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7/17 16:49:47
Name   Xayide
Subject   우울함 직시하기
며칠간 우울함에 금식 금주 금욕도 해보고
술독에도 빠져보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제 우울함의 원인을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고 능숙하게 하는 것에 나 혼자 경험이 없어 어색하고 서투를 때' 제일 크게 우울함이 오더라고요.

오히려 내 다른 단점이야
장점이 있다고 정신승리라도 되고

관심 아예 없던 분야는
'아 거긴 제가 알 기회가 없어서...' 하고 넘기고

외국 여행은 독서나, 다른 경험(고등학교 때 스키장 간 경험)으로 메꿀 수 있었고

식당도 혼밥 경력으로 메꿨는데

인생 고난이야 백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가지의 고난이 있고

인생 전성기 역시 그렇기에

웬만한건 그냥 넘겼는데



헌혈하고 떡볶이 뷔페 할인권을 받아서 갔는데
종업원이 안 보이자 순간 무서워서 뒤로 돌 때

이자카야를 처음 갔을 때
'여긴 덥힌 사케 먹는 맛에 오는거죠'
하고 웃는 또래들 사이에서
뎁힌 사케는 커녕 일반 사케조차 먹어본적 없는 나 자신을 볼 때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쳐졌다고 느껴질 때



차라리 경험이 있는데 서투른 거라면
'ㅎㅎ 제가 이런건 해봤는데 안되드라구요.'
라고 할 수 있는데

아예 알지 못해서 입조차 다물고 있을 때.


그 때 우울증이 세게 닥쳐오더라구요.


사실 그 전부터 기미는 있긴 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게 뭔가 경험하면서
이거의 유래는 어떻고 효과는 어떻고 떠벌이면서
상대가 나 틀렸다고 지적하면
'아, 그래요? 이야 새로운 거 알았네.' 하고 넘기거나
'아뇨, 이거 이렇던데요?' 하면서 대화하거나

내가 이거 경험해봤고 좋드라
내가 이거 조금은 알고 있다.

이런걸 정말 좋아하는 나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 입맛 도전하는 나 자신은
아버지 닮아서 좋아하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는데


정작 내가 뭐에 많이 우울한지는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원인은 찾았는데
'나는 모르는데 또래들은 능숙한 것'이 어떤 건지 파악은 안 되니

불치병이겠네요.

또 우울해지고
또 극복하려 노력하겠죠.


그래도 다행이에요.
내가 뭐에 우울한 지 아니까
극복할 수 있겠죠.


p.s. 어머니는 제 말을 듣고 그러셨습니다.

'나중에 돈 모아서 패러글레이딩 같은거 해봐. 엄마 친구가 그거 한번 해봤다던데, 너 얘기 들어보니까 너는 그런 새로운 경험으로 치유가 될거같다, 야.'

소중하면서도 제게 맞는 조언이었습니다.
이제 노력해 봐야죠.



18
  • 춫천
  • 이제부터 경험하시면 됩니다!


화이팅입니다
다람쥐
또래들은 능숙하지만 내가 모르면 왜 우울해야 하나요?
그 우울함의 기저에 “다른사람보다 뒤쳐지면 안된다”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한다”는 강박이 깔린 것 같습니다
전 남들보다 덜 능숙한것을 없앨 수는 없다고 봐요 인간이 어찌 남들보다 잘나기만 합니까
그 상황을 우울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필요할 것 같아요
남들이 안 한 새로운 경험을 더 해봐서 남과 나의 차이를 줄이려 하는건 근본적 해결이 아닐 것 같아요 ㅠㅠㅠㅠ
2
사람마다 이해할 수 없는 고집과 괴벽이 조금씩은 있는 거겠죠.

저는 이런 쪽으로는 이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서요 ㅎ...
1
다람쥐
ㅠㅠ 그렇군요 그래도 Xayide님께서 계속 스스로를 분석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시는게 대단합니다 그런 노력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면에서 남들보다 훨씬 뛰어나신 것 같아요 !!
1
전설따조
본인이 힘들때, 어려울때 그걸 객관화하고 정리하려고 하시는거 자체로 굉장해보이네요.
응원합니다.
6
CONTAXND
저도 진짜 그런적 몇번 있었어요.

