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3/16 01:57:10
Name   하얀
Subject   사장님께 드리는 말
지난 설에 동생을 일년만에 만났습니다.

일년 전 저는 동생과 싸움을 했고 그 뒤 서로 안보게 되었지요…
그러다 지난 명절, 온가족이 모였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바람으로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지난 일년동안 자신의 전공을 접고,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하루벌어 하루 산다는 말이 탐라에서 많이 보던 거 같더군요ㅋ)
사업가가 된 동생이 한 말 중 유독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사장의 입장에서 사업은 커져가고 직원을 뽑아야만 하는데
자기는 도저히 그 사람에게 좋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고요.
친한 사장 형들을 옆에서 보면 ‘사업 잘되면 너 가게도 생기는거야’,
‘우리 대박날거야.’ 이런 말들을 한다는데 자기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고 했어요. 오히려 객관적 수치 지표로 보면 잘 되고 있는데도
자기는 도저히 그런 거짓말은 못하고 부정적으로 상황에 대해
말하게 된다구요.

저는 의아했어요. 누가 사장에게 자기 가게 내주는 것까지 원하냐고.
거기서 일을 할지 말지는 구직자의 판단이고 책임일 뿐이라고.

하지만 명절이 지나고 문득문득 계속 그 말이 생각이 나고…
저는 동생을 이해하고 싶었어요.
제가 동생같은 타입이 아니지만...그러니까 더더욱
그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고.

마음과 달리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고 요원한 일이라…
저는 제 입장에서 적어볼 수 밖에 없더군요.

===============================================

사장님

사장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사장님과 일하고 싶습니다.

사장님께서 제 미래를 보장해 주지 못해도
사장님과 일하는 동안 제가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을 알기 때문에요.

사장님 말씀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저는 사장님이 제 미래를 탄탄하게 만들어 주기를 원하는게 아니였습니다.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사장님과 함께 일하며 느끼고 변화할 제 모습이 기대됩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일은 고되고 많이 힘들 수 있더라도 그 과정이 단지 힘들기만 할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사장님께서 지금처럼 저를 존중하고 배려해서
이런 이야기들을 숨김없이 해주신다면 충분히 그 과정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만남은 하늘이 만들고, 관계는 사람이 만든다’ 라는 글귀를 보았습니다. 제가 사장님을 만난 것도 제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습니다. 그 다음 어떤 관계를, 어떤 회사를 만들지는 사장님과 제 몫인 것 같습니다.

현재가 없이 미래 또한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함께 하고 싶습니다.
사장님의 꿈과 제 꿈을 합쳐 더 큰 세상을, 더 넓게 걷고 싶습니다.

이게 제 각오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동생에게 일년만에 카톡을 보냈어요. 네가 왜 사장으로 그런 생각까지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생각이 계속 나서 구직자 입장에서 적어봤다고.

…뭐 당장 제 일 때려치고 자기 밑에서 일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천천히 보겠다 하고 아무 말이 없던 동생이 며칠 후 자기가 다른 사람 면접을 볼 때 참고하고 있다고
고맙다고 하네요. 고맙다니. 그런 말 들으러 적은건 아니지만
제가 오히려 고마웠어요…








11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토비 15/06/19 35549 1
15999 여행갑자기 써보는 벳부 여행 후기 1 + 쉬군 26/02/03 65 2
15998 일상/생각아파트와 빌라에서 아이 키우기 7 + 하얀 26/02/03 259 10
15997 일상/생각소유의 종말: 구독 경제와 경험의 휘발성 2 사슴도치 26/02/02 512 13
15996 오프모임참가하면 남친여친이 생겨 버리는 2월 7일 토요일 14시 사당 또는 이수 커피 모임 65 트린 26/02/02 1155 4
15995 일상/생각팀장으로 보낸 첫달에 대한 소고 6 kaestro 26/02/01 588 6
15994 일상/생각와이프란 무엇일까? 2 큐리스 26/01/31 596 9
15993 영화영화 비평이란 무엇인가 - 랑시에르, 들뢰즈, 아도르노 3 줄리 26/01/31 390 5
15992 IT/컴퓨터[리뷰] 코드를 읽지 않는 개발 시대의 서막: Moltbot(Clawdbot) 사용기 24 nm막장 26/01/31 732 1
15991 일상/생각결혼준비부터 신혼여행까지 (3/청첩장 및 본식 전, 신혼여행) 5 danielbard 26/01/30 394 4
15990 정치중국몽, 셰셰, 코스피, 그리고 슈카 15 meson 26/01/29 1145 7
15989 IT/컴퓨터램 헤는 밤. 28 joel 26/01/29 837 27
15988 문화/예술[사진]의 생명력, ‘안정’을 넘어 ‘긴장’으로 8 사슴도치 26/01/28 435 21
15987 IT/컴퓨터문법 클리닉 만들었습니다. 7 큐리스 26/01/27 575 16
15986 게임엔드필드 간단 감상 2 당근매니아 26/01/26 561 0
15983 스포츠2026년 월드컵 우승국//대한민국 예상 순위(라운드) 맞추기 관련 글 6 Mandarin 26/01/26 359 0
15982 오프모임2월 14일 신년회+설맞이 낮술모임 (마감 + 추가모집 있나?없나?) 18 Groot 26/01/26 723 3
15981 정치이재명에게 실망(?)했습니다. 8 닭장군 26/01/25 1021 0
15980 IT/컴퓨터타롯 감성의 스피킹 연습사이트를 만들었어요 ㅎㅎ 4 큐리스 26/01/25 433 0
15979 정치민주당-조국당 합당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14 Picard 26/01/23 891 0
15978 오프모임1/23 (금) 용산 또는 서울역 저녁 모임 8 kaestro 26/01/23 696 1
15977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5년 162.5M 양키스행 김치찌개 26/01/22 329 0
15976 정치한덕수 4천자 양형 사유 AI 시각화 11 명동의밤 26/01/21 1187 11
15974 오프모임2월 7일 토요일 14시 사당 또는 이수 커피 모임 하실 분? 21 트린 26/01/20 901 5
15973 도서/문학용사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테니까 7 kaestro 26/01/19 1039 9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