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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8/25 19:50:42
Name   마르코폴로
Subject   한국식 파스타는 왜 맛이 없을까?
얼마전 방문했던 식당에서 양념으로 흥건하다 못해 파묻혀 있는 파스타를 보고 예전에 읽었던 이용재씨의 외식의 품격이라는 책의 일부분이 생각이 나서 소개해 봅니다.




짜장면, 칼국수, 메밀소바, 베트남 쌀국수 등, 아시아 면 음식을 살펴보다보면 몇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목넘김을 중시하고 적당한 쫄깃함이 부수적으로 따로 온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대부분이 국물 위주고, 국물이 없는 비빔면이라도 양념장을 최대한 물기를 머금은 듯 촉촉하게 만들어냅니다. 아시아에서 먹는 면의  대부분이 연한 밀로 뽑은 까닭입니다. 앞의 특징들은 연한 밀로 뽑은 면의 특징을 잘 살려주는 궁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밀은 쌀보다 단단해서 빻고 물을 섞어 반죽을 만들지 않으면 먹을 수 없습니다. 그 중에 국수에 쓰이는 것은 연한 밀입니다. 연한 밀의 경우 반죽을 하면 적절하게 탄성을 지닌 면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면의 쫄깃함과 별개로 육수나 양념장이 원할한 목 넘김을 위해 사용됩니다. 일본의 자루 소바 같은 경우 목넘김을 즐기기 위해서 씹지 말고 그대로 넘기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파스타를 위한 밀은 우동이나 소면에 쓰이는 연한 밀보다 훨씬 더 단단합니다. 이름마저 라틴어로 단단하다는 뜻의 '듀럼(durum)'밀 입니다. 이를 빻은 가루를 '세몰리나{(semolina)' - 라틴어로 밀가루를 뜻하는 'simila'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라고 합니다. 세몰리나는 단단한 탓에 입자가 곱지 않고 물을 더해 반죽해도 단단하고 뻑뻑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면처럼 반죽을 늘려서 면을 뽑을 수가 없으니 글루텐 함량이 적어 부스러지는 메밀 면처럼 틀에 반죽을 넣어 누르는 가공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런 면을 말리면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스타면이 됩니다. 딱딱하지만 수분을 적게 머금은 덕분에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것이지요. 밀이 가진 단단함의 차이 때문에 파스타면의 식감은 소면처럼 쫄깃하거나 부드럽지 않고 꼬들꼬들한 느낌이 많이 납니다. 이 꼬들꼬들함이 파스타면이 가지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인지 국물로 요리하는 방식과는 궁합이 좋지 않습니다. 면을 좀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오래 삶으면 짧게 부서지듯 끊어져버려서 스파게티나 링귀네처럼 긴 면이라면 포크로 감아올릴 수가 없게 됩니다. 그리고 소면에 비해서 잘 붇지도 않고 붇는다 하더라도 훨씬 딱딱합니다. 그래서 설렁탕이나 국밥 등에 넣어서 뜨거운 국물과 함께 후루룩 마시는 형태로는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식으로 국물이나 물기를 머금은 양념과 같이 먹으면 서로 어울리지 않고 겉돌게 되는 것이지요.

파스타면이 국물과 궁합이 맞지 않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면을 삶으면 면의 겉에 서로 엉겨 붙게 만드는 전분이 남습니다. 연한 밀로 만든 면의 경우 서로 달라붙고 엉기지 않도록 삶은 뒤 찬물로 씻어 전분기를 걷어 내줘야만 합니다. 집에서 국수를 삶을 때 마지막에 찬물로 헹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파스타의 경우는 정반대입니다. 남은 전분을 헹궈내 버리면 점도가 높은 올리브기름이나 버터 등의 지방을 사용하더라도 면에 달라붙지 않습니다. 파스타 포장지를 살펴보시면 소면처럼 찬물에 헹궈먹으라는 말이 없는 것은 이런 이유때문이지요. 이런 파스타를 삶은 뒤 국물에 비벼버리면 물에 헹궈 전분기를 씻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면은 면대로, 국물은 국물대로 따로 놀게 됩니다. 한국식 파스타를 먹을 때 옷으로 국물이 많이 튀는 이유도 이 것때문이지요.