예전에 경험담도 탐라에 썼었는데
멋드러지게 뭔가를 쓱쓱 경험해본 티를 내는 친구 (일부러 티를 내는게 아니라 제 열등감이죠 뭐)옆에서는 항상 그런 기분을 느낍니다.

이건 뭐 누구나 마찬가지고
이걸 극복하는 것도 '이건 내가 관심이 없는 분야라'... 같은걸로 퉁치는 것도 마찬가지군요.

그나저나 글 잘쓰시네요.(글은 제가 관심이 없는 분야라..)
파란아게하
결승깃발이 저쪽에 꽂혀있으면 나는 꼴등이지만
나한테 깃발을 꽂으면 내가 일등이에요
내 인생의 깃발은 내가 꽂는거예요
디른 사람이 자기기준으로 나를 폄하하게 두지마셔요
2
다른 사람은 절 폄하하는 건 차라리 신경 안 써서 괜찮아요.

제 자신이 스스로 낮아지는 느낌이 싫은거죠..
반대로 생각해보면, 단 한반만 경험해본 일이면 원글님은 절대 우울할 일이 없는거죠. 누구나 처음은 있어요^^
1
그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되네요.

한번만이라도 경험한다면 우울한 일이 없어진다는 것.
참 와닿는 글이네요 저도 우울함을 직시해보려하지만... 나 스스로에 의한 우울함은 독서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좋아하고 보람찬 일을 함으로서 조절할 수 있는데 외부 요인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인해 우울해지는 건 계속 스스로를 위로하고 괜찮다- 하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네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2922 7
15407 일상/생각토요일의 홀로서기 큐리스 25/04/26 219 1
15406 일상/생각사진 그리고 와이프 1 큐리스 25/04/25 399 4
15405 게임마비노기 모바일 유감 10 + dolmusa 25/04/25 555 5
15404 일상/생각인생 시뮬레이션??ㅋㅋㅋ 1 큐리스 25/04/25 425 0
15403 의료/건강긴장완화를 위한 소마틱스 운동 테크닉 소개 4 바쿠 25/04/24 486 10
15402 도서/문학사학처럼 문학하기: 『눈물을 마시는 새』 시점 보론 meson 25/04/23 306 6
15401 일상/생각아이는 부모를 어른으로 만듭니다. 3 큐리스 25/04/23 475 10
15400 꿀팁/강좌4. 좀 더 그림의 기초를 쌓아볼까? 6 흑마법사 25/04/22 369 18
15399 일상/생각처음으로 챗GPT를 인정했습니다 2 Merrlen 25/04/22 778 2
15398 일상/생각초6 딸과의 3년 약속, 닌텐도 OLED로 보답했습니다. 13 큐리스 25/04/21 868 28
15397 일상/생각시간이 지나 생각이 달라지는것 2 3 닭장군 25/04/20 761 6
15396 IT/컴퓨터AI 코딩 어시스트를 통한 IDE의 새로운 단계 14 kaestro 25/04/20 635 1
15395 게임이게 이 시대의 캐쥬얼게임 상술인가.... 4 당근매니아 25/04/19 633 0
15394 꿀팁/강좌소개해주신 AI 툴로 본 "불안세대" 비디오 정리 2 풀잎 25/04/19 613 3
15393 IT/컴퓨터요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AI툴들 12 kaestro 25/04/19 782 18
15392 도서/문학명청시대의 수호전 매니아는 현대의 일베충이 아닐까? 구밀복검 25/04/18 485 8
15391 정치세대에 대한 냉소 21 닭장군 25/04/18 1224 15
15389 게임두 문법의 경계에서 싸우다 -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전투 kaestro 25/04/17 391 2
15388 일상/생각AI한테 위로를 받을 줄이야.ㅠㅠㅠ 4 큐리스 25/04/16 696 2
15387 기타스피커를 만들어보자 - 번외. 챗가를 활용한 스피커 설계 Beemo 25/04/16 290 1
15386 일상/생각일 헤는 밤 2 SCV 25/04/16 393 9
15385 게임퍼스트 버서커 카잔에는 기연이 없다 - 던파의 시선에서 본 소울라이크(1) 5 kaestro 25/04/16 307 2
15384 일상/생각코로나세대의 심리특성>>을 개인연구햇읍니다 16 흑마법사 25/04/15 711 10
15383 일상/생각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 1 큐리스 25/04/15 624 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