사항이 되어야 한다. 라는 거죠.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속시원한 대답도 아니죠. (의도적으로 숨기는 내용이 있기에) 게다가 여전히, [관계자] [기자들과 만나] 라는 것은 앞선 소스인 [법무부 장관] [금융위원장],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비해 발언 주체와 발언 장소에서 너무 현격한 신뢰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진정효과가 미약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오피셜로 드디어 공식 직함이 공개된 청와대 소스가 나왔죠.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이 될 것"이라 밝혔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윤영찬씨가 언론에 보낸 문자메세지였습니다. 사실 새로운 건이라기보다 아마 앞에 춘추관에서 기자들 만난 [관계자]의 정체가 밝혀진거죠. 내용도 같은 내용이고. (기사를 검색하다 보면 윤영찬 수석의 발언을 쓰다가 '청와대 관계자'라고 호칭을 섞어 쓰고 있는 기사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버전업하다 안고친 듯) 그리고 하루 지난 오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안은 법무부의 안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12일 김 부총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지원단 점검회의 직후 "어제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은 총리실 산하 태스크포스(TF) 내에서 논의되는 법무부 안일 뿐"이라며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 되었죠. 이제 뭐라고 말할지 입이 맞춰진 겁니다. 경제 부총리는 어제 기자질문에는 입이 맞춰지기 전이어서 섣불리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 밝힌 바와 같이 폐쇄안이 협의를 거치지 않은 법무부안일 뿐이었다면 즉각 반박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심지어 바로 다음날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도요. 부총리와 청와대는 거짓말을 할 동기가 있었습니다. 법무부 안에 대한 반응이 격렬했고 이를 무마할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단계적으로 진화를 시도했고, 법무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 양해를 구하고 법무부장관이 바보되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한 겁니다. 청와대는 '몰랐다'는게 더 정확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TF에서 얘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난 모르겠음. [왜 청와대가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져야 함?] (기사중 확인가능한 이야기) 앞으로 부처에서 처리할 일. 암튼 아직 더 윗급으로 안올라왔으니 '정부 입장'은 아님. 정도가 청와대 해명이죠. 법무부장관이 경질될 지를 살펴보면 추측에 근거가 더해질 겁니다. 법무부장관이 참을 이야기했어도 넌씨눈이 될 수 있지만, 거짓이었다면 그야말로 숏을 의심해야 하거나 허언증 환자인데 그 직을 유지할 수가 있겠습니까? *말이 맞춰지는 과정의 fiction. '아 그렇게 가기로 협의는 했지만 그걸 어제 그렇게 발표하기로 협의한 적은 없잖아요! 그렇게 맘대로 다른 데도 이견 없다고 발표를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이 난리를 어떻게 해결해요? 아직 결론 안난거고 법무부 안이라고 할테니 어제 그 부분 발언에 대해서는 되도록 언급하지 마세요.' 하지만 이렇다면 어쨌거나 사실을 이야기한 법무부장관을 물러나게 할 잘못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경질은 없을 겁니다. 다만 법무부장관이 진실을 이야기했었다 해도, 앞으로 거래소 폐쇄가 될거란 보장은 없겠죠. 어제 말할 때는 진실이었다 해도, 어제의 격렬한 반응으로 정부의 생각은 바뀔 수 있으니까요. (그게 잘못도 아니고) 이 글은 '누가 거짓말을 했나'에 대한 것이지 '누가 잘했나'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진실을 말해도 잘못일 수가 있고, 거짓을 말해도 잘한 일일 수가 있죠.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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