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5/22 02:07:22
Name   Xayide
Subject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 끝없는 이야기
살면서 천 권 넘는 책을 읽었다 자부하고
군대에서도 백 권 넘게 읽었다는 것이 자랑거리인 제게도

감명깊게 읽은 책 3권을 대 봐라 하면

제일 먼저 튀어나오는 책은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중학교 도서관에 백과사전만한 크기
미하엘 엔데의 '동화'라는 어울리지 않는 분류

한창 허세 내세우고 싶던 그 시기의 제 마음에 쏙 드는 겉표지를 가진 책이었지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 바스티안 발자타르 북스는 칼 콘라트 코레안더의 책방에서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을 훔쳐서 읽기 시작합니다.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몰입하다가, 서서히 책 속의 등장인물들과 책 밖의 자신이 연동되어가다가...

로 이어지는 줄거리는, 결말까지 쉴 틈 없이 읽게 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책 밖의 주인공이자 괴롭힘당하는, 그러나 이야기를 짓는 능력이 뛰어난 바스티안

책 안의 주인공이자 용기있는 아트레유와, 그와 같이 다니는 행운의 용 푸후르

바스티안의 히로인이자, 목걸이 아우린을 가진, 환상세계를 통치하는 여제 달아이


수없이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주인공의 고난, 그리고 극복

주인공에게 있는 상처
주인공의 아버지가 가진 슬픔
환상세계 주민들이 가진 각자의 이야기

그리고 챕터가 끝날 때 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라며, 그들의 이야기 또한 아직 살아숨쉬며

그러면서도 주인공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어머니의 애정을 다시 느끼게 해주던 아이우올라 부인도
그림을 캐는 눈 먼 광부 요르도

모두에겐 각자의 슬픔과 고뇌가 있고
그렇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가 끝나면 또 하나가 시작하며
이 책을 덮고 나면 다시 멈췄던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죠.



'모모'의 작가 답게, 어릴 때 읽어도, 커서 읽어도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부모와 자식이 같이 읽기에도 좋구요.

스물 여섯 챕터는 각각 A로 문장이 시작되는 챕터부터 Z로 문장이 시작되는 챕터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런 미묘한 언어유희가 번역이 안 된 건 살짝 아쉽습니다.



※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자면, 남은 두 권은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루시퍼 이펙트 - 필립 짐바르도

그 외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정도 꼽습니다. 한국 작가도 하나 있었지만, 표절작가인걸 보니 정나미가 떨어져서...



p.s.1 제 닉네임인 Xayide는, 여기에 나온 메인 악역 크사이데의 이름입니다. 자신을 창조한 주인공을 타락시키려다가, 자신이 창조한 철갑 기사들에게 밟혀 죽는 결말을 맞는 것을 보고, 아이러니함의 매력을 처음 느끼게 해 준 것이 너무 기억에 남더라고요.

p.s.2 오랜만에 도서감상평 쓰려니까 머리가 확 굳었네요 ㅠ...



2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915 역사러일전쟁 - 뤼순항, 마카로프 6 눈시 16/10/15 4045 6
4711 음악역시나 명절엔 라캔롤. 2 Bergy10 17/01/27 4045 5
5541 정치대구 출신의 아들이 고향의 부모님께 보내는 글 6 Pully 17/04/28 4045 7
5835 일상/생각도종환을 다시 생각하다. 24 사악군 17/06/26 4045 0
7369 스포츠[KBO] 강백호 시즌 5호.GIF 1 키스도사 18/04/11 4045 0
9105 역사현대에도 신분제도는 남아있을까? 6 메존일각 19/04/21 4045 10
9644 정치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지켜보며) 6 Wilson 19/09/09 4045 17
9929 게임[불판]블리즈컨 1일차 31 the hive 19/11/02 4045 0
10800 사회검언유착? 한동훈과 이동재는 무슨 대화를 나누었나. <녹음공개> 32 DX루카포드 20/07/21 4045 4
11405 스포츠[MLB] 오타니 쇼헤이 에인절스와 2년 850만달러 계약 김치찌개 21/02/09 4045 0
2084 정치[썰전] 쯔위와 대만 - 중국 관계 1 Toby 16/01/22 4046 0
4097 스포츠포브스 코리아 선정 KBO 구단가치 평가가 공개되었습니다. 2 키스도사 16/11/06 4046 0
4176 게임하스스톤 영웅 난이도 선술집 난투 후기 3 NightBAya 16/11/17 4046 0
5695 기타찜질방 이야기 -1- 7 개마시는 술장수 17/05/24 4046 1
2128 일상/생각칼국수 한 그릇 13 Beer Inside 16/01/27 4048 0
6218 일상/생각10년전 4개월 간의 한국 유랑기 #완 16 호라타래 17/09/02 4048 22
7162 스포츠180225 오늘의 MLB(오타니 쇼헤이 1.1이닝 2K 2실점 1자책) 김치찌개 18/02/25 4048 0
9754 문화/예술귀멸의 칼날, 액션씬이 실패한 소년만화의 애니메이션화 3 kaestro 19/10/02 4048 2
10723 음악음악 찍어먹기 11 Cascade 20/06/28 4048 2
2108 일상/생각오늘의 잉여로운 일상 5 헬리제의우울 16/01/24 4049 0
4783 일상/생각고3 때 12 알료사 17/02/06 4049 32
4733 게임휴식기에 잠시 써보는 롤챔스 이야기 4 Leeka 17/02/01 4049 1
6703 도서/문학절대악 vs 절대사랑 <악과 가면의 룰> 5 알료사 17/12/03 4049 6
7349 기타특이점 이후에 로봇이 아이돌로 활동하게 되면 사생질엔 어느정도까지 관대할것인가. 7 ronia 18/04/07 4051 0
7562 도서/문학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 끝없는 이야기 3 Xayide 18/05/22 4051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