파스타는 한국의 면 요리와 다르게 면이 중심이 되는 요리입니다. 소스는 오로지 거들 뿐이고, 면을 압도하거나 양을 늘리기 위해서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물냉면은 육수 맛, 비빔냉면은 다대기 맛으로 먹는 등, 양념 맛으로 먹는 우리 면음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빌 버포드의 히트라는 책에 보면 한국식 면요리와 파스타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구절이 나옵니다. '소스는 한 번 끼얹을 정도면 돼. 핵심은 파스타지 소스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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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er Inside
    이태리식 파스타는 짭니다. 짜요....

    직장 근처 이태리식 파스타집에 가면 덜 짜게 해 달라고 해도 짭니다.

    물론 이태리에서 먹어도....

    그런데 한국식 파스타는 왜 맛이 없을까? 가 아니라.....

    우리는 왜? 면의 맛 보다 국물의 맛을 좋아할까..... 정도가 맞는 것 같습니다.

    세기말 강남역 포모도르에서 먹은 꽃게가 올라간 짬뽕과 구분이 되지 않는 해산물 파스타도 해장으로는 좋았으니까요....
    마르코폴로
    저도 퓨전이든 정통이든 음식이야 먹고싶은 사람 마음대로 먹는게 좋다라는 주의긴 합니다만
    파스타 면, 특히 건면의 경우는 국물이 있는 요리와는 궁합이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이 국물요리를 좋아해서 파스타가 한국식으로 변형된 것이 이해가 가긴 합니다만
    국물과 면이 따로 노는데 굳이 파스타 면을 국물에 넣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외국음식을 토착화 시키는 것이야 한국만의 유별난 특성이라 할 수 없지만 한국식 퓨전요리라는 것들의
    상당부분이 재료가 가지는 특성을 무시하고 \'한국식\'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서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Beer Inside
    면의 맛이라는 것이 먹는 사람도 알기가 쉽지 않고,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차별화가 어려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면의 맛으로 승부하는 것은 평양냉면이 거의 유일하다고 생각될 정도이지요.

    그 다음은 자장면?
    다수의 파워블로거들이 극찬을 하길래 방문했으나 정작 저희 부부입맛엔 그닥이었던곳을, 이용재씨가 블로그에서 극딜을 하더군요. 그 이후로 좀 신뢰하는(?) 분입니다.
    마르코폴로
    극딜을 무섭게 하곤 하죠. 저도 이용재씨 좋아합니다.
    눈부심
    https://www.youtube.com/watch?v=OFt6_GSGyIY
    Asian Street Food - Cambodian Street Food Compilation - Street Food In Asia

    어제 이걸 멍때리며 보고 있었는데 저는 역시 이탈리아식보다는 아시안식 면이 더 땡기더라고요. 국물이 출렁출렁, 야채 듬뿍, 기름 둥둥 억 맛있겠다.
    마르코폴로
    면느님은 평등합니다. 인종과 문화를 초월하지요. 흐흐
    세계구조
    종로에 무슨 뽕 이래가지고 짬뽕이라고 파는게 있는데 면은 스파게티면 같고 국물은 자박하니 좀 많은게 짬뽕도 아니고 파스타도 아니고... 왜 이 소스에 이런 면을 썼지? 근데 맛있게는 먹었거든요. 전 국물을 좋아하나봐요.
    마르코폴로
    이름답게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짬뽕 덕이 아닌가란 생각이 드네요. 흐흐흐
    켈로그김
    그래서(?) 저는 한국식 면 (소면, 중면, 라면류) 요리를 할 때도 절대로 찬 물에 헹궈내지 않습니다.
    덕지덕지 붙어있는 전분이 좋아요. 끈적하니..
    손나은
    칼국수 좋아하실 것 같아요 크크
    마르코폴로
    끈적하니가 계속 머릿속을 맴도네요. 제 마음 속 음란 마귀 탓이겠죠.
    2막4장
    잘 읽고 갑니다.
    면류 좋아하는 사람이라 관심이 가는 군요.
    마르코폴로
    저도 밥보다 면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